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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909화 (90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09화

천둥나무 열매를 건 1일 1데이트.

시몬은 사샤의 제안을 승낙하긴 했지만, 최근 여러 말썽으로 악명이 높은 그녀가 이상한 걸 요구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평범하네.'

펜타모니엄 근처 정원을 돌아다니거나, 내부에 있는 커피숍에 가서 수다를 떨었다.

"펜타모니엄에서는 환자 신분이라 함부로 돌아다니지 못했거든, 이런 데 와보고 싶었어."

평소 학교에서 '이번 특례 1번은 악동이다!'라는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그런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 긍정적이고 둥글둥글한 성격과 행동에 묻어나는 배려심, 사소한 것 하나하나 즐거워해 주는 모습까지.

시몬은 중립지대에서 고아였던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의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워낙 그녀가 편하게 대해줘서 시몬도 오랜만에 편안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었다. 공원 벤치에서 앉아 과자가게에서 산 과자들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몸은 괜찮아?"

"응."

쿠키 하나를 쏙 입에 넣은 사샤가 다리를 동동 흔들며 대답했다.

"가끔 이능을 일으킬 때 몸이 불편한 게 있었는데, 괜찮아졌어."

"다행이네."

시몬이 그렇게 대답하고 있는데, 사샤가 부스럭거리며 막대과자 하나를 꺼냈다. 이내 그것을 입에 물고 말했다.

"으그."

슉슉. 그녀가 검지로 막대과자를 가리키고는 고개를 쭉 들이밀었다.

막대과자의 반대편이 시몬의 입 앞으로 향했다. 시몬이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자, 잠깐만 사샤! 왜 이러는......."

그녀가 입에 물고 있던 막대과자를 손으로 잡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조건이 걸린 데이트잖아. 이 정도는 요구할 수 있는 거 아냐?"

분위기가 바뀌었다. 평소엔 같이 있을만한데, 눈꼬리가 저렇게 장난기 넘치게 말려 올라가면 성격이 180도로 바뀌는 느낌.

시몬이 망설이자, 사샤의 눈꼬리가 처진 강아지처럼 내려갔다.

"그냥 게임일 뿐인데, 나랑 하는 건 그렇게 싫어?"

순간 시몬은 스스로가 몹쓸 인간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하자! 동기들 사이에서 유행하던데, 나도 누군가랑 연습해 보고 싶었어!"

그녀가 손에 쥔 막대과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한쪽을 입에 물었다.

"자."

천둥나무 열매가 걸려 있으니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적당히 멈춰야겠다고 생각한 시몬이 막대과자를 입에 무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확 붉어지며 막대 과자를 입에서 놓치고 말았다.

"왜 그래?"

본인이 하자고 했으면서 왜 저런단 말인가.

귀 끝까지 빨개진 사샤가 고개를 숙인 채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실은 오빠가 방금 입에 문 쪽이......."

"......!!"

시몬의 얼굴도 덩달아 붉어지자, 눈꼬리가 말려 올라간 그녀가 꺄르륵 웃었다.

"농담이야!"

"......안 해."

시몬이 툴툴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깔깔깔 제 무릎을 치며 몇 차례나 웃어댔다.

"아, 즐겁다."

무척 만족한 듯한 표정의 사샤가 자리에서 폴짝 일어나 교복 스커트를 툭툭 털었다.

"다시 산책하자!"

그렇게 사샤와 공원 주위를 돌아다녔다. 가끔 이런 식으로 그녀의 짓궂은 장난기를 해소해 주어야 했지만, 그것 외에는 괜찮았다.

돌아다니다 보니 펜타모니엄 공원 곳곳에 게시판이 보였다. 이 기간 동안 열리는 학술회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었다.

<비행 언데드 코어의 마나전달 특성에 관한 수치 해석적 연구 - 스베르베리>

<용골귀 기반 소재를 이용한 신재료 개발 - 빈트라>

<제8세대 키메라의 표준, 헤라본의 양산 및 활용 - 넬스비어>

"저런 연구에 관심 있나 봐?"

시몬의 시선을 읽은 사샤가 말했다.

"이번에 최신작 키메라 'CHH-584 헤라본'이 엄청 유명하대. 사이클롭스 베이스에 멀록의 뼈 성분을 압축해서 만든 건데 양산까지 기능하다나 봐."

"신기하다."

"가서 보고 싶은 거 있어?"

시몬의 시선이 한 곳으로 고정되었다.

<결사 사태의 약물과 광기의 비밀 - 렉사나>

사태가 사태인 만큼, 펜타모니엄에서도 결사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최근에 에르제베트가 시몬이 있는 펜타모니엄으로 들어와 관련 보고를 했는데,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리버론에서 탄생한 사이비종교에서 노파가 신도들에게 마시게 했던 그 이상한 음료. 그걸 마시면 그 눈동자가 일그러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는 이야기였다.

노파가 결사의 일원인지, 아니면 그 안에 결사가 침투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 물량의 액체를 공급했다면 틀림없이 결사가 배후에 있었을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시몬이 사샤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펜타모니엄은 별일 없었어? 대륙 전체가 결사로 시끄러웠잖아."

"응, 없었어."

사샤가 담백하게 말했다.

"여긴 대륙에서도 완전히 고립된 장소이기도 하고, 학술회 기간이라 강한 네크로맨서들도 많고. 결사가 어떻게 하기에는 쉽지 않을걸."

시몬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최근 사태들을 겪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기."

사샤가 렉사나의 발표회가 붙은 종이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렉사나 박사님이 내 담당이야."

"정말?"

"응응, 똑똑하고 상냥한 사람. 직위도 엄청 높아."

'음.'

기왕 펜타모니엄까지 왔으니 한번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뭔가 더 흥미로운 게 없나 싶어서 게시물을 쭉 보는데 익숙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네크로맨서 학생 논문 발표회 및 전시회 - 키젠, 시에라, 모이란>

그 게시물을 본 시몬이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저거 올해도 하는구나. 그립네."

시몬도 1학년 시절, 저기서 처음으로 3대 네크로맨서 학교 학생들을 만났었다. 장로들 앞에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고.

"구경하러 가볼래?"

그렇게 말한 사샤의 눈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바로 이 근처야."

* * *

펜타모니엄의 가장 큰 탑 두 개를 놓고 펼쳐진 '중앙 거리'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장소였다.

연구자들은 거리에 나서서 자신의 연구물을 발표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거나 후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직 실력을 검증받지 못해 펜타모니엄에 들어가지 못한 젊은 연구원들이 많았는데, 그만큼 신박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와!"

시몬은 오늘 하루 가장 신이 나 있었다. 구경할 게 너무나도 많아서 눈이 빙빙 돌아갔다.

특히 펄럭거리며 하늘을 나는 언데드가 돌아다니는 모습에 시몬은 마음을 빼앗겼다.

"그리폰을 좀비로 해석할 수 있구나."

뺑뺑이 안경을 쓴 연구원이 그 말을 듣고는 헐레벌떡 다가왔다.

"당연히 가능하죠 키젠 학생님! 좀비의 세포를 투입한 뒤 개체 수식을 이용해 제작한 겁니다!"

그가 시몬에게 팸플릿을 나누어주었다. 시몬이 그것을 읽어보다가 말했다.

"좀비의 감염 세포를 투입해서 언데드 그리폰을 만들면 특별한 장점이 있나요?"

"당연히 있죠! 일반적인 스켈레톤 계열은 아무래도 비행능력이 떨어지니까요. 날개부위의 근육을 살리고 방부 처리해서 최대한 비행능력을 올려보았습니다."

"그럼 마법진을 아예 손봐서 시체폭발도 가능하게 만들면, 비행 화력체가 되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는 이쪽 회로를 이렇게 폭발시킬 수 있도록......."

"여, 역시 엘리트 키젠이네요! 귀한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두 사람은 갑자기 토론 분위기가 되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졸지에 소외된 사샤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또 찾아주십시오!"

만족스러운 대화였다.

그동안은 계속 배우기만 하는 입장이었는데, 동등한 관계에서 토론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시몬은 방금 만난 학자에 대한 후원을 진지하게 검토하며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커다란 키메라에 시선이 갔다.

'저게 사샤가 말한 그 헤라본이구나!'

머리털이 없는 이족보행의 대머리 거인족 같은 형상이었는데, 키메라 특유의 혐오스러운 생김새가 없었다. 갑주 밖으로 보이는 근육질의 몸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약물과 세포 배합으로 근력양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것 같았다.

"...시몬 오빠, 날 옆에 두고 언데드가 눈에 들어와?"

"아, 미안!"

시몬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 보니 이거 사샤를 위한 데이트였지.

"마침 저기 애들 있어."

사샤가 앞을 가리켰다.

레드 컬러의 교복, 금색 단추가 여섯 개가 달린 제복형에 목 카라가 길어서 턱을 살짝 가리는 형태.

'시에라네.'

3대 네크로맨서 학교인 시에라의 1학년들이었다. 그들은 거리에 부스를 세우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연구물을 설명하고 있었다.

"명문 시에라입니다! 학생들의 새로운 논문을 봐주세요!"

특히 가장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꽁지 머리의 소녀는 필사적일 만큼 열심히 했다. 앞으로 확 튀어나가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시몬과 사샤에게도 뛰어왔다.

"명문 시에라입니...... 와악! 키젠?"

그녀가 뒤늦게 두 사람의 교복을 보고 화들짝 놀라더니 잔뜩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뭔데 너희들! 염탐이야?"

사샤의 헛웃음을 쳤다.

"어차피 깔고 가는 시에라인데, 키젠이 염탐 같은 걸 왜 하니?"

"너억......!"

시에라 여학생의 눈에 활활 불꽃이 타올랐다. 사샤는 시몬의 뒤로 숨는 척 하며 혀를 빼꼼 내밀었다.

"...두고 봐."

여학생이 화를 삭히며 말했다.

"나도 여기서 엄청난 성과를 내서 그 검은 교복을 입고 말 테니까."

"편입생 지망? 그럼 내년 편입시즌 때 여기 있는 우리 오빠를 상대해야겠네."

"오빠라고?"

여학생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샤가 인상을 구기며 시몬의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명색이 네크로맨서 학생이면서 시몬 폴렌티아를 몰라?"

"시...... 몬 폴렌티아?"

그녀가 멍한 눈으로 시몬을 올려다보았다. 시몬이 손을 들었다.

"안녕."

"다, 당신이 진짜 시몬 폴렌티아라고? 진짜로?"

그녀가 우와아 놀란 얼굴로 입을 벌렸다. 그러다 얼른 고개를 홱 숙였다.

"아, 죄송해요! 상급생인 줄 몰랐어요!"

"괜찮아. 그리고 그렇게 깍듯이 대할 필요 없어."

"내년 미래의 제 선배님이니까요! 선배님!"

고개를 들어 올린 그녀가 눈을 빛냈다.

"당신은 제 목표예요! 어떻게 아직 2학년인데 벌써 학생회장 자리를......!"

"나불거리는 거 그만. 오빠한테 시에라 옮겨붙겠다."

사샤가 자제시키자 여학생이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시에라가 뭐 어때서! 우리도 나름 명문이거든! 밖에서는 빨간 교복만 봐도 사람들 다 쩔쩔매거든!"

"그렇게 자랑스러우면 니네 학교에 쭉 다니셔."

"시, 시끄러워! 시에라에서 시작해서 키젠에서 정점에 이르는 게 시에라의 우수성을 입증할 방법이니까 이러는 거야!"

시몬이 싸우는 1학년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 이제 그만. 학술회에 집중하는 사람들한테 민폐야."

시몬이 중재하자 두 소녀가 동시에 동작을 멈추고 화사하게 웃었다.

"응!"

"네!"

그러고는 째릿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이었다.

그사이 시몬은 고개를 돌렸다.

"시에라 옆 부스는 모이란이고...... 알란드는?"

그 말에 시에라 여학생이 멈칫했다.

"......알란드는 올해는 참여 못 한대요. 결사에게 총장이 살해당해서 분위기가 좀."

"참, 그렇겠네."

3대 네크로맨서 학교의 총장이 결사에게 살해된 전례 없는 사태를 겪었다.

결사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태 중 가장 크게 언급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뭐, 언제까지 추모만 할 수 없잖아요? 산 사람은 계속 살아야죠. 그래서 펜타모니엄도 위기인 순간일수록 발전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학술회를 강행한 거고."

"그런 거였구나."

시몬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 * *

학술회를 돌아다니다 보니 저녁이 되었다.

시몬은 사샤를 연구시설까지 데려다주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시몬 오빠. 아!"

마침 시설 앞에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의 여성이 서 있었다.

"렉사나 박사님!"

"사샤."

시몬의 눈매가 내려앉았다.

'저 사람이 사샤의 담당 연구자.'

그녀는 브릿지처럼 하얗게 센 앞머리가 눈에 띄는 포근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었다. 사샤가 다가오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늦었네. 이제 돌아오면 어떻게 하니? 걱정했잖아."

"죄송해요."

사샤가 헤실거리며 웃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아서 그만."

"너도 참...... 그래, 점심에 씨앗을 먹은 지 얼마나 됐지?"

"다섯 시간 지났어요!"

"가능하겠니?"

해볼게요. 하고 대답한 사샤가 눈을 감고 오른팔을 뻗었다.

인상을 찡그리며 뭔가를 중얼거리던 그녀가 힘을 일으켰다. 그녀의 손목 위로 나뭇가지가 주르륵 자라났다.

사샤가 눈을 확 떴다.

"됐어요!"

"성공이구나. 잘했어."

렉사나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에 체크했다. 그러다 뒤늦게 같이 시몬을 보고는 인사했다.

"이런, 미안해요. 연구결과는 바로바로 기입해야 하는지라 정신이 팔려 있었네요."

"아닙니다. 키젠의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펜타모니엄의 수석 연구원인 렉사나 키드레일이에요."

두 사람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시몬이 사샤를 보며 말했다.

"박사님이 보시기에 사샤는 요즘 어떤가요?"

"아주 좋아요. 네프티스 님이 괜히 특례 1번으로 꼽은 아이가 아니랍니다. 이능의 잠재력이 폭발하고 있어요."

"당연하지!"

사샤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렉사나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네 재능은 정말 대단하단다."

치직.

칙.

그 순간, 시몬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세기의 재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어쩜 너 같은 대단한 아이가 내 담당이라니, 하루하루가 꿈만 같구나."

사샤를 바라보던 그녀의 동공이 뭔가 일그러지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몬의 눈이 커졌다.

'설마.......'

"시몬 오빠?"

그제야 시몬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사샤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다시 렉사나 쪽을 돌아보았다. 동공이 변하긴커녕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아, 괜찮습니다. 피곤해서 잠깐 멍했네요."

시몬이 그렇게 말하며 제 이마를 짚었다.

'......이번 일들로 너무 신경을 많이 쓰는 건가?'

최근 결사 사태를 겪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눈동자부터 보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사실 렉사나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서도 동공이 흐릿하게 변하는 착시를 보곤 했다.

"그럼 들어갈게! 오늘 즐거웠어!"

"만나서 반가웠어요, 키젠의 학생회장."

시몬은 사샤와 렉사나가 연구시설로 들어가는 모습을 배웅한 뒤, 표정을 굳혔다.

'렉사나 박사의 발표회. 바로 내일이라고 했지.'

그래도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 * *

다음 날 아침.

아론의 연구실.

"후읍."

어제 하루 종일 가열처리한 본 드래곤의 뼈를 식히고 있는 사이, 시몬은 본 드래곤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용의 마법.'

시몬이 팔을 펼치자, 이질적인 언어들로 이루어진 대형 마법진이 펼쳐졌다. 그 즉시 용의 인자가 함유된 미르미즈의 날개 한쪽이 시몬 쪽으로 다가왔다.

시몬이 그것을 붙들고는 눈을 감았다.

'열기를 느낀다.'

날개가 마나가 머금는 순간, 열기로 변한다. 시몬이 용의 마법으로 통제한 제 그것을 부채처럼 휘둘렀다.

후우우우웅!

열풍이 몰아닥치며 벽에 걸려 있던 종이들이 일제히 불타 없어졌다.

"해냈다!"

"......."

갑자기 느껴지는 시선에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하필이면 옆에 널어둔 아론의 옷가지가 불타고 있었다.

"앗! 죄, 죄송합니다!"

시몬이 헐레벌떡 뛰어와 불을 꺼트렸다. 뼈를 맞추고 있던 아론이 조용히 웃었다.

"안 그래도 해져서 한 벌 새로 살 생각이었다. 그보다 벌써 그렇게 열심히 컨트롤을 익힐 필요는 없다만."

시몬이 옆머리를 긁적였다.

"본 드래곤이 완성되는 즉시 쓰고 싶으니까요."

언데드를 100% 컨트롤하려면 용의 모든 기술과 기능들을 완전히 머릿속에 넣어두어야 했다. 시몬은 완성되기 전에 여러 기술들을 훈련하고 있었다.

"자네도 참 열정이 대단하군!"

옆자리에 있던 외디프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사샤 양은 만났남?"

"아, 네. 천둥나무 열매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어요."

"그 아이가 공짜로 도와줄 리는 없을 터인데."

시몬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 데이트를 하는 조건으로......."

그 말에 외디프가 껄껄껄껄! 웃었다.

"청춘은 좋구만!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나?"

"오전은 제작과 훈련을 마친 뒤에, 학술회를 좀 둘러보고 오려고요."

시몬이 손을 깍지꼈다.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요."

똑똑똑.

마침 연구실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같이 갈 동료의 준비도 다 끝난 것 같다. 시몬이 겉옷을 챙겨입고 말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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