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 물드는 밤 (46/110)


46. 물드는 밤
202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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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윤이 느리게 샤워실 밖으로 나왔다. 지호가 챙겨준 큰 티셔츠는 허벅지의 절반을 넘게 가려주었으니 꼭 원피스 같았다. 똑. 똑. 아직 물기가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꾹꾹 누르는데 침실 쪽에서 작게 TV 소리가 들린다.

그는 다른 방에서 샤워를 끝내고 돌아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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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그녀가 긴장을 내보내려 긴 호흡을 뱉었다. 문고리를 쥔 손끝까지 열이 번졌다.

끼익-

천천히 문을 열자 불 꺼진 방 안에 벽면을 차지한 큰 TV가 보였다. 오래된 해외 흑백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여배우가 남자의 구애를 새침하게 바라보는 장면. 그리고 문 안쪽으로 톡. 톡. 발걸음을 옮겼다.

이불을 덮은 채 침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는 지호가 보였다. 하얀 티셔츠 위에 매끄럽게 윤이 도는 얼굴. 그 역시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이 촉촉해 보였다. 이불 밖으로 나온 상체는 TV의 옅은 빛에도 그 단단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혜윤이 쭈뼛거리며 그의 곁으로 기어가듯 걸었다. 지호가 눈을 살짝 휘며 그 걸음을 지켜보다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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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느릿느릿 걸어오면 내가 계속 훑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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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앗.”

 
그 말에 혜윤이 후다닥 지호의 옆자리로 갔다. 얼른 이불을 들치고 그와는 달리 완전히 누워 이불을 턱까지 끌어당겼다.

흑백영화의 빛이 전부인 방. 어둠 같은 빛, 빛 같은 어둠. 모호하고 어슴푸레한 밝기였지만 사실 눈앞의 서로가 빛나고 있으니 굳이 다른 곳이 밝을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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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떨려서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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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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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그런 말 하지 마요. 조금만 진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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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 알았어요.”

 
지호가 이불 속에 폭 들어가 몸을 숨긴 혜윤을 바라봤다. 금방 씻고 나와 얼굴이 아이처럼 뽀얗다. 하는 행동도 아이 같아서 귀여웠고. 계속 내려보자 이불 밖으로 빼꼼 내민 손가락이 TV를 가리켰다.

부끄러우니까 다른 데 보라 이거지.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흑백영화 쪽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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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미안하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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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잠시 입매를 가다듬은 그가 정면을 보며 말을 이었다. 혜윤이 시선을 사선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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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마 눈 뜨면 나 없을 거예요. 일찍 나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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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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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침밥 꼭 챙겨 먹으라고. 나도 자주 먹진 않지만 다 있기는 해요. 얼린 국이랑 밥은 냉동실, 반찬은 냉장고. 눈 뜨자마자 찬물 마시지 말고 따뜻한 물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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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나 아기 아니에요. 전부터 자꾸 이러네.”

 
아기처럼 숨어놓고는 이불밖에 드러난 얼굴만 잔뜩 찡그리고 있으니. 지호가 그 얼굴을 곁눈으로 쳐다보다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눈이 달처럼 휘어지는 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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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요. 그런데 내 마음 좀 편하고 싶어서. 못 챙겨주니까 이렇게라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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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 마음은 고맙게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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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푹 자다 일어나요. 뭐…… 오늘 마음에 들면 하루 더 자고 가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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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그러면 내일까지 진정 못 해요, 나.”

 
그녀는 반쯤 앉아 있는 지호의 얼굴을 올려봤다. 낭만적인 흑백영화를 그보다 더 낭만이 배인 얼굴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말 한마디마다 얼굴 곳곳에 미소를 띄우는 그를 보니 찌르르한 느낌이었다.

말은 진정을 못 한다고 했지만 사실 그렇진 않았다. 그의 장난은 한 시간 넘게 자신을 짓누른 긴장이나 불안, 약간의 두려움 따위를 모두 녹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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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진짜 하나하나 읽고 있나 보다.”

 
지호를 보던 시선을 반대로 돌리자 침대 옆 테이블에 자신의 동화책이 올려져 있었다. 작가 생활 초기에 냈던 두 번째 동화책. 손을 뻗어 그 책을 눈앞으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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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직은 감상 끝까지 못 남겼으니까 바꿔 가는 건 나중에.”

 
내가 쓴 이야기를 선물로 되받게 될 줄이야. 아직 제게 온 것도 아니었지만 벌써 가슴에 따뜻한 파도가 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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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손으로 감상평 적어주는 독자는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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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니까 더 잘해 줘야겠네.”

 
따뜻하게 녹아내린 것 같은 목소리에 지호가 조용히 그녀에게 시선을 옮겼다. 책을 쥔 손 덕분에 이불은 가슴 언저리까지 내려와 있었다. 긴장도 그만큼 내려갔는지 살짝 올라붙은 광대가 예뻐 보였다.

혜윤이 고개를 살살 저었다. 그 움직임을 평소보다 조금 더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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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때요. 책 귀퉁이 조금 접어놓은 거. 사실 그것만 해도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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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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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동받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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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좀 땄나 보다.”

 
그의 다정함이 애틋함으로 바뀌는 건 금방이었다. 지금 이렇게 벅찬 감동을 주면서도 받았다고 우기는 저 마음을, 얼굴을 들여다봤다.

작은 긍정을 보이는 고갯짓과 동화책을 애정 있게 바라보는 눈. 옅은 빛을 받은 두 뺨이 매끄럽다. 조금은 붉은 것 같기도 하고.

지호는 지금 이 순간이 동화 같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확신으로 바꿔주려는지 그녀의 입에서 동화처럼 예쁜 말들만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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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했어요. 지호 씨가 손톱만큼 접어놓은 것뿐인데…… 제 마음속에 딱 그 모양의 허전함이 있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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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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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처럼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랄까. 응. 엄청…… 감동적.”

 
그리고 남자의 마음을 어찌 주체 못 하게 만드는 것도 딱 그 손톱만큼일지 모른다. 작은 표정 하나, 숨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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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금 더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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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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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순간, 지호의 손이 빠르게 동화책을 뺏어 들었다. 책을 뺏어서 옆에 놓고 그녀의 몸 위로 겹쳐지듯 올라가는 건 정말 한순간이었다. 팔로 상체를 지탱한 지호 덕분에 시선 사이에는 약간의 간격이 자리했다.

서로의 얼굴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완벽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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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이게 마지막 기회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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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층 낮아진 목소리에 더 이상 장난은 없었다. 혜윤은 느릿하게 깜빡이는 눈 속에 그의 얼굴을 담았다. 맞닿은 몸에서 그가 얼마나 제 속도를 맞추기 위해 참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가녀린 손을 뻗어 지호의 얼굴에 가져갔다. 엄지손가락으로 반듯한 눈썹을 쓸자 그가 착한 아이처럼 눈을 감아주었다. 손이 쭉 따라 내려와 광대를 어루만지고 마지막 남은 입술은 눈으로 지긋이 보았다.

힘이 하나도 실리지 않은 손으로 그의 귓불을 어루만지자 그 여린 마음에 끌려가듯 그의 입술이 혜윤의 입에 내린다.

그는 제 몸의 열기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따뜻한 그의 손이 그녀의 옷 속을 파고들었다.

어루만지는 손길에 조급함은 없었다. 바닥으로 옷이 한 겹, 한 겹 떨어진다. 그 잠깐도 아쉬웠는지 그는 곧장 입술로 그녀를 머금었다. 목선을 따라 아래로, 더 아래로.

마치 영원에 갇힌 듯이 그는 느리게 유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혜윤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갈색 머리칼이 하얀 베개 위로 흩날리고 이불을 쥔 손마디가 하얗게 돋아났다. 지호는 그 손을 제 목에 둘러주기도 했다.

새어나갈 호흡을 막아보려 어떻게든 입술을 꼭 깨물 때면 그는 어떻게 알고 입을 맞춰왔다. 입술을 적셔주며 마치 혼자 참지 말라는 것 같았다.

흔들리는 눈앞에 유독 선명한 한 남자와 그 뒤로 작은 소리를 내며 상영 중인 흑백영화. 그가 그녀에게 동화 속 한 장면을 그려냈다면, 아른거리는 그 모든 것들이 혜윤에겐 영화 같았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반짝 끊겨버린 이성을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다정했다. 밤과 새벽의 희미한 경계에서, 두 사람의 눈빛은 점점 깊어졌다.

***

톡- 톡-

빗방울이 드문드문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호가 가늘게 떠진 눈으로 시계를 봤다. 5시 10분.

20분쯤 여유가 있다는 걸 확인한 뒤 제일 먼저 눈에 담은 건 잠이 든 혜윤이었다. 그는 가만히 그 얼굴을 가슴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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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네…….”

 
보일 때마다 나름 신경을 썼지만, 퉁퉁 부은 입술에 꼭 깨문 자국 밑으로 핏기가 보였다. 그 얼굴을 따라 내려가자 쇄골 근처에 붉은 자국 하나. 모두 제 실수였다. 더 살뜰히 살피지 못한 것도, 더 이성을 부여잡지 못한 것도.

불과 몇 시간 전인데도 참 아득하게 느껴졌다. 지호는 그 시간 동안 간간이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스스로는 모를 제일 아름다운 모습을 그녀의 몫까지 기억해두고 싶어서.

작은 몸은 상상보다 훨씬 유려한 곡선으로 빚어져 있었다. 그 간극에 놀란 것도 있었다. 어떻게든 몰아세우지 않으려 끝까지 노력했지만, 그 말미엔 이성이고 뭐고 다 끊어졌던 것 같다.

온몸으로 느낀 황홀함. 평생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었나.

발그스름하게 물기가 맺힌 눈가는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낯선 감각들이 하나같이 벅찼다는 건, 그때마다 여리게 일렁이던 눈망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촉촉이 젖어 들던 속눈썹으로도.

그가 손을 뻗어 쇄골 밑에 난 붉은 자국을 쓰다듬었다. 깨끗한 몸에 상처를 낸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은 것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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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혜윤이 몸을 뒤척이며 제 쪽으로 얼굴을 파묻는다. 곧장 품 안에 고스란히 감싸 안고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하얗고 갸름한 목선을 따라 쭉 이어지는 살결조차도 주인을 닮았지 싶었다. 보송보송하고 나긋나긋한.

분명 어젯밤 자신의 샴푸와 바디워시를 썼을 텐데 제 몸의 향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본래 그녀가 지닌 향이 뚫고 나오는 것처럼. 따뜻한 체온에 녹아 조금 더 짙어진 그녀의 살 내음이 그를 끌어당긴다.

지호가 혜윤을 꼭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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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가기 싫다…….”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온 진심이 황당해 웃음이 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칭얼거려본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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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아침인가?’

 
혜윤은 빛이 스며든 방에서 눈을 떴다. 눈만 끔벅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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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몸 여기저기가 조금씩 아리고 욱신거렸다. 잔뜩 흐트러진 침대와 이불을 보니 어젯밤 순간들이 떠올랐다.

눈빛, 손길, 호흡마저 전부 지호의 것들로만 채워진 그녀의 밤.

단 몇 초의 회상으로도 두 뺨이 붉게 익을 것만 같았다. 혜윤이 부끄러움에 입술을 예쁘게 모았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부끄러운 건 시계 속 숫자였다. 벌써 10시. 대체 얼마나 깊게 잠이 든 건지.

넓은 방을 쭉 둘러보았다. 텅 빈 방이 조금은 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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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장혜윤. 아침부터 잠 못 자고 일 나간 사람도 있는데…….’

 
이미 지호가 어젯밤부터 오늘을 당부해 뒀었다. 그래서 다정하게 챙겨주는 건 미리 잔뜩 당겨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힘겹게 기지개를 켜며 침대 아래로 발을 내렸다.

그러다 문득 보게 된 침대 옆 테이블. 동화책 위에 올려진 짧은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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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도 책 표지에 종이가 붙어 있었나?’

 
혜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뻗었다. 익숙한 지호의 글씨가 짧게 적혀 있었다.

 
[눈 떴는데 없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마요. 안 그래도 잠든 얼굴 보다가 일 그만둘 뻔했으니까. 밥 꼭 챙겨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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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그녀가 꽃처럼 싱그럽게 웃었다. 쏟아지는 행복에 온몸이 흠뻑 젖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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