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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931화 (93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31화

키젠 2학년 과정의 마지막을 장식할 기말고사가 일주일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하지만 시몬은 기말고사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군단장 총력전도 준비해야 했고, 연말 학생회 업무까지 밀려 있었다.

"얘들아! 힘든 거 아는데 조금만 더 힘내자!"

메이린이 손뼉을 짝짝 치며 학생회 멤버들을 독려했다.

그녀는 시험 기간 때만 되면 볼 수 있는 차림새였는데, 안경을 쓰고 머리는 뒤로 질끈 묶었으며 스커트 아래로는 잠옷 바지였다. 딕은 이 모습을 '전투복 차림'이라며 놀렸다.

"응!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카미바레즈가 파이팅 넘치게 말했지만, 그녀의 눈 밑에도 작게 그늘이 져 있었다.

"눈 앞이 노랗드아."

딕이 소파에 퍼질러 앉아 나른하게 중얼거렸다.

"넌 아까 쉬었잖아! 눈앞을 빨갛게 만들어 버리기 전에 빨리 일어나지?"

딕을 쏘아보며 대꾸한 메이린이 고개를 돌려 시몬을 바라보았다.

'시몬은 괜찮...... 응?'

이 시기쯤 되면 시몬은 골골대야 정상이다.

기말고사에 연말 학생회 업무가 겹쳤으니 누구보다 힘들어야 할 사람이 바로 책임자인 학생회장 시몬일 텐데, 그는 눈을 말똥말똥 빛낸 채 자기 책상 정리까지 하고 있었다.

"메이린, 오늘 서명한 것들 여기 두면 돼?"

"......아, 응응."

"업체 청소 비용 청구서는 일주일 치 쌓이면 바로바로 보고해 줘."

"......."

메이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잠깐만, 시몬. 너 요즘 쫌 수상해."

이상해도 아니고 수상해라니. 시몬이 눈을 깜빡였다.

"뭐가?"

"봐봐! 완전 맑은 눈의 광인이잖아! 힘든 척 좀 해! 그렇게 멀쩡한 척하는 게 더 무서워!"

딕과 카미바레즈도 고개를 들어 시몬을 살폈다.

최근의 시몬은 뭔가 따로 훈련이라도 하는지 늘 교복이 더러웠다. 거기에 시험공부에 학생회 업무까지 겹쳤으니 죽어나고 있어야 정상인데, 눈빛만큼은 무섭게 빛나고 있었다.

"결전이 기다리고 있거든."

시몬이 쭉 기지개를 켜며 답했다.

"힘든 건 사실이지만, 이길 생각에 의욕이 생겨서."

"아, 그래. 2학년 2학기 기말고사 정도 되면 결전 맞지."

딕이 너스레를 떨며 카미바레즈를 바라보았다.

"수석은 각오부터가 다르네. 그렇지 카...미?"

그런데 카미바레즈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었다.

"시몬."

그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손을 가슴 앞에 꼼지락거리고,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오물거리다가 이내 눈에 힘을 주었다.

"저는 시몬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 잘 몰라요. 앞으로 시몬에게 어떤 난관이 닥칠지 상상할 수조차 없어요. 제가 말려도 소용없겠지만......."

그녀가 휙 고개를 들며 말을 이었다.

"적어도 꼭 무사히 돌아와 주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시몬이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내가 돌아올 곳은 여기뿐이야."

"네!"

카미바레즈가 환하게 웃었다.

딕은 시몬과 카미바레즈를 번갈아 보더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와, 미친. 니들 지금 기말고사로 그렇게까지 결연한 거야? 모범생들은 역시 다르네."

* * *

기말고사 이틀 전.

시몬의 입장에선 기말고사 같은 큰 시험이 끝난 뒤에 사건이 터지는 게 이상적이었겠지만. 늘 그렇듯 일은 쉽게 풀리진 않았다.

"시몬."

덜컹!

기말고사 이틀 전 새벽, 화이트가 시몬의 기숙사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평소답지 않게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준비해."

올 게 왔다.

그 사실을 자각한 시몬은 바로 겉옷을 챙겨 입고 방을 빠져나온 뒤, 화이트와 함께 복도를 달렸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통신 수정구로 조력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화이트! 전파로 신호가 도착하면 얼마나 빨리 목적지로 가야 해?"

"20분."

화이트가 답했다.

"그 이상 늦어지면 결사에서도 의심할 거야."

시몬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시간이 촉박해도 너무 촉박했다.

기말고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화이트의 외부 일정이 없으니 안심하고 있었는데, 설마 로크섬에서 바로 부를 줄이야. 방심하다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다들 안녕 안녕~"

두 사람이 기숙사 복도를 내려가고 있는데, 마침 여학생 방 쪽에서 세르네도 도착했다.

그녀는 자고 일어난 직후임에도 풀메이크업이었다.

"너 혹시 알고 있었어?"

"설마요~"

그녀가 후후 웃었다.

"여자의 기적이라고 해둘게요."

'뭔 소리야.'

어쨌거나 여유 부릴 틈이 없었다. 세 사람이 계단을 뛰어 내려와 기숙사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너희들."

문 앞으로 로레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잠옷 차림이었고, 시험공부를 하던 중이었는지 품에는 필기 노트를 안고 있었다.

시몬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멈췄다.

"로레인? 네가 이 시간엔 왜......."

"시험공부 하다가 너희들 목소리를 듣고 올라왔어."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그녀가 일행들을 살폈다.

"멤버 구성이 평소 같지 않네. 시몬, 세르네, 화이트라니. 너희들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지?"

"그렇다면 어쩔 건데요?"

콧잔등을 확 일그러뜨린 세르네가 머리를 풀고 깃털을 꺼냈지만, 시몬이 세르네를 제지한 뒤 말했다.

"미안하지만 설명할 시간이 없어."

"......위험한 일이야? 나한테 말하지 못할 만큼?"

시몬이 입술을 달싹였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네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

그 순간.

몸에 일어나는 포근한 감각에 시몬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로레인이 다가와 그를 가볍게 끌어안은 것이다.

"네게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나한테 있어 곤란한 일은 없어, 시몬."

그 말 한마디에 백지장이었던 머릿속에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다.

시몬의 손이 한 차례 파르르 떨렸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미안해, 내 마음대로 판단해서."

"아냐."

로레인이 뒤로 물러나 문 앞에서 비켜섰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히 돌아와서 내게 제대로 설명해 줘."

"물론이야! 고마워, 로레인."

시원스레 미소를 지은 시몬이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뒤이어 화이트도 달려갔고, 못마땅한 표정의 세르네가 투덜대며 뒤를 따랐다.

이내 세 사람은 금지된 숲으로 들어왔다.

화이트의 포탈이 로크섬 내부에서 열릴 경우, 당연히 추격자나 감시자가 발견하기 힘든 장소에 열리는 게 보통이었고, 그 장소는 바로 금지된 숲이었다.

세 사람은 각자의 방법으로 정신없이 이동하여 마침내 금지된 숲 한곳에 있는 포탈 앞에 도착했다.

하아.

후우.

시몬이 거친 숨을 토해내며 앞을 보았다.

정말이었다.

화이트를 위해 허공에 떡 하니 열려 있는 포탈이 보인다.

"어서 와라."

그곳에는 이미 카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저주학 교수이자 이번 일에 참여하기로 한 바힐도 미소 지으며 시몬을 반겼다.

"반갑습니다. 늦지 않았군요."

"안녕하세요 교수님."

고개를 움직여 인사한 시몬이 재차 숨을 헐떡이며 카쟌을 보았다.

"이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은 또 누가 있어요?"

"네프티스 님, 제인 부총장, 바힐 교수, 까마귀 요원 알레이스터, 이상이다."

"완벽하네요."

그간의 사건을 통해, 완벽하게 믿을 수 있다고 증명된 사람들 뿐이었다.

"안전에 관련된 일이니 정보가 새어 나갈 일은 없도록 했다. 각자의 임무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고 명령대로 일하고만 있다."

카쟌이 시계를 확인했다.

"그보다 이제 시간이 없군."

"출발할게."

화이트가 앞장섰고, 그 뒤를 시몬과 세르네. 그리고 바힐이 따라붙었다.

몇몇 사람들이 계획을 알게 됐지만 상황이 바뀐 건 없다. 키젠 측의 허가하에, 그들은 처음에 구성했던 멤버와 똑같은 구성으로 작전을 강행하기로 했다.

시몬과 세르네는 1차적으로 다른 화이트들을 구출하는 데 전념하고, 만약 그곳에서 매그너스를 만나게 된다면 시몬이 떨어져 나와 그를 상대한다.

연구소 파괴는 바힐이 맡는다. 그는 연구소의 공간 좌표를 확보한 뒤 저주를 이용해 좌표정보를 밖에 알리고, 키젠 측에서는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포탈 장치를 사용해서 지원군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중앙연구소를 무너뜨리는 게 계획의 골자였다.

"결사의 포탈은 아직 미지의 기술이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바힐이 손끝에서 저주를 만들어냈다.

"그러니 미리 대비해 두죠."

그 저주가 화이트의 몸에 닿더니 시몬, 세르네, 그리고 바힐 자신의 순으로 이어졌다.

기척을 하나로 통일하고 외부에 빠져나왔을 때 상대가 화이트의 칠흑만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저주였다.

뒤이어 인식장애 저주, 착시 저주, 혼란 저주 등 다양한 기술을 세 사람 모두에게 걸었다.

'바힐 교수님과 같이 안 갔으면 큰일 날 뻔했네.'

절로 그런 생각이 들 만큼 든든했다.

이내 모두가 준비를 마쳤다.

화이트가 앞장서서 걸어갔고, 그 뒤를 시몬이, 그리고 세르네와 바힐이 뒤따랐다.

눈부신 빛이 네 사람의 몸을 감싸며 안으로 빨아들였다.

* * *

포탈 이동의 탑승감은 두말할 것도 없이 나빴다.

좁디좁은 파이프 안에 갇혀 무수히 돌려지는 기분.

하지만 생각보다 금방 빛이 보였다. 시몬은 예전에 결사의 본거지에 갔을 때보다, 이 중앙연구소가 체감적으로 훨씬 가까운 장소라고 생각했다.

이내 눈이 시야를 되찾았다.

웅성웅성!

동시에 청각도 살아나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메웠다.

이곳은 커다란 홀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근무하는 것으로 보이는 연구원들과 경비원들이 당황한 얼굴로 뒷걸음질 치고 있었고, 몇몇은 가슴을 붙잡은 채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일어났군요."

바힐이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그가 저주로 상대를 억제하고 있던 거였다.

시몬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주위를 살폈다.

'놀란 표정을 보니 우릴 기다리고 있던 건 아니네.'

전면에는 포탈을 지키는 기본적인 경비 병력이 있을 뿐, 이들 모두 기습을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즉, 매그너스는 정말로 결사 측에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

기습 진입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시몬은 안도감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여기가 결사의 중앙연구소.'

내부는 칙칙한 갈색이었지만, 화이트가 말한 대로 천장이 투명했다. 이곳의 연구원들은 갈색 로브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있었다.

연구소라기보단 지하 사원 같고, 연구원이라기보다는 사이비 교도들 같은 차림새다.

"누, 누구냐!"

"W-1이 이상한 자들을 데리고 왔다!"

그렇게 외치던 연구원들이, 바힐의 손짓 한 번에 고개가 뒤로 젖혀지더니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졌다.

"여기는 나한테 맡기십시오, 시몬 학생. 우선 타깃을 찾아야......."

쿠쿠쿵-!

그 순간 한쪽 벽에 커다랗게 금이 가더니, 굉음과 함께 벽면이 박살 났다. 그 안에서 무수한 언데드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세르네와 화이트가 뒷걸음질 쳤고, 결사의 연구원들도 놀란 반응을 보였다.

"흠, 저렇게 많은 언데드는 저주로 제압하기 번거로운데."

그렇게 중얼거린 바힐이 쏟아지는 언데드 무리로 손바닥을 펼치려는 그때.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아아악!

무수한 검선이 그어지더니 언어 그대로 언데드들이 피를 뿌리며 절단되었다.

이내 앞으로 걸어 나오는 건 순식간에 피어의 본 아머를 입은 시몬의 모습이었다.

[이쪽은 저한테 맡기세요.]

찌를 듯한 살기에 가까운 칠흑이 저 멀리서 느껴진다.

매그너스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

시몬은 피어의 투구를 눌러쓰며 말했다.

[군단은 군단이 상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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