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 첫 춤 (28/151)


29. 첫 춤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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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일레온의 능숙한 에스코트에 정신을 차려보니 플로어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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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생략됐냐.’

보통 남자가 춤 신청을 하면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확실한 수락을 해야 한다. 그러면 서로 마주 서서 인사를 한 후, 에스코트를 받아 플로어로 이동한다. 일레온의 ‘가지’ 한마디에 상당히 많은 예법이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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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일레온이 팔을 옆으로 휘둘러 가슴에 가져다 대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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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정말 멋있어서 엘리시아는 입으로 감탄하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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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지?”

내민 손을 바로 잡지 않자 일레온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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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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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을 할 거면 또박또박 해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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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다고 하려고 했는데 취소할게요.”

대공은 얼른 잡으라는 듯 다시 손을 내밀었다. 엘리시아는 그의 손을 잡았다.

두근. 두근.

가슴이 뛰었다.

첫 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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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춤을 일레온과 추다니.’

그와 함께 첫 춤을 출 수 있어서 기쁘다면 처음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걸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비엘을 의식하며 긴장했던 것이 일레온의 손을 잡자 아무렇지 않아졌다. 자신의 데드플래그에 신경을 쓰느라 내내 서늘하던 등 뒤에 춤을 리드하기 위해 그가 손을 대자 그 자리부터 화끈 열이 도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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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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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엘리시아는 이 말을 할까 말까 잠깐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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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춤 춰보는 거 처음이에요. 정말로요.”

크흑. 이 말만은 하지 말 걸 그랬나. 보통 이런 말을 하고 나면 남주의 발등을 밟고, 정강이를 차고, 드레스의 스커트에 걸려 넘어지고 그러던데. 외국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괜히 불안했다.

그렇지만 정말 처음인걸. 엘리시아가 주저주저하며 일레온을 올려다볼 때였다.

그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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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이군.”

윽. 눈부셔. 앞이 안 보일 때도 그가 이렇게 웃으면 남주 버프구나 생각했었다. 엄청 신경 써서 입은 듯한 차림새로 미소 짓는 일레온은 너무 환해서 앞머리가 타버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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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보다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거야?’

일레온. 나 너 발 서른 번 밟을지도 모른다구. 알아들은 거 맞아?

엘리시아가 조바심을 낼 때 춤이 시작되었다.

춤은…… 둘이 추는 거구나.

플로어를 꽃밭처럼 메운 다른 사람들이 어느새 존재감이 없었다.

제 몸에 둘러진 그의 팔.

손을 올려놓으니 안정감이 느껴지는 단단한 어깨.

장갑을 낀 채 가볍게 맞잡은 손은 크기 차이가 있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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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온 손이 이렇게 컸나?’

제 얼굴을 만질 때 크다고 생각을 하긴 했는데, 그의 손에 얹힌 엘리시아의 손이야말로 병아리발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일레온의 시중을 들 때, 그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손을 잡게 되는 일이 수없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는데 그의 손이 지금은 왜 이렇게 새삼 크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춤을 리드하는 일레온은 능숙했다. 엘리시아가 스텝을 삐끗할 때마다 자신의 스텝을 늦추어 금방 박자를 되찾아주었다. 그런 남자의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노라니, 자신이 춤을 제법 잘 추는 것처럼 착각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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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한 곡이 끝났을 때, 엘리시아는 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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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네요.”

노래가 끝나면 파트너를 바꿔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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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일레온과 춤을 춰본 건 정말 좋았다. 늘 아기처럼, 강아지처럼 보살펴주던 그와 함께 뭘 해본 적은 없었으니까.

엘리시아는 그의 품에서 물러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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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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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군.”

일레온이 그대로 다시 그녀를 플로어로 데려갔다.

엘리시아는 당혹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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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저기 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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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이 흰 제복을 입은 건 처음 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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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서 있으니 신랑, 신부 같지 않나요. 호호호.”

나이가 지긋한 노 귀부인 몇이 입방아를 찧었다.

다른 이들도 부채로 입을 가리고 소곤거리며 그들을 훔쳐보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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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신부라고?’

그러고 보니 오늘 데뷔탕트 때문에 자신은 흰 드레스를 입었다 치고, 일레온은 이런 옷이 있었나. 대공저에 일할 때 본 적도 없는 옷을 어디서 입고 나타났는지 하필 흰 예복을 입어서 결혼식을 올리는 새신랑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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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대공 전하. 이, 이건 예법에 어긋나요. 같은 분과 연속으로 춤을 추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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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법은 아까 춤 신청할 때부터 어기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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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쳐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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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싫은가?”

엘리시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붉은 눈동자와 보랏빛 눈동자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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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으면 지금이라도 춤을 그만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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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을 리가 없잖아요.”

엘리시아가 머뭇거리며 대답하자 일레온이 다시 그녀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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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 지낸 반 년 동안, ‘로나’로 살았던 시간 속에 그녀는 늘 일레온과 함께였다.

대공저는 기댈 곳이 없던 그녀의 집이었고, 일레온은 낯선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필요로 해주었다.

그의 손이 되고 눈이 되고 발이 되었다.

그렇게 일레온의 일부분이었던 로나는 이제 사라졌다.

로나일 때는 무엇이든 그녀가 생각하고 고민해서 행동해야 했다. 나름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배웠었다.

엘리시아가 된 후로는 어떤가?

가족이 생기면, 이 세계에서의 그녀를 기억하는 이들을 만나면 발 아래 디딘 땅이 단단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기억에도 없는 ‘엘리시아’가 어떤 사람인지 배워서 제 생각과 행동을 그 틀에 끼워 맞춰야 했다.

그래서 그 안정감이 행복하고 아늑하냐면 그렇지 않았다.

일레온의 곁에 있을 때가 더 마음 편하고 좋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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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선택한 걸까?’

그때 하듄샤에서도 유테르 공작가에서도 ‘엘리시아’를 놓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보통이다.

본인은 기억을 못 한다곤 해도 집을 나가 실종돼서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다면, 어떻게든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노력하는 게 상식이다. 기억을 못 하니 살던 대로 메이드로 살겠다고 하면 그걸 내버려 둘 부모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엘리시아가 됐기 때문에 기억해버렸다. 원작 속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하잘것없는 역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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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하지?”

예민하게 제 분위기를 살핀 일레온이 또 저렇게 반응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엘리시아는 짧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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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칠 말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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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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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생각났어요. 말할게요. 싫을 리 없잖아요 그다음에요. 제가 싫었다면 대공 전하께서는 저와 첫 춤도 끝내실 수 없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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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일레온이 소리 내어 웃자 이번에야말로 플로어에서 춤추던 이들 중 몇몇이 스텝이 꼬이며 휘청거렸다. 그들을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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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여쭤봐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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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춤곡의 스텝을 따라 한 바퀴 돌고 다시 그의 손을 맞잡은 엘리시아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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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이제 잘 보이세요?”

그녀의 말에 일레온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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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뜻은 아니고요. 오랫동안 아프셨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불편하신 데가 있지 않을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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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일레온은 선선히 대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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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집사가 더 난리더군. 갑자기 빛을 봐서 눈이 상하면 안 된다면서 수도의 의사들을 죄다 대공저로 불러들였지. 덕분에 삼 일이나 침실에 갇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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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큽. 후훗.”

베르나르라면 충분히 그럴만한 실력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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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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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께서 집사의 말을 들어주신 게 재밌어서요. 왠지 마음먹은 일은 뜻대로 하실 분 같거든요. 저와 두 번이나 춤을 추신 것처럼.”

게다가 일레온은 황후의 말도 잘라먹고 자신을 플로어로 데려오지 않았던가. 황후의 속내가 자신과 사비엘을 엮어주는 데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너무너무 불편했는데, 의외로 한 방 먹인 기분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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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건 그렇다고는 할 수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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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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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말을 들은 게 아니라.”

엘리시아의 몸이 아까와는 반대편으로 한 바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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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을 당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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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협박을 당하셨다고요?”

일레온 바라기, 일레온 사생팬을 하기 위해 대공저의 집사가 된 것 같은 베르나르가 그를 협박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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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고 있는 여자가 있지.”

뚝.

순간 엘리시아의 발이 멈추었다.

하지만 일레온이 능숙하게 그녀의 허리를 팔로 감아 끌어안은 것처럼 품으로 당기며 굳어 있는 엘리시아를 통째로 들어 자신의 반대편으로 옮겨놓았다. 엘리시아는 허둥대며 스텝을 다시 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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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가 제 말대로 하지 않으면 그 여자를 찾았을 때 내가 검사도 받지 않고 집 밖에 나간 걸 그녀에게 고하겠다더군. 그녀라면 분명히 눈을 뜨자마자 내가 돌아다닌 걸 알면 화내고 걱정할 거라면서 말이지.”

엘리시아는 목 안쪽이 메이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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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나를 금방 잊을 줄 알았는데.’

집사는 아직 로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일레온이 자신을 찾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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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게 잘 지낼 줄 알았는데.’

아직 그에게 자신이 그 정도 의미는 있을까? 혹시 눈 관리를 잘못했다고 화낼까 봐 조심할 정도로 그런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일까.

그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속이 은근히 달구어졌다. 숯덩어리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은은해 보이는 열기는 한 자리를 꾹 누르고 있어 점점 가슴 속이 홧홧해졌다.

어느덧 두 번째 곡이 끝났다.

일레온은 다시 그대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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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이렇게 된 거 대대적으로 사고를 한 번 쳐보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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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조용히 사는 거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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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영애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잘 모르는 것 같군. 조용히 사는 걸 좋아했다면 아까 두 번째 춤 중간에 정강이를 차고 나가버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

커다란 일레온의 손이 엘리시아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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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손을 잡으면.’

다시는 데뷔탕트 전으로, 그와 춤을 추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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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때 거의 동시에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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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아.”

당혹한 얼굴을 한 마리엘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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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아 영애!”

세 번째 춤 신청을 하려 했던 듯 다급하게 제 쪽으로 다가오는 황태자 사비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 순간 엘리시아는 일레온을 잡아끌 듯 그의 손을 잡고 플로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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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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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시던 일 아닌가요.”

그들은 서로 나란히 서서 팔짱을 낀 채 군무의 대열에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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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랐지만 이렇게 대범한 줄 몰랐군. 신관으로 오래 지냈다기에 소심할 줄 알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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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떻게 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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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에서 신관 엘리시아를 모르면 야만족의 간자라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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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파문당한 이름이에요.”

일레온은 엘리시아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카리나와는 원작에서 정해진 운명을 비껴나갔다. 일레온의 눈을 되찾고 그와 사랑에 빠졌어야 할 카리나의 역할은 일부분 로나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그의 눈을 뜨게 한 로나는 실체가 없는 사람이다. 그의 눈만 뜨게 해준 후, 그대로 이야기 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면 일레온은 로맨스가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되냐고.

그게 궁금했던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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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파트너인 제게 다,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사심이 담겨서 그런지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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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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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고 있는 여자가 있다고 하셨잖아요.”

엘리시아는 문득 자신이 로나를 질투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안 되지만,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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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분은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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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반쯤? 찾으면 찾은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반은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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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로나를 찾았다고?’

엘리시아가 어리둥절한 마음에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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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시길래 대공 전하께서 그렇게 찾으시는 건가요?”

그녀의 말에 일레온이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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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결혼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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