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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882화 (88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82화

새로운 임무평가.

간단히 요약하자면, 2학년 전원이 이틀 뒤 로크섬에서 출발하여 무려 2주 동안 장기 임무평가를 실시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학생들은 '2주'라는 말에 주목했다.

"이번엔 꽤 장기네."

"2학년 과정에선 드문 일인데, 진짜 키젠에서 날을 갈았나 보다."

제인은 손에 든 서류를 넘기며 말을 이어 나갔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번 임무평가에서 '의뢰서'는 없습니다."

그 말에 놀란 학생들이 빠르게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 그럼 본인이 임무내용까지 정해야 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제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려퍼졌다.

"이번 임무평가의 주제는 '결사와의 전쟁'입니다."

곳곳에서 폭발과도 같은 웅성거림이 쏟아져 나왔다.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겁니다. 최근 대륙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습격, 혼란, 파괴, 방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이상현상들."

그녀가 또각또각 걸어가 칠판에 붙어있는 대륙 지도 앞에 섰다.

"이 혼란들은 대부분 '결사'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결사의 소행이라고 생각되는 사건과 지역을 스스로 선택한 뒤, 직접 그곳으로 가서 이를 해결해 주십시오. 2주의 기간인 만큼 최소 두 가지 이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녀가 칠판 밑에 있던 지휘봉을 들어 지도 곳곳을 가리켰다.

"키젠 본부에서 여러 자료를 제공할 겁니다. 여러분은 이틀 동안 제공된 자료들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판단하여, 행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임무기간 내 텔레포트 마법진은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루트를 짜서 움직이길 바랍니다."

대강당이 급격히 조용해졌다. 제인이 눈을 감았다.

"갑자기 왜. 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겠죠. 그렇다면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여러분은 키젠입니다. 대륙이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진 지금, 이를 돕고 해결하여 주민들을 돕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대륙을 이끌어 나갈 키젠의 의무입니다."

그녀가 넥타이를 고쳤다.

"각 왕국과 지방에 여러분의 '지휘권' 행사를 통보했습니다. '수사권'과 '심판권'도 적용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왕국에 요청하여 군사 지원까지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학교 밖으로 나가는 순간, 여러분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 한 명의 엘리트 네크로맨서입니다. 그동안 바빠서 해오지 못한 키젠으로서의 의무들. 이번 2주 동안 해보도록 하죠."

오오오오오오!

곳곳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이 주먹을 움켜쥐며 활짝 웃었다.

"이거지! 이번에야말로 진짜 실전이네!"

"학교에만 있어서 갑갑했는데, 잘됐네."

"결사 놈들의 엉덩이를 드디어 걷어차 보는 건가."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호기로운 반응을 보였다.

오랜만에 학교 밖에 나가게 되어 들뜬 것도 그렇지만, 근래 그리모와르 사태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 결사에게 당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접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서 공식적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반격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때 전교생 중에 A반 반장이었던 제이미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제이미 빅토리아입니다!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네, 말하세요."

"기존의 임평... 아니 임무평가에서는 의뢰서의 색깔과 난이도에 따라 성적이 차등분배 되었잖아요. 이번에는 어떻게 성적이 나뉘는 건지 궁금합니다!"

잠시 주위가 조용해졌다.

제이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무, 물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이, 일단 우리는 학생이니까 성적과 채점방식에 대해서도 알아둬야 하지 않나 싶어서...... 아하하."

그제야 몇몇 학생들이 뒤따라 웃으며 분위기가 조금 풀렸다.

시몬의 옆에 앉은 메이린이 미소를 머금었다.

"반장. 3학년 때는 Top10에 들어오고 싶어서 아등바등 죽어라 열심히 하더라. 저 눈에 독기 좀 봐."

"반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연단에 있던 제인이 물음에 대답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제이미 빅토리아. 당연히 전공에 따라 성과도 분배해야겠죠. 평가 조건은 하나뿐입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결사에게서 무엇을 빼앗아 왔는가."

대강당에 쥐죽은 듯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학생들의 바뀐 표정을 본 제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이 기간 동안 어떤 활동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직접 결사의 일원들과 싸우거나, 적의 기지를 파괴하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에서부터, 보급로 확보나 의무 지원까지. 후자의 경우에는 이렇게 보고서에 작성할 수 있겠군요."

그녀가 눈을 감았다.

"본인은 모 지방의 보급로 확보와 현장의 의무지원을 통해, 결사가 모 지방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 야기될 혼돈, 새로운 결사의 일원을 늘릴 기회를 빼앗아 왔습니다. 또한 교통의 요지인 모 지방을 견고하게 방어함으로써 결사가 왕국 내륙으로 진입할 기회를 빼앗았습니다."

오-!

학생들이 감을 잡았다는 듯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물론 말뿐인 보고서는 안 되겠죠. 보고가 끝난 뒤, 키젠 본부 차원에서 철저한 교차검증에 들어갈 겁니다. 증거물을 분석하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직접 요원이 파견되어 물어보겠죠. 본부에서 검증한 결과 성과가 미약하다고 판단되면 '미흡' 판결입니다. 모두에게 각인될 만큼의 성과를 내야 할 겁니다."

그런 거라면 생각보다 어려웠다.

왜 본부에서 내 성과에 대해 알아오지 못했느냐며 본부의 정보력을 따지는 것도 이상하다.

그만큼 눈에 띄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라는 의미였다.

그때 한 학생이 또 손을 들었다.

"첸드라 글리비체입니다. 그런 거라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제 성과를 증명해 줄 증거나 증인을 확보해도 괜찮은 건가요?"

"네, 오히려 권장합니다."

같이 싸운 동료나 전투를 지켜본 사람들이 성과의 증인이 되어줄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에는 에슈의 손이 올라갔다.

"에슈 아르젤입니다. 저......."

"네, 편히 이야기하세요. 에슈 아르젤 학생."

그녀가 눈을 감았다가 떴다.

"본인과 연고가 있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도 괜찮은 건가요?"

민감한 이슈.

하지만 시몬은 이거야말로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임무평가는 본인이나 부모님, 친인척 등 연고가 강한 영지의 의뢰를 받고 활동하는 걸 원칙적으로는 금하고 있다.

그리고 에슈는 현재 고향에 문제가 생긴 상황, 이번 임무평가 때 고향으로 가리라는 건 훤히 알 수 있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번 임무평가에서 우리가 평가하는 건 하납니다."

제인이 답했다.

"결사에게 무엇을 빼앗아 올 수 있는가. 어떤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하든, 결사와 싸우고 대륙민들을 구하는 일이라면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에슈가 가슴에 손을 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이 보였다.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미약하게 좋아하는 소리도 들렸다.

'이걸로 에슈가 휴학하는 일도 면할 수 있겠네.'

시몬도 속으로 안도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평가 기준은 상당히 높을 겁니다. 누구와 얼마나, 어디서 어떻게 결사에서 무엇을 빼앗아 왔는지. 우리는 키젠 3학년 기준을 여러분에게 부여할 겁니다. 교내에서 2주를 투자하는 만큼, 어지간한 성과로는 미달 판정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임무평가에서 미달 판정을 받는 학생은-"

그녀가 말을 이었다.

"학기 전체에 '미달' 평가를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아-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런 큰 시험들이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사실상의 키젠 퇴학이 걸린 이슈.

2학년이 워낙 많이 살아남은 만큼, 이제 대규모 평가에서 이 정도의 핸디캡은 기본이었다.

"시간 싸움입니다. 이틀 동안 최적의 루트를 짜서 어떻게 결사의 악행을 저지할지 생각해 보도록 하십시오. 이상."

* * *

결사와의 결전이 눈앞이다.

수업을 마치고 기숙에 돌아가니, 결사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사건자료들이 도착해 있었다.

신문기사부터 분석자료까지 다양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어디가 좋을지, 어떤 곳에 갈지 고민하고 생각했다.

-블루하버 지방 어때? 해일에 저지대지역 범람. 바다 몬스터의 공격이라는데.

-그게 결사의 짓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 그리고 지방 봉사활동이라는 티끌 같은 성과로는 미달받고 퇴학일걸.

-초원 일대 미지의 몬스터 공세! 여기 같이 갈 사람!

시몬이 슬쩍 살펴보니 의외로 학생들의 인기가 좋은 곳은 쉽고 편한 곳이 아니라 '결사를 만날 만한 곳', 혹은 '결사의 소행이라는 게 확실한 곳'이었다.

미달과 퇴학이라는 리스크는 역시 부담이 컸던 모양. 애매하게 임무를 수행했다가 미달 판정받을 바에는 조금 위험하더라도 확실한 곳에 가겠다는 생각이 커 보였다.

지금도 결사와 싸우고 있다는 중립지대 대규모 전장 같은 곳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헥토르, 쥴, 샤텔 등 이렇다 할 호전적인 성향의 남학생 거물들은 전부 그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키젠 학생이 가버리면 '성과'를 증명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또한 임무 지역에 결사가 없을 가능성도 고려하여, 너무 외곽지역은 피하려고 하는 추세였다.

모두가 머리를 감싸며 루트를 짜는 사이, 시몬은 이미 자신의 예상지역을 확정했다.

-리버론(Liveron)에 간다고?

-거기 빡세다고 들었는데.

리버론은 볼드윈 왕국의 대영지로, 성안의 인구만 50만 명이 넘는다는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종의 사태로 성문이 무너지고 몬스터의 공세는 물론, 지진을 비롯한 천재지변에 같은 사람을 공격하는 정신착란 사태까지.

끔찍한 생지옥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시몬이 이곳으로 가려는 이유가 있었다.

-하르히스랑 약속했거든.

시몬은 이번 본 드래곤 완성을 위한 하르히스의 조력을 얻는 대가로, 본 드래곤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기로 했다.

하르히스의 스승은 어떤 '병'에 걸려 있었고, 이후 입에 담기도 힘든 끔찍한 사태가 여럿 일어났다가 어느 시점부터 드래곤계에서 완전히 잠적.

그러다 100여 년 만에 네프티스의 손에서 유골의 형태로 시몬에게 건네진 것이다.

하르히스는 스승의 죽음에 대한 전말을 파헤치길 원했고, 시몬도 이에 조력하기로 했다.

이야기를 들은 딕이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리버론이랑 그 드래곤의 죽음이랑 무슨 관계야?

-나도 확실히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분이 내가 리버론에 도달하면, 비밀에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했거든.

-오호.

마침 그 리버론의 참극이 결사와 관련된 '최고 수준 위험 지역'으로 꼽혔기에 일거양득이다.

어쩌면 두 사태가 엮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시몬의 행선지는 무조건 리버론일 수밖에 없었다.

하르히스에게는 리버론으로 간다는 편지를 보냈다. 여담이지만 고향 레스힐에서도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편지를 보냈었는데, 마침 리처드와 안나의 답장이 도착했다.

레스힐은 워낙 극단적인 산골마을에 외곽지역이라 그런지 결사의 공격은 없었고, 오히려 옆 영지인 호브가 위험에 빠져서 리처드가 직접 나서서 돕고 있다고 한다. 리처드의 활약으로 호브도 안정세에 들어간 모양.

그렇게 시몬의 행선지는 리버론으로 확정했다.

-어디 갈지 정했으면 빨리 좀 도와! 바보야!

그리고 학생회 멤버들은 갑작스러운 장기 임무평가 시즌으로 이틀 동안 철야를 하며 업무량을 소화해야 했다.

학생들의 보급품, 외부에서의 학생출입 허가, 각종 요청사항들까지. 할 일이 산더미처럼 있었다.

그렇게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임무평가 당일이 찾아왔다.

* * *

로크섬 남부 산맥.

키젠 대규모 텔레포트 마법진 설치지역.

"먼저 갈게! 회장!"

"응! 무사히 다녀와."

시몬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떠나는 전 A반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들의 몸이 흐릿한 빛과 함께 사라지고, 카미바레즈가 쪼르르 다가왔다.

"시몬! 남은 도시락들 여기 있어요!"

"응, 수고했어 카미."

학생들을 모두 보내고 학생회는 가장 마지막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기로 했다. 새벽에 커다란 배낭을 챙기고 여행용 로브를 입은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오후가 다 되어갈 즈음에는 모두 떠나 있었다.

모조가 다가왔다.

"뒤처리는 저희에게 맡기시고, 회장님과 다른 분들도 이만 가시죠."

"아, 고마워요 모조."

딕이 기지개를 쭉 켜며 하품을 했다.

"다들 먼저 가. 나는 배 타고 랭거스틴으로 넘어갈 거라. 늦게 가도 돼."

카미바레즈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가까운 랭거스틴 쪽 일로 성과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흐흐, 내가 누군데? 당연하지. 이미 다 계획이 있다고."

사실 딕은 이런 과제에서만큼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녀석이었다. 시몬은 딕과 가볍게 주먹을 맞부딪혔다.

"카미는 어디로 갈 거야?"

"저는 예전 파견지인 게로토 지방으로 가보려고요!"

딕은 랭거스틴, 카미바레즈는 게로토 지방, 그리고 메이린은 상아탑에 돌아가 본다고 했다. 그쪽도 결사 때문에 문제라고 했으니, 탑주 후보자로서 직접 가서 해결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렇게 카미바레즈까지 떠난 뒤, 시몬은 피어의 유적에 들렀다.

리버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시몬은 이번에 군단을 움직일 생각이었다.

아케뮤스가 유적과 근처 군단 소유의 구역을 지키기 위해 남기로 했고, 그 외에 피어, 에르제베트, 프린스, 헤르세바까지 총출동한다.

시몬은 에이션트 언데드와 군단의 병력을 초대형 아공간에 실은 뒤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한 하수인이 통신을 받고는 말했다.

"학생회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리버론은 워낙 로크섬에서 멀어서 텔레포트 마법진 한 번에 갈 수는 없다.

세 번 정도 갈아타야 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간 경유지의 텔레포트 마법진 하나를 학생들이 워낙 한꺼번에 많이 이용하는 바람에 마비됐다는 것 같았다.

미리 그 경유지에 가 있을 수도 있는데, 복구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

"그럼 다른 루트는 없을까요?"

시몬의 물음에, 이미 준비됐다는 듯 하수인이 환하게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눈이 급격히 커진 시몬이 얼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런 걸 제가 타도 돼요?"

아무래도.

이번 여정은 시작부터 초호화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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