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 각자의 사연 (4/13)


4. 각자의 사연
2023.05.13.


오전 일찍부터 강의가 있는 월요일 아침.

유인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부스스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하니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자고 일어났는데 왜 피곤한지 꾸물거리며 다시 누웠다.

그러고 밤새 와 있는 알람을 흐린 눈으로 훑어내는데, 별안간 제 휴대폰을 쥐고 있던 기다란 손가락이 보이는 듯해 흠칫 놀랐다.

순간, 느슨해진 손에서 낙하한 직사각형의 물건이 유인의 뺨을 퍽 때리고 침대 밖으로 떨어졌다.


“악!”

욱신거리는 통증에 몽롱했던 정신이 확 깨어났다. 얼굴을 감싸고 일어나 화장대 거울로 확인하니 아니나 다를까, 여린 피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으, 앓는 소릴 내며 스툴에 털썩 앉은 유인은 침대 아래, 베이지 색 러그에 등을 보이며 누워 있는 휴대폰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저거만 아니면 단발성 이벤트 같은 그 이상한 남자를 다시 볼 일은 없었을 텐데.

다니는 길도 항상 같은 길, 먹는 것도 매일 같은 메뉴,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걸 원치 않는 유인에게 낯선 남자의 존재란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앞에 불시에 뛰어든 산짐승과 같았다.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움을 주는 계산에 없던 변수.


“…….”

못마땅했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 끌려간 건 어쨌든 고마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술에 취한 자신을 챙겨주고, 휴대폰도 잘 주워다 줬으니.

그러나 휴대폰을 돌려받기엔 너무 화려한 장소에서 ‘남유인 씨는 특별하다’는 헛소리를 들었을 땐, 더 앉아 있을 필요와 감사의 감정 같은 건 다 잊어버렸다.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자신을 침범하려 드는 그에게서 도망쳐야 했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되고 아는 거라곤 이름과 사는 동네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특별이란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다니 유인의 사고방식으론 도저히 이해 불가능이었다.

게다가 유인 쪽에선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저 누가 봐도 돌아볼 잘난 생김새와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옷과 시계를 차고 다닌다는 것. 그리고 휴대폰을 건네받을 때 살짝 닿았던 체온이 서늘했다는 거.

이 정도면 옷깃 스치고 지나간 모르는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그 남자는 왜 이리 진득하고 선연하게 흔적을 남기고 지나간 걸까.

아침부터 멍하게 곱씹을 정도로.

연거푸 한숨을 내뱉으며 머리칼을 넘기던 유인은 그만 포기하고 벌떡 일어났다.

됐다. 학교 갈 준비나 하자.


 

****

어느 때보다 더 부산스럽게 준비를 한 유인은 학교에 도착해 3시간짜리 전공 수업을 집중해서 들었다.

다른 생각 할 겨를 없이 필기를 열심히 하고 교수님의 졸린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자, 어느새 아침의 불쾌함이 차차 사그라들었다.

수업이 끝날 때쯤엔 기분이 한결 나아져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어째서인지 늘 앉던 자리에는 지한이 혼자 있는 게 보였다.


“어, 재희는?”

“주말에 못다 받은 축하 받으러.”

인사 대신 묻는 말에 지한이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자연스럽게 유인의 가방을 받아든 그가 제 옆자리를 내어줬지만 유인은 바로 앉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그럼 나 커피 사 올게. 너 뭐 더 먹을래?”

“너 앉아 있어. 내가 갔다 올게.”

“아냐. 서 있는 사람이 가는 게 빨라.”

지한은 기어이 서 있는 유인의 팔을 끌어 앉히더니, 제 카드를 챙겨 들고 일어났다.


“뭐 마실 거야?”

“음……그냥 아메리카노.”

“다른 건?”

“별로.”

“그래, 기다리고 있어.”

유인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싱긋 웃은 지한이 카운터를 향해 등을 돌렸다.

멀어지는 늘씬한 등을 보던 유인은 다정도 병이라는 말은 딱 윤지한을 지칭하는 문장일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저렇게 친절하고 상냥한 윤지한이 가끔씩 아주 집요하고 고집스럽게 굴 때가 있는데 지난 주말이 그러했다.

테러 수준으로 부재중과 메시지를 남겨놓은 것도 모자라 어떻게 안 건지 휴대폰을 되찾자마자 전화를 걸어온 지한은 받자마자 대뜸 소리를 질렀다.

어디냐고, 왜 연락이 안 되냐고, 걱정했다고.

거기서 주말 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간 성가심으로 끝나지 않을 게 뻔히 보였던 유인은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수상한 남자를 만난 이야기는 쏙 빼고, 클럽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잘 찾았다고.


“무슨 생각 해?”

멍하니 밖을 내다보다가 고갤 돌리자 어느새 돌아온 지한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쟁반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는 게 보였다.


“그냥. 웬 샌드위치랑 케이크?”

“너 오후 강의도 있잖아. 점심 겸 먹으라고.”

하얀 손이 앙증맞은 접시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머그컵을 유인의 앞에 차례대로 앞에 놓아주었다.


“오늘 새로 들어온 케이크래서 사 왔는데 먹어 봐. 맛있대.”

그러면서 접시 하나를 더 밀어주는데, 지한의 손에 들린 건 하필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올라간 딸기 쇼트케이크였다.

순간, 진하게 느껴지는 기시감에 유인의 몸이 잔뜩 굳었다.

혼란스럽게 겹쳐지는 영상은 어제의 기억이었다.

고급스럽게 꾸며진 프라이빗 룸 테이블에 올라왔던 것과 모양새 비슷했다는 것과, 진짜 맛있으니 먹어보라던 낮고 묵직한 저음으로 하던 말이.

허. 뭐 이런 우연이 다 있을까.

곰돌이 형상이 붙어 있는 포크를 꽉 쥔 유인이 딸기를 노려보며 미동도 하지 않자 의아함을 느낀 지한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왜 그래? 딸기 싫어?”

“……아니, 그건 아니고.”

유인은 지한을 떼어내며 제 손에 있던 포크를 그에게 돌려줬다.


“너 먹어. 그리고 나 배 안 고파.”

쌀쌀맞도록 간결한 목소리에 지한은 놀란 듯 눈을 키우고 유인을 빤하게 바라봤다.

한동안 이어진 시선에도 유인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머릿속에 다시 찾아든 이상한 남자를 쫓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숨을 폭 쉬는 모습까지 지켜보던 지한의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와 꾹 다물려졌다.

옅은 먹구름이 끼인 것 같은 얼굴의 지한이 여상한 말투로 말했다.


“진짜 안 먹어도 돼? 너 수업 늦게 끝나잖아.”

“괜찮아.”

유인은 아직 식지 않은 커피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지한은 그런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토요일에는 잘 들어간 거야? 혼자 택시 탔어?”

“응. 어제 전화로 얘기했잖아.”

“휴대폰은 어디 깨진 데 없어?”

“응, 멀쩡해.”

“주운 사람이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고? 사례금 같은 걸로 물고 늘어지는 사람 많다더라.”

“……뭐. 별말 없던데.”

“나한테 먼저 연락하지. 그럼 같이 갔을 텐데.”

“뭐 하러 그래. 잘 받고 왔어.”

계속 이어지는 불편한 주제에 머그 속에서 천천히 저어지던 얇은 빨대가 점점 더 빨라졌다.

오늘따라 윤지한은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은지. 커피는 왜 아직도 이렇게 뜨거운 건지.

초조함과 불안함이 불쑥 올라오려는 걸 꾹 참는데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남유인.”

“응.”

“너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불쑥 던져진 질문에 빨대를 놓은 유인이 그제야 옆을 바라보자 상냥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걱정스럽게 자신을 보고 있는 지한과 마주쳤다.

아, 너무 티냈나. 아차 싶었다. 저도 모르게 옅은 색소의 눈동자를 피해버린 유인은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갑자기 왜? 무슨 일 있을 게 뭐 있어.”

“휴대폰 주워준 사람이랑 무슨 일 있던 거 아냐?”

“……아니? 휴대폰만 받고 바로 헤어졌는데 무슨.”

“진짜?”

“진짜.”

고개를 끄덕인 유인의 눈이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곰돌이 귀가 달린 접시 위에 있던 샌드위치를 덥석 집었다.

배가 고프지 않다는 건 정말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의심을 시작한 지한에게서 탈출하려면 뭐라도 해야 했다.

유인은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거친 모래알 씹듯이 양상추를 으적대며 씹었다.

그런 유인을 보던 지한이 섬세한 눈을 찡그리며 한마디 더 보태려는 찰나, 커다란 쇼핑백과 함께 키가 늘씬한 재희가 나타났다.


“얘들아! 내가 왔다!”

커다랗게 소리치며 등장한 재희 덕분에 지한의 의심은 물론, 이야기가 끊어진 다리처럼 뚝 잘렸다.

안도의 숨을 내쉰 유인은 곧바로 먹기 싫은 샌드위치를 곧장 접시에 내려놓고 활짝 웃으며 재희를 맞이했다.

눈치 빠른 지한이 자신의 일을 어서 잊길 바라며.

****

화창한 봄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오후.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간이라 직장인이라면 응당 나른하게 풀어질 시간이었다.

그러나 반짝이는 햇살을 등 뒤에 가득 머금은 남자는 나태함과는 거리가 먼 반듯한 자세로 앉아 모니터를 뚫어버릴 듯 응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겉으로 보기엔 평소처럼 열정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사실 화면 안 문서 페이지는 아까부터 제자리, 마우스를 잡은 손도 아까 전과 같은 자리 그대로였다.

똑똑-.

두터운 우드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는 사무실 안을 울렸지만 기연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답을 듣지 않고도 안으로 들어선 남자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기연이 앉아 있는 책상 위에 서류철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사님, 오전에 요청하신 자료입니다.”

“…….”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사람처럼 한 치의 흔들림 없던 기연은 실제로도 남자의 말을 귀담아듣고 있지 않았다.

그 애를 본 지 일주일인가, 이 주일인가.

워낙 정신없이 바쁜 탓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이상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그 커다랗고 무구한 눈동자는 한 치도 잊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그의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회의를 하다가 불쑥, 보고를 받는 도중에도 잠깐, 미팅을 하는 와중에도 왈칵.

제 기억이 잘못된 건지 시간이 지날수록 남유진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미화되고 있는 그 애가, 불편한 듯 살짝 인상을 구기는 그 예쁜 얼굴이 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

왜 보고 싶을까. 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는 저도 몰랐다.

그렇게 한창 남유인을 떠올리며 허우적대는데 거슬리는 소리가 기연의 의식을 깨어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KRS 박 피디가 오늘도 연락이 왔습니다. 아마 남유진 씨 드라마 출연 때문에 그런 거 같습니다.”

“그건 안 된다고 통보하라 했을 텐데.”

“네. 말씀드렸는데도 이사님하고 얘기 나누고 싶다고 계속 고집을-.”

하아.

차가운 한숨이 남자의 말을 틀어막았다.

고개만 슬쩍 돌린 기연의 얼굴은 아무 감정도 깃들지 않아 무감했지만 목소리만큼은 아주 매서웠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나보고 직접 전화 받아서 안 된다고 얘기하란 거예요?”

제가 정한 일에 대해 번복하는 걸 싫어하기도 했지만 오늘 기분이 영 별로인 기연에게서 상대방을 숨 막히게 압도하는 고압감이 절로 흘렀다.

그로부터 피어난 서늘함이 실내를 가득 채웠지만 남자는 이런 순간도 늘 있는 일인 양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할 말 끝났으면 나가요.”

성난 가시가 돋친 시선이 다시 모니터로 돌아가고 가볍게 목례를 한 남자가 뒤돌아 나가려 했다.

그러나 나가라던 기연이 별안간 그를 멈춰 세웠다.


“잠깐.”

“네, 이사님.”

“그 여자애 있죠.”

“예? 누구 말씀이신지.”

기연의 입에서 여자애라는 단어가 나오자 기연의 비서, 진석의 견고한 무표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제 상사의 입에서 처음 듣는 단어에 조금 당황한 진석을 태연하게 무시한 기연이 말을 이었다.


“남유진 동생 말입니다.”

“아, 네.”

떨떠름한 반응의 진석을 보던 기연은 답지 않게 조금 망설였다.

다시는 보지 말자고 말하던 여린 음성에 분명 저도 동의를 했었다. 볼 일이 없는 사이가 맞았다.

소속 배우의 가족인 남유인과 자신이 마주할 접점이 뭐가 있단 말인가.

그 복도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남유진이 계약이 끝나 소속사를 나갈 때까지, 아니 남유진이 배우를 은퇴할 때까지도 모르는 사이로 남았을 거였다.


“선현대 학생이라고 했었나?”

“네. 국어국문학과이고, 이제 4학년이라고 들었습니다.”

기연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 애를 보고 싶어 하는 제 마음의 정체가 뭔지 아직 몰랐다. 멈춰진 모니터 안 문서처럼 몇 날 며칠 풀리지 않고 제자리였다.

그 애를 다시 만나면, 새하얀 얼굴을 다시 보면 이 답답함이 무엇인지 알게 될까.

책상 위를 일정한 리듬으로 딱- 딱- 두드리는 소리만 이어지자, 조용히 서 있던 진석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번 주 내 스케줄 중에 비는 시간 있어요?”

기연을 바라보는 진석의 차분한 눈이 의문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다시 가라앉히고서 답했다.


“모레 저녁은 비어 있습니다.”

“모레? 그날 전체 회의 있는 날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그날 말고. 오후부터 비울 수 있는 날은요.”

“이번 주는 없습니다.”

기연이 희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입사 이래로 아무리 빽빽한 일정을 소화한들 불평 한번 없던 그였다. 오히려 일을 찾아서 하는 남다른 워커 홀릭 기질을 가지고 있던 기연이었다.

그렇게 일에만 매달려 쉼 없이 달려오던 무수한 시간들이 처음으로 갑갑하게 느껴졌다.

그 작고 하얀 여자애 하나 때문에.


“이사님, 혹시.”

“…….”

“남유진 씨 동생 때문입니까?”

책상을 두드리던 검지가 일순 멈췄다.

베일 거 같은 날카로운 눈초리가 진석에게 꽂혀 들었다.


“이 비서.”

“네.”

“내 사생활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마요.”

“죄송합니다. 다만……남유진 씨 동생 때문이라면, 재고해 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

진석은 기절하듯 잠든 유인을 바에서 안고 나온 기연을 봤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때야 사사로운 감정 없이 도움을 준 게 맞았으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지금은 달랐다.

제 입으로 남유인 이름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단정 짓는 거며, 뭘 해보기도 전에 하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는 제 비서의 태도에 상당히 짜증이 났다.


“신경 끄고 시킨 일이나 똑바로 해요.”

더 이상의 간섭은 허용하지 않겠단 뜻이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진석은 알겠다는 대답을 남기고 사무실을 나갔다.

다시 조용해진 사무실 안에서 기연은 진석이 두고 간 서류를 대충 훑다가 금방 종이 더미 위로 휙 던져버렸다.

흐트러진 머릿속이 정리되지 못하고 어지럽혀졌다.

남유진 성격이야 진석보다 자신이 더 잘 알았다. 남유진이 제 동생을 많이 아낀다는 것도 물론 알았다.

그냥 얼굴 한 번 보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 뭘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고작 대학생인 여자한테, 자신이 무얼 한다고.

기연은 뭐 때문에 자신이 애가 타는지도 모른 채 속만 뭉근히 끓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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