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72화
"이게 뭐야아!"
메이린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경과는 다음과 같다.
세르네와 메이린이 아티팩트 재현에 성공했고, 다시 도서관을 빙빙 도는 트리거를 발동시켜서 그리모와르의 영역 안에 들어오는 것에 성공했다.
그들은 시몬과 카쟌 일행이나 제인을 넘어서, 누구보다 빨리 그리모와르의 본거지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캬라라라라라락!
-케륵!
도서관 내부는 그리모와르의 본거지인 만큼 완전한 방어체계가 갖추어져 있었다.
온갖 몬스터들이 바글거리는 바람에, 일행들은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달리면서 흑마법을 연사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보이는 건 천장까지 붙어 있는 거대한 책장들뿐.
메이린은 고개를 힘껏 들었다.
'책장이 왜 이렇게 높아? 난장이가 된 기분인.......'
"위험해요 메이린!"
그때 카미바레즈가 섬광처럼 날아와 메이린을 안고 뛰었다. 그녀가 있던 자리로 서적들이 낙석처럼 우르르 쏟아졌다.
"고, 고마워 카미!"
뱀파이어의 핏빛 망토로 몸을 휘감고 있는 카미바레즈가 생긋 웃어 보였다. 우르슬라의 피의 힘을 본격적으로 개방한 이후, 그녀는 제대로 뱀파이어로서의 힘을 쓰고 있었다.
"그리모와르가 꽤 무리하는 것 같은데."
도서관의 규모와 몬스터를 본 레오나드가 혀를 찼다. 딕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선배님, 저것들 뭔지 아십니까?"
"그리모와르가 자신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만든 고서의 몬스터들이야. 이렇게 많다는 건 근처에 그리모와르가 있단 거나 다름없어. 그런데-"
레오나드의 눈이 움직였다.
"나도 저건 처음 봐."
고서의 몬스터들 사이로, 피처럼 새빨간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진 몬스터가 쿵쿵 발소리를 내며 오고 있었다.
그것이 자세를 웅크리는 듯하더니, 탄성으로 단번에 도약했다.
"다들 조심해!"
레오나드가 자신을 지나쳐 가는 괴물을 보며 소리쳤다.
순식간에 메이린과 카미바레즈 사이로 도착한 괴물이 몸을 빙글 돌렸다. 거대한 꼬리가 채찍처럼 메이린을 후려치려는 순간, 카미바레즈가 대신 앞으로 나와 두 팔을 드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콰아아앙!
그 괴물의 꼬리에 부딪힌 카미바레즈가 날아가 저 멀리 책장에 부딪혔다.
"카미!"
메이린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즉각 로레인이 뛰어와 괴물을 발로 차 냈지만, 카미바레즈가 부딪힌 책장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전달됐다.
이내 암석보다 거대한 책들이 우르르르 일행들의 머리 위로 내려왔다.
"내가 갑니다!"
딕이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와 아공간에서 장비들을 꺼내 던졌다.
원반 같은 것들이 네 귀퉁이에 착착 달라붙더니 반투명한 그물이 쭈우욱 펼쳐지며 모두의 머리 위를 방어하는 지붕처럼 변했다.
그 위로 책들이 와르르르 쏟아져 내렸다. 메이린과 로레인이 놀라며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었지만, 그물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버텨냈다.
하지만 책들은 아직도 떨어지고 있었다.
"저거 계속 버틸 수 있는 거니?"
로레인이 불안한 듯 물었다.
"물론!"
이내 딕이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흑마법을 시전했다.
<에리어 인챈트>
그물이 새까맣게 물들더니 탄력과 강도가 강화되었다. 책들을 안전하게 받아낸 뒤, 딕은 훌쩍 올라타서 그물을 잡아당겼다.
<인챈트 부분 변경>
<골격, 강도, 성질 전환>
쭈우우욱-
그물은 딕의 움직임에만 반응했다. 딕이 그물을 붙잡고 한계까지 늘린 다음 손을 놓자, 마치 슬링처럼 그 위에 있던 책들이 공중으로 날아가 몬스터들에게 떨어졌다.
쿠우웅! 콰아아앙!
몬스터들이 책에 깔려 즉사했다. 그사이에 카미바레즈를 쳐낸 새빨간 몬스터는 레오나드가 맡고 있었다.
"뭐야, 이 자식."
레오나드는 아공간에서 '언데드 미노타우로스'를 꺼내 싸우고 있었다.
극단적인 근육질로 이루어진 소머리의 미노타우로스는 완력에 있어서만큼은 최상급의 언데드였지만, 저 빨간 괴물은 힘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제가 맡을게요!"
쓰러진 줄 알았던 카미바레즈가 괴물의 머리 위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몸이 핏빛의 탄환이 되어 괴물의 머리를 강타했다.
꽝!
괴물이 쓰러졌고, 그 틈에 레오나드의 미노타우로스가 괴물을 바닥에 고정했다. 이어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로레인이 직접 다가와 단검으로 숨통을 끊었다.
"이건 보통 몬스터가 아냐."
단검을 들고 몸을 일으킨 로레인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네크로맨서들이 만든 키메라와 비교해도 구조가 달라."
"소환학 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더럽게 강하단 건 동의."
딕이 그렇게 말하며 앞을 가리켰다.
"저런 것들이 고서의 몬스터 중간중간에 섞여 있는데."
일행들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교내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들이 모인 전력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뚫고 가는 건 만만치 않아 보였다.
푸드득!
그때 올빼미 몇 마리가 날아와 책장 위에 앉았다. 레오나드도 그 올빼미들을 발견했다.
"그리모와르! 보고 있지?"
그가 즉시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화로 해결하자! 아직 늦지 않았어! 우선 시몬을 돌려주고 발락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같이 모색하면......!"
쿠르르르르르!
그의 말이 무색하게, 좌우의 책장들이 점점 좁아지며 일행들이 있는 공간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딕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그리모와르의 해결책은, 우릴 납작한 시체로 만들어서 입을 다물게 하려는 것 같은데요."
"크윽! 그리모와르!"
공간이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메이린이 다급히 외쳤다.
"어, 어떻게 좀 해봐! 이 속도면 1분도 안 돼서 끝이야!"
"제길!"
딕이 일단 달려가서 힘껏 책장을 등으로 밀었지만, 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때.
쿠웅!
쿵!
양옆으로 미노타우로스가 한 마리씩 다가가 책장을 짚었다. 레오나드가 입술을 짓씹으며 외쳤다.
"버텨."
까가가가가가각!
밀려드는 책장의 속도가 갑자기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괴랄한 소환수의 완력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이 난 딕이 팔을 흔들었다.
"여, 역시 3학년 전체 3위! 아까의 일로 살짝 존경심이 떨어졌지만 믿고 있었습니다!"
"저도 도울게요!"
카미바레즈가 반대편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내 복부를 만져서 봉인을 풀고 우르슬라의 피를 조금 더 개방했다.
격렬한 칠흑이 일어나는 것과 함께 그녀의 머리카락과 망토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이내 그녀가 좁아지는 책장 한쪽을 양팔로 밀쳤다.
덕분에 한쪽 책장의 속도가 거의 멈추게 됐다. 그녀가 외쳤다.
"하지만 오래 못 버텨요!"
"뒤는 나한테 맡겨!"
메이린이 나섰다.
양쪽의 책장이 좁아진 덕분에, 전면의 몬스터들도 밀집도가 크게 높아지게 됐다. 범위 공격 마법이 활약할 시간이었다.
바람을 일으켜 공중에 뜬 그녀가 주문을 외웠다.
<상아탑 고유 계승 - 엘리멘탈 마스터>
그녀의 머리에 무수한 색의 오로라를 엮어 만든 듯한 대형 마녀 모자가 쓰이고 손에는 지팡이가 들렸다.
"세리도 도와줄까? 메이린."
어느새 세르네도 메이린의 옆으로 사뿐하게 날아왔다.
<상아탑 고유 계승 - 엘리멘탈 마스터>
그녀 또한 메이린과 같은 흑마법을 사용했다. 마녀 모자의 디자인이 메이린과 살짝 달랐다. 챙이 조금 더 좁고 머리의 꼬리가 길었다.
그 모습을 본 메이린의 눈이 커졌다.
"뭐, 뭐야! 너도 쓸 수 있었어?"
"당연하지. 세리가 메이린에게 가르쳐 준 기술인데, 세리가 쓰지 못하는 것도 우습잖아?"
세르네가 능글맞게 웃었고, 메이린은 하아 한숨을 쉬었다.
"...그 이야기긴 나중에 하고, 집중해!"
두 소녀가 똑같은 동작으로 마녀 모자챙을 붙잡고 지팡이를 몬스터들을 향해 겨누었다.
색색 무지개 같은 4속성의 고위마법들이 쏟아져 나와 좁은 길목의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 * *
발락과 처음 만나게 된 건 선의는 아니었다.
-그리모와르, 입학 후보자 중에 너만 살아남았구나.
-다른 스무 명은 시험에서 떨어졌거나, 정체를 발각당해 키젠에 살해당했단다. 네 책임이 막중하구나.
3년 전, 결사에서는 10대 소년 소녀들을 모아 키젠에 입학시키려고 했고 그 유일한 생존자가 그리모와르였다.
간신히 키젠에 들어가게 된 그녀에게는 반드시 수행해야 할 중요임무가 하나 있었다.
-배양동에서 탈출한 '실험체 BC1'를 제거하라.
그 실험체 BC1이란 자는 결사의 극비 실험시설에서 탈출했으며, 결사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키젠에 입학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그리모와르는 그 실험체를 제거해야 했다.
신학기를 맞이한 그녀는, 동아리 시즌 때 BC1이 가입했다는 동아리에 따라 들어간 것으로 그와 만나게 됐다.
BC1은 덩치가 크고, 극도로 과묵한 성격의 남자애였다. 두 쪽 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기에, 청춘을 불태우기 바쁜 동아리 학생들이 로체스트로 빠져나가면 동아리 방에는 그리모와르와 BC1만 남게 됐다.
두 사람은 자연히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게 되었다.
그리모와르는 BC1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려 노력했다. 조금의 실패 확률도 있어서는 안 되니 철저하게 친해질 생각이었다.
그러다 1학기가 거의 다 끝나갈 무렵.
-끄아아아아악! 크흑! 아아악!
화장실 밖에서 BC1의 고통스러워하는 소리를 듣게 됐다.
암서의 부작용.
그의 정체는 결사에서 극비로 개발하고 있는 '암서'를 몸에 심은 실험체다. 암서는 원래 언데드에 삽입될 기술로서, 결코 인간의 몸이 버틸 수 있는 종류의 기술이 아니었다. 이 또한 생체 반응을 보고 싶다는 과학자들의 미친 실험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녀가 손을 쓰지 않아도, BC1은 죽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니 기분이 뒤숭숭해졌다.
그렇게 날이 갈수록 점점 BC1은 수업에 빠지는 일이 많아졌고 초췌해졌다. 평균이었던 성적은 갈수록 떨어지고, 성격은 예민해졌다.
BC1이 자신에게 시비를 걸던 2학년 선배들을 두들겨 패고 중징계를 받은 그 날, 그리모와르는 그에게 찾아가 왜 선배를 때렸냐고 물었다.
-충동을 다스릴 수 없다. 내 심장에 새겨진 증오와 분노가 끊임없이 나를 부추긴다.
그렇게 말한 BC1은 힘겨운 눈으로 그리모와르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가라. 너만큼은 내 손으로 상처입히기 싫다.
이때.
창가로 흘러나오는 달빛을 드리운 채, 제 가슴을 붙잡고 숨을 헐떡이며 그렇게 내뱉는 BC1의 얼굴을, 그리모와르는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BC1에게 자신의 소속을 밝혔다. 그리고 사실 나는 너를 죽이러 왔다고 고백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죽여라.
BC1은 체념한 듯했다. 이 고통스러운 삶을 끝내려 했다.
하지만 그리모와르는 더더욱 그를 포기할 수 없었다.
-내게 다른 계획이 있습니다 BC1. 아니, 발락.
그리모와르는 그날 새벽. 결사의 연구자로서 화장실에서 발락을 수술했다.
폭주하는 암서의 기세를 조금 더 잠재우고, 더 이상 암서를 억누르는 게 아닌 표출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게 했다.
발락은 초월적인 육체와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그라면 암서에 적응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결사에서는 계속해서 BC1의 죽음을 독촉했지만 그리모와르는 시간을 끌면서 새로운 보고서를 작성했다.
-BC1의 조사 보고서.
-BC1의 육체에 암서에 면역체계형성. 지금껏 밝혀지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타입.
-BC1은 이 대륙 유일무이한 암서 면역자일지도 모름. 그에게 시간을 더 주었으면 함.
암서의 통제법을 익힌 뒤 발락은 점점 더 강해졌고, 심지어 키젠 2학년 시절에는 괄목할 만한 성적도 냈다.
또한 그리모와르는 발락을 설득하여 자신의 임무를 대리로나마 수행하게 하는 것으로서, 결사에 충성심을 보이게 했다. 발락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결사에서 제공하는 '약물'이 필요했으니까.
다행히도, 발락의 배신을 두려워했던 결사 내부에서도 조금 지켜보는 게 어떤가 하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렇게 발락은 에이젤을 넘어서서 키젠 학생회장직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발락의 증세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암서에 저항하던 면역체계와 세포들의 소멸 반응을 확인했어요. 당신, 이대로는 죽어요.
그리모와르가 네크로맨서로서는 은퇴해야겠지만 수명을 늘리는 수술이 있다며 수술을 제안했지만 발락은 거절했다.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죽음이 운명이라면 두렵지 않다.
그리모와르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생각했다.
그리고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암서를 발락의 몸에서 끄집어내 그를 살릴 결심을.
그러나 이는 결사에 대한 배신이었다.
발락과 암서 모두 결사의 소유물이었고, 연구자인 그리모와르가 실험체의 생존을 위해 멋대로 실험을 중단하고 암서를 빼내는 것은 엄연히 반역행위였다.
하지만 그리모와르는 결단했다.
수술을 위한 '필수 조건'은 암서의 힘을 최대한 소모시키는 것. 암서가 날뛰는 기세가 줄어들면, 그 즉시 수술에 들어가서 발락의 몸에서 암서를 빼낼 수 있었다.
문제는 3학년이 된 발락이 암서를 쓸 만큼 전력을 다할 일은 드물다는 점이었다. 고위험도의 임무평가는 그리모와르가 따라갈 명분이 없었으며, 외부로 나가면 수술 장비도 없었다.
그래서 시몬 폴렌티아를 이용했다. 그는 그나마 교내에서 유일하게 발락이 암서를 강제하도록 할 만한 강자였다. 그에게 암서를 막아내는 아티팩트와, 암서를 막을 방법을 찾도록 상담까지 해주었다.
그 판단은 정답이었다. 발락이 암서의 힘을 거의 다 토해내면서까지 패배하는 건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리고 현재.
'이제.'
암서를 뽑아낸다.
그녀는 기구로 고정된 발락의 입에 다시 한번 팔을 쭉 집어넣었다.
그녀의 팔은 기계로 만들어진 의수다. 암서는 생명체를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힘이기에 이런 의수를 써야 했다. 이마저도 암서의 강력한 힘에 반응해 조금씩 깨져나가고 있었다.
'상관없어!'
그녀가 힘껏 팔을 잡아당겼다. 이내 검은색의 파직거리는 뭔가가 잡혔다.
암서. 그것은 정말로 책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벌어진 책 위에 뱀들이 꿈틀거리는 형상이다.
그녀는 그것을 완전히 뽑아내 봉인 아티팩트에 집어넣은 뒤 숨을 헐떡였다.
"발락! 살아 있어요? 발락!"
그녀가 발락을 흔들어 깨웠다.
생체 반응을 보니 살아 있는 모양이었다. 그때 파르르 떨리던 발락의 눈이 마침내 게슴츠레 떠졌다.
"그리모와르......."
"발락! 괜찮아요? 기분은 어때요?"
"기분."
발락은 여전히 멍한 얼굴로 제 팔을 들어 올렸다.
"......이상하군."
"뭐가요?"
"내 몸을 들쑤시던 통증이 사라졌다. 나를 부추기던 충동 또한 사그라들고 있다."
"잘됐네요."
그는 웃고 있는 그리모와르를 멍한 얼굴로 보더니, 이내 벌떡 상체를 일으키며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모와르. 너 설마......."
"당신이 살길은 이것뿐입니다."
그녀가 힘겹게 미소지었다.
"말했잖아요. 우리는 부모 자식과도 같은 관계라고. 나도 암서 프로젝트에 몸담았던 연구원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너는!"
저벅.
그때 두 사람이 움찔하며 등을 돌렸다.
"아니, 아니. 장난치는 거지? 힘겹게 키젠 부총장을 없애고 왔더니."
그들의 얼굴이 하얗게 창백해졌다.
그리모와르의 연구실로 걸어오는 한 사람.
"이게 대체 무슨 개짓거리야."
이마에 피를 흘린 채 걸어오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킬로바니안이었다. 그의 싸늘한 시선이 발락을 응시했다.
파국이 코앞까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