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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861화 (86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61화

전조는 토토의 첫 다이브에서부터 있었다.

-말세로다. 이렇게 유약한 인간이 네크로맨서라니! 세상이 많이 변하긴 했구나!

벨제불의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다이브 도중인 토토는 그 목소리를 듣고 덜컥 겁을 집어먹었다.

-나약하다. 유약하다. 육체와 정신 모두가! 하필이면 내 몸으로 써먹을 가치조차 없는 인간이 내 목소리를 듣다니 통탄할 따름이다!

이 목소리는 저주에 가까운 말들을 퍼부어댔다.

그것은 토토의 마음 깊은 어둠까지 끄집어내 후벼팠고, 이미 첫 다이브의 감각에 너무 긴장했던 토토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탈출 버튼을 스스로 누르지도 못하고 시몬과 조교에 의해 구해졌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고 하면 다들 미쳤다고 여기거나, 환청을 들을 만큼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어른들이 데스나이트를 제작하지 못하게 할지도 모르니 비밀로 했다.

하지만 두 번째 다이브.

-세르네에게 부탁해서 어렵게 가져왔어. 이것만 있으면 무적이야. 어떤 상황에서도 태연히 잘해낼 수 있을 거야.

세르네의 깃털을 믿고 토토는 두 번째 시도를 했다.

-겁도 없이 또 내게 접근했는가, 유약한 자여.

세르네의 깃털로 정신을 보강해서 그런지, 두 번째 시도는 조금 나았다.

할 수 있다. 시몬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어두운 목소리를 무시하며 힘겹게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 목에 붙어 있는 가짜를 믿고 내게 저항하다니.

벨제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말의 기개는 있구나.

그때부터 벨제불의 태도가 조금은 바뀌었다.

벨제불의 타락의 언어는 토토의 미약한 자신감과 소심한 성격에 조금씩이나마 영향을 주었다. 특히 마지막 날 딥다이브에 들어갈 때, 토토는 벨제불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그의 언어와 말은 토토가 가지고 있던 모든 유약함을 정반대로 바꾸어놓았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어마어마한 고양감과 자신감. 토토는 그것에 힘입어 데스나이트를 완성했다.

하지만 인간의 성격이란 게 하루 이틀 만에 완전히 바뀔 수는 없었다.

다이브가 끝나고 모든 건 일상으로 돌아왔으며, 토토는 여전히 겁이 많았고 두려움에 떨었다. 이제는 그랜드포지에 갈 수도 없었다.

그래도.

'나도 할 수 있어!'

적어도 계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의 마음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데스나이트의 사념에 연결되는 순간, 난폭하고 거친 감정이 사념으로부터 흘러 들어왔다.

이 데스나이트를 구한 장소는 쉐일리 가문의 학살 및 고문 박물관. 이 팔라딘도 아마 광기에 휩쓸린 괴물이었을 터.

애써 외면하고 있었지만, 토토는 그 데스나이트의 사념으로부터 전해지는 감각을 거부하지 않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토토는 또 다른 힘에 눈을 떴다.

모자를 눈 밑까지 꾹 눌러쓴 토토가 격렬한 함성을 질러댔다. 데스나이트 또한 완전히 술사와 같은 상태로 허리를 젖힌 채 끽끽거리는 칠흑과 오러가 마찰하는 소리를 토해냈다.

지켜보던 관중들은 섬찟한 감각과 동시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저, 저게 뭐야?"

"토토...... 맞아?"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 네크로맨서와 소환수.

특히 상대하는 알바데린은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분위기가 바뀌었어?'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푹 숙인 채 고양된 웃음을 터뜨리던 토토가 이내 모자챙을 붙잡고 한쪽 눈을 드러내며 알바데린을 응시했다.

광인 특유의 형언할 수 없는 눈깔.

도저히 아까 굽신굽신하던 소심한 녀석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었다.

'얌전한 자식일수록 회까닥 돈다더니!'

"죽여."

토토가 총부리를 겨누듯 알바데린을 향해 팔을 뻗었다. 데스나이트는 찢어질 듯한 칠흑의 마찰음을 토해내며 돌진해 왔다.

끼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긱!

그것은 실로 끔찍한 모습.

살욕과 죽음에 취한 데스나이트가 안광이 일자로 치솟은 채 돌진해 오고 있다.

'제길!'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쪽도 상위마법은 준비되었으니까.

알바데린이 펼친 마법진을 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힘껏 밟았다.

<흑철사출>

마법진이 커지며 지면에 검은 전류 같은 것을 흘려보냈다. 이내 바닥에서 쏴아아아 하고 검은 흙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서로 뭉쳐서 수백 자루의 견고한 검과, 창을 비롯한 무수한 금속 무기들을 만들어냈다.

'본래는 극한으로 압축해서 화약 포탄으로 사용하지만......!'

데스나이트의 오러블레이드라면 흑철로 만든 그 어떤 포탄이라도 가뿐히 베어버릴 터, 이때는 흑철의 장점을 다소 상실하더라도 물량으로 승부해야 했다.

제아무리 데스나이트라고 해도 이 모든 물량을 전부 벨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으나.

'웃고 있어?'

토토는 여전히 낄낄대며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가 모자를 붙잡아 눈 아래로 당기며 중얼거렸다.

"오러를 꺼내, 데스나이트."

데스나이트가 두 팔을 뒤로 보내 허공을 붙잡았다. 이내 힘주어 끌어당기자, 양손에서 크기가 다소 작은 오러블레이드가 튀어나왔다.

'두 자루의 오러블레이드라니!'

알바데린이 뭔가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포착을 완료한 백 개의 무구들이 날아가고, 데스나이트는 검을 움직였다.

그리고.

눈앞에서 일어나는 광경에 알바데린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촤악! 촤악! 촤아악! 촤아아악! 촥! 촤아악!

데스나이트가 수백 자루의 무구에 달려들어 하나하나 베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눈이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한다. 오렌지빛 검광이 무수히 데스나이트의 몸을 중심으로 그어지고 무기가 갈려 나간다. 방어의 영역이 아니다.

눈앞에 인지되는 모든 것을 그저 베어 넘기고 있다.

간혹 갑옷 곳곳에 흑철의 무기가 틀어박히더라도 데스나이트는 멈추지 않는다. 투구가 갈라지며 드러난 해골이 입을 쩍 벌리며 울부짖는다.

-께에에에에에에엑!

촤아아악!

촤아아아아아악!

끝내 수백 자루의 무기를 모조리 베어버리며 뚫어낸 데스나이트가 섬광처럼 알바데린의 앞까지 다가왔다.

"크흑!"

알바데린이 직접 무구를 붙잡고 휘둘렀으나 데스나이트의 신형은 이미 그를 통과한 뒤였다.

모자를 눌러쓴 토토가 움켜쥔 주먹을 내리그었고.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알바데린의 몸 수십 군데의 난자한 자국이 일어나며, 그의 눈에 힘이 풀렸다.

<토토 아모리 : 42%>

<알바데린 휴미오 : 0%>

"경기 종료!"

심판이 외치는 가운데도, 알바데린의 몸은 연신 검광이 터져 나가며 사방으로 비틀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멀리서 마주 응시한 데스나이트와 토토가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승자는 2학년의 토토 아모리입니다!"

관중석에서 폭발적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이변이 일어났다.

-진짜 잘했다 토토! 다시 봤어!

-뭐, 뭔데!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저 정도면 조건만 갖춰지면 준 Top10급 아냐?

반면 3학년 관중석에서는 망연자실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

소타 프쉬케의 입술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알바데린이 어떻게 2학년의 382위한테......."

그는 거기서 말을 멈추고 옆자리에 앉은 발락의 눈치를 보았다. 인상을 구기고 있는 게 심기가 불편한 얼굴이었다.

'이, 이대로는 위험해.'

곳곳에서 환호와 탄성이 교차하는 시점.

쓰러진 알바데린을 하수인들이 옮기는 사이, 토토는 데드아머를 벗긴 뒤 데스나이트를 아공간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모든 걸 끝낸 뒤, 눌러쓴 모자를 벗어서 가슴에 안은 그가 흐아아 한숨을 토해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최고였어! 토토!"

관중석의 여러 학생들 중에서도 저 멀리 시몬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토토도 민망한 듯 웃어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 * *

3경기까지 끝나고 점심시간이 주어졌다.

교류전 마지막 경기,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시몬과 발락의 학생회장 결정전은 오후 시간대에 준비되어 있었다.

키젠에서도 하루 일정을 통째로 교류전으로 빼는 게 부담되었는지, 학생들은 점심을 먹고 오후에 수업하나를 들은 뒤에 저녁에 펼쳐지는 마지막 교류전을 보러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다들 점심을 먹으러 2학년 캠퍼스로 돌아왔다.

시몬 일행도 적당히 자주 가는 식당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고르고 있는 그때.

쿵!

"마지막 경기에는 날 내보내라."

주위의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며 웅성댔다.

대뜸 와서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건 인상을 잔뜩 찡그린 헥토르였다. 놀란 카미바레즈는 흠칫하며 어깨를 떨었고, 메이린은 눈을 내리깐 채 고개를 돌렸다. 딕은 실실 헛웃음을 흘렸다.

"왜 안 오나 했네."

교류전 4경기.

마지막 경기는 추천제다.

전통적으로 교류전의 추천제 경기는 3학년인 현 학생회장과 2학년인 미래의 학생회장이 한 명씩 선수를 뽑아서 내보낸다. 올해의 경우에는 당연히 발락과 시몬이었다.

즉 시몬은 교류전에 나갈 2학년을 선정할 권리가 있었다.

"3학년이 누가 나올지야 뻔하지 않나."

헥토르가 말했다.

"전체 2위 그리모와르 선배, 전체 3위 레오나드 선배, 전체 5위 소타 프쉬케 부회장 중 하나다. 그중에서 레오나드 선배는 신 학생회에 반기를 들고 있는 인물이고, 소타 부회장은 그 성향상 직접 나올 리 만무하다. 그리모와르 선배가 나오겠지."

그렇게 말한 그가 팔짱을 꼈다.

"상대가 키젠 최강의 저주술사라면 내가 나가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만."

"아니."

묵직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헥토르의 이상이 와락 구겨진 채 뒤를 응시했다.

커다란 덩치의 헥토르, 그보다 더 거대한 거구가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를 내보. 내라. 시몬 폴렌티아."

딱딱 끊어지는 듯한 목소리. 전체 2위의 샤텔 마에르였다.

"3학년 2위라면 내가. 꺾겠다."

"네놈은 찌그러져 있어라, 거인."

헥토르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샤텔을 노려보았다.

"어머나-"

살랑거리는 여성의 목소리에 두 사람의 말이 멈췄다.

언제 왔는지 세르네가 상앗빛 머리카락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선택은 시몬이 하는 건데, 당신들이 왜 열을 올리는지 모르겠네요."

헥토르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옆의 의자를 붙잡아 시몬의 옆에 앉은 세르네가 생긋 턱받침을 했다.

"쿠폰 도장 몇 장만 찍어준다면, 내가 직접 나서줄 수도 있답니다?"

"......."

"어때요?"

세 사람이 시몬을 응시했다. 옆에 있는 다른 학생들도 내가 나서겠다는 둥 자원하면서 난리도 아니었다.

시몬은 덤덤히 그들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 * *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수업은 잘 들으셨나요! 학생 여러분, 기다리시던 교류전 4번째 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잠깐 공백의 시간이 있었지만, 2학년 3학년 관중석은 전과 동일하게 꽉 차 있었다.

성적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면 어지간해선 움직이지 않는 키젠 학생들의 성향을 생각해 볼 때,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이번 교류전은 화제의 중심이었다.

메리다가 3학년 세 명을 이겼다는 둥, 열등생 토토 아모리가 데스나이트로 3학년을 잡더라는 둥, 학기가 끝날 때까지 입에서 오르내릴 화제가 계속 터져 나왔으니 모두가 주목하는 게 당연했다.

심지어 벌써 소문이 퍼졌는지, 수업이 일찍 끝난 1학년들도 경기장 밖에서 기웃거리곤 했다.

현재 스코어는 2:1.

3학년 측에서는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경기였다. 그들 입장에선 이번 경기에서 이기고 발락이 시몬을 쓰러트려야 스크레치 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경기는.

-여러분 모두가 아시다시피 교류전 마지막 4경기는 학생회장 추천제입니다!

해설자 콘라드가 손에 든 카드를 읽었다.

-발락 학생회장과 시몬 학생이 학년을 대표하는 한 사람을 선택해 경기장으로 내보내겠습니다!

저 멀리 3학년 관중석에서 발락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그나마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카드가 한 장은 있어서 좋네."

2학년 관중석에 앉은 딕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시몬과 메이린, 카미바레즈 세 사람 모두 3학년에 누가 나올지 알고 있었다.

카미바레즈가 말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그 내기'는 시몬이 이겼으니까, 그분이 안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지, 아니지."

딕이 휙휙 검지를 흔들었다.

"이미 내기에서는 졌지만, 소타 프쉬케는 당장 시몬이 발락에게 그 메모리얼 수정구를 보이면서 협박하는 상황을 두려워할 거야. 뭣보다 이미 발락에게 자기가 나간다고 말해놨을 텐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것도 본인 꼴만 우스워질 테고. 발락은 무능한 인간은 진짜 칼같이 쳐내거든."

딕이 제 이마를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본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이번 경기에서 체면치레를 해야 할 거야."

이내 발락이 하수인으로부터 확성 수정구를 받아들고 말했다.

[3학년에는 소타 프쉬케가 나간다.]

오오오오오오오!

환호성과 함께 소타가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심판이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었다.

-소타 프쉬케 학생. 경기 출전에 동의합니까?

-동의합니다.

그가 동의의 뜻을 밝히고 등을 돌려 걸어갔다. 2학년 측에서는 다소 의외였는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연히 그리모와르 선배가 나올 줄 알았는데.

-나도. 1학년 때 발락이랑 같은 동아리라서 친했다며?

-요즘은 좀 데면데면하다는 것 같다더라. 뭣보다 이번 사태의 흑막인 소타가 직접 나와서 해결하는 게 맞지.

소타 프쉬케도 일단은 전체 5위의 강자.

2위와 3위가 비협조적이고, 4위는 이미 경기에 참여했으므로, 그가 나가는 게 이상한 그림은 아니었다.

그리고.

"......."

이제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시몬에게로 집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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