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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나 여자 좋아했나? (66/110)


66. 나 여자 좋아했나?
2023.01.15.


그 이후로도 둘 사이에 달라진 건 없었다. 인사를 하고, 대사를 맞추고, 운이 좋으면 한두 마디가 더 오가는 정도. 물론 그 한두 마디가 모든 여배우들이 부러워할 만한 특별 대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 바닥에서 안지호 철벽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괜히 생긴 별명이 아니었으니.

촬영은 끝나가지, 마음은 커져가지. 그래서 마지막 날 사고를 치게 된 것이었다. 그의 차 앞에서, ‘안지호랑 전지나가 촬영장에서 몰래 키스했다더라.’라는 소문의 시작.

다짜고짜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닿자마자, 후회했다. 코로 내뱉는 지호의 호흡이 서늘했다. 제 두 뺨에 솜털들이 바짝 일어설 만큼. 그 순간 누군가 이곳을 후다닥 달아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까지도 지호는 얼굴을 뒤로 무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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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데 가서는 이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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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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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잃는 건 나까지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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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지호의 마지막 말이었다. 건조하게 툭. 돌아선 뒷모습이 점이 되어 사라지고도 한참 동안 그곳에 굳어 있었다.

종방연 때라도 사과할 수 있었지만 사과는커녕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화를 내지 않았음에도 그의 분위기에 철저히 짓눌려서. 멀리서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면 대번에 시선이 땅으로 떨어졌다.

그건 분명히 공포였다. 누가 믿을까. 겁 없는 전지나가 고작 무감한 눈빛에 눌려 덜덜 떨었다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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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씨?”

 
지난 기억 속에서 반갑지 않은 감정들을 되새길 때쯤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기억의 벽을 두드리며 이제 그만 돌아오라는 목소리. 혜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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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여기 온 거예요. 그날 일 사과하려고. 지호 오빠 연락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다시 지금으로 돌아온 지나가 초점을 바로잡았다. 제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는 엷은 갈색의 눈. 사과하러 왔다는 말에 감동해서 저러나 싶을 만큼 눈가가 촉촉하다.

지나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유독 물기 어린 눈이 신기해서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싶은 이유였다. 언뜻 봐도 두 사람의 키 차이가 10cm는 날 것 같았기에, 눈높이를 맞추려면 이래야 했다.

그러자 좀 더 가까워진 시선 끝에서 혜윤의 눈이 보드랍게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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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하네요. 사과하러 찾아오는 일, 진짜 어려운 건데.”

 
보드랍기로 따지자면 말 역시 그 못지않았다. 의심스러웠던 혜윤의 나이가 이제야 믿어졌다. 얼굴은 어려도 타고난 품이 어른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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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게 아니라 1년 내내 벌 받다가 온 거예요. 그만 받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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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그래서 지나 역시 제 나이답게 굴기로 했다. 아직 이 나이에는 투정이 어울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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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데 가서는 이러지 마. 사람 잃는 건 나까지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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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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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 오빠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에요. 딱 이 두 마디가 끝.”

 
혜윤이 입을 동그랗게 벌리며 고개를 주억댔다. 지호가 화를 누르려 할 때의 목소리를 저 역시 안다. 괜한 오해로 온종일 그를 피했던 날, 몇 번의 입맞춤 NG 때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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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이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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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보다 조금 짧아도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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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해야죠.’

 
다시 생각해봐도 조금 무서웠다. 챙겨주려는 말일 때도 가슴이 쪼그라들었는데, 조금 전 지나가 한 말을 그 목소리에 덧입힌다면. 혜윤이 빠르게 입 안의 살들을 깨물었다. 그녀가 그날 어떤 감정 위에 서 있었을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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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만 틀면 나오는 사람이니까, 난 얼굴 볼 때마다 그 목소리가 들렸지…… 지금까지 1년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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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나가 씁쓸한 기억을 곱씹으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 끝엔 콧바람과 함께 작은 실소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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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지호 오빠답지 않아요? 조용히 사람 벌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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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벌이 아니라 그 말뜻 그대로였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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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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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좋은 사람 잃지 말라고. 사랑받으면서 지내라고.”

 
작은 입술 사이로 부드러운 말이 솔솔 새어 나왔다. 천천히 불어온 말이 제 온몸의 솜털을 살근살근 쓸어주는 느낌. 지나는 잠시 안도했다. 혜윤의 말에 가식이 없을 거라 확신한 스스로에게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의 연인이 건네는 위로. 제일 진심을 의심하기 쉬운 상황에서 먼지만큼도 불신의 날을 세우지 않는 스스로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믿는 건 믿는 거고,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니까. 지나가 의아한 마음을 제 키만큼 길게 늘였다. 줄곧 나른함이 감도는 눈가에 미묘한 생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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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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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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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그런 말이 나와요? 자기 남자친구한테 키스하겠다고 달려든 여자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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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그런 거잖아요. 서투르니까 실수한 거고. 실수 안 하는 사람 없어요.”

 
혜윤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눈을 굴렸다. 지나의 눈빛에 얼핏 감동의 기운이 서리길래 조금 솔직한 말도 쥐여주기로 했다. 믿는 것과 궁금한 것이 별개인 것처럼, 이론과 실제의 차이도 상당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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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땐 나랑 이런 사이였던 것도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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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이였으면?”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지나가 덥석 혜윤의 말꼬리를 잡아챘다. 지금까지 보이던 말의 속도와는 사뭇 달랐다. 달라진 건 혜윤도 마찬가지였다. 어른스럽던 품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호기심만큼 상상력도 풍부했기에, 지나가 말하는 ‘만약’의 상황이 너무 생생히 그려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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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정말…… 가만 안 있었을 것 같은데요! 바로 운동 배우러 갔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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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갑자기 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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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안 끝낼 거니까. 주먹으로 싸울 거예요. 내가 한 대라도 더 때릴 거고.”

 
지나가 복수심으로 이글거리는 눈동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 여자 대체 뭐가 진짜지 싶다가, 뭐든 진짜지 싶었다. 볼수록 더 관심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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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 작가님 진짜 재밌다. 나…… 여자 좋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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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나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긴 다리에 어울리는 보폭이 단 두 걸음 만에 혜윤과의 거리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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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가까워지고 싶네. 연락처 교환할래요? 어느 동네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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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혜윤은 또 한 번 다른 사람처럼 굴었다. 조금 전의 씩씩거리던 패기는 사라지고 눈앞에 서 있는 여자의 외모에 입이 벌어져 있었다. 살면서 본 제일 예쁜 여자가, 꽃향기를 풍기며 한 걸음 앞에 서 있는 상황.

침을 꿀꺽 삼킨 그녀가 살짝 고개를 높였다. 이번엔 또 어떤 감정을 보여주려나, 지나도 그 눈을 내려봤다. 진심의 크기가 커지면 눈이 더 촉촉해지는 사람이구나 싶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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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자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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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 알아요! 지호 오빠랑 사귀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해.”

 
지금껏 중에 제일 큰 목소리로 지나가 웃었다. ‘진짜 매력 있네.’라는 혼잣말이 웃음 사이로 섞여 나왔다.

보고 싶은 만큼 보고,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비슷한 행동임에도 뭐가 다른 걸까 싶었는데. 상대는 마음을 보려 하고, 마음을 전하려고 했던 게 완벽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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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호 오빠 꼬셨을까 싶었는데…… 나도 꼬셨네.”

 
지나와 혜윤이 서로를 신기한 듯이 바라봤다.

달칵-

그때 대기실 문이 열리고 찬 겨울바람이 훅 밀려들었다. 문 안으로 겨울 공기만 들여보내고는 여전히 문밖에 서 있는 사람. 지호가 대기실 안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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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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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 글자의 반가움과 한 글자의 탄식.

그가 자신에게 보내는 두 사람의 기척을 조용히 주웠다. 지나에게는 까딱 작은 고갯짓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긴장을 보이길래 눈이 조금 더 가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가는 곳은 그쪽이 아니었기에. 오래 머무를 순 없었다.

그의 시선이 자연히 혜윤에게 내려앉는다. 눈가에 흐르는 미소만큼이나 목소리가 감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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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다 끝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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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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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와요. 가야지.”

 
부드러운 재촉에 혜윤이 잠시 지나를 힐끔댔다. 그녀는 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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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씨, 그럼 이따가 촬영장에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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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혜윤의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눈치였다. 가볍게 눈인사를 보내고 혜윤이 대기실을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지나는 역시나 지호를 봤다. 그의 눈길이 다른 곳에 머물고 있었기에 마음 놓고 볼 수 있었다.

애정이 있으면 저런 표정을 짓는 사람이었구나. 그 얼굴이 믿기 어려울 만큼 멋있어서 입이 살짝 벌어진 것도 모른 채 바라보고 있었다.

문을 나선 혜윤은 아직도 대기실 밖을 지키고 있는 지나의 매니저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람은 못 들어오게 하고.’까지 완벽히 해냈으면서 왜 기가 죽었을까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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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을 줄은 몰랐네.”

 
순간 지호의 손이 손가락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밀고 들어왔다. 손끝마다 닿아 있는 그의 손등에서 겨울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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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밖에 있었어요? 차에도 없던데. 손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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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감독님이랑 이야기하느라.”

 
혜윤이 맞잡은 손에 힘을 꾹 주었다. 걷는 내내 작은 손으로 조물조물, 어떻게든 온기를 나눠주려고 애쓰는 움직임에 지호가 입꼬리를 올린다. 사실 민우와의 이야기는 한참 전에 끝났었다. 대기실 밖에 서 있는 시간이 길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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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호 씨. 죄송하지만 들어가시면 안 되는데…….’

 
차는 도착한 게 보이는데 답장은 없고. 혹시나 해서 와본 곳에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문을 지키고 서 있었다. 지호는 그의 말이 반가웠다. 꼭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

그리고 남자가 지키고 선 문까지 조금 더 다가서자, 대뜸 그가 옆으로 슬금슬금 몸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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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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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된다고 하면서 비켜주는 건 뭘까. 지호는 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건 본인의 눈빛이 얼마나 위압감을 주는지 몰라서 하는 생각이었다. 특히 상대방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더더욱.

눈빛과 분위기로 느끼는 공포. 그건 남자들 쪽이 더 했다.

그렇게 쉽게 문 앞까지 다가섰지만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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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그런 말이 나와요? 자기 남자친구한테 키스하겠다고 달려든 여자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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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그런 거잖아요. 서투르니까 실수한 거고. 실수 안 하는 사람 없어요.’

 
엉성한 대기실은 문 사이에 틈까지 있어서, 조금만 집중하면 안의 이야기가 들렸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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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자 좋아해요.’

 
하마터면 들킬 뻔한 순간도 있었지만, 지나의 웃음소리가 워낙 커서 제 피식거림이 가뿐히 묻히기도 했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삼삼오오 모여있는 스태프들과 모든 배치가 끝난 촬영 장비들이 보인다. 그래서 혜윤은 깍지 낀 손을 살살 풀었다. 동시에 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날이 점점 추워져서일까, 유독 따뜻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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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럽게 자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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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내가? 갑자기?”

 
뜬금없는 말이 나온 것도, 놓으려던 손이 더 꽉 붙잡힌 것도, 그의 걸음이 촬영장 쪽이 아닌 바로 옆 주차장 쪽으로 돌아선 것도. 모두 한 번에 일어난 일이라 혜윤은 오히려 무엇 하나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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