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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눈먼 짐승 따위에게 (27/151)


27. 눈먼 짐승 따위에게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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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군.”

일레온은 황궁에서 엘리시아를 보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황실과 일레온은 미묘한 관계였다.

원래 콘스탄스 제국에는 황위계승서열 2위라는 존재가 없었다. 왜냐면 ‘오데르’의 특징을 가진 사내아이는 한 대에 한 명만 태어났기 때문이다. 무조건 그가 황제가 된다. 심지어 ‘오데르’는 약간의 신성 능력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으므로 소드마스터로 성장하는 것을 포함하여 신체적 능력이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러니 계승서열 1위면서 유일한 후계자인 ‘오데르’가 잘못되는 경우가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고, 무의미한 서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레온이 황위계승서열 2위가 된 건, 사비엘이 아닌 그가 가지고 태어난 ‘오데르’의 특성 때문이었다. 게다가 어머니인 레브의 입단속으로 드러낸 적이 없지만, 일레온은 ‘오데르’의 힘을 온전히 쓸 수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조심하는 이유는, 그의 존재 자체가

정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일찌감치 이해했기 때문이다.

아주 어릴 때 사비엘은 적당히 몸싸움과 짓궂은 장난을 함께하며 어울리기 좋은 사촌 형제였다. 나이 어린 일레온을 데리고 황궁 구석구석 어른들이 싫어할 만한 장난치기 좋은 곳을 알려주던, 제법 다정한 사촌형이었다.

그랬던 그가 먼저 십 대의 나이에 접어들고, 어느샌가 일레온을 질투 어린 시선으로 보다 그를 끔찍하다는 듯 피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일레온 자신을 망치고 싶어 하는 걸 차례차례 지켜보았다.

사비엘의 탓이 아니다. 제 탓도 아니다.

구태에 연연해하며 전통과 신의 뜻 따위에 의미를 부여하며 황태자를 갈아치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일레온이라고 황궁에 드나드는 게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전쟁터에서 내내 지내는 동안 좋은 점 중에 하나가 ‘황제를 알현하지 않아도 되어서’라면 말 다 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그쪽으로. 전장을 옮기라는 명령이 칙서 하나로 하달되어 내려왔다. 황궁은커녕 수도에 얼씬도 하지 않는 동안 일레온은 그보다 속이 편할 수 없었다.

오늘 일레온이 황궁에 일부러 발걸음을 했던 건, 딱 하나. 로나의 불분명한 신분으로 인해 제 결혼에 장애물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황제의 특명으로 내린 혼인 허가서.

7년 전쟁의 전공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눈이 먼 그가 다스릴 수도 관리할 수도 없는 땅은 적절히 기득 세력에게 분배된 지 오래였다. 일레온에게 주기 위해 그 땅을 도로 뺏을 수도 없고, 그도 그걸 원하지 않는다. 대신 필요한 걸 받을 텐데, 이런 일은 속전속결로 해야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시일이 미뤄지면 이것저것 따지게 되고, 그가 원하는 것보다 엉뚱한 것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게 원하던 걸 손에 쥐고 걸어 나오는 길이었다.

맞은 편에서 태양궁 쪽으로 걸어가는 귀족 여인 둘이 보였다.

모녀 사이인 듯 꼭 빼닮은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의 눈을 잡아끈 건 젊은 영애 쪽이었다.

하얀 피부 위로 꿀처럼 진한 금빛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물결치며 흘러내렸다. 기다란 금빛 속눈썹 아래에 자리한 보랏빛 눈동자는 질이 좋은 자수정처럼 맑고 짙은 색이었다.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수도의 젊은이들 앞에 세워놓으면 백이면 백이 마음을 빼앗길만한 미모였다.

하지만 일레온의 신경을 잡아끈 건 그게 아니었다.

한 번도 여자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여러 차례 인사를 나누고도 얼굴은 물론이고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해 그의 호감을 사보려던 영애가 울면서 무도회장을 뛰쳐나간 게 한두 번인가.

일레온의 눈을 잡아끈 건 드레스였다.

마주 걸어오는 영애가 입고 있던 드레스.

포실해 보이는 하얀 시폰의 허리를 보랏빛 매끄러운 공단 리본이 가늘게 잡아매었다. 하늘하늘하게 어깨에 포인트로 떨어지는 것은 특이한 레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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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이스는 상단에서 배로 실어 온 물건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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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슨 무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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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레이스에 보라색 포도알과 덩굴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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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이라.」

 
빨간 머리카락에 파란 눈동자의 여인에게 어울릴 것 같았던 보라색 장식이 있다던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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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에게 잘 어울리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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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요. 로나 양에게 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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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도 여름 드레스를 한 벌 짓도록.」

 
로나에게 어울릴 것 같아 고르고 골라 주문했다가 취소당한 옷이었다.

그가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로나에게 입혀주고 싶어서 부지런히 드레스와 옷감을 손끝이 얼얼할 때까지 골랐던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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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겠지.’

여인이 걸음 할 때마다 나풀거리는 끝단에 매달린 포도와 덩굴무늬 자수를 보며 일레온은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팔지 못하게 된 드레스의 디자인을 르발레인의 여주인이 다른 곳에 팔았는지 어떤지 알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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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는 지금쯤 어디 있으려나.’

손안에는 로나가 겪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황제의 칙서가 들려 있었다. 그런데 로나는 없다. 그렇게 기어코 로나에게 가서 닿은 생각이 일레온의 의식을 빨아들이듯 끌어갔다.

막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간 그 여자가 목소리를 낼 때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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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아. 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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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죄송해요. 신발이 익숙하지 않아서.」

 
무심하게 걸어 나오던 일레온의 발이 멈추어 섰다. 온 신경이 태양궁으로 사라진 등 뒤의 발소리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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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

매일 그의 세상을 깨워주었던 목소리였다. 일레온의 하루는 로나의 목소리로 시작해서 로나의 목소리로 끝났다.

익숙하고 그리운 목소리.

고작 얼마 듣지 못했다고 미쳐버릴 것 같은 목소리.

꽈악.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황제의 칙서를 놓칠 뻔한 일레온은 그것을 세게 움켜쥐었다.

확인이 필요했다.

볼일만 보고 당장 벗어나고 싶은 황궁이었지만, 일레온은 태양궁에서 그녀가 나오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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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은 내가 들었으니 분명 티타임일 거고 오래 걸려야 두 시간, 빠르면 한 시간이다.’

그는 황제의 알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꿰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한 시간도 평소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지 저도 모르게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아야 했다.

타고 온 마차를 본성에 맡기고 알현실로 가려면 반드시 이 복도를 지나야 한다. 일레온은 그 근처 나무 그늘에 서서 그녀가 나오길 지켜보고 있었다.

곧 그 여자가 황궁 시녀의 안내를 받아 일레온이 있던 정원으로 안내했다. 말을 걸 기회를 노리며 천천히 그녀의 뒤로 다가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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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넘어질 것처럼 휘청하는 가느다란 몸을 일레온은 제품으로 받아안았다.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는 엘리시아의 눈동자에 답이 있었다.

아픈 데는 없는지, 눈은 잘 보이는지, 잘 지내는지.

로나가 아니면 제게 이런 걱정을 해주는 이가 없었다.

눈먼 짐승 따위에게는.

그때 일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그대로 고개를 내려 그녀에게 키스할 뻔했다.

그 충동을 어떻게 참았나.

눈먼 짐승에서 눈 뜬 짐승이 될 수 없다는 일념으로 당장 갖고 싶은 욕심을 겨우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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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아 유테르.”

이름도 예쁘네.

신분 차이가 없다면 그녀를 대공가로 데려오는 데는 더더욱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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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게 됐군.”

아닌가. 저 쓸모없는 것을 받기 위해 황궁에 갔다가 그녀를 찾아냈으니 대대손손 가보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똑똑.

집사 베르나르가 안으로 들어왔다. 영지에서 막 돌아온 그는 클레벤트 영지의 특산물을 잔뜩 챙겨와 오늘따라 식사 준비에 의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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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 오늘 저녁 식사는 언제 올릴까요? 오늘따라 황궁에서 늦게 돌아오셨지 않습니까.”

뭔가로 배를 채우고 온 건지 묻는 것이다. 일레온은 집사의 물음에 대답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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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가 어떻게 생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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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 양 말입니까?”

베르나르가 음 하더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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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은 금발인데, 조금 흔치 않은 금발이랄까요. 부스스한 색이 아닌 잘 우러난 차처럼 색이 짙답니다. 그리고 눈동자 색은 보랏빛인데 이것도 아주 흔한 보랏빛은 아닙니다. 색이 진한 데다 웃을 때마다 초롱초롱하게 반짝반짝 빛을 내는데 순수하고 귀여운 인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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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 봤어?”

일레온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눈치채지 못한 집사는 집 나간 로나를 찾지 못해 의기소침한 주인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위해 묘사에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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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나이가 스물일곱 살이라고 했었지만,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였지요. 피부도 하얗고. 대공저에 일하는 놈 중에도 로나 양에게 관심 두는 놈들이 몇 있었지만, 신분증명이 없다고 하니 관심이 없어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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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소에서 받은 그 서류 좀 가져와.”

집사가 곧 그의 방에서 단출한 서류 한 장을 챙겨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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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길드에 갈 때 집사를 데려갔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제가 빨간 머리에 파란 눈을 찾을 때 옆에서 정정해주었을 것이다. 세드릭은 로나를 본 적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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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거짓말을 한 거야.”

일레온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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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신분은 왜 속였고.”

자신이 눈을 뜰 일은 없을 거로 생각했던 걸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그녀가 준 약차를 마시고 눈이 낫지 않았던가. 눈을 뜨기를 바라지 않았다면 그에게 약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될 일이다.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로나는 일레온을 너무나도 정성으로 모셨다. 정말 이 일이 잘못되면 오갈 데가 없다고 말이다. 사람 보는 눈이 깐깐한 집사가 부족한 의전 실력을 두고도 나무라지 않을 정도로 성의있게 일레온을 보살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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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상관없어. 결혼하고 나면 대화할 시간 정돈 많이 있을 테니.”

일레온의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듣고 있던 집사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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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대공 전하? 지금 무슨 말씀을…… 결혼을 하신다고요? 누구랑요?”

일레온이 정보 길드에서 넘겨주었던 엘리시아의 자료를 다시 한번 훑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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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지금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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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

그날 밤 대공저에서는 소외감에 상처받은 집사의 울음소리가 구슬피 울렸다.

***

다음 날, 엘리시아는 갑작스레 공작저에 찾아온 황태자 사비엘을 앞에 두고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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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황후 폐하께서 엘리시아 영애가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 말씀하셨지요. 잠시 유테르 공작부인과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가서 말상대라도 해드리라고 하셨는데, 바쁜 일이 있어 깜빡했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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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셨군요.”

테이블에 준비된 찻잔 두 세트의 의문이 풀렸다. 어제 그 정원에서의 일은 황후가 준비한 포석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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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온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황궁에 온 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조만간 어딘가로, 먼 곳으로 떠나게 될 수도 있으려나?

눈을 다치기 전까지 7년이나 전쟁터에 머물던 이였다. 큰 전장이 없다뿐이지, 거대한 제국의 국경은 늘 소란했다. 강한 기사가 필요한 곳은 아직도 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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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기억을 잃어버리셨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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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비엘은 일레온과 사촌지간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큰 키나 검은 머리카락이나 비슷한 곳이 있었다. 하지만 푸른 눈동자와 구불구불한 머릿결, 얼굴의 인상 탓에 닮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확실히 카리나의 마음을 훔칠만한 미남자였다. 이미 카리나의 궁금하지 않은 남친 자랑 탓에 사비엘에 대해서 대충 견적이 나와 있던 엘리시아는 그가 자신을 왜 찾아왔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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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께서 내가 영애와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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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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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테르의 낙원이 낳은 작은 요정을 황태자비로 맞이하고 싶으신 거지요.”

그 순간 엘리시아는 기시감을 느꼈다.

유테르의 낙원이 낳은 작은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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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엘리시아는 자신이 빙의한 몸에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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