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이상한 삼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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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이상한 삼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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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이상한 삼각관계
202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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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데스패치에 찔러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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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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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 연애한다고.”
남자가 한껏 비꼬는 듯한 말투로 웃었다.
실실 웃는 그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
역시. 뭔가를 눈치채고 접근한 놈이었다.
나쁜 의도를 가진 놈이 술까지 마신 상태면 답도 없는데.
강은 괜한 동요로 그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침착했다.
남자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그녀를 보며 위협이라도 하듯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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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이랑 있기에 설마 연예인인가 싶어서 왔더니, 이게 웬 월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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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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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서강이라니.”
그런데 바로 그때.
남자의 머리 위로 긴 인영이 드리워졌다.
그러고는 이내 익숙한 목소리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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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뽜.”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뜬 남자가 고개를 꺾어 제 위를 바라보았다.
한강에서 파는 라면을 든 채 서 있던 제인이 금방이라도 그의 머리 위에 라면을 쏟아부을 듯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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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뽜 뭐야? 뭐 하는 쉐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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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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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운동화에 깔촹 깔아서 중심 잡기 JONNA 힘들거든? 아마 3초 세고, 자빠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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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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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롸면 쏟을 거 가투니까 머리통 벗겨지기 싫으면 꺼지라고, 내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좌나. 이 X로쉐끼야.”
버터를 한 바가지 섞은 걸쭉한 욕지거리에 식겁한 남자가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당장이라도 한 대 칠 기세로 제인과 거리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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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제인 인성 완전 빻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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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얼굴이 빻았어.”
생각지도 못한 라임 공격에 눈알을 부라리던 남자가 움찔했다.
그러고는 곧 얼굴이 달아오른 채로 낮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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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방송 그만하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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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그만 풍성하고 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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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았네? 뉴투버들 인기 곤두박질치는 거 순식간인 거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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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 날아가는 거 순식간인 거 몰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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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범죄자 되는 거, 한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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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빡빡이 되는 궈, 한순간이야.”
금방이라도 라면을 냄비째 날릴 것 같은 그녀의 패기에 기세등등하던 남자의 기도 한풀 꺾이고 말았다.
웅성웅성.
슬슬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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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씨, 진짜. 내가 여자라 봐준다.”
하나둘씩 휴대폰을 꺼내는 주변을 의식하며, 그가 꽁지를 뺐다.
제인은 주변인들에게 괜찮다는 표시로 손을 한번 흔들어 보이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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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얼 파인. 땡큐, 가이즈.”
쿨한 그녀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린 몇 명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고 다가왔다.
사진 촬영을 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하지만 제인은 온몸으로 강을 막아주며 재치 있게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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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간만에 췬구랑 만나숴, 사진 다음에 찍어줄게요. 미안훼.”
가장 아쉬워했던 건 여고생 무리였고, 그들은 곧 언니 예뻐요를 몇 번 외치고는 각자 갈 길을 갔다.
쪼그리고 앉은 제인이 얼른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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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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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괜찮아요. 제인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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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줘런 놈은 매가 약이야.”
제인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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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나 때문에 똥파뤼 꼬였네. 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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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잘못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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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표정 부자인 그녀가 다양하게 안면근육을 사용하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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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우리는 한광에서 조용히 술 마시기도 힘들다. 그렇지?”
……옷만 좀 무난하게 입고 나왔으면 괜찮지 않았을까요?
강은 그렇게 말해주려다 그냥 웃고 말았다.
제인의 손톱 끝에 붙여진 병아리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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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너무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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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그녀가 제 손톱을 허공에 쫙 펼쳐 보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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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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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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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내가 아크릴로 만들어서 직접 붙여쒀. 예쁘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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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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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 미대 나와서 손재주 좋거든. 허니도 이거 마음에 들면 내가 나중에 해줄꿰.”
신이 난 제인이 손을 흔들며 웃었다.
불빛에 반사된 그녀의 손톱 위 큐빅들이 화려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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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우뤼 장소 옮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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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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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들도 많고, 누가 강 알아보면 피곤해지좌나. 집이 더 나을 거 같아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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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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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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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나쁜 놈 나타나면 제인 씨가 혼내줄 거잖아요.”
그렇게 말하자 제인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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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누가 집적대면 내가 다 혼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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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냥 여기서 이야기해요. 오랜만에 물멍도 때리고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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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강만 괜찮으면 우리 불멍 뛔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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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멍 아니고 물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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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릿. 물멍.”
계속 집에 가자고 조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그녀는 저를 배려해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맥주와 생수를 마셨다.
남자친구에게 차여서 속상하다던 제인은 그와의 이별을 간단히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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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짜나, 나 결혼 얘기 꺼냈다가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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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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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눈 결혼까지 생각했눈데, 남친은 아니었나 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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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지 얼마나 되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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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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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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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마음이 중요하지.”
그렇죠. 마음도 중요하지만, 한 달은 좀.
대답을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제인이 맥주를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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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웃긴 게 뭔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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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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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연애는 계속하고 싶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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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비혼주의인가 봐요.”
그렇게 말하자 그녀가 큰 소리로 웃었다.
깜짝 놀란 강이 쳐다보자 제인이 크게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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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 아니야, 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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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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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하고 싶은데,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나는 아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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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얘길 대놓고 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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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쥔짜 나쁜 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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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건 아마…… 만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결혼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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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못 박던데? 나는 길어봤자 3개월짜리라고.”
강은 충격에 대꾸할 말을 잃었다.
잠시 말을 멈추었던 제인은 어렵게 다시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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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잘못도 아니고,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면 되는뒈…… 이상하게 내가 되게 별로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야.”
목소리 끝에 약간의 울먹임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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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쒸, 자존심 상해.”
고개를 돌린 그녀가 빠르게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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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 싫은데, 왜 이렇게 내 마음대로 안 돼. 쥔차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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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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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솔직히 나 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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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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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 지가 뭔데 나를 그렇게 평가해?”
결국 펑펑 눈물을 쏟고 마는 그녀를 보며 강이 조용히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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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평가가 제인을 정의할 수는 없어요.”
사실 지금 자신이 건넨 말은 예전에 삼영에게 들은 말이었다.
보육원에서 입양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부터 대중에게 보이는 걸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직업을 갖기까지.
제인이 방금 했던 말은 이따금씩 제가 떠올리곤 했던 말이었으니까.
그리고 삼영은 데뷔 초 힘들어하는 제게 처음으로 누구도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혹은 그 사람 자체를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해준 사람이었다.
누구에게도 그럴 권리가 없고, 누구도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강은 이 순간 진심으로 이 말이 그녀에게 위로가 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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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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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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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내가 어른들한테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 나 사실 애들도 엄청 좋아하고, 집안일도 야물딱지게 잘해. 우리 엄마가 어릴 때부터 많이 가르쳐줬거든.”
제인은 그동안 북받친 설움을 모두 쏟아내기라도 하듯 하소연했다.
강은 가만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걸로 위로를 대신했다.
그렇게 10분을 펑펑 울던 제인은 눈이 부은 채 언제 그랬냐는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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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쒸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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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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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내일부터 안 울 거야. 남자는 또 만나면 되니까.”
씩씩하게 슬픔을 털어낸 제인이 강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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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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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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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아니었으면, 나 오늘 한강에숴 고주명태 됐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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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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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릿. 고주망태.”
유쾌하게 지적을 받아들인 그녀가 크게 숨을 몰아쉬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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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번에 깨달은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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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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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간관계가 엄청 넓고 얕았다는걸.”
연락처에 저장된 수백의 전화번호와 억 단위로 찍힌 SNS 팔로워 숫자가 정작 사람이 필요한 순간엔 그저 의미 없는 숫자들이었음을.
이번에 깨닫게 됐다고, 제인은 덤덤히 털어놓았다.
강은 어렴풋이나마 그녀의 심정을 알 것도 같았다.
제 성격이 워낙 낯을 가리고 폐쇄적인 것도 원인이 됐겠지만, 어쨌든 친한 동성 친구 하나 없는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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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뒤통수 맞고도, 너무 사람을 좋아해서 문줴야.”
언제부턴가 기쁨을 나누면 시기를 불러오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되어버리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제인의 말에 강도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결은 다를지 몰라도 관계에서 오는 아픔은 그녀도 숱하게 겪어온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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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강이도 속상할 때 내가 이야기 들어줄꿰. 그리고 언제든 운동하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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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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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프리야.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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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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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내 친구니까.”
싱긋 웃은 그녀가 먼저 일어서며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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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집에 가좌.”
강은 말없이 제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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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집에 들어오는데, 로비에 익숙한 남자가 보였다. 산이었다.
아마 근처에서 저를 지켜보다가 적당히 시간을 맞춰 미리 와 있던 것일 테다.
그를 발견한 제인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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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핫 가이! 하이! 롱 타임 노 씨!”
반갑게 다가간 그녀가 인사했지만, 그는 기계적인 미소만 보일 뿐이었다.
산이 곧바로 강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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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한강에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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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한강!”
대답은 제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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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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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저스트 투 오브 어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강에게 고정되어 있던 산의 시선이 스르륵 굴러 제인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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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한테 물은 거 아닌데.”
심지어 웃지도 않고 있었다.
냉정한 반응에 제인은 조금 놀란 듯 얼굴을 굳혔지만, 이내 별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불친절하게 구는 건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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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한테도 내내 그러더니.’
산은 오직 자신에게만 상냥한 남자였다.
물론 제게 원하는 게 확실해서겠지만, 이유가 뭐가 됐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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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다시 돌린 그가 강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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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안 돼서 가보려던 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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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 휴대폰 진동으로 해두고 주머니에 넣어둬서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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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하면 전화는 꼭 받아. 장소 이동하게 되면 꼭 알려주고.”
사실 반은 제인을 향한 경고성 발언이기도 했다.
그리고 강은 아무것도 모른 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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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럴게.”
그런데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제인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대놓고 흘러나온 비웃음 소리에 산과 강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팔짱을 끼고 있던 그녀가 불퉁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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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좌췬구야? 그런 거까지 보고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