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 당신이 다치는 게 싫으니까 (6/110)


6. 당신이 다치는 게 싫으니까
2022.06.19.


저벅저벅.

빠른 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혜윤은 긴장했고 지호는 누군지 안다는 듯 차분했다. 이 집에 드나드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니 모를 수가 없었다. 어찌나 급한지 얼굴이 보이기 전부터 우락부락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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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야! 이 새끼들 이거 합성인…….”

 
봉기의 입이 다이닝룸 입구에서 멈춘다.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기가 막혔다. 여자와 식탁에서 밥을 먹는 지호라니. 여자, 아침밥, 요리? 따로 뜯어놓고 봐도 지호와는 도통 한 데 묶일 수 없는 단어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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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매니저 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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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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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

 
들으라고 한 인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속삭이는 목소리에 지호가 키득 웃었다. 혜윤은 잔뜩 움츠러든 어깨 위로 입술을 세게 말아 꼭 깨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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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이분은 김 PD님 드라마 작가님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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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셔?’

 
봉기는 받아치려던 말을 겨우 참았다. ‘요즘은 배우랑 작가가 작품 시작 전에 이런 식으로 호흡을 맞춰보나 봐?’ 같은 배배 꼬인 말만 입 안에 맴돌았다.

보이는 게 이런 것뿐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은 혜윤의 머리카락, 거인의 옷을 걸친 것처럼 커 보이는 상의, 무엇보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듯 웃는 지호의 입매.

그와 9년을 함께하며 처음 보는 상황이었고,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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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반갑습니다.”

 
봉기는 가까스로 예의를 차렸다. 그리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왜 이렇게 헐레벌떡 뛰어왔는지 떠오르자 이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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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많이 놀라서요. 개소리인 줄 알았는데 이게 또 아니라고 하니까. 제가 지금 머릿속이 복잡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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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어?”

 
그제야 이 상황에 제일 느긋하던 지호가 봉기를 쳐다봤다. 심상치 않은 봉기의 말투에 웃음이 매달렸던 입매가 내려앉는다. 그리고 그런 둘을 번갈아 보던 혜윤도 움츠러든 어깨를 조금씩 고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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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지는 내가 들어야 되는 거고.”

 
봉기는 거칠게 슬리퍼를 끌며 다가와 식탁 위에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환하게 켜진 화면 속엔 어젯밤 지호와 혜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지호의 눈썹이 신경질적으로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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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거 지금 해결해야 내일 아침에 뭣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건데.”

 
지호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더 밀어내자 사진은 끝없이 이어져 있다. 마주 보며 웃다가, 어깨에 기대 있고, 함께 책을 읽고, 차에 태웠다가 내리고.

취한 혜윤을 업고 집에 들어가는 장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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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혜윤은 심장이 격하게 요동치는 탓에 짧은 말도 끝맺을 수 없었다. 말문이 막히는 정도가 아니라 숨통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기억이 끊긴 모든 순간들이 수십 장의 사진 속에 빼곡했다. 지호는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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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초지종은 나중에 듣기로 하고. 어쨌든 내일 아침 메인으로 내보낸다고 연락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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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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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서 사진 몇 장 빼냐 마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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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사진 빼달라고 해.”

 
무표정으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지호가 불쑥 봉기의 핸드폰 화면을 슥슥 올렸다. 곧 멈춘 손가락이 사진 한 장을 가리켰다. 혜윤의 동화책 표지가 선명히 보이는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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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빼도 마지막 사진을 빼달라고 해야지. 이게 어떤 상상을 부르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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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괜찮아.”

 
언성이 높아진 봉기를 달래는 건 그보다 열두 살은 어린 지호였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듯, 아니 어쩌면 일어나도 그뿐이라는 듯. 온순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봉기와 혜윤을 안심시키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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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열애 인정을 해야 사진도 뺄 수 있는 거야.”

 
봉기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어쩐지 그 어른스러움에 콧날이 시큰해져서. 얼마 전, 이제 그만 쉬고 싶다는 그의 말까지 떠오르자 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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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해 주면 사진은 적당히 협의해서 싣겠대. 안 해 주면 말할 것도 없이 다 내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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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이 조금 있어서 같이 있는 거지, 그런 사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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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밤 12시에 여자 업고 들어가는 사진 보여주면서 말씀하시게? 그걸 누가 믿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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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아무도 안 믿겠지.”

 
지호는 냉소적으로 웃었다. 양쪽 눈치를 보느라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 같은 혜윤과 눈이 마주쳤을 땐, 잠시나마 온기가 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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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인마, 웃음이 나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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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인정은 못 하는 거고, 그럼 전부 내보낸다는 건데…….”

 
지호는 여전히 자신의 손 밑에서 밝게 빛나는 사진을 보았다. 아직 출간 전이라 서점에도 없을, 술자리에 너무 생뚱맞게 등장해서 도리어 이목을 끌 것 같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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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 나까지 알아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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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렇지만 지호 씨는 비밀 지켜줄 거잖아요.‘

 
어젯밤 혜윤의 목소리가 마음 한가운데 둥둥 떠다녔다. 이 상황에서 지켜내야 할 건 너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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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작가님은 연예인이 아니니 가리고 내보낼 거고. 그럼 이 사진 한 장이 문제인데…… 이것만 빼달라고 부탁해 줘. 열애 인정 인터뷰는 못 해 주지만 다른 건 뭐든 몇 배 얹어서 해 준다고. 나 벗은 몸도 좀 괜찮긴 한데. 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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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사진이 뭔데? 선인장과 친구들? 이 책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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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내가 직접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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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지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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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식사는 다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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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다 했어요.”

 
불현듯 지호가 혜윤에게 말을 건넸다. 그녀도 지호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 속의 동화책과 자신을 지키려는, 그의 길고 남자다운 손을 보고 있었다.

이 일의 원인은 자신인데 결과를 책임지려는 그를 천천히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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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일어나는 게 좋겠어요. 제가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밖에서 또 진 치고 있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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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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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데려다줄 거예요. 이건 제가 해결할 테니까 걱정 마요.”

 
지호가 의자를 밀고 일어섰다. 혜윤의 움직임을 재촉하는 눈치였다.

넌 이제 여기에서 빠지라고. 괜히 다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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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지호 씨.”

 
그래서, 빠질 수 없었다. 나도 어제 처음 본 당신이 다치는 게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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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난 혜윤이 그의 눈을 살폈다. 아까와는 달리 두꺼운 막이 쳐진 눈빛이었다. 걱정과 불안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평온한 눈빛. 그는 속내를 감추는 데 굉장히 능하다.

세상에. 그걸 이제야 알아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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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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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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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는 척하는 거요.”

 
순간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안면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세하게 움찔대다 멈춘다. 그 흐트러진 감정 틈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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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여자를 집에 데리고 가서 재웠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고 하면…… 지호 씨만 너무 못된 사람이 돼버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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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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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안 괜찮아요.”

 
식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둘의 눈빛이 팽팽하게 맞섰다. 일종의 기싸움 같은 것이었다. 기싸움 치고는 너무 애달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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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귄다고 하면 사진 몇 장은 빼낼 수 있다니까. 저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봉기는 고개를 휙휙 돌려가며 둘을 번갈아 봤다. 아무 사이도 아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도 이젠 다 알 것 같은데, 그렇다기엔 주고받는 시선이 너무 절절해 보였다. 지금 이 상황도 그렇고.

어쨌든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최선은 없으니 차악을 선택해야 했다. 열애 인정이 정답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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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내가 거절한다면?”

 
하지만 지호는 조금 냉정하게 대꾸했다. 꽤나 감동적인 건 맞지만 감동만으로 그녀를 지켜줄 순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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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혜윤은 머리를 굴렸다.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혼자 불길로 뛰어들려는 그를 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그가 원하는 걸 내세우면 조금은 흔들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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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희수로 출연하는 걸 담보로…… 제안할게요.”

 
말을 하면서도 후회가 밀려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지호의 동공이 티 나게 커지고 많이 놀랐는지 두 입술이 슬며시 벌어지는 모습에,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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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렇게 치사하게 굴지 않는데.”

 
혜윤이 어제 지호의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며 살포시 웃었다. 그의 말을, 마음을, 조금도 허투루 여긴 적 없다는 듯이.

***

[단독] 안지호, 차기작 상대 배우 겸 작가 장혜윤과 열애

안지호 열애 인정 “장혜윤과 좋은 감정으로 알아가는 단계”

안지호, 4부작 <23센티미터> 출연 확정

안지호♥ 신예 장혜윤은 누구?

<23센티미터> 김민우 PD “장혜윤 캐스팅, 신의 한 수 될 것”

다음 날. 이미 다 예상했지만 놀라웠다. 인터넷 사이트마다 기사가 장맛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SNS에는 익숙한 외국어는 말할 것도 없었고, 한 단어도 해석 못 할 외국어로도 둘의 열애설이 번역되어 퍼져나갔다.

징징거리며 쉬지도 않고 들어오는 메시지 때문에 핸드폰이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다. 혜윤은 알림을 꺼놓은 뒤, 그제야 자신의 열애설 기사를 제대로 마주했다.

어제, 열애를 인정하는 쪽으로 합의를 보고 곧장 지호의 집에서 나왔다. 그래서 그가 어떤 사진을 가려냈는지, 또 상황을 어떻게 둘러댔는지 이제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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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뭐가 그렇게 좋다고 웃고 있냐, 이 바보들아.”

 
자랑스럽게 ‘단독’이라고 힘주어 쓴 제목을 누르자, 단 하루 만에 자신을 신예 여배우로 만들어준 사진들이 쭉 이어져 있었다. 한탄이 나왔다. 두 사람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더 그랬다.

마주 보며 웃는 모습,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혜윤을 올려다보는 지호의 모습, 그리고 지호의 어깨에 기댄 모습. 사진은 단 세 장이 전부였다.

[……안지호 측은 “작품 준비를 하며 서로에 대한 호감이 생겼고, 이후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연인 장혜윤의 배우 겸 작가 데뷔작인 드라마 <23센티미터>를 차기작으로 확정한 것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오로지 우수한 작품성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이 논란은 추후 작품이 공개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 따로 걱정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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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마지막으로 연인 장혜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아직은 비연예인의 신분이고, 많은 매체를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과도한 신상정보 공개나 관심 등으로 피해 없도록 넓은 양해 부탁드린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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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숨을 깊게 내쉬었지만 소용없었다. 혜윤은 이 모든 게 거짓인 걸 알면서도 심장이 콩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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