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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890화 (89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90화

엘리사는 화사한 꽃잎이 떨어지는 가문의 정원에 와 있었다.

정원은 봄이 되면 정원사들이 가꾼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나곤 했다. 가문의 지체 높은 사람들이 정원을 돌아다니며 와인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이곳의 주인공은 엘리사 자신이었다.

셀린가의 새로운 가주 즉위식. 드레스가 아닌 멋들어진 가주의 정복을 차려입고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망토를 두른 그녀는 축하하러 온 귀족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며 미소 짓고 있었다.

-내 딸아.

그녀의 아버지인 재상이 감격스러운 얼굴로 뛰어와 엘리사를 얼싸안았다.

-진심으로 자랑스럽구나! 언니들이나 남동생이 아니라 너를 가주로 내세운 건 내 최고의 선택이었다!

-과찬의 말씀이세요, 아버지.

-과거에 네 진가를 의심하고 시험하고자 했던 일들을 모두 용서해 주겠느냐?

-오호호! 다 옛날 일인데요, 뭘.

재상이 고개를 돌려 야외에 비치된 드높은 동상들을 바라보았다. 역대 셀린가의 가주들이 우뚝 서 있었다.

-이제야 선조와 선대가주들을 볼 면이 서겠구나. 아니! 그들의 앞에서도 당당히 어깨를 펼 수 있겠구나! 셀린가 최대 부흥기를 연 가주를 내 손으로 키웠다고 말이야! 다들 아니 그렇소?

하하하하하!

모두가 동의하듯 큰 소리로 웃었다. 엘리사도 입을 가리며 우아하게 웃음 지었다.

그때 마침 너저분한 차림의 남동생이 걸어왔다. 평소에는 얄미웠던 그도 오늘만큼은 기꺼이 자애로운 태도로 맞이할 수 있었다.

-가, 가주님을 뵙습니다.

-그래, 동생아.

-저는 이제 그냥 명문가에 장가나 가려고요. 그게 저 같은 덜떨어진 놈이 누나랑 셀린가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주 잘 생각했어.

이번에는 위에 두 명 있는 언니들이 허겁지겁 달려와 엘리사의 발아래에 엎어지며 고개를 조아렸다.

-엘리사! 그동안 우리가 못살게 굴어서 미안했어!

-우리가 네 재능을 제일 먼저 알아보고 시기하고 말았단다. 부디 용서해 주렴!

엘리사는 웃으며 용서했다. 아버지가 꼴도 보기 싫다며 두 언니들을 쫓아내려고 했을 때도 엘리사가 막아 세웠다. 관중들은 그녀의 자비를 칭송하며 잔을 들었다.

여러모로 완벽한 날이었다.

저벅. 저벅.

그때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멋들어진 정장 수트를 차려입은 푸른 머리카락의 소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한 손에는 양산을 든 그가 엘리사에게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엘리사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팔꿈치로 그의 가슴을 툭 쳤다.

-내가 말했지? 셀린가의 가주가 될 거라고. 넌 뭔가 할 말 없어?

그때 소년이 엘리사가 양산을 건넸다. 그녀가 의아한 얼굴로 양산을 받아들자, 이내 소년이 두 팔을 힘껏 좌우로 벌리더니 손뼉을 쳤다.

짝!

"히으익?!"

화들짝 놀란 엘리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꿈같던 즉위식 자리는 사라져 있었고, 냄새나고 낡은 배의 천장이 보였다.

'뭔데? 꾸, 꿈? 그러고 보니 나 언데드랑 싸우다가 갑자기.......'

"일어났어?"

손뼉을 친 시몬이 미소 지었다.

"언데드와 싸우다가, 갑자기 네가 정신을 잃는 바람에 깜짝 놀랐어."

시몬은 그렇게 말하고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무 성의 없는 변명이었나. 안 믿으면 어쩌지?'

그 말을 들은 엘리사도 시뻘게진 얼굴로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또 어디 미끄러져서 기절했나 보네. 으으, 쪽팔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엘리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함선 내부를 가득 덮었던 그 징그러운 언데드 살점이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아까 그 언데드는?"

"플레이그? 내가 붙잡아서 회수했어."

시몬이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뻗었다.

"참, 그리고 저길 봐."

방금 그 거대한 언데드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

그곳에 언데드가 사라지고, 조타석 중앙에 고정형 마법진이 보였다.

"저게 왜...... 꺄아악?"

그녀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선체가 격렬하게 떨렸다. 그녀가 한 차례 미끄러지며 허우적거렸다.

"조심해."

시몬이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며 말했다.

"이 함선을 유지하던 언데드가 사라지고, 배가 무너지려 하고 있으니까."

"그, 그럼 빠져나가야 하는 거 아냐?"

"그 전에."

시몬이 마법진을 살펴보라는 듯 턱짓했다. 긴가민가한 얼굴로 마법진을 훑어보던 엘리사의 눈이 커졌다.

이 고정형 마법진은 언데드 함선을 조종하는 수식이었다. 엘리사가 놀란 소리를 내뱉었다.

"이거 유령선의 조종식이랑 비슷해!"

"그렇겠지. 써먹을 수 있다면 네가 조종해 봐."

"그, 그래도 돼?"

"말했잖아."

시몬이 웃으며 두 검지를 세웠다.

"성과의 비율은 반반이라고."

"......."

시몬은 이미 플레이그를 가져갔고, 어차피 이 함선을 유지하던 플레이그가 빠져나온 이상, 누군가 손을 쓰지 않으면 곧 무너져 내릴 것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엘리사가 이내 훗 하고 웃으며 팔을 들어 올렸다.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그녀가 고정형 마법진에 제 칠흑으로 펼친 마법진들을 빠르게 연동하기 시작했다.

* * *

플레이그가 사라진 뒤로, 언데드들의 공세는 한풀 꺾였지만 아직 남아 있는 언데드가 문제였다.

통제력을 잃은 이들이 폭주하며 주위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크윽!"

갑판으로 올라온 네크로맨서가 흑마법을 시전했다. 칠흑으로 이루어진 톱니가 좀비 하나의 몸통을 가르고 지나갔지만, 톱니는 회전하는 힘이 다하여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그가 숨을 헐떡이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허억! 헉! 더, 더 이상은 못 싸워......!"

-께에에에엑!

그때 하늘을 나는 비행형 언데드들이 네크로맨서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가 두 팔로 얼굴을 가리며 최후를 직감한 순간.

퍼어어어어어엉!

굉음과 함께 번쩍이는 빛이 일어나더니 눈앞에서 언데드의 몸뚱이 절반이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네크로맨서가 번쩍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방금 포격은?'

투콰앙!

퍼어어어엉!

한동안 멈춰 있던 언데드 전함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움직임이 조금 이상했다. 포문의 방향이 비공정이 아니라, 날아다니는 비행형 언데드들을 향해 있었다. 아군을 공격하는 중이었다.

창가에 있던 승객들도 웅성거리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설마......?"

꺄하하하하!

어디선가 발랄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언데드 함선 갑판 위에서 확성 수정구를 든 엘리사가 난간에 발을 올린 채 외치고 있었다.

"이 함선은 이제 내 거다!"

콰아아아앙!

퍼어어어어어엉!

함선의 포격으로 잡기 까다로웠던 주위의 비행형 언데드들이 모조리 가루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새 언데드 함선에서 그 징그러운 촉수는 모두 사라지고, 대신 엘리사의 스피릿이 일렁이고 있었다.

비공정을 공격하던 비행형 언데드들이 방향을 틀어 언데드 함선을 공격했지만, 체급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남아 있는 언데드들까지 모두 마무리되어 갔다.

"기분이 어때?"

옆에 서 있던 시몬이 엘리사에게 물었다.

"최고야."

바람결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붙잡으며, 그녀가 악동처럼 입꼬리를 올렸다.

"내친김에 선언하겠는데, 이제부터 나는 유령선의 엘리사가 아니야!"

"그럼?"

"1학년 때나 배 한두 척으로 싸웠지, 지금은 달라졌잖아!"

그녀가 팔을 풍차처럼 한번 휘두르자, 더 높은 상공에 떠 있던 유령선들도 전투에 끼어들어 포격하기 시작했다.

"유령함대의 엘리사!"

무수히 쏟아지는 스피릿 포탄의 포격 세례를 내려다보며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앞으로는 그게 내 이명이야! 어때?"

시몬이 옆머리를 긁적였다.

"네가 그렇게 주장해도, 원래 이명이나 별명은 남이 불러주다가 서서히 다른 사람들도 입에 붙어서 고정되는 거 아냐?"

"지금부터라도 내가 그렇게 퍼뜨리고 다녀야지!"

그녀가 확성 수정구를 들었다.

"여러분! 키젠 2학년 유령함대의 엘리사 셀린이 왔습니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은 덤이요!"

결국 시몬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두 사람은 잠시 몸에서 힘을 뺀 채 먼지가 되어가는 언데드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녀가 난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흠흠! 야, 그거 기억나냐?"

"뭐가?"

"벌써 까먹었어? 사건을 해결하면 답하기로 한 거 있잖아!"

시몬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물어보면 Yes Or No로 답하라는 그거?"

"그래!"

그녀가 가슴에 두 손을 얹고 후읍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뒤이어 새빨개진 얼굴로 시몬을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다시 한숨을 푹 쉬었다.

"그으으으으으, 그러니까!"

한참을 뜸을 들이던 그녀가 이내 꽥 소리 질렀다.

"시몬 폴렌티아! 나랑 약혼해 줄래?"

"싫어."

쿠웅-

너무 칼같이 돌아온 거절에 엘리사가 충격을 받아 입을 딱 벌렸다. 심장이 밑바닥까지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때 시몬이 지적했다.

"또 정치적인 약혼 같은 걸 말하는 거지?"

"어...... 어?"

"맨날 입버릇처럼 말했잖아. 세상은 정치고,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아니, 그게......."

엘리사의 얼굴이 시뻘게지자, 시몬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그럼 혹시 진심이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그녀가 미친 듯이 고개를 빙빙 돌렸다.

그러고는 잘난 척 팔짱을 끼며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다, 당연히 정치적인 제안이지! 셀린가의 미래 가주가 뭐가 아쉬워서 너 같은 걸......."

"그래? 그럼."

시몬은 바로 핵심을 찔렀다.

"누가 시켰어?"

"......윽."

엘리사의 고개가 푹 내려갔다.

그러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우, 우리 아버지."

"네가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학교 그만두게 하고 다른 가문에 시집 보내 버리겠다고."

한번 말문이 트이자 술술 불어버리는 엘리사였다. 잠시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시몬이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네 아버지랑 이야기해 볼 수 있을까?"

* * *

비공정은 무사히 가까운 선착장에 정박했다.

엘리사가 차지한 새로운 언데드 함선도 근처에 내려놓은 뒤, 시몬은 비공정에 있는 엘리사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셀린가 가문으로 연결되는 통신수정구를 작동시켰다.

-무슨 일이냐, 엘리사. 이렇게 이른 새벽부터 연락하다니.

엘리사의 아버지인 재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엘리사는 반사적으로 히끅거리며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시몬은 그녀가 얼마나 엄격한 집안과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 알 것 같았다.

"아, 아버지! 그게......!"

-네 성격을 생각하면 벌써 시몬 폴렌티아의 약혼을 받아낸 건 아니겠지. 못 하겠다는 소릴 하려고 이 늦은 시간에 아비에게 연락한 거라면......!

"안녕하십니까. 재상 각하."

그때 시몬이 입을 열었다.

"키젠의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호오.

엘리사는 차마 더 듣지 못하고, 귀를 틀어막은 채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그래, 반갑소. 목소리나 분위기를 보아하니 내 딸의 약혼 제안을 받아들인 건 아닌 것 같소만.

"이유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결과가 그렇게 나왔는데 이유가 무슨 필요가 있겠소. 엘리사, 내일 네 담당 교수에게 연락해서 퇴학 절차를 밟도록 하.......

"정치적 감각이 부족한 판단이실 수 있습니다."

우뚝.

재상의 말이 멈췄다. 귀를 살짝 열고 듣고 있던 엘리사가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야! 야아아! 너 미쳤어? 너 우리 아버지가 누군 줄 알고......!'

-지금.

그의 목소리에 어마어마한 노기가 실렸다.

-정치로 나를 가르치려는 게요?

"아닙니다. 키젠의 학생회장으로서, 교내 사정에 조금이라도 밝은 제가 재상 각하의 판단에 도움을 드리고자 했을 뿐입니다."

시몬은 흔들림 없이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현재 셀린가의 사업이 저희 학교와 연결된 건 아실 겁니다. 교내의 도입 논의가 들어간 상황에서, 학생회장인 제가 셀린 가문의 엘리사 양과 연결되면 유착 관계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최근 학생회에 회계 감사라는 직책도 생겼구요."

-학생회장, 내가 그런 것도 고려하지 않은 줄 아시오? 사실 그딴 사업은 중요하지 않소. 가문 밖으로 나간 딸을 시험하기 위한 정치수업의 일환일 뿐이었지.

엘리사의 눈이 커졌다.

그럼 지금까지 그렇게 가슴 졸이고 고생했던 것도 다 아버지가 자신을 몰아붙이려고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란 말인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뒤흔들리는 기분이었다.

-애초에 키젠도 내 딸이 귀족 아이들과 인맥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보낸 것이오. 셀린의 가주에게 한 줌 흑마법 능력 따위 필수적이지 않소. 네크로맨서는 재력으로 고용하면 그만일 뿐, 가주는 정치적 식견과 정무적 감각이 가장 중요하오. 이 감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내가 학교에 딸 아이를 계속 보내야 할 이유가 무엇 있겠소?

"정보입니다."

재상이 판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지만, 시몬은 그 새로운 판에 능숙하게 올라탔다.

"결사 때문에 암흑연합 전체가 심각한 혼란에 빠진 건 아실 겁니다. 저희 기수들이 이번에 파견된 것도 아실 테고요."

-그렇소.

"키젠 본부에서 학생들에게 결사에 대한 정보들을 공개했습니다."

시몬은 학생회장으로서 여러 정보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재상이 있는 드레스덴 왕국의 핵심 지역들을 하나하나 불렀다.

"엘더스빌, 시로벨, 켈모레아, 아바로나스."

-.......

여러 지형의 이름이 나올수록 재상의 생각은 깊어지는 듯했다.

"왜 결사가 엮여 있는지는 대외비입니다. 앞으로는 더 강한 혼란이 대륙에 찾아올 겁니다. 이 격변의 시기에, 가문의 누군가는 키젠에 붙어 있어야 새로운 정보와 이슈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 봐야 키젠 본부의 정보도 아니고, 본부에서 학생에게 제공하는 수준의 정보가 아니오. 왕국의 정보망이 더 신뢰할 수 있소.

"해적 에크레시 토벌."

시몬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재상께서 엘리사 양에게 지시한 명령이겠죠?"

-그렇소만.

"그들이 지금 어디서 발견됐는지 아십니까."

-엘리사가 갈 바다에 있겠지.

"에크레시 해적단은 현재 언데드에게 감염당해 언데드 함선으로 변했고, 저희가 탄 비공정을 습격했습니다. 현재는 저희들이 제압한 뒤입니다."

-!!

엘리사가 경악한 얼굴로 입을 딱 벌렸다.

'이, 이걸 이렇게 잇는다고?'

시몬은 태연히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래는 이 정보도 대외비여야 하지만, 딸인 엘리사 본인이 겪은 일이기에 키젠에서는 학부모에게 알릴 의무가 있었다. 이를 이용한 것이다.

"왕국의 정보력이, 키젠이 학생에게 제공하는 정보보다 반드시 우위인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자, 잠시만 기다려 보시오! 그럼 내 딸이 비공정에 탄 것도.......

"예, 궁극적으로는 에크레시를 토벌하려면 비공정을 타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겠죠?"

시몬이 눈짓했다.

이야기에 맞추라는 뜻이었다. 엘리사가 얼른 말했다.

"맞아요, 죄송해요 아버지! 교내 대외비라서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엘리사.

재상의 목소리에 떨림이 섞였다.

-......네가 그런 판을 깔아두었다니 놀랍구나. 그래서 이 아비에게 시몬 학생회장을 만나러 비공정에 탔다고 고한 것이었느냐?

-네, 네! 사실 진짜 목적은 에크레시 토벌이었으니까요! 저, 정치적인 거짓말을.......

하하하하하!

통신 수정구에서 재상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했다!

이게 이렇게 풀리다니.

경악한 엘리사가 시몬을 보며 입을 뻐끔거렸다.

'너 진짜 천재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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