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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빼앗기는 밤 (49/151)


49. 빼앗기는 밤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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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스스로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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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레…….”

그의 이름을 다 부르기도 전에 입술을 빼앗겼다.

고작 얼마 전, 유테르의 낙원에서 그와 산책 중에 입술을 맞댄 적이 있었다.

어영부영 넘어간 어설픈 고백과 함께 다가왔던 그의 입술, 다정하게 마음을 열어달라고 구애하며 부드럽게 닿았다가 물러간 정중한 입맞춤.

나란히 앉았던 나무 그늘 사이로 스며드는 여름볕처럼 기분 좋게 설레던 첫 맞닿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달랐다.

입술을 맞대고 있는데 몸과 몸이 부딪히는 기분이었다.

일레온은 커다란 손으로 엘리시아의 머리와 허리를 잡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누르며 입안을 탐했다. 어마어마한 완력 탓에 몸이 통째로 덫에 걸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배가 주린 짐승 같았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차례로 물다가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음식을 맛볼 때나 쓰던 것이 제 기능을 잃은 채 그의 것에 감겨 비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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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

입안에 달큼하게 차오르는 타액마저 일레온이 샅샅이 거두어 가버렸다.

뺏기고, 빼앗기고.

한참을 격렬하게 엘리시아의 입술을 맛본 일레온이 그녀를 조금 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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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러고 싶었어.”

그가 떨어졌는데도 입술과 코끝에 짙은 샌달우드 향기가 매달려 있었다.

첫 키스였다.

뽀뽀가 아니라 진짜 키스.

서로 끌어안고 입술을 맞대는 일이 이렇게 그가 제 것을 옭아맬 때마다 심장이 뽑혀 나갈 것 같은 일이었을까.

이런 걸 세상에 수많은 연인들은 매일 하는 거였을까.

엘리시아는 온몸의 혈관을 타고 맥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어둑한 탓에 검붉게 탁해 보이는 일레온의 눈동자에 달빛처럼 환한 머리카락을 바닥에 흐트러트린 자신이 비쳤다. 엘리시아는 홀린 듯이 그 눈을 들여다보았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 때문에, 빛나는 별 같기도, 노란 꽃잎을 펼친 꽃송이 같기도 했다.

그의 눈에 비친 제 모습이 꽤 신비로워 보일지도 모른다는 한가한 생각이 든 순간, 그에게 저항하듯 내내 가슴을 밀어내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일레온도, 엘리시아도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보다 거친 숨을 내쉬며 탐색전이라도 벌이듯이 잠깐의 대치가 이어졌다.

먼저 움직인 건 일레온이었다.

그는 예민하게 맥이 뛰느라 팔딱거리는 가늘고 흰 목덜미를 손끝으로 살살 건드리다가 다시 그녀에게 입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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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만큼 치열하지는 않은, 부드러운 키스였다.

그래서 그에게 제 것을 정신없이 약탈당하는 기분이 들 때와는 달라서, 또렷하게 일레온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를 휘감은 그의 몸 내음과, 단단하게 끌어안은 팔에서 느껴지는 소유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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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자신이 숨이 차는 만큼, 그도 숨을 참으면서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거.

둘 다 키스가 서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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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이 없어.’

그도 처음인 걸까?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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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키스는 그대가 내게 먼저 해주길 바라.」

 
그렇게 말해놓고는 먼저 선을 넘어왔다. 그럼 그런 걸 바란다고 말을 하지 말던가. 엘리시아는 그 와중에 일레온의 하는 짓이 기가 막혔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일레온이 입안의 말캉한 것을 아프게 깨물어서 신음하면서도 두려움이 조금 가셨을 때였다.

툭, 투둑. 툭, 툭.

그가 등 뒤로 손을 넣어 메이드용 원피스의 단추를 풀어내자 엘리시아는 화드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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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시아가 몸을 휘며 저항하려 하자 일레온은 어깨로 그녀의 몸을 누르며 재빨리 원피스를 끌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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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서늘한 기운이 맨 어깨에 닿자 몸이 움츠러들었다.

얇은 슈미즈에 허리를 졸라맨 코르셋만 걸친 차림새로 일레온의 눈 아래 누워 있자니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는 평소의 일레온이 아닌 것 같았다.

일레온이라면 조심스럽게 그녀를 대했을 것이다. 그는 뼛속까지 매너가 배어 있는 신사처럼 늘 예의 바르고 정중했다. 함부로 선을 넘지도 않았다.

엘리시아가 싫다는 일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사람.

그만둬 달라고 하면 억지로 그녀에게 손을 댈 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 일레온은 원피스를 끌어내려 드러난 가느다란 팔과, 쇄골, 그 아래 윗가슴 따위를 느른하게 훑으며 어디부터 뜯어먹을지 고심하는 눈치였다.

엘리시아는 그의 사냥감이었다.

그의 말대로 제 발로 스스로 그에게 온 사냥감.

엘리시아는 아까부터 불안하게 그녀를 침범하는 두려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일레온은 결심했다는 듯 엘리시아의 손을 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기며 손끝부터 입을 맞추었다.

손가락 하나, 하나.

가느다란 손가락의 마디 하나, 하나.

작은 것 하나라도 꼼꼼히 맛보겠다는 듯 손가락 사이에 입을 맞추었을 때, 엘리시아는 저도 모르게 몸을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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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흣.”

일레온은 느리게 손바닥에 입술을 대고 눌렀다.

장갑을 끼고도 손등에나 가볍게 댈 수 있었을 입술이, 굳은살이 없어 말랑한 그녀의 손바닥에 한참 머물다 입술을 벌려 가볍게 깨물었다.

그의 눈이 집요하게 제 반응을 살폈다.

자신의 영혼을 꿰뚫어 볼 것 같은 붉은 눈동자를 보자 엘리시아는 아득한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아까처럼 그가 몸을 구속하고 있는 것도, 정신없이 키스하며 혼을 빼놓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온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

겨우 손만 잡혔을 뿐인데 온 신경이 일레온이 닿는 자리에 쏠려 있었다.

일레온의 입술이 팔목 안쪽의 새하얗고 여린 피부를 지분거리며 팔꿈치, 팔, 겨드랑이로 타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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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거긴.”

일레온의 입술이 목덜미 아래, 쇄골에 차례로 눌리자 엘리시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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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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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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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아무것도 안 하다니!

그럼 이제까지 한 건 대체 뭐였는데!

그녀가 바르작거리며 방해하는 게 성가시다는 듯 일레온은 다시 입술을 붙여왔다.

맞물린 입술 사이로 또 한참 동안 숨을 뺏겼다.

숨이 모자라 가쁘게 내쉬는 호흡 탓에 엘리시아는 물 밖으로 끌려 나온 물고기처럼 펄떡거렸다.

그것을 일레온은 다시 잡아먹었다.

아까는 허기진 짐승처럼 허겁지겁 그녀를 내리눌러놓고, 이제는 놓아줄 생각이 없는 소동물을 조금씩 물며 이쪽으로 저쪽으로 굴리는 맹수처럼 느긋한 태도였다. 정신없이 수세에 몰리다 흐트러지는 건 엘리시아 혼자였다.

엘리시아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세상이 온통 일레온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코로, 귀로,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곳에 그가 있었다.

그의 손이 공기가 닿는 맨살이 있는 곳에 고루 가서 닿았다. 이내 무언가 부족한 듯, 엘리시아의 곡선들을 타고 오르내리며 안타깝게 어루만졌다.

그것이 무슨 신호라도 된 것처럼 깊게 얽혀 있던 숨이 뜨겁고 달콤해졌다. 제 입안에 물고 있는게 그의 일부인지 초여름 덜 여문 사탕수숫대라도 된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다디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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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바라보는 일레온의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

그런 그를 피해 볼 요량으로 팔로 몸을 가리며 옆으로 몸을 웅크린 건 엘리시아의 실책이었다. 아까부터 사냥감을 어디서부터 물어뜯을지 벼르고 있던 맹수가 재빨리 손을 움직였다.

툭.

등허리 아래로 코르셋을 잡아맨 리본이 풀린 것이다.

적에게는 등을 보여선 안 된다는 방어의 기본 중의 기본을 어긴 대가였다.

사선으로 옭아맨 리본이 힘을 잃으며 느슨하게 풀어지자 꽁꽁 눌러 맨몸이 중력을 따라 흐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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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당황한 엘리시아가 허둥대는 사이 일레온은 코르셋을 벗겨 치워버렸다.

가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대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몸이 얇은 슈미즈 아래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새삼스레 코르셋의 빈자리가 허전하게 느껴졌다.

갑옷처럼 단단하게 그녀의 몸을 가려주던 것이 사라지자 이를 드러낸 맹수 앞에 배를 보이며 드러누운 기분이었다.

일레온은 커다란 짐승처럼 엘리시아를 헤쳤다.

가을 낙엽이 쌓인 숲속에서 산짐승이 잎 더미를 파헤치듯이.

겨울 설원에 흰 눈더미 아래에 숨겨진 먹이를 찾는 동물처럼.

엘리시아의 턱 아래로 새카만 머리카락을 문지르며 코끝으로 입술로 슈미즈 아래에 감춰진 여리고 말랑한 피부를 치대는 일레온은 관능적이었다.

엘리시아는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몸속 어딘가에서 불길이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

일레온이 제 몸에 대고 숨을 내쉴 때마다 열원이 풀무질이라도 당한 것처럼 천천히 몸이 달아올랐다.

제 몸에서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낸 듯 일레온은 한참 동안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

이상한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올 것 같아.

엘리시아는 놀라서 제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것이 못마땅했던지 일레온은 엘리시아의 입술을 잘게 깨물었다.

일레온이 제게서 몸을 떼고 멀어지는 감각에 엘리시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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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봐.”

셔츠를 벗으며 남자가 말했다.

두꺼운 흉곽에서 이어지는 탄탄하고 가느다란 허리선은 근육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다.

그녀는 복잡한 마음에 바르르 떨며 눈을 감았다. 꼭 감은 눈매가 화끈화끈했다.

엘리시아는 눈물을 흘렸다.

한번 차오르기 시작한 감정은 되돌릴 수 없이 꾸역꾸역 그녀의 몸 밖으로 수분이 되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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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울어?”

일레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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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싫어?”

엘리시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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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일레온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 할 때였다.

그의 목둘레로 하얀 팔이 둘렸다. 불시에 엘리시아의 체중이 실린 몸이 그녀 쪽으로 끌려갔다.

엘리시아에게 갑자기 끌어안긴 일레온은 몸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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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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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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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눈이…… 자, 잘못된 게 아니어서.”

엘리시아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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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나 때문에 잘못된 줄 알고.”

그를 지켜주고 싶었다.

일레온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는 원작의 주인공이니까 반드시 행복해질 것이다.

그러니까 나와 동류인 그가 행복해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얻고 싶었다.

일레온이 자신으로 인해 불행해지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예정된 원작의 행복에서 엘리시아 자신으로 인해 벗어난다.

그걸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끝없이 유혹당했다.

그의 손을 잡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도대체 그 행복이란 건 무엇일까?

정말 어딘가에 있긴 한 건지.

매일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 허울 좋게 포장해놓은, 어딘가에 존재하긴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그런 가치 때문에 이렇게나 고민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일레온에게 이렇게나 상처를 주면서?

그가 자신을 원하는 대로 빼앗아가게 내버려 두자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이게 그가 원하는 일이라면, 일레온이 정말 자신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내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게 엘리시아 자신의 행복인 걸까?

이렇게까지 일레온에게 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사랑인 걸까?

엘리시아는 끌어안고 있던 그를 놔주었다.

붉은 눈동자가 당혹스러운 듯 감정을 담고 흔들렸다. 엘리시아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꿋꿋하게 웃으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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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에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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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가 온 거 맞아요.”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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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러니까…….”

일레온이 바라는 대로.

그가 상상했던 대로.

그래도 괜찮다고.

그런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어느새 몸도 사시나무 떨듯 떨려왔다.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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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추웠다.

여름밤인데도 등을 대고 있는 바닥이 차가웠다.

엘리시아의 눈에는 흥건하게 눈물이 차올랐다가 그녀가 눈을 깜빡일 때 후드득 눈꼬리를 타고 귓가로 흘러내렸다.

사락.

일레온이 단추가 뜯긴 채 바닥에 떨어져 있던 제 셔츠를 주워 엘리시아의 몸을 가려주었다.

조심스레 그녀를 안은 채 몸을 일으킨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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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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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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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했어. 응?”

그가 달래듯이 안고 등을 쓸어주자 엘리시아는 더 심하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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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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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잘못했어.”

일레온이 한숨처럼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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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엘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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