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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878화 (878/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78화

드레드 하트.

본 드래곤의 심장이자, 중추이자 핵심.

드래곤의 거대한 크기와 무게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를 하늘로 띄우는 데는 상상을 초월하는 동력이 필요하다. 심지어 전투 때는 브레스까지 쏴야 하는데, 어지간한 동력원으로는 본 드래곤을 움직이는 게 불가능하다.

물론 살아 있는 드래곤의 경우, 체내에 '드래곤 하트'라고 불리는 마나와 생명의 집결체, 즉 인간의 심장에 해당하는 장기가 존재한다. 하지만 손에 넣는 게 거의 불가능할뿐더러, 언데드인 본 드래곤에 연동하기엔 적절치 않다.

그러나 겨우 이 정도의 난관으로, '언데드화 된 드래곤'이라는 거대하고 탐욕스러운 전력을 네크로맨서들이 포기할 리가 없었다.

긴 세월 동안 네크로맨서들은 드래곤의 시체를 쓰기 위한 연구를 거듭했고, 결국 본 드래곤을 띄울 수 있는 언데드 전용 동력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펜타모니엄에서 낙찰받는 데 고생 좀 했어. 가장 신작이고, 사양도 좋아."

벤야 바닐라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들어간 재료만 해도 자그마치 블루 와이번의 심장 30개, 퇴화고룡의 마나홀 5개야."

그 말을 들은 아론이 입을 뗐다.

"블루 와이번은 동력 자체는 우수하지만 아직 정제가 어려울 텐데."

"그 문제는 정복됐어요, 교수님! 베로트리의 최신 논문 '고체 숨결의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에요. 용의 인자 보유량도 최근에 나온 드레드 하트에 비해 1.3배 우수해요."

"베로트리 그 작자가 결국 일을 냈군."

두 사람은 아까부터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어려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최신 연구 트렌드가 어떠니, 용의 인자 함유량이 얼마니, 장황하게 스펙을 늘어놓고 토론하는 중이었는데 은근히 죽이 잘 맞는 모습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몬은 정신없이 움직였다.

'웃차.'

우선 본 드래곤을 움직여 바닥에 대도록 하고, 아론의 조언대로 용의 두개골에는 임시로 쓸 인스턴트 마법진을 펼쳤다.

지금 바로 실제 소환 마법진을 가동해 버리면, 시체에 녹아 있는 기반 요소들이 엉킬 수도 있다. 우선은 드레드 하트가 이 드래곤의 동력원으로 적합한지, 반발작용이나 역효과는 없는지 파악하는 게 순서다. 이 또한 본 드래곤 제작의 핵심 과정 중 하나였다.

"드래곤은 고도로 발달한 지적생명체다."

아론이 수업을 시작했다.

"그 마력회로의 구조는 이 대륙에 존재하는 어떤 생물보다도 복잡하지. 이전의 언데드 제작과 같은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본 드래곤을 띄울 수 없다. 칠흑을 전신으로 운반해 줄 '핵심통로'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가 손바닥 위에 여러 선을 그렸다.

"본 드래곤에 드레드 하트를 연동시킨 뒤, 동력이 전신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회로의 위치. 즉, 드래곤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아낸 뒤에야 그에 맞춰 소환식을 짤 수 있다."

"나선형, 왜곡형, 확산형 등등 같은 종의 드래곤이라도 회로의 방향과 칠흑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 제군아."

벤야도 한마디 거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확산형 회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 칠흑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소환 마법진과의 연동이 부드럽게 이뤄지거든. 아! 물론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우리가 맞춰서 정복해야겠지만."

'음.'

작업하던 시몬이 쓰게 웃으며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왜 나보다 더 신이 나신 것 같지.'

어쨌거나 준비는 순조로웠다.

시몬은 이제 드래곤의 가슴뼈 쪽으로 기어들어 온 다음, 용의 마법진을 드래곤의 유해와 연결되도록 펼친 뒤, 펜타모니엄에서 구매한 드레드 하트를 들어 올렸다.

'자그마치 3만 골드짜리.'

덜덜.

아론과 함께 드레드 하트를 들고 갈 때는 손이 다 떨렸다. 펜타모니엄에서 낙찰받는데 3만 골드가 들어간 초고가의 제품이다.

칼로스 북부를 정복하고, 마정석 광산 사업을 손에 넣지 못했다면 꿈에도 못 꿀 금액이었다.

'그래도 본 드래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투자는 아깝지 않았다.

지금 있는 최고의 품질을 가진 재료로 본 드래곤을 깨우고 싶었다.

"하나 둘 셋 하면 내려놓죠, 교수님."

"알겠다."

"하나, 둘. 셋!"

두 사람이 동시에 드레드 하트에서 손을 놓았다.

우우우웅!

신기했다. 쿵! 하고 바닥에 떨어져야 할 드레드 하트가 천천히 올라가 용의 마법진에 안착했다.

역시 드레드 하트는 용의 인자가 고도로 함유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두 사람이 드래곤의 유해에서 물러났다.

"이제 결전의 순간이로군."

"힘내 제군아!"

시몬은 집중력을 끌어올린 뒤 눈을 감았다.

"작동시키겠습니다."

우우우우웅-!

시몬이 자신의 칠흑으로 용의 마법진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용의 마법진에 딱 달라붙어 있던 드레드 하트가 눈부신 빛과 맹렬한 소음을 일으키며 심장처럼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와아아!"

드레드 하트에 들어 있던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용의 신체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 게 눈으로 보인다. 미동 없이 멈춰있던 본 드래곤의 몸에 생동감이 더해지며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한다.

'된다. 된다!'

시몬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아론도 긴장한 듯 땀을 뻘뻘 흘리며 유해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드래곤의 뼈를 따라 흐릿하게 띠들이 형성되고 있었다.

"나선형 회로인가. 여기에 살짝 방추형이 섞였군. 독특하지만 나쁘지 않다."

드래곤의 유해는 더 많은 마나와 칠흑을 원하듯, 갈증 난 괴물처럼 끊임없이 힘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에 맞춰 드레드 하트가 점점 더 빠르게 박동하고 있다.

벤야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그런데 교수님, 동력의 전파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지 않아요?"

"아니, 빠른 게 아니다."

어느새 아론의 목소리도 말라붙어 있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 드래곤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동력이 많이 소모되는 거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드레드 하트가 더욱 격렬하게 박동했다.

주위의 마나를 빨아들여 에너지를 보충하고 있었지만 본 드래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양이 너무 많았다. 박동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더니, 이제는 본연의 에너지까지 본 드래곤에게 빼앗기고 있었다.

"머,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벤야와 시몬이 급히 아론을 바라보았다. 아론은 냉정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이게 맞다. 여기서 강제로 마법진과 드레드 하트를 떼어놓으면 드래곤 전체가 망가진다."

"아......."

결국.

용의 마법진에 올라가 있던 드레드 하트의 크기가 점점 쪼그라들더니, 거의 바람 빠진 풍선만 한 크기로 변하고 말았다. 드래곤의 유해에는 은은한 반짝임이 생겨났지만 딱 그 정도뿐이었다.

세 사람은 할 말을 잃고 다가갔다.

"삼, 삼만 골드가......."

시몬은 그렇다 치더라도 벤야의 충격이 너무나도 커 보였다. 아론은 잠시 살펴보더니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라진 건 아니다. 몸에 제대로 남아 있으니까."

아론이 툭툭 드래곤의 몸체를 두들겼다. 피막이 붙은 날개가 크게 한번 펄럭이자, 뜨거운 열풍이 훅 불어닥쳤다.

"물론 본 드래곤을 작동시키지 못하면 영영 그 비용이 날아갈 거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인 뒤,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좋은데요. 최고의 드레드 하트로도 부족할 정도라면, 그만큼 완성되면 대단한 본 드래곤이 나온단 뜻이잖아요."

"시몬 폴렌티아."

아론이 오늘 하루 가장 진지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이 드래곤의 시체, 네프티스 님이 주셨다고 했을 텐데."

"네."

"혹시 생전의 드래곤의 이름 같은 건 못 들었나?"

시몬이 고개를 저었다.

"전혀 못 들었습니다."

아론이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우선은 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사양을 가진 드래곤의 정체부터 밝혀내야겠군. 그리고 다른 대안도 준비해야겠다."

"다른 대안이라고 하시면......."

"펜타모니엄에 다녀오겠다."

아론이 손바닥으로 눈두덩이를 비볐다.

"최근에는 심장 재료가 아닌 두개골에 마법진을 박고, 순환 룬어로 본 드래곤을 움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확인해 봐야겠군."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최후의 수단이다만."

아론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본 드래곤을 깨우기 위해서는 진짜 드래곤 하트를 가져와야 할 수도 있다. 이쪽 방법만큼은 정말로 피하고 싶군."

* * *

시몬은 드래곤의 정체에 대해 묻기 위해, 바로 네프티스를 만나러 갔다.

그러나 키젠본부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네프티스 님은 지금 교내에 안 계십니다.

그녀는 키젠의 총장이기 전에 암흑연합의 총수다. 학교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나가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그래서 교내 살림은 거의 부총장이자 총장대리인 제인의 몫이었다.

시몬은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론에게 보고했고, 아론은 당연히 그럴 거라는 반응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주말에 장거리 외출 허가를 받아놓도록.

-아, 같이 펜타모니엄에 가는 건가요?

-아니, 내가 아는 드래곤이 한 명 있다. 그에게 물어본다면 알 수 있겠지.

시몬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는 드래곤이라니. 대체 이 교수님의 인맥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드레드 하트 연동에 실패했으니, 순환 룬어를 이용한 신 사양의 동력장치를 만들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드래곤의 숨결이 필요하다.

드래곤의 숨결.

딱 들어도 희귀해 보이는 걸 얻을 수는 있는 걸까. 시몬은 불안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주말.

시몬과 아론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스톤리지'라는 처음 들어보는 한 시골지방에 도착했다. 한적하고 조용한 지역에, 근처에는 바다가 있었다.

-교수님, 정말 여기에 드래곤이 살아요?

-아니, 여기서 조금 더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해당 지역으로 바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사용하면 드래곤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을 마을에서 작고 낡은 배 한 척을 빌렸다. 그리고 안개를 뚫고 직접 노를 저으며 나아갔다.

시몬이 수상전용 소환수인 '데이모스'를 타고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아론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는 드래곤의 영역에 들어갈 때는 드래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무장해제 상태로 들어가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몇 시간 정도, 제법 부지런히 노를 저은 시몬과 아론은 마침내 한 섬에 도착했다.

'드래곤이 살 만한 곳으로는 안 보이는데.'

안개 가득한 무인도.

섬 자체도 큰 규모는 아니었다. 정면에는 작은 숲이 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었다. 어딜 돌아봐도 모래사장과 바다뿐이다.

일단은 근처에 물살이 약하고 선착장 비슷한 곳이 보여서 그쪽에 배를 댔다.

샤악- 샤악-

안개 속에서 빗자루질 소리가 들렸다. 이내 작업용 앞치마를 입고 은색 장발을 길게 기른 남자가 빗자루질을 하며 다가왔다.

"아, 손님이 왔군요."

그가 빗자루를 내려놓고 미소지었다. 시몬이 눈을 깜빡이며 조용히 말했다.

"사람이 사네요. 혹시 드래곤의 사용인이라든가......."

"아니."

아론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이자가 드래곤이다."

"네?"

아론이 앞으로 나가 그와 악수했다.

"오랜만이군. 하르히스."

"오랜만입니다."

그가 빙긋 웃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팔을 벌리며 포옹했다.

"나의 친우, 아론."

시몬은 잠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이분이...... 드래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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