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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924화 (924/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24화

"이번 수행평가의 핵심은 소환수의 유틸리티 능력입니다."

시몬이 시험을 치르고 있는 반대편 대기실.

그곳에서 소환학 교수 아론이 유령 일보의 또 다른 기자를 상대하고 있었다.

"장애물이 극도로 많은 전장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묘소를 활용해 이를 극복해 나가는지가 평가의 핵심입니다."

"오! 그렇다면 무조건 강력한 소환수를 꺼내는 게 다가 아니군요?"

"물론입니다."

아론이 힘주어 답했다.

"적어도 이 시험에서만큼은 소환수의 유틸 능력이 가장 중요......."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세상이 한 차례 뒤흔들렸다.

기자와 촬영진들이 혼비백산하며 주저앉았고, 아론은 고개를 돌렸다.

시험장 내부의 상황을 보여주는 마나 스크린에 거대한 본 드래곤의 모습이 나타나 있었다.

-시험 종료! 시험 종료입니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 시험 시간 5초! 5초 안에 500마리 전원 무력화했습니다!

모두가 얼빠진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기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교, 교수님. 방금 유틸 능력이 가장 중요하시다고......."

아론이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흘렸다.

"저 미친놈은 별개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 * *

"까, 깜짝이야."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학생 대기실에서도 난리가 나 있었다. 딴짓하거나 멀리 떨어져 있던 학생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멍하니 있었고, 처음부터 마나 스크린으로 시몬의 시험에 집중하던 학생들은 감탄성을 토해냈다.

"저기 봐!"

스크린에 당당히 서 있는 시몬의 모습.

그 뒤로는 화면에 다 담기지도 않는, 새하얀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용의 머리가 보였다.

"본 드래곤이야!"

누군가의 그 외침에 잠시 몇 초간 정적이 일었다가, 이내 사방에서 폭발하듯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 진짜로? 만든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지금 키젠 재학생 중에서는 거의 최초 아냐? 대단하다!"

"......에이, 설마. 진짜 드래곤이 아니라 드레이크류로 만든 카피본이겠지."

"병신이냐? 드레이크가 저렇게 크겠냐고."

놀라움과 탄성과 부러움.

그리고 여러 근거 없는 소문과 의문만 교차하고 있었다.

끄트머리에 앉아 있던 학과 내 상위권 학생, 피에르 버클러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시몬 폴렌티아 저 새끼 진짜 미친 새끼네 와."

그가 고개를 돌렸다.

"안 그래 헥토......."

쿵!

갑자기 대기실에 묵직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피에르가 고개를 돌리자 헥토르가 등을 돌린 채 걸어 나가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소파 하나가 통째로 뒤집혀 있었다.

"아, 이거."

피에르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뭔가 난리 나겠는데."

* * *

시험시작 수 초 만에 종료.

시몬은 앞서 시작한 학생들보다 먼저 시험을 끝냈다.

"후우욱."

그가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머리가 두통이 일어난 것처럼 쑤셨다.

[재미없다.]

그때 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 몸이 직접 납시었거늘, 이런 시시껄렁한 시험 따위에 나를 사용했느냐?]

거대한 본 드래곤의 머리가 시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이제 묘소의 연기 속에서 상반신을 반쯤 드러낸 상태였고, 두 팔은 바닥에 맞닿아 있었다.

뼈로 이루어진 몸체는 신비한 기운을 휘감고 있었는데, 어둡고 푸르스름한 그것은 마치 은하수를 펼쳐서 몸에 두르고 있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그리고 가슴뼈 쪽에는 새파란 뭔가가 격렬하게 회전하며 어떤 기운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여기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시몬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한텐 중요한 시험이었거든. 도와줘서 고마워, 미르미즈."

그때 허공이 물결처럼 찰랑거리며 파문이 일어나더니, 그 사이로 거대한 뼈 손가락이 튀어나와 시몬의 목을 감쌌다.

[감사 인사는 필요없다. 대가만이 필요할 뿐.]

두개골의 눈 쪽에서 맹렬한 안광이 번뜩였다.

[내 레어에서 기다리겠다.]

스르르르륵-

이내 본 드래곤이 묘소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완전히 사라졌다. 그제야 시몬은 숨이 조여오던 감각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일단 가서 달래야겠네."

* * *

시험이 끝나고, 시몬은 바로 아론, 외디프와 함께 미르미즈가 머무는 아공간으로 넘어왔다.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특수한 아공간 내부.

거구의 본 드래곤이 낙엽에 파묻힌 채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유쾌하지 않은 여흥이었다. 이 시대도 따분하구나.]

그녀가 사람처럼 턱을 괸 채 말했다.

[얘야. 시중이나 들어보거라.]

"......미르미즈."

시몬이 한숨을 푹 쉬었다.

위대한 생물이라던 드래곤의 유해로 만든 본 드래곤 미르미즈.

하지만 그녀는 에이션트 언데드 이상으로 괴팍하고 예민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짐작하던 바였다. 조언자 시절의 현명한 미르미즈를 기대한다면 곤란했다. 애초에 그녀의 최후는 커록커즈처럼 완전히 미쳐 버려서 인간 세계를 부수고 다니다가 네프티스에게 살해당한 것이었으니까.

결국 언데드로 재탄생한 지금도, 미친 드래곤의 괴팍한 성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시몬."

함께 아공간에 들어온 아론이 조용히 물었다.

"이번 수행평가에 써보니 어땠지?"

"사실 머리를 꺼내 드래곤 피어를 쓰는 것도 벅찼어요."

그 말을 들은 아론이 물끄러미 그 옆에 있던 외디프 교수를 돌아보았고, 외디프가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왜, 왜 나를 보는 겐감! 이렇게 강력한 본 드래곤이 탄생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감!"

"강력해도 쓰지 못하는 물건은 트로피나 다름없습니다."

재료 문제로도 한 차례 싸운 두 사람이지만, 미르미즈의 제작에도 아론과 외디프의 의견이 갈렸다.

아론의 경우는 스펙과 전력을 한정하고, 시몬이 언데드를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효율성'과 '통제력'에 치중하려고 했다.

하지만 외디프는 달랐다.

사용자의 사정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제작물은 무조건 최고의 성능, 최고의 퍼포먼스로. 사용자가 쓰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리미트를 해제한 채 최고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루기 어렵다고 성능을 제한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발상인감? 생각해 보게 시몬 군! 언데드는 한번 완성되면 대부분 성능이 일정하게 유지되네! 다루기 어려워도 강한 언데드를 만들면, 언젠가 그 언데드를 자네가 완벽히 컨트롤하게 됐을 때 얼마나 더 강해지게 되겠는감! 목표와 이상은 높을수록 좋네!

최근에 펜타모니엄에서 값비싼 재료를 썼던 것에서 드러났듯, 시몬은 아론보다는 외디프의 의견에 더 혹했다.

결국 시몬은 외디프의 제작법을 따르기로 했다.

드래곤 하트를 언데드화해서 일종의 내장형 엔진처럼 장착해야 한다는 아론의 제안이 아닌, 드래곤 하트를 폭주시킨 뒤 일종의 기체 코어로 만들고, 신체 내에서 무한 순환 작용을 일으키는 식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사용자의 여력이나 유지 비용은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은, 그저 압도적으로 강력한 본 드래곤이 탄생했고.

그 결과 시몬은 미르미즈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게 됐다. 아공간에서 꺼내 언데드로 활용하는 것도 힘들었다. 묘소로 신체 일부를 꺼내 움직이게 하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됐다.

물론 이 문제야 시몬이 더 성장하면 해결될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돈 먹는 하마 그 자체.'

지금 미르미즈는 순환 코어의 특성 때문에, 마나를 빨아들여 움직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부분적으로 상실되었다. 현상 유지로도 벅차다.

그런 미르미즈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마나를 넣어줘야 했는데, 즉 대량의 '마정석'이 필요했다.

그 마정석을 미르미즈의 몸에 털어 넣고, 그 힘을 동력으로 폭발시키면 미르미즈를 몇 분 정도 움직이게 하는 건 가능했다.

그나마 마정석 광산을 보유하고 있어서 다행인 시몬이었지만, 북부의 광산들이 전부 개발되기 전까지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후회할 필요 없으이! 잘 생각해 보게 시몬 군!"

외디프가 두 팔을 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네도 아까 보지 않았는가! 500마리의 몬스터를 잠재운 그 압도적인 출력의 드래곤 피어를! 단순 내장형 엔진의 드래곤 하트로 그런 출력이 가능하겠는감?"

[떽떽 시끄럽다.]

미르미즈가 누운 채로 말했다. 외디프가 아이구! 하면서 굽어진 허리를 더더욱 굽히며 말했다.

"방해해서 송구합니다, 인류 최고 걸작인 본 드래곤님! 제가 사 온 마정석을 좀 드시죠!"

그가 사각형의 잘 포장된 마정석 하나를 던졌고, 미르미즈가 그것을 가뿐하게 받아먹었다.

목구멍을 통과해 몸체로 들어간 마정석이 가슴의 푸른 에너지에 동화되어 잠깐 활기차게 일렁였다가 사라졌다.

그것뿐이었다.

어지간한 마차 한 대 값의 비용인데 저 정도의 증강이 다였다.

[맛이 없구나! 마력 함유량이 이렇게 적어서야. 움직이는 수고조차 아깝다!]

"죄송합...... 끄헙!"

그렇게 말한 미르미즈가 손가락을 굽히더니, 딱밤 날리기 하듯 손가락을 튕겨서 외디프를 날려 보냈다. 외디프가 우악스러운 소리를 내며 저 멀리 날아갔다.

참고로 저 마정석은 외디프가 미르미즈에게 잘 보이겠다고 월급을 털어서 사비로 구매한 거였다.

시몬이 쓰게 웃으며 옆머리를 긁적였다.

'곤란하네.'

우선은 스스로 용언을 쓰는 개체인 만큼, 절대명령이 통하지 않았다. 게다가 본 드래곤의 제작 특성상 미르미즈는 네크로맨서에 종속된 형태가 아니었다.

즉 시몬은 그녀와 동등한 관계. 명령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힘을 빌려야 했다.

[피곤하다, 낮잠을 자야 하니 다들 나가라.]

그리고 미르미즈는 활동 효율이 떨어지는 형태의 본 드래곤이라 그런지 성격도 게으르게 변했다.

아공간을 '레어'라고 부르더니, 하루 종일 그 안에서 뒹굴거리며 밖에 나서려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외디프는 이런 별명을 붙였다.

방구석 최강의 드래곤.

당분간은 미르미즈가 방구석에서 목소리를 내거나 브레스를 뿜어주거나 손가락을 튕겨주는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그 정도로도 어지간한 적은 전멸시킬 수 있는 게 대단한 점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네가 적응할수록 나아질 거다. 다만 새로운 통제 수단을 알아봐야겠군."

아론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너무 많이 마정석을 주지마라. 전투에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양만 주도록."

아론의 눈동자가 스르륵 움직여 미르미즈를 응시했다.

"충분한 힘을 되찾으면 널 집어삼키려 할지도 모른다."

꿀꺽.

시몬이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렇게 아론과 외디프와 헤어진 시몬은 소환학과 기숙사로 돌아오고 있었다.

산책하듯 걸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온통 미르미즈의 활용법에 대해 고민했다.

'피어, 미르미즈를 군단화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요?'

[크흐흐! 그러면 더 최악이다! 군단의 언데드가 되어도 그녀에겐 군단장의 절대명령이 통하지 않을 테니.]

일단 '군단화'라는 건 성공하기 위해 일정 부분 행운이 필요하다. 미르미즈는 이미 순환형 코어를 달고 있어서 군단화를 시도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 '통제가 되지 않는 언데드'만큼 위험한 건 없다.

미르미즈가 지금 겉으로나마 시몬의 말을 듣고 있는 이유는, 자신을 움직일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군단화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미르미즈가 마정석 없이 움직이게 된다면 대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미르미즈가 시몬을 납치하여 도망친 뒤 평생을 칠흑 자판기로 쓸 수도 있었다.

[그녀와 굳건한 신뢰 관계를 쌓기 전까지는, 당분간 군단화할 생각은 참는 게 좋을 거다!]

"그렇겠네요."

시몬이 중얼거리며 기숙사 입구 앞에 도착했다. 그가 문을 열려고 팔을 뻗는 순간.

"시몬 폴렌티아."

문고리를 붙잡은 시몬이 손이 멈칫했다.

저벅. 저벅.

전체 3위, 소환학과 대표의 헥토르가 뒤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아. 안녕. 무슨 일이야? 헥토르."

"본 드래곤을 꺼내라."

그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뚜둑.

뚝.

어느새 헥토르의 몸 곳곳에 용의 비늘이 들러붙고 있었다.

"그걸로 지금 당장 나와 승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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