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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848화 (848/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48화

저벅 저벅.

게오르그의 데스나이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찢어질 듯 긴 주황색 안광이 두개골 밖으로 흘러나와 일렁거렸다.

뚜벅 뚜벅.

시몬의 데스나이트도 걷기 시작했다. 둥근 두 개의 녹색 안광이 차분한 빛을 냈다.

키이이이잉!

키이이잉!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허공에서 오러블레이드를 뽑아 들고.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뚜벅 뚜벅 뚜벅 뚜벅!

점점 걸음에 속도가 붙으며 서로를 향한 거리가 가까워진다.

이내 두 데스나이트가 동시에 바닥을 주저앉히며 서로에게 돌진한다.

카아아아아아아앙-!

유리가 강하게 부딪치는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주홍빛과 장밋빛의 검광이 맹렬히 부딪혔다. 두 오러가 갈아 붙여지며 불똥이 연신 튀었다.

"우와왓!"

지켜보던 라울은 후폭풍만으로 벌러덩 넘어졌다. 시몬은 라울에게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손짓한 뒤, 앞으로 나와 상황을 살폈다.

동시에 서로의 검을 쳐내며 물러난 두 데스나이트가 상대의 빈틈을 노리고 옆으로 내달렸다.

캉! 카앙! 캉! 캉! 캉! 카아앙! 캉!

서로 다른 두 개의 형광빛 검광이 미친 듯이 휘어지며 격돌한다. 고화력의 압축된 에너지 덩어리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부딪히며 굉음을 토해낸다.

형형색색의 오러가 빛의 축제처럼 허공을 어지럽게 덧입히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현실과 거리감마저 느껴질 만큼 눈부시고 화려한 장관이었다.

"오호, 그래도 진짜 데스나이트이긴 한가 보군?"

게오르그가 느물거렸다. 시몬이 웃는 얼굴로 맞받아쳤다.

"그럼 가짜라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그랬지. 타락형 데스나이트? 진짜로 그 허무맹랑한 게 완성될 줄은 생각 못 했어."

게오르그가 팔을 뻗었다.

"하지만 말이야."

우웅!

웅!

게오르그가 양손에 칠흑으로 이루어진 손잡이 같은 걸 일으켜 붙잡았다. 이내 오른팔을 허공에 강하게 휘둘렀다.

카아아아아앙!

"?!"

시몬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호각으로 싸우던 시몬의 데스나이트가 갑자기 강공에 부딪혀 뒤로 밀려난 것이다.

게오르그가 취한 동작을 그의 데스나이트가 똑같이 취하고 있었다.

"설령 데스나이트의 스펙이 엇비슷하다고 해도!"

상대 데스나이트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밀려난 시몬의 데스나이트의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이제 막 데스나이트를 완성한 일개 학생이! 10년을 현장에서 구른 나와 동격에 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시몬 쪽 데스나이트의 견갑이 파삭하는 소리와 함께 박살 났다. 데스나이트가 주르륵 뒤로 밀려나 오러블레이드를 고쳐잡았다.

'이런!'

그러나 시몬의 데스나이트는 물러서지 않고 다시 돌진했다. 이내 양쪽에서 거칠게 공방을 주고받으며 스파크를 튀겼다.

'위험해.'

이쪽이 밀리고 있다.

파삭!

퍽!

갑주 곳곳에 검이 지나가며 깨지거나 금이 가고 있다.

시몬은 게오르그 쪽을 응시했다. 여전히 손잡이 같은 뭔가를 쥔 채 팔을 휘두르거나 위로 치켜세우는 등 일련의 동작을 취하는 모습이다.

그 타이밍에 맞춰 게오르그의 데스나이트도 더더욱 맹렬하게 공격해 들어가고 있었다.

'컨트롤 계열의 흑마법인가.'

시몬은 데스나이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쳤지만, 게오르그는 저런 기술을 쓸 만큼 여유가 있었다. 심지어 데스나이트의 출력을 자유자재로 높이거나 낮추고, 움직임이나 세부적인 각도까지 조율했다.

커리어의 대부분을 데스나이트를 주력으로 사용한 네크로맨서인 만큼, 숙련도가 차원이 달랐다.

"시, 시몬!"

저 멀리 기둥 뒤에 숨어 있던 라울이 시몬의 얼굴을 가리켰다. 시몬은 뒤늦게 코에 끈적한 걸 느끼고는 손을 가져다 대보았다.

코피였다.

피가 손등에 벌겋게 묻어나왔다.

'난 고작 버티는 게 최선인가.'

카앙!

깡!

시몬의 데스나이트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 흐름을 탄 게오르그의 데스나이트가 점점 더 공세의 템포를 높여갔다.

이대로는 진다.

'10년의 간극을 좁히려면 최선을 다하는 걸로는 모자라.'

타닷!

그렇게 생각한 시몬이 움직였다.

열심히 팔을 휘두르던 게오르그가 '응?'하는 표정을 지었다.

부아아아아앙!

하늘을 날 듯 뛰어오른 시몬이 돌려차기를 날렸다. 게오르그가 '크읍!'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젖혀 피해냈다.

"뭐야 너! 데스나이트를 쓰면서 어떻게 그런 여력이......!"

"하아아아아!"

게오르그의 컨트롤계 흑마법을 따라갈 수 없다면, 적어도 쓰지 못하게라도 해야 한다.

시몬의 주먹이 검푸른 빛을 일으키며 쏟아졌다.

"이 새끼......!"

파바바바바밧!

마투는 시몬의 특기 중 하나다. 게오르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시몬의 공격을 흘리거나 받아치고 있었다.

'확실히 효과가 있어!'

상대 데스나이트의 템포가 느려지고, 시몬의 데스나이트가 속도를 따라 잡아간다. 멀리서 라울이 '다시 맞서고 있어!'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하아아아아!"

시몬은 이를 악물고 게오르그를 마투로 붙잡고 늘어졌다. 반대쪽 코에도 코피가 뻥 하고 뚫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게오르그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같은 데스나이트 서머너로서 긍지도 없는 거냐!"

"그딴 거!"

발차기를 날린 시몬이 그 발을 강하게 바닥을 딛고 몸을 회전시켰다.

"승패에 무슨 보탬이 있습니까!"

빠아아아아악!

힘이 실린 발차기가 게오르그의 안면 쪽으로 망치처럼 휘둘러졌다. 두 팔을 세워 막긴 했지만 게오르그의 몸이 크게 덜컹댔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 막아!'

싸움이 길어질수록, 시몬은 마투만으로는 게오르그를 잡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그 또한 마투도 뛰어났다. 특히 방어적인 마투에 능했는데 손날로 주먹을 흘리거나 손바닥으로 다리를 밀어내는 등 수비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결정타를 가할 발차기를 날리려고 하면 그냥 뒤로 휙 물러나 버리는 등 절대로 거리를 주지 않았다. 반격할 의사가 조금도 없는 철저한 방어 위주의 마투.

'그래, 이 사람도 소환술사야. 데스나이트를 꺼낸 상태에서 적의 공격이 집중되는 경우는 수도 없이 겪어봤을 거야. 마투가 좋은 건 당연해.'

프로를 이기려면 마투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몬이 눈을 부릅떴다.

'데스나이트를 유지한 상태로 마법진을 펼치는 건 힘들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익숙하며, 효과도 강력한 흑마법.

시몬은 단숨에 게오르그와의 거리를 좁히며 주먹을 휘두르는 척했다. 게오르그가 방어자세를 취하는 즉시 손바닥을 펼치고 모아둔 칠흑으로 마법진을 펼쳤다.

'미친놈인가? 초심자가 데스나이트를 유지하면서 마법진을?'

그러나 게오르그에 닿기 직전 집중력이 흩어졌는지 마법진이 깨지고 말았다.

게오르그가 '당연히 이래야지'하고 생각하며 안심하는 것도 잠시, 연결 동작처럼 물 흐르듯 게오르그의 등 뒤도 돌아온 시몬의 손이 그의 허벅지를 스치며 지나갔다.

<판타서스 오리지널 - 슬립>

'!'

게오르그는 순간적으로 격한 졸음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슬립인가! 내 저주저항을 뚫다니!'

저주저항을 위한 흑마법을 몸에 둘렀고, 아티팩트도 착용했다. 그런데 마치 저항을 무시하듯 저주가 먹히고 말았다.

"망할!"

게오르그가 처음으로 주먹을 쥐고 반격했으나 시몬의 몸이 갑자기 땅에 꺼지듯 사라졌다.

이내 바닥에 누울 정도로 지면에 바짝 낮게 몸을 붙인 시몬이 두 다리를 붙인 채 튕기듯 발차기를 가했다.

터어어어어엉!

두 팔을 교차해 막아낸 게오르그가 뒤로 크게 날아갔다. 그의 몸이 저 멀리 반대편 방까지 날아가 굴러떨어졌고, 시몬도 일어서서 이를 악물고 그에게 달라붙었다.

'더 이상 게오르그가 데스나이트들의 전투에 관여하도록 하면 안 돼!'

코피가 철철 흐르고, 칠흑 역류증상으로 장기가 뒤틀리며 입에서도 피를 쏟았지만 시몬은 싸웠다. 주먹을 휘두르면서 기습적으로 슬립을 펼쳐 2스택을 노렸다.

잽싸게 고개를 젖혀 슬립을 피한 게오르그가 미소 지었다.

"업계 후배의 처절한 분투에는 손뼉을 쳐주고 싶지만 말이야."

그의 혓바닥이 움직였다.

"데스나이트 운용 중에 술사가 마법진을 펼치는 행위가 정말 옳다고 생각하나?"

'뭐?'

촤아아아아아-!

시몬의 몸이 우뚝 멈췄다. 사념으로부터 전신이 난도질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네가 나와의 승부에 정신이 팔려서."

그가 손끝으로 옆방을 가리켰다.

"소환수의 사념에 집중하지 않으면 당연히 저쪽 싸움의 균형이 무너지겠지. 안 그래?"

그의 손끝을 본 시몬이 다급히 몸을 날렸다. 갑자기 뒤쪽의 벽이 갈라지고, 반달형 모양의 검기가 날아왔다.

"큭!"

가까스로 피했지만 시몬의 어깨가 베이며 핏줄기가 흘러나왔다. 게오르그의 데스나이트가 검기를 날린 것이다.

퍼억!

이때를 노린 게오르그가 다리를 들어 시몬의 가슴을 걷어찼다. 시몬이 발에 차여 다시 벽 쪽으로 날아가는 동시에.

콰아아아앙!

바로 그 벽면이 박살 났다.

그 너머로 튀어나온 시몬의 데스나이트가 날아와 시몬과 강하게 충돌했다.

시몬이 피를 토했다. 시야가 빙그르르 돌아가다가 바닥에 떨어져 데스나이트와 함께 뒹굴었다. 몇 번이고 바닥에 거칠게 부딪히는 바람에 온몸의 근육이 박살 난 것 같았다.

"이래서 초심자는 안 된다니까. 프로가 하지 않는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야."

쿨럭! 쿨럭!

쓰러진 시몬이 입에서 연신 피를 토했다.

저 멀리서 주황색 검을 든 게오르그의 데스나이트가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었다.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지? 데스나이트 하나 완성했다고 뭐? 시장을 구하고 그랜드포지를 구해?"

게오르그의 입꼬리가 가로로 쭉 찢어졌다.

"세상이 우스워 보이냐? 애송아."

절그럭.

그때 갑옷이 박살 난 시몬의 데스나이트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게오르그는 픽 웃으며 손짓했다.

"아직도 움직일 수 있다니 대단한데? 좋아, 진정한 격차를 보여주마. 이게 바로 전에 너희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비장의 한 수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바닥이 진동한다.

칠흑과 오러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일으킨다.

게오르그 데스나이트의 오러블레이드가 시꺼멓게 물들더니 그 형태가 거대한 태도로 변했다. 그것을 붙잡고 데스나이트가 자세를 낮추자, 입고 있는 갑주 또한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듯 각진 부위가 유선형으로 변했다.

"베라."

명령이 떨어지고, 게오르그의 데스나이트가 한 줄기 섬광이 되어 시몬의 데스나이트를 스쳐 지나갔다.

펄럭!

공중에 치켜세운 게오르그의 데스나이트의 망토가 내려오며 양손으로 붙잡은 검을 앞으로 세운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쩡!

시몬의 데스나이트의 두개골이 공중으로 비산했다.

툭, 데구르르-

데스나이트의 두개골이, 피를 토하는 시몬의 눈앞에 힘없이 굴러왔다.

시몬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

"미안하게 됐다. 막 만든 장난감을 망가트리고 싶진 않았지만, 네가 포기하질 않으니 어쩔 수 없지."

게오르그가 등을 돌리며 휘릭 손짓했다.

"키젠 학생을 죽이면 골치 아파지니까 죽이진 않을게. 그래도 몇 달은 갇혀 있어야 할 거다. 혹은 몇 년이 될지 모르지. 데스나이트, 그 녀석을 붙잡아."

저벅. 저벅.

데스나이트가 다가왔다. 그때 시몬이 숨죽인 웃음을 흘렸다.

등을 돌려 걸어가던 게오르그가 인상을 구겼다.

"왜 웃지?"

"아까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요."

시몬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다.

"당신이야말로 우리가 우습게 보여요?"

쩌엉!

게오르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목이 날아간 시몬의 데스나이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게오르그의 데스나이트의 베어버린 것이다.

'어, 어떻게?'

불가능한 일이다.

현실적인 감각이 잠시 멎은 느낌.

목이 날아가며 쓰러지는 데스나이트를 뒤로, 시몬의 데스나이트가 등 뒤에 매고 있던 깃발을 한 손으로 붙잡는 모습이 보였다.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화아아아아악!

봉대 끝으로 칠흑의 역십자가가 폭발하듯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내 갈라진 머리를 붙잡아 제 목에 붙이자 상처가 거짓말처럼 아물어 버렸다.

"학생이니, 초심자니, 애송이니, 아까부터 사람 무시하고 깔보던 이야기."

시몬이 미소 지었다.

"네크로맨서 간의 승부에 초심자가 어디 있습니까. 이긴 쪽이 강자입니다."

"너, 너......!"

게오르그가 다급히 뭔가를 하기도 전에 데스나이트가 쏜살같이 다가와 주먹을 날렸다.

투콰아아아아앙!

커다란 장미 이팩트와 함께, 그의 몸이 크게 날아가 바닥에 부딪혔다. 이내 고개를 기우뚱하며, 흰자를 드러낸 게오르그가 주르륵 쓰러졌다.

털썩.

비로소 시몬도 온몸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뒤따라온 라울이 쓰러진 게오르그를 보며 입을 벌렸다.

"대, 대단해 시몬! 미쳤어! 진짜로 그랜드포지의 근위대장을 쓰러트리다니...... 어어?"

풀썩

시몬이 자리에 쓰러졌다.

"시몬! 정신 차려!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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