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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913화 (913/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13화

어떻게 잊겠는가.

위기에 빠질 때면 몇 번이고 구해주러 왔던 그 하얀 머리카락의 소년을.

그 눈동자, 그 냄새, 그 분위기.

'몇 번을 봐도.'

품에 안긴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땀을 뚝뚝 떨어뜨리면서도, 안심하라는 듯 웃고 있는 푸른 머리카락의 소년의 모습이 동공에 담긴다.

'질리지 않아.'

그녀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개졌다.

"여기, 여깁니다!"

"무슨 소란이오!"

소란을 듣고 온 펜타모니엄의 관계자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유리벽은 온통 깨지고, 바닥은 부서져서 아래층이 훤히 보이는 등 연구실은 거의 반파 상태였다.

그들을 본 시몬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키젠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키젠......!"

키젠이란 말에 몇몇 이들의 표정이 반사적으로 굳어졌다. 그사이에 높은 직위의 인물로 보이는 한 노인이 걸어왔다.

"아무리 키젠이라 해도, 연구시설에서 절대적인 자주권을 보장받는 펜타모니엄에 이런 피해를 끼칠 수는 없는 겝니다. 일단 체포하게. 뒤에서 조사를......."

"안 돼요!"

사샤가 앞으로 샥 나와서 두 팔을 벌렸다.

사실상 이쪽 식구나 다름없는 그녀가 나서니 모두가 멈칫했다.

"렉사나 박사가 제게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해서 시몬 학생회장님이 구하러 온 거예요! 저길 보세요!"

모두의 시선이 저 멀리 기절해 있는 렉사나에게로 향했다. 반파되어 있는 키메라 헤라본까지.

그녀가 가슴에 손을 올렸다.

"시몬 오빠를 체포하는 건 절대 용납 못 해요!"

* * *

상황은 사샤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해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에르제베트의 활약 또한 주요했다. 한 시간 전에 시몬이 렉사나를 찾아갈 결심을 할 당시, 렉사나가 현재 있을 만한 장소로 추정되는 장소는 무려 네 곳이었다.

렉사나는 수석 연구자인 만큼 많은 연구시설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일일이 찾아봐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둘은 서로 흩어져 뒤지기로 했는데, 먼저 발견한 쪽은 시몬이었다. 그리고 에르제베트는 자신의 구역에 렉사나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 발 빠르게 펜타모니엄의 감사반에 연락했다.

이내 그녀의 제보를 들은 감사반이 출동하여 렉사나의 방에 있던 불법 연구 및 자료들을 조사했고, 렉사나가 사샤에게 부적절한 욕망을 품었으며, 허가되지 않은 연구를 시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그녀가 '결사의 약물'을 마셨고, 사샤에게도 먹여서 실험하기로 한 정황까지.

오해는 빠르게 풀려갔다. 조사실에서 시몬과 사샤가 수사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번에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아론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지금 내 학생에게 뭐 하는 짓입니까."

아론은 조사실에 갇혀 있는 시몬을 보고 눈에 불을 켰다. 시몬은 아론이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생각했다.

"설마 아이들을 체포해서 심문한 겁니까?"

수사관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아론을 진정시켰다.

"체, 체포도 심문도 아니었습니다 교수님! 정황 파악을 위한 간단한 질문만 몇 가지......."

"밖으로 데려가겠습니다. 궁금한 게 있다면 내가 대답하죠."

아론이 턱짓했고, 시몬과 사샤는 무사히 조사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내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외디프가 후다닥 달려왔다.

"이보게! 괜찮은감!"

외디프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시몬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전형적인 네크로맨서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정이 많은 성격인 걸까. 살짝 짠한 기분을 느낀 시몬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저는 괜찮습......."

"자네 말고 본 드래곤 재료들 말일세!"

시몬의 머릿속에서 1초 만에 외디프에 대한 평가가 정정되었다.

"아무리 급해도 그 귀한 것들을 그리 막 불러들이다니! 뼈 표면에 스크레치라도 나면 내 마음이 찢어질 걸세!"

"...교수님."

팔짱을 낀 사샤가 한심한 표정으로 외디프를 노려보고 있었다. 외디프가 사샤를 보더니 아. 하고 웃었다.

"사샤 양, 자네도 있었군! 시몬 군이 자네에게 줬던 씨앗은 잘 소화했겠지? 빨리 재료를 만들어줘야 본 드래곤을 완성하지!"

"어디 콱 사고로 몇 주 정도만 다치셨으면 좋겠어요."

결국 매운맛으로 돌아온 사샤였다.

그러는 사이 아론이 조사실에서 빠져나와 말했다.

"괴짜 노인의 말은 반은 걸러 듣는 게 좋다. 정서상 좋지 않으니."

"아론 교수! 어찌 자네까지 내게 이럴 수 있남!"

아론은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펜타모니엄에서 정식으로 협력을 요청했다. 이런 곳 말고, 탁 트인 공원에서 조사를 마무리하도록 하지."

처음엔 진지한 분위기인 것처럼 묻던 수사관이, 한결 굽신거리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 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아론이 시몬 쪽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본 드래곤으로 싸웠나?"

"네."

"소감은."

시몬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미쳤어요."

* * *

시몬 일행은 펜타모니엄 건물에서 빠져나와, 인적 없는 한적한 공원에서 사건에 대해 진술했다.

결국 모든 게 수석 연구자 렉사나의 돌발행동, 즉 펜타모니엄 내부의 문제로 밝혀졌기에 오히려 관계자들이 찾아와 몇 번이고 사과했다. 다행히 부서진 건물 수리비용도 펜타모니엄에서 모두 처리해 준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몬에게 제압당한 렉사나가 깨어나 수사관들의 심문을 받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겪은 시몬에게도 약간의 정보가 제공되었다.

그녀와 결사와의 연결고리는 없어 보인다. 다만 2주 전부터 '약물 증상'이 있었고, 그녀 또한 자신이 약물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 자극에 심취하게 됐다고.

그래서 암흑연합에서 본격적인 약물의 연구를 시작하고 자신이 그 '약물 중독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이 약물을 복용하면 인간 본연의 공격성이 극단적으로 증폭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해당 약품에는 이질적일 만큼 강렬한 '쓴맛'이 있습니다. 대륙민 여러분은 해독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외부에서의 식사를 자제하시고, 음식에 이상한 쓴맛이 느껴진다면 즉시 폐기하시길 권고드립니다.

자신이 체포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펜타모니엄의 영향력을 이용해 일부로 혼동을 주기 위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사샤에 대한 불법연구는 약물 복용 전에도 진행하고 있었다.

사샤에게 자신의 이상을 투영했고, 사샤를 이용한 불법연구를 조금씩 감행하고 있던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펜타모니엄 동료들에게 걸리지 않을 만큼 몰래몰래 연구를 진행했다면, 결사의 약물을 먹은 뒤에는 충동이 억제되지 않아 선을 확 넘어버린 것이다.

이야기를 듣던 시몬이 말했다.

"렉사나와 싸울 때 그녀가 '세계수의 부활'이란 말을 언급했거든요. 혹시 아시는 바가 있으신가요?"

그 말을 들은 펜타모니엄의 연구원이 골치 아픈 표정으로 이마를 굳혔다.

"전설 같은 겁니다.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신성연방의 성지인 '낙원'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아, 네."

"그 낙원에 있던 가장 큰 나무인가 그럴 겁니다. 뭐 거기서 나는 열매가 만병통치약이고 불로불사의 약이고 그런 흔한 이야기죠. 그걸 사샤 학생의 힘으로 재현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사실 렉사나 박사도 중립지대 출신이거든요."

사샤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쇼크야."

"참."

시몬이 퍼뜩 떠오른 생각에 사샤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렉사나 박사가 준 씨앗 전부 먹었어?"

"응? 아, 응."

시몬과 교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렉사나는 세계수 프로젝트의 빠른 완성을 위해 사샤에게 그 '약물'을 주입한 씨앗을 먹였다. 시몬이 얼른 사샤의 양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정말 괜찮아? 막 이상한 충동 같은 거 안 느껴져?"

"응, 아무렇지도 않은데."

부끄러움에 살짝 고개를 돌릴 뿐, 사샤는 멀쩡해 보였다. 아론이 턱을 매만졌다.

"약물은 30분 이내 효력이 발휘된다고 들었다만."

"사샤 학생에겐 정말로 효과가 없는 듯하군요. 소량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이."

어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시몬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설마.'

그녀의 몸에도 성녀의 정수의 잔해가 남아 있을 터, 그게 막아준 건가?

하지만 정말로 단순한 추정에 불과했다.

"그, 내가 먹었다는 씨앗 있잖아."

사샤가 문득 말했다.

"식물성이라면 내 힘으로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아."

"뭐?"

시몬이 당황한 소리를 내뱉었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연구원은 펄쩍 뛰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사샤 학생! 정말 가능하다면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립니다!"

"네 뭐."

사샤가 눈을 천천히 감고 이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시몬 오빠."

"응."

"손잡아줘."

그녀가 왼손을 내밀기에, 시몬이 조심스레 그 손을 잡아서 덮어주었다.

눈을 감고 집중력을 끌어올리던 그녀가 반대쪽 손을 내밀었다.

우웅-

그녀의 검지에서 뭔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피를 머금은 듯한 새빨간 나뭇가지 같은 게 조금씩 올라왔다. 그것은 이내 그녀의 손목과 팔에서도 자라났고 점점 더 크기를 키워갔다.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하며 바라보는 가운데, 이내 가장 중간의 나무에서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 아래에 부풀어 오르는 덩어리 하나.

그건 소용돌이 같은 특이한 껍질에 둘러싸인 열매였다.

"......여기까지, 인 것 같아요."

사샤가 눈을 떴다.

"잠깐만 실례할게."

시몬이 조심스레 열매를 수확했다.

"제, 제가 좀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연구원이 덜덜 떨리는 그 열매를 붙잡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내 아공간에서 장비를 꺼내더니 열매에 구멍을 뚫고 내부의 액을 수확하고는, 흰 종이에 떨어뜨렸다. 곧 바로 사진을 꺼내 대조하더니 탄성을 터뜨렸다.

"맞습니다! 이게 그 약물의 원제품입니다!"

"아!"

"이런 건 대륙에도 존재하지 않는 과실입니다! 하, 하지만 이 식물을 손에 넣었으니 벽에 막혔던 해독제의 성분 부분이 크게 풀릴 것 같습니다!"

그가 벌떡 일어났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진짜로 해독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 * *

시간이 지나, 키젠의 2주간의 장기 임무평가 기간이 끝나고 있었다.

학생들이 속속 로크섬으로 복귀하고 있었고, 제출기한이 다 되기 전에 빠르게 보고서를 제출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키젠 퇴학이 상당히 큰 비중의 임무평가였기에 학생들은 치밀하게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흠."

안경을 끼고 서류를 살피던 제인의 표정은 싸늘했다.

-결사의 진행로를 파괴하고 해당 지방의 키젠의 통제권을 확고히 했습니다.

-결사에게 조력하던 끄나풀을 붙잡아 하수인들에게 넘겼습니다.

그녀의 기준에서 보기에는 영 시원치 않았다. 교차검증 해야 할 부분도 많아 보였다.

"뭐야 뭐야? 또 맘에 안 들어?"

오랜만에 학교에 들어온 네프티스는 오늘도 책상을 굴러다니며 제인을 방해하고 있었다.

작은 몸뚱이로 책상 위를 대구르르 구르며 '나 좀 봐줘.'를 시전하고 있었지만 제인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길 뿐이었다.

"퇴학자가 많을 것 같네요. 머리만 굴려서 교묘하게 써놓은 게 많습니다."

그녀가 '미흡' 도장을 찍으려던 걸 네프티스가 몸으로 막으며 말했다.

"아이들에게 결사랑 싸워서 성과를 내라고 했다며? 아직 2학년인데 너무 기준이 엄격한 거 아냐?"

"이제 곧 3학년, 교내 최고 전력이 될 아이들입니다."

제인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네프티스의 두 겨드랑이에 손을 넣더니, 휙 들어 올려 옆의 작은 보조 의자에 앉혔다.

"이 정도도 못해서 잔머리를 굴릴 자들은 키젠에 필요 없습니다."

"우와! 다시 엄격 제인으로 돌아왔다!"

"시끄럽습니다."

미흡 판정 도장을 연달아 찍고, 다른 보고서를 넘긴 제인의 눈이 한 사람의 이름을 보고 멈칫했다.

<2학년 소환학과 시몬 폴렌티아>

"이번엔 시몬이네!"

네프티스가 폴짝거리며 다시 책상으로 올라왔다.

"이 학생이 미흡이면 실망이 클 것 같은데요."

그렇게 중얼거린 제인이 서류를 펼쳐 보았다.

-엘리사 셀린과 함께 결사가 움직였던 에크레시 해적단을 섬멸, 비공정 내에 탄 승무원 및 승객 260명 구출.

-리버론 사태 드래곤 억제에 조력. 대영지 50만 명 구조, 결사의 의도였던 종족전쟁 차단.

-펜타모니엄에서 사샤 앤드라실 구출, 결사의 약물에 관한 해독제 제조에 조력.

"......."

제인이 멍하니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왜 왜?"

"과장되게 말하면-"

제인이 옅게 미소지으며 쓰고 있던 안경을 내려놓았다.

"세상을 구한 정도의 활약이네요."

"역시! 역시!"

팔을 휘적거리며 좋아하던 네프티스가 눈을 빛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리버론의 드래곤 사태에 시몬이 갔다는 거 확실하지?"

"네, 뭔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라도......."

"아니, 그 반대."

네프티스가 활짝 웃었다.

"완성이 코앞이겠는데?"

* * *

임무평가 마지막 날.

결사와의 전투를 마치고 파견 나갔던 2학년들이 속속 로크섬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텔레포트 마법진을 관리하고 있는 건 하수인들, 그리고 1학년 근로장학생들이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1학년 근로장학생 네 명은 텔레포트 마법진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복귀한 학생들의 이름을 체크하고 마법진의 마나 잔량이나 과부하 상태를 확인했다. 그 옆의 기술자 하수인들도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마침 또 텔레포트 마법진의 빛이 번쩍이는 것과 함께 2학년 두 명이 복귀했다. 1학년 근로장학생 두 명이 서둘러 다가가 냅다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무사 복귀 축하드립니다!"

막 텔레포트가 끝난 2학년 두 명이 깜짝 놀랐다가, 이내 후배들인 걸 알고는 웃음 지었다.

"깜짝이야. 1학년들이니?"

"야, 고개 빠지겠다. 쉬엄쉬엄해. 난 엔키 다프트, 이쪽은 아우로르 세룸."

"감삽니다!!"

천천히 사라져 가는 두 남녀 학생들을, 1학년들이 멍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2학년 선배님들. 결사랑 싸우고 왔다더니 분위기가 좀 달라지지 않았냐?"

"어, 뭔가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야."

"저런 게 어떻게 우리랑 한 살 차이냐고."

근로장학생들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사이, 마침 또 하나의 텔레포트 마법진이 번쩍였다. 관리하던 본부 직원이 손짓했다.

"근로장학생들! 3번 부탁해요!"

"네, 갑니다!"

그들이 후다닥 달려가서 3번 텔레포트 마법진 앞에 섰다.

눈부신 빛이 점점 흩어지고, 그 안에서 한 소년이 걸어 나왔다.

"어서 오...... 헙!"

펄럭이는 검은 코트, 단정하게 입은 셔츠, 그리고 바람에 휘날리는 푸른 머리카락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기하고 있던 1학년들이 하나같이 눈을 반짝였다.

'잠깐, 이 사람......!'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이다! 분위기 미쳤다.'

눈을 뜬 시몬이 이내 후배들을 보고는 미소 지었다.

"안녕."

"아!"

그들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땅에 닿을 듯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임무평가 고생하셨습니다! 리버론 이야기 들었습니다! 진짜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냐, 뭘. 원래 우리 학생회가 해야 할 일인데 대신해 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한 시몬이, 그들이 들고 있는 명부를 보고는 자신을 가리켰다.

"아, 내 이름은 시몬 폴렌티아야."

"옙! 옙! 당연히 압니다!"

"푹 쉬십시오!"

시몬이 후읍 하고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며 학교를 보았다.

몇 번을 와도 집에 왔다는 분위기가 좋았다.

'네프티스 님, 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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