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한 여자와 함께였다. 그녀가 누구인지, 구태여 소개받지 않더라도 클로에는 알 수 있었다. 왕국의 신데렐라. 남편의 첫사랑이자 본래 그의 부인이 되었을 여자. “당신도 알잖아. 내가 헬레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지난 일 년간 아무 탈 없이 당신의 남편 행세를 했으니, 이젠 내 삶을 살게 해줘.” 잃어버렸던 삶을 되찾기 위해서라던 그는 뻔뻔스럽게도 불륜을 이어나갔다. *** “가족, 친구, 명예……. 모든 걸 다 잃었다니. 공주는 참 안타까운 삶을 살았어.” 친우의 탈을 쓰고 있던 목소리가 이제는 정말로 온데간데없었다. 딱딱한 음성에 움츠러든 클로에가 무심코 얼굴을 들었다. 엉겁결에 맞닥뜨린, 짐승이나 가질 법한 고착을 담은 눈. 붉은 눈이 자아내는 짙은 감정은, 클로에가 이전까지 느껴본 적 없는 것이었다. “그 계집이 왕국의 신데렐라라면, 나는 그대를 세기의 신데렐라로 만들어줄게.” “…….” “그러니 내게로 와. 공주.” 나는 공주에게 이 제국을 줄 테니까. 자극에 민감해졌기 때문일까, 클로에는 상대가 마음속으로나마 외친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