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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845화 (84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45화

시몬과 라울은 경비병들을 피해 무사히 연구실에 도착했다.

"......이, 이봐. 너 아까 진심으로 한 소리였어?"

라울의 물음에, 시몬이 손등의 문양으로 보안장치를 풀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너희 아버지를 구해야 하잖아."

그러곤 어깨를 으쓱했다.

"데스나이트로는 부족할까?"

"그, 그야 부족하진 않겠지! 데스나이트인데! 그런데 데스나이트를 오늘 밤 안에 뚝딱 완성할 수 있긴 해?"

"물론이야. 95%까지 완성했고, 가장 어려운 작업 딱 하나 남았어."

두 사람은 문을 열고 연구실 안으로 들어왔다. 학과생들의 데스나이트 재료와 실험관들이 가득 들어찬 모습이 보인다.

시몬은 성큼성큼 자신의 실험관 쪽으로 걸어갔다.

"여, 역시 너무 무모한 것 같은데."

안색이 하얗게 질린 라울이 중얼거렸다. 그런 와중에도 외부에서 볼 수 있는 마력 촬영기 전원을 모조리 끄는 등, 제 할 일은 하고 있었다.

"거리에서 경비병들을 쓰러뜨렸잖아. 앞으로 30분이면 경비들이 여기로 들이닥칠 거야."

"30분."

장비를 착용한 시몬이 실험관 안으로 들어가며 장치를 작동시켰다.

"충분해. 보조만 잘해줘."

"아, 알았어."

"일단 딥다이브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수정해 둘 작업이 있어."

시몬은 일반 다이브 상태로 들어갔다.

의식이 굳어지고 사념이 강하게 연결되며, 이내 시몬은 언데드의 시야로만 주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우선 언데드 팔을 움직여 문제라고 생각했던 수식을 고쳤다.

집중력이 워낙 고조되어 있어서 그런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끙, 이거 때문에 일에 휘말린 걸 생각하면 참.'

하지만 불평할 틈은 없었다. 시몬은 바로 언데드 팔을 움직여 밖에 있는 라울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제 딥다이브를 시작할 거라는 신호였다.

잔뜩 굳은 얼굴의 라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몬이 앞서 가르쳐 준 대로 장치를 작동시켰다. 수업 때마다 놀러 와서 그 또한 조작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후.

우우우우우우-

딥다이브가 시작된다. 각성제를 맞은 것처럼 집중력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간다.

지금까지는 언데드의 몸과 강하게 연결됐다는 느낌이었다면, 딥다이브는 그 이상이다. 그야말로 내 의식 자체가 이 언데드와 일체화 된 느낌.

귀에 이명이 감돌고 머릿속이 고조된다.

언데드 팔의 감촉, 팔을 휘저을 때 스치는 공기의 질감, 온도, 습기까지. 실감 난다. 이제는 내 몸이 저기 실험관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시간이 지날수록 딥다이브가 점점 더 강하게 진행된다. 생전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다. 이 감각이 언데드팔에서 벗어나 기다란 파이프 너머의 무언가와 접촉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이 연구실 중간에 놓여 있는 벨제불의 살점.

나 자신은 지금, 벨제불이 되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는가, 적합자여.]

벨제불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들렸다.

그렇다면 딥다이브는 성공, 시몬은 필사적으로 그 목소리를 무시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나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었구나. 이번엔 그 번거로운 방해꾼의 존재감도 잘 느껴지지 않는군. 아주 좋다.]

데스나이트의 핵심.

'다크홀' 작업.

지금까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몇 번이나 했었던가. 바로 베이스를 작업하고 아까 수정했던 필수 수식을 쌓아 올렸다.

[이제 여기서 탈출해서, 내 원수 '유스티아노'가 남긴 모든 것을 파괴할 시간이다!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말고 내 명령을 받들어 나의 권속이 되어라!]

작업이 거짓말처럼 잘된다.

일반 다이브 상태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고난도 작업도 지금 이 집중력과 일체감으로 척척 해낼 수 있었다.

[나를 이곳에서 꺼내라 군단장! 나의 권속이 되면 온 세상을 네 발아래 두게 해주마!]

비유하자면 '잠자리'를 생각하면 편하다.

갑자기 인간의 등 뒤에 잠자리의 날개가 생겼다. 이를 움직일 수 있는 등가슴, 날개액, 삼각실 등이 갖춰진다고 하자.

하지만 잠자리처럼 1초에 50번씩 날개를 움직이라고 하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몸은 잠자리라고 해도 인간의 생각과, 사고. 그리고 인간의 상식에 갇힌 정신이니까.

[언제까지 내 목소리를 무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하지만 딥다이브 상태는 거의 벨제불의 힘과 기억까지 빌려오는 것까지 가능하다. 지금 이 상태라면 해낼 수 있다.

시몬은 미친 듯이 다크홀을 쌓아 올라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벨제불의 방해도 강해졌다.

[드워프들을 죽여라! 이 나라의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죽여라!]

시몬은 머릿속이 벨제불의 의지와 사상으로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그의 말에 마음 깊이 공감하고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정신이 타락하고 있는 것이다.

옳지 않은 일이다. 잘못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해도 그것에 대한 근거는 어느새 떠오르지 않는다.

왜 그게 잘못된 일이지? 잘못이란 게 뭐지?

참자.

견디자.

그러나 견디자는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그 생각마저 타락된다. 나태해지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생각이 떠오른다.

모든 상식과 생각과 가치관이 정반대로 뒤바뀐다. 이대로는 나 자신이, 내가 아닌 다른 끔찍한 무언가가 될 것 같았다.

'크윽!'

이게 바로 벨제불이 에이션트 언데드로서 군림하던 시절, 팔라딘들을 데스나이트로 만들었던 타락계 흑마법의 진짜 힘.

살덩이에 깃든 잔류사념의 힘이 이 정도라면, 진짜 벨제불은 얼마나 강력했을까.

[나를 따르라! 군단장! 그리하면.......]

'그만, 시끄러워 죽겠네.'

그때 시몬이 처음으로 반응했다. 벨제불의 잔류사념도 놀랐는지 말을 멈췄다.

시끄럽다는 의미가 타락되어 사라졌지만 상관없다.

'이 일만 잘 마무리되면 널 끄집어낼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 가만히 좀 있어.'

[누가 위인지 모르고 하는......!]

'넌 이제 벨제불이 아니야. 벨제불과 너는 다르고, 너는 그 잔류사념에 불과해. 사실 너도 알고 있잖아?'

[.......]

'기다려.'

시몬은 마침내 다크홀 작업의 마지막을 앞두었다.

마법진의 뼈대를 세우고 내부를 칠흑으로 채운 아랫부분과, 복잡한 수식이 삽입된 윗부분의 덮개를 덮는다.

두 가지를 톱니처럼 맞물리게 한 뒤 소환 마법진과 연동하고 동시에 작동시킨다.

'좋아, 완성이다.'

시몬이 호흡했다.

'이제 다크홀을 작동하면.......'

데스나이트 소환 마법진을 작동하는 순간.

갑자기 시점이 바뀌었다.

'?!'

있을 수 없다.

지금은 딥다이브 중이다. 벨제불의 사념과 완전히 일체화된 상황에서 다른 무언가가 덧입혀졌다.

세계가 하얗게 일변했다.

익숙한 공간이다.

'여긴 설마.......'

시몬의 눈앞에 두 개의 하얀 왕좌가 떡 하니 나타나 있다. 예전에 시몬의 몸에 들어갔다 나온 적이 있는 성녀의 정수의 잔재들.

성녀의 정수가 시몬의 몸에 깃들면, 왕좌가 하나씩 찬다.

하얀 불꽃이 조형된 왕좌는 정화의 정수.

밀과 곡식이 조형된 왕좌는 수확의 정수.

그리고 그 옆에.

"......!"

세 번째 왕좌가 들어선다. 이번에는 장미꽃으로 뒤덮인 왕좌다.

'뭐, 뭔데?'

시몬은 입을 벌렸다.

'왜 데스나이트를 만들었는데 성녀의 정수 자리가 하나 차는 건데?'

이내 그것을 끝으로, 새하얀 공간이 사라지고.

'......!'

시몬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전율했다.

방금 작동을 시작한 데스나이트가, 시몬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설마 이 데스나이트의 몸에.......'

거기까지 생각한 시몬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다시 시몬이 정신을 차릴 즈음에는, 여전히 언데드 다이브 상태였다.

딥다이브는 풀린 것 같지만 잠시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머리가 극도로 아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

라울이 바짝 얼은 표정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뭔가를 옮기고 있었다. 빨리 일어나라는 듯 뭐라고 마구 외치고 있었다.

그가 의자나 테이블 등을 끌고 문으로 가져가는 모습이다.

시몬이 언데드 팔을 움직여 손짓하자, 그제야 라울이 깜짝 놀라며 노트를 가지고 뛰어와 대륙어를 큼지막하게 휘갈겼다.

<시의회의 병사들이 쳐들어왔어!>

소리는 안 들리지만, 그의 표정과 덜덜 떨리는 몸을 보니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알 수 있었다.

<빨리 밖으로 나와! 도망->

거기까지 써내려가던 라울이 갑자기 고개를 팍 숙이며 엎드렸다. 이내 화살이 날아와 바닥 곳곳에 박혔다.

결국 경비병들이 연구실까지 들어온 모양이다.

'데스나이트는 완성된 건가?'

시몬이 언데드 팔을 움직였다.

아까 스스로 움직였던 데스나이트는 어느샌가 다시 잠든 것처럼 누운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두개골 내부의 다크홀과 소환마법진은 정상 작동하는 것 같다.

'잠깐 시동이 꺼졌을 뿐이야. 아직 안 늦었어!'

시몬이 언데드 뻗는 그 순간.

언데드의 시야로 드워프 경비병들이 몰려 들어와 라울을 붙잡는 모습이 보인다.

* * *

"이, 이거 놔!"

드워프 경비병들이 라울을 붙잡아서 강제로 바닥에 무릎 꿇렸다.

"다른 한 놈은 어디 있지?"

"원래 나 혼자뿐이야!"

퍽!

경비병이 라울의 머리를 짓밟고는 외쳤다.

"시장 아들은 됐으니, 놈을 찾아라!"

우르르르르르!

드워프 경비병들이 흩어져 주위의 실험관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한 경비병은 라울의 바로 옆 실험관을 향해 걸어갔다.

"멀리 갈 필요 없어. 딱 봐도 여기있네."

그가 실험관의 덮개를 열려고 했지만, 뭔가 잠금장치가 걸려 있는지 열리지 않았다.

"안 나와?"

그가 도끼를 힘껏 등 뒤로 들어 올렸다.

쩍!

그러고는 덮개를 강하게 내려쳤다. 팍! 소리와 함께 덮개가 일그러지며 도끼의 칼날이 반쯤 들어갔다가 나왔다.

라울이 경악했다.

"무, 무슨 짓이야!"

"역시 여기 있는 게 맞구만. 빨리 나와라, 인간. 안 나오면-"

그가 도끼를 다시 들어 올렸다.

"죽는......"

뻐어어어어어어어억!

옆에서 나타난 새하얀 발끝에, 얼굴을 얻어맞은 그가 번개처럼 날아가 반대편 벽에 부딪혔다.

벽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고, 갑옷에 큼지막한 흠집이 난 그가 바닥에 쓰러졌다.

"뭐야!"

"누구냐!"

달그락.

새하얀 다리.

그것이 천천히 움직여 굽혀지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것의 정체는 누런 부분 하나 없이 눈처럼 흰 스켈레톤이었다.

그 형태는 이질적이었는데, 두개골은 계란의 표면처럼 둥글둥글했고, 눈이 있어야 할 곳에는 녹색 안광이 떠올라 있었다. 뼈의 곳곳은 밀랍처럼 녹아내려 관절부위가 덮이고, 다리는 희고 길쭉했다.

그것이 우아한 동작으로 실험대 위에서 내려왔다.

"여기 숨어서 무슨 짓을 꾸미나 했더니 고작 스켈레톤?"

드워프들이 껄껄껄 웃기 시작했다. 주위의 드워프들도 무기를 들고 다가왔다.

"부숴 버려!"

드워프가 도끼를 들어 올려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힘껏 내려쳤다.

까아아아아앙!

굉음이 울려 퍼졌다.

모두가 두개골이 반으로 갈라졌으리라고 생각했으나.

"?"

멀쩡했다.

이마로 정면에서 칼날을 받아낸 스켈레톤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었다. 카가각 소리가 나며 도끼가 옆으로 흘려 나갔다. 그런데 작은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이게 무슨......!"

으적!

스켈레톤이 뻗은 주먹에 드워프의 안면이 흉악하게 일그러지고, 공중에서 삼 회전하다가 화려하게 테이블을 망가뜨리며 내려왔다.

"......!"

주위 드워프들의 시선이 그리로 쏠린 사이, 스켈레톤의 몸이 그들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꽈드드!

퍽!

일체의 군더더기도 없는 깔끔하고 현란한 움직임.

뒤로 돌아가 손으로 툭툭 치는 것 같은데 무장한 드워프들이 맥을 못 쓰고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크으으읍!"

또 다른 드워프가 양손으로 망치를 붙잡고 거칠게 휘둘렀으나, 휘둘러지기도 전에 뒤로 들어온 스켈레톤이 겨드랑이 사이와 목 뒤로 팔을 집어넣고는 힘을 주었다. 뿌드득 소리와 함께 드워프가 축 늘어졌다.

[.......]

스켈레톤이 다른 드워프를 가만히 응시하자, 드워프들이 일제히 움찔했다.

"와......!"

라울의 눈이 커졌다.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동작으로 드워프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단숨에 열댓 명의 경비병을 정리한 스켈레톤이 사뿐한 걸음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경비병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서, 설마...... 저거 그냥 스켈레톤이 아니라......!"

"그러고 보니 여기가 그 키젠 학생들이 머문다는 연구실 아닌가?"

스스스스스스스!

이내 스켈레톤의 몸에서 칠흑이 샘솟기 시작했다. 칠흑은 이내 다크오러의 형태로 변화하여 스켈레톤의 몸을 감쌌다.

그것은 일반적인 데스나이트의 다크오러인 주황색이 아니었다.

장미를 연상케하는 로즈색 오러가 데스나이트의 몸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데, 데, 데스나이트다!"

비상상황이었다.

상대는 더 이상 일개 학생이 아니다.

이 그랜드포지에 '데스나이트 서머너'가 들어와 있다.

한결 표정이 결연해진 경비병들이 일제히 허리에 찬 장비를 작동시켰다.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금속 방패가 펼쳐졌다.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

"지원병력을 더 불러라!"

데스나이트가 앞으로 뛰쳐나와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쩡! 하는 소리와 함께 장미가 터져나가는 임팩트가 나오고, 방패에 커다란 흠집이 났지만 드워프들은 버텨냈다.

"마, 막았다!"

"근력은 확실히 떨어진다! 방패로 찍어눌러서......!"

그때 데스나이트가 허공을 붙잡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을 본 드워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 동작은......!"

촤아아아아아아!

허공에서 뽑혀 나오는 로즈색의 오러로 엮어 만들어낸 검.

데스나이트의 상징인 '오러블레이드'였다.

데스나이트가 그것을 허공에 가볍게 휘두르자, 방벽처럼 두꺼운 방패가 일제히 종잇장처럼 갈라졌다. 동시에 드워프들의 몸에서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후우......!"

그때 덮개가 열리며, 다이브를 마친 시몬이 힘겨운 숨을 토해냈다.

"시몬!"

"내가 말했지? 라울."

시몬이 개운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반드시 완성시킨다고."

데스나이트가 오러블레이드를 고쳐 쥐고 시몬을 응시했다.

천장에서 꽃잎을 연상케 하는 로즈빛 오러의 잔재가 눈처럼 흩날리며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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