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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895화 (89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95화

면접은 꼬박 저녁까지 이어졌고, 시몬과 에이젤은 기어이 원정대 20명을 모두 채우는 데 성공했다.

전력의 편차가 크게 왔다 갔다 하긴 했지만, 어디에 내놔도 쉽게 죽지 않을 사람들로 뽑았다.

그리고 날이 어두울 즈음에 판타서스가 돌아왔는데,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군의 출정을 막지 못했네. 이제 조금 뒤면 리버론에 군대가 들어올 걸세.

근래의 활약으로 판타서스의 명성과 영향력이 높아졌다지만, 군의 출정을 막는 데 필요한 건 명성이 아니라 '정치와 권력'이었다.

애초에 모험가 신분으로는 현실적으로 막기 힘든 일이었다. 판타서스가 두툼한 주먹을 꾸욱 쥐었다.

-시간이 없네. 합격한 원정대에게 내일 아침 바로 출발한다고 통보하겠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인류와 드래곤 세계 간의 전쟁이 일어난다.

어느 쪽이든 커다란 피해를 볼 게 자명하고, 바로 그게 결사가 바라는 상황이라는 것도 명확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야 했다.

그렇게 면접을 비롯한 모든 일과를 끝내고 시몬과 판타서스, 에이젤은 임시 숙소로 돌아왔다. 시몬은 침대에 누워 머릿속으로 몇 가지 의문점을 떠올렸다.

첫째, 리버론 북부 산맥에 살던 드래곤이, 어째서 갑자기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던 리버론을 공격하고 있는가.

둘째, 하르히스를 보면 드래곤 사회는 형태가 꽤 잘 갖춰진 것 같던데, 왜 다른 드래곤들은 그 드래곤을 말리지 않았는가.

판타서스에게 물어보았지만 시원한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 그 또한 이 사태가 벌어진 뒤에 리버론에 도착한 외부인에 불과했고, 떨어지는 화염을 막고 사태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리버론 측에서도 사실 확인을 위해 북쪽 산맥으로 사람을 보내봤지만 지금까지 살아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꽤 이름 높은 네크로맨서들도 돌아오지 못했다고 하니, 결국 판타서스가 직접 원정대를 꾸려 북부 산맥으로 갈 생각을 한 것이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걸세, 후임! 푹 자두시게나.

그렇게 시간이 지나 다음 날 새벽.

시몬 일행과 더불어 원정대에 합격한 사람들이 집합 장소인 리버론의 성문 앞에 모였다.

"웃차차, 드디어 나가는구만!"

"미친용이 사람 여럿 고생시키네."

떠들썩한 소란 속에서 원정대원들이 몸을 풀며 준비하고 있었다.

살짝 긴장한 듯한 표정이었지만, 이런저런 농담도 주고받는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시몬과 에이젤도 스트레칭을 했다.

"어, 음. 그 열다섯 살 결국 안 나왔네."

에이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시몬이 움찔했지만 애써 웃었다.

"아, 안 나올 생각인가 봐요. 아하하......!"

사실 그 날 새벽에 시몬은 에르제베트를 만나서 원정대에 합류하지 말고 정보수집에 힘써달라고 신신당부해 두었다. 아무리 그녀가 칠흑을 잘 숨긴다고 해도, 한 번에 많은 네크로맨서들과 함께 있으면 들킬 위험이 너무 컸으니까.

"아쉽네."

에이젤이 그렇게 말하며 옆머리를 긁적였다. 그 말을 들은 시몬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에이젤 선배님한테는 리네아 선배님이 있잖아요."

"우아악! 그, 그런 거 아니야! 당연히 나한텐 리네아뿐이지!"

얼굴을 붉힌 에이젤이 펄쩍 뛰었다.

리네아는 에이젤의 동기이자 여자친구였다. 그녀는 키젠 3학년으로 계속 학교에 남았으니, 이제 곧 졸업하면 둘이서 여행을 계속하겠다는 것 같았다.

에이젤이 당혹감을 가라앉히고 해명했다.

"그냥 그렇게 강한 전력이 안 온 게 아쉽단 뜻이야. 내가 근래 본 여자들 중에 최강이었어."

'......그야 에이션트 언데드니까요.'

두 사람이 잡담을 나누는 사이, 리더인 판타서스가 나타나 그들의 앞에 섰다.

"일정이 바뀌어서 혼란스러웠을 텐데, 다들 잘 와줬소."

판타서스가 원정대 동료들을 한 명 한 명 훑어보며 말했다.

"우리의 손에 리버론의 운명이, 더 나아가 대륙의 운명이 달렸을지도 모르오. 보상금뿐만 아니라 사명감으로 이번 일에 임해주시길 바라오."

"고럼 고럼."

"받는 돈이 많으면 사명감은 당연히 더해지지."

곳곳에서 낄낄낄 웃음소리가 흘렸다. 용병들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였다.

판타서스도 따라 웃은 뒤 말했다.

"우리는 그 '미친용'을 죽이거나 없애는 게 목표가 아니오. 왜 그자가 리버론을 공격했는지 알아내고, 이를 억제함으로써 전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오."

그때 잿빛 머리카락의 노인이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면접장에서 아티팩트를 베어버린 그 노인 검사였다.

"만약 그 드래곤이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없애는 것도 그 조치의 일환인 게요?"

"......."

판타서스가 눈을 감고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답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있소."

이내 작전이 시작되었다.

우선 팀을 구성했는데, 인원은 총 19명으로 3인 1조가 되었다. 본대라고 할 수 있는 판타서스의 팀만 4명이다.

팀장에게는 통신 수정구가 주어졌고, 현역 키젠의 학생회장인 시몬도 당연히 팀장을 맡았다.

'음.'

시몬은 자신의 팀원들을 확인했다.

면접 때 중절모 속에서 커다란 뱀을 꺼냈던, 그 코트를 걸친 신사.

그리고 잿빛 머리카락에 검을 찬 노인.

하나같이 강자들이 배치되었는데, 시몬의 팀은 스트라이커 역할로 전면에서 싸우는 포지션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몬은 팀원들과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노인과 악수를 할 때 시몬은 참지 못하고 조용히 물었다.

"혹시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분명히 처음 보는 인물인데, 위화감이 강하게 드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허허 웃었다.

"면접장 외에서 본 것 외에는 초면일세. 젊은 친구가 벌써 머리가 깜빡깜빡하는군."

'으음.'

그때 판타서스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럼 출발하겠소!"

원정대는 안전이 확보된 리버론의 내성을 빠져나와 외성 초입에 진입했는데, 벌써부터 몬스터들이 우글거렸다. 무너진 외성벽 위로 몬스터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직 성을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에도 이 정도의 몬스터 규모. 그리고 북부 산맥은 여기서 한참을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한 일주일은 걸릴 거리인데, 벌써 이렇게 몬스터가 많아?"

"죽어나겠네."

대원들이 그런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그들 근처로 짐마차가 나타났다.

"실례하겠습니다."

면접을 도와주었던 용병 사무실 직원이었다. 그녀는 안부들을 부려서 짐마차에 실린 뗏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 허허벌판에 웬 뗏목?"

대원들이 의아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데, 뚜둑 뚜둑 몸을 풀던 판타서스가 앞으로 나왔다.

"시간이 없으니 산맥 앞까지는 이걸 타고 가겠소. 팀별로 하나씩 준비했으니 모두 올라가시오!"

원정대원들은 긴가민가한 얼굴로 뗏목 위로 올라갔다. 바로 이어서 판타서스가 흑마법을 발현시켰다.

<판타서스 오리지널 - 노도(怒濤)>

쏴아아아아아아아!

쏴아아아!

그가 펼친 마법진을 중심으로 검은 파도가 쏟아져 나왔다.

순식간에 주위가 홍수처럼 물로 범람하며, 그들이 서 있던 뗏목도 물 위에 둥둥 떠올랐다.

대원들이 환호했다.

"역시 영웅 판타서스인가!"

"소문이 과장된 게 아니었군."

판타서스가 두 팔을 앞으로 보냈다.

"출발하겠소!"

쿠콰콰콰콰콰콰콰콰!

아래에서 파도가 모여 거대한 해일이 형성되더니, 원정대가 탄 뗏목 여섯개를 동시에 높이 띄운 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끼얏호오오오!

원정대원 하나가 속 시원한 환호성을 토해냈다. 다들 웃음 지으며 뗏목 위에서 균형을 잡았다.

"물 튀는 거, 너무 많이 맞지 않게 조심하세요."

어느새 공중에 떠 있는 에이젤이 그들을 따라잡은 채 말했다.

"판타서스 선배 물에 맞으면 잠이 솔솔 오거든요."

<윈드 블래스트>

에이젤의 특기인 칠흑 바람계의 컨트롤 능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되었다. 판타서스가 수량을 유지하고, 에이젤이 바람을 움직여 해일을 밀었다.

주위에 몬스터들이 바글거리며 몰려들었지만, 모두 해일에 휘말려 나가떨어지거나 잠들 뿐이었다.

'......하하.'

시몬도 태연히 뗏목에 앉아 두 선배들의 실력을 지켜보았다.

'이 정도 멤버면 드래곤이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 * *

같은 시각.

리버론에 남게 된 에르제베트는 두건을 뒤집어쓴 차림으로 긴 줄을 서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흑, 사랑이 식었어.'

시몬과 함께 꽁냥꽁냥 즐거운 원정대 여행을 즐기고 싶었는데, 또 정보수집 명령이라니.

그녀는 아쉬움에 눈물을 삼키며 앞사람을 따라 걸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긴 두건이나 터번을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좁은 골목을 지나 지하로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사실 시몬이 에르제베트에게 정보수집을 강조한 이유가 있었다.

시몬은 자신이 대피소에서 본, 아이들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주장한 이상한 노파를 조사하라고 에르제베트에게 지시했는데, 성과가 있었던 것이다.

노파에게는 일행들이 있었고, 그들이 이 리버론에 비밀집회를 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에르제베트는 적당히 사람 한 명을 붙잡아 정보를 뜯어낸 다음, 그의 차림새로 줄을 서서 가고 있었다.

'어디까지 들어가는 거지?'

거의 지하 끝까지 들어가야 했다. 그곳에서 경비로 보이는 창을 든 사람들이 암호어나 신분을 묻고 있었고, 에르제베트는 스파이답게 가볍게 준비한 말을 하고 들어왔다.

'아.'

마치 예배당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다.

좁고 축축한 지하 장소에 무수한 사람들이 천을 깔고 그 위에 앉아 있었다. 이미 연설을 시작하고 있는 건지, 그때 봤던 노파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주룡(主龍)의 분노는 다시 이 도시에 떨어질 겁니다! 믿으십시오. 주룡의 뜻을 이해한다면, 분노가 떨어지는 장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 모두 광신도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에르제베트는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아무리 행정력과 치안이 무너졌다지만, 우상숭배라니?'

암흑연합은 성소수자 문제 등 모든 부분에서 관대하지만, 신앙과 종교에서만큼은 엄격한 통제를 가하고 있었다.

그야 옆 동네인 신성연방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조치였다. 데바 여신은 물론, 어떤 종류의 숭배도 금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건 용을 섬기는 집단처럼 되어버렸다. 사람들의 불안을 좀먹으며 빠르게 성장한 사이비 종교인 것 같았다.

"원래 리버론은 주룡의 땅이었습니다. 인간이 멋대로 침범하여 자신의 영역으로 삼은바, 주룡께서 미물인 인간을 가엾게 여겨 주거를 허용하였으나 우리 인간들은 감사한 마음을 버리고 살아왔습니다! 그분의 분노가 우리에게 내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용의 뼈를 다루는 네크로맨서들이 도시에 있는 한 그분의 분노는 계속될 겁니다!"

적당히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에르제베트는 심각한 표정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눈이 커졌다.

'저건......!'

흥분해서 연설의 절정에 달한 노파의 한쪽 동공이 삼각형이 일그러진 형태로 변했다. 전에 비공정에서 위치 정보를 흘렸던 그 청소부와 동일한 증상이었다.

"자 모두 마십시다!"

건장한 남성 신도들이 수레 같은 걸 끌고 왔다. 수레 위에는 커다란 오크통 들이 들어 있었는데, 뚜껑을 열자 달콤한 냄새와 함께 흰 액체가 들어 있는 게 보였다.

"모두 은총을 마시고! 주룡께 용서를 빕시다!"

아무래도.

문제가 더 심각해지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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