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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아무 사이도 아닌 관계 (46/151)


46. 아무 사이도 아닌 관계
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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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뭔가 감추고 있는 건가?’

엘리시아는 그의 앞에서 가감 없이 감정을 드러냈다. 아마도 그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터.

보통은 어느 정도 타인 앞에서는 가면을 쓰기 마련이다. 적당히 선을 지키는 인간관계를 위해서 예의와 체면을 차리는 것이 필수 아닌가.

일레온이 예전처럼 눈먼 사내인 척 행동하니 엘리시아는 그의 앞에서 가식을 떨 이유가 없다.

그토록 염원하던 여자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하나하나, 일상적인 몸짓 하나하나. 또 직접 보길 바라던 사소한 습관, 버릇 같은 것을 눈으로 좇으면서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지금 넌 무슨 표정을 하고 있지? 네 얼굴색은 어떻지?

마음에 둔 여자의 낯빛 하나를 알기 위해, 그걸 그녀 본인에게 묻고 지루하게 기다리던 기억은 멀어졌다. 묻지 않아도 볼 수 있다는 게 이 이상 기꺼울 수가 없었다.

그가 엘리시아를 이렇게 곁에 끌어다 놓기 위해 치졸하게 그녀를 속였다는 것조차 잠시 잊힐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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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지금 엘리시아는 말과 행동이 따로 놀았다. 그에게 목소리에 실어 전하는 것과 표정으로 드러나는 감정이 다르다. 제게 이리저리 둘러대면서 딴짓을 하고 있다니. 그걸 마음의 준비도 없이 적나라하게 보고 나니 가슴이 술렁거렸다.

직접 제 눈으로 엘리시아를 보고 싶다고 늘 간절히 바랐지만, 실제로 마주한 여자가 그에게 의문을 안겨줄 줄이야.

다정하게 맞추어 걷던 발걸음이 느려졌다. 그런 그를 돌아보며 엘리시아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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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온 님.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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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한 박자 늦게 나간 대답에 엘리시아가 그를 살폈다. 정말 어이가 없는 건 그렇게 그녀의 눈동자가 오롯이 제게 붙들려 있다는 걸 보는 순간 마음에 걸리던 무언가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고 마는 것이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몸을 걸어온 방향으로 돌리며 신경 쓰이는 티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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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뜨린 물건. 영 신경이 쓰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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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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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동전이라니. 그런 걸 잡풀이 무성한 정원에 떨어뜨리고 그냥 가나? 특별히 아끼던 이유가 있을 텐데.”

일레온의 말에 엘리시아는 당황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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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그런 건. 날이 밝으면 내일 제가 혼자 찾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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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나 생김새를 알려주면 집사에게 찾아보라고 하지.”

의미가 있는 귀한 물건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했다. 그러나 일레온의 말을 들은 엘리시아는 당혹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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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님이 얼마나 바쁘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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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들에게 시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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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찾아보면 돼요. 저도 일단 고용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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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 곁에 있어야 하잖아. 로나.”

일레온은 일부러 ‘로나’라는 이름에 힘을 주었다.

잠시만 엘리시아가 아닌 로나처럼 대해달라고 부탁한 이는 그녀였다. 로나라면 로나답게. 주인의 뜻대로. 그가 구애하는 유테르 공작가 영애 엘리시아가 아닌, 일레온의 말에 ‘네’ 하고 따라야 하는 신분 증명이 없던 메이드로 행동해야 옳았다.

완곡한 그의 말에 엘리시아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가, 구름 뒤로 숨은 달처럼 그녀가 고개를 숙인 대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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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일레온 님.”

일레온은 주먹을 쥐었다.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는데. 엘리시아를 서운하게 하려던 뜻은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범인보다 우월한 오데르의 피가 보증하는 예감이 무언가 머릿속에서 불편하게 걸리는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엘리시아가 하는 의뭉스러운 말과 행동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사람의 마음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 엘리시아가 돈 받은 대가보다 좀 더 다정하고, 계약서 쓰고 일하러 온 사람치고 따뜻했다는 소소한 데서 그의 애정이 발현된 것처럼.

반대로 사람과 사람이 멀어지고 불편해지는 것 역시 그러하지 않던가.

일레온은 여인에게 연심을 품어본 게 처음일 뿐, 인간관계를 모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사단장으로 병사들을 통솔하는 위치라 오만 인간군상을 다 겪어본 축에 속했다. 제국을 수호한다는 일념으로 뭉쳐 있는 놈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역시 그의 일이었다.

엘리시아는 누구와의 관계와도 달랐다.

연애를 하던 이들도 마음이 상하면 관계가 틀어진다. 서로 좋아 결혼을 하고도 각자 정부와 애인을 만들어 즐기기도 하고, 복잡하고 손해가 막심한 이혼마저 감수하는 일도 흔했다.

그렇지만 일레온은 엘리시아에 대해서 그런 세속적인 모든 정의를 벗어난 미묘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까지 어딘가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이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온통 차지할 수가 있는 것인지.

그래서 그 사람을 떠나보낸다면 세상이 끝나고 자신이 무너질 것만 같아서, 시정잡배나 할법한 비겁한 짓도 서슴지 않게 된 건지.

일레온은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았다. 스스로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의식하며 행동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들판을 호령하는 맹수와 그의 한 끼 식사감에 불과한 소동물이 보는 세상은 다른 법이다. 신의 후손이라는 증거, 오데르의 피가 약속한 많은 것들이 일레온을 자연스럽게 이 세계의 정점에 올려놓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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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온 님. 밤바람이 썰렁해요. 그만 들어가요.”

정작 그녀는 예전 메이드 시절에 입던 얇은 블라우스 차림이면서 엘리시아가 어깨에 두른 숄을 풀어 그에게 둘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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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는 네게 더 필요할 것 같은데.’

눈이 보이지 않는 그로서는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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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대로 따를게요. 집사님께 여쭐 테니까. 얼른 가요. 네?”

엘리시아는 복잡하고 조금 슬픈 듯한 얼굴이었다.

무엇이 그녀를 이런 얼굴을 하게 만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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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왜 구혼장을 거절했는지 듣지 못했군.’

갑작스러운 청혼이 아니었다. 일레온은 착실히, 예법에 흠 없이 유테르 공작가에 자신의 의사를 전하고 있었다.

엘리시아가 제게 카리나를 붙여주려는 듯 행동했을 때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결국 오제 부인의 암묵적 동의하에 가볍게 입술을 맞댈 때 그녀는 일레온을 밀어내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수줍게 다물린 입술.

분홍 꽃물이 옮아온 듯한 뺨.

놀랐다고, 설렌다고 감정을 숨기지 않던 보랏빛 눈동자.

그렇게 그녀에게 확실하게 진심을 전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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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아직 이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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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혼장을 받았다고 바로 결혼식을 올려야 하는 건 아니야. 약혼만으로도 난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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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우리는…… 안 될 것 같아요.」

 
그를 외면하는 엘리시아를 보는 게 그토록 고통일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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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찾아오지 마세요. 저는 결혼 못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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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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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아닌걸요. 당신과 저는…… 만나지 않는 게 더 좋았을 거예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건 복수에만 적용되는 방식이 아니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제게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자신을 밀어내고 끊어낼 것처럼 행동하는 여자에게는 다정한 진심보다 야비한 거짓말이 더 먹혔다. 그 결과 뜻한 대로 지금 엘리시아가 제 앞에 서 있는 거였다.

그런데 바라는 대로 되었는데,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렇게 엘리시아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일레온은 드디어 깨달았다.

아직도 엘리시아가 제게 환한 얼굴로 웃어주는 얼굴을, 여태까지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걸.

카리나를 소개해주려던 날, 무언가 후련한 듯 잘 되었다는 듯 웃던 그녀에게서 홀린 듯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얼굴도 그리 기쁘고 행복해서 활짝 웃는 그런 표정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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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

엘리시아가 제게 와준 것까진 좋았지만, 그녀의 발걸음을 재촉한 건 그가 흘린 속임수였다.

진심을 알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 무엇인지 일레온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솔직하기를 바란다면, 자신이 먼저 엘리시아에게 사과하고 진솔해져야 한다는 걸.

그러기 전이라면 눈이 멀어서 그를 동정하듯 곁에 있어 주려고 할 뿐이라는 거.

엘리시아 유테르와 일레온 클레벤트는 무엇을 약속할 수도 없는, 아무 사이도 아닌 관계였다.

그녀가 메이드 ‘로나’로 지내고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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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로나는 기억을 잃은 엘리시아가 잠시 머물렀던 허상일 뿐이었다.

그가 바라는 대로 관계를 진전시킬 수도, 원 없이 애정을 쏟을 수도 없는 존재하지 않는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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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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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의 팔을 잡고 저택을 향해 걷던 엘리시아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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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같이 갈 곳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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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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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면 알아.”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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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하셔도 괜찮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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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일이 지나면.

지금처럼 네가 무거운 짐을 짊어진 얼굴을 하면 괜찮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줄 거야.

네 마음속에 무슨 슬픔이 도사리고 있더라도, 그늘도 눈물도 내가 다 거두어줄 테니까.

일레온은 속으로 다짐했다.

***

엘리시아는 저택 3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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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혼자 있게 되니 절로 긴 한숨이 나왔다.

반년 넘게 내 공간으로 여겼던 장소가 주는 익숙함이 그녀의 몸에서 긴장을 빼었다. 엘리시아는 얼른 옷을 벗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공작가에서는 세탁을 마친 옷에 장미향이 나는 향수를 뿌렸다. 공작부인인 마리엘라의 취향이었다. 독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향기가 새로 갈아입을 옷을 꺼내어 펼 때마다 물씬 솟아 코에 닿았다.

사용인들이나 쓰는 향기 없는 비누로 빨린 뻣뻣한 잠옷의 감촉이 어찌나 반갑던지. 유테르 공작 저택에서는 내내 내 자리가 아닌 듯 불편해서 몸 둘 곳이 없었다. 낮은 천장에 대대로 여러 하녀들이 거쳐 갔을 대공저의 자그마한 방이 내 집 같아 아늑하게만 느껴졌다.

엘리시아는 불을 끄고 얼른 침대에 누웠다. 오랜만에 다시 일레온의 시중을 들며 몸을 쓰는 노동을 한 탓에 피로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정작 눕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 탓에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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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온을 어째야 하지?”

그가 산책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핑곗김에 풀이 돋아났던 자리를 살필 수 있었다. 역시나 그가 눈이 멀었다고 해서 새로 풀이 돋아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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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엘라가 여기는 강제적으로 원작이 이루어지려는 힘이 있다고 했는데.”

일레온이 저런 상태라면 원작대로 진행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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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원작은 이미 어긋난 거 아닌가?”

마리엘라가 빙의자인 것 같다고, 수상하다고 느껴져서 엘리시아 역시 모든 걸 그녀에게 털어놓지는 않았다.

일레온의 눈을 뜨게 한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

여주인공인 카리나가 아니라 엘리시아에 빙의한 그녀가 일레온을 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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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난 진작에 재가 돼야 했던 거 아니냐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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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엘라도 내게 모든 걸 털어놓은 게 아니구나.”

마리엘라는 자신이 빙의자라는 사실을 털어놓기 전까지 그녀를 딸 엘리시아라고 믿었다. 단지 사고로 기억을 잃었을 뿐이라고 철석같이 그리 알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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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뭔가를 말하지 않고 숨겼단 말이야?”

무슨 이유로 그랬을까? 엘리시아의 삶이 녹록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실감했다. 원작이 시작되기 전, 죽음의 강제력이 강해지기 전에 원작의 밖으로 엘리시아를 탈출시키는 게 마리엘라의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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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뭐지?”

마리엘라의 행동도, 다시 눈이 먼 일레온의 상황도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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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엘라도 원작을 알겠지?”

앞부분만 조금 보고 들어온 자신보다 꽤 많이 알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마리엘라 그녀라면 일레온의 상황을 해결할 실마리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을까. 보지 않은 뒤에는 한 번 더 눈이 머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만 모르는 것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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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그런 걸 도와주려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엘리시아는 상념에 잠겨 밤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새벽이 밝아온 후에야 겨우 눈꺼풀이 무겁게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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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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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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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 몇 번을 깨워야 일어날 셈이지?”

으으, 귀찮게 굴지 마. 조금만 더 자고.

엘리시아가 잠투정을 부릴 때였다. 서늘한 체온의 손길이 부드럽게 뺨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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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못 받은 상. 지금 받아도 되지? 엘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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