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화 변수가 생길 때는 (10)
“또 혼자 가도 괜찮으시겠어요?”
“그때도 꽤 힘드셨을 텐데…….”
“아니면, 제가 대신 갈까요?”
“됐어.”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차문을 열었다.
“이런 건 직접 가는 게 마음 편해. 내가 메인 PD인데 누구한테 맡기겠어?”
코를 찡긋하고는 차 밖으로 나왔다.
작가들은 창문을 열고 나를 배웅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응.”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교도소 안으로 향했다.
“최철용 씨 접견 신청했습니다.”
“성함이요.”
“강준수입니다.”
“잠시만 저쪽에서 기다려 주세요.”
“네.”
구석에 있는 의자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최철용과의 만남은 이번으로 두 번째.
첫 번째에서도 그랬듯, 전자기기를 반입할 수 없기에 그와의 대화 내용은 내가 전부 머리로 기억해야만 했다.
기록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챙겨온 수첩에 메모하는 것 정도?
핵심 소재만 적어두고 퍼즐 맞추듯 짜맞춰야 한다.
그게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래서 더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다.
내가 하나라도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가는 왜곡된 방송이 되어버리니까.
사실, 오늘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도 송재훈과 만났을 때 그가 녹음기를 가져가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적지 않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는 물론이고, 기자들까지도 비슷한 방법으로 수감인들과의 대화를 기록한 뒤, 공개만 하지 않을 뿐이니까.
솔직히 말해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더 정확하고 확실한 전달을 위해서는 해당 방법이 나으니까.
허나, 범죄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범법행위를 하고 싶진 않았기에 거절했다.
“강준수 씨.”
“네.”
“제일 안 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접견 장소로 들어갔다.
앉은 지 오래지 않아, 끼이익 철문이 열리며 최철용이 들어왔다.
“이야, PD님. 우리 또 보네?”
그는 건들건들 몸을 흔들며 통유리 너머에 앉았다.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더라. 덕분에 내가 당분간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어. 아주 고마워.”
나는 못 들은 척 넘기고는 들고 온 질문지를 꺼냈다.
“몇 가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어유, 그럼. 당연하지. 뭐든 물어봐. 다 알려줄게.”
“최철용 씨에게 살해 당한 피해자들이 총 13명입니다.”
“강릉부터 시작해서 인제, 춘천…… 그렇지. 13명.”
조금 전과 달리, 최철용의 눈빛이 생생하게 돌변했다.
격한 거부감이 밀려왔지만,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
“왜 죽였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재미있잖아.”
최철용의 대답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PD님. 사람 안 죽여봤지?”
“예.”
“그러면 동물이나 벌레는 죽여봤나?”
“뭐, 모기 정도는 잡아봤습니다.”
“에이, 그런 거 말고.”
재미가 없다는 듯 다리를 꼬았다.
“송충이 같은 거나 지렁이 밟아 죽이거나 태워서 죽여봤어? 아니면 개구리에 바람 넣어서 터뜨려보거나.”
이런 질문을 하면서도 그의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마치 일반인들이 날씨 이야기나 식사 이야기를 하는 등 평범한 대화를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아니요.”
“한 번 해봐.”
“하면 어떤데요?”
“압도적인 무력이라는 게 느껴지거든.”
그의 목소리엔 점점 광기가 물들기 시작했다.
“사람도 마찬가지야. 인간이라는 존재가 죽기 직전까지 가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알 수 있거든. 생존 욕구가 얼마나 처철한지도 볼 수 있고. 그 간절함이 크면 클수록 죽였을 때 더 짜릿하거든.”
팔에 소름이 돋았다.
“처음엔 그냥 두렵기도 하지만 재미있는 게 컸단 말이야?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오묘한 쾌감이 들더라고.”
속에서 울분이 끓어오르려 했지만, 꾹 눌렀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했다.
오늘 이 곳에 온 건 ‘강준수’가 아니라, ‘그들의 메모리’의 메인 PD로서 온 것이니까.
“쾌감이요?”
“그래, 쾌감.”
최철용은 눈썹을 들썩였다.
“내가 이 사람보다 우월하구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입꼬리가 쭈욱 찢어졌다.
“경찰들의 무능함.”
“…….”
“내가 13명을 죽이는 동안 경찰들은 날 못 잡았거든. 포위망을 좁혀온다는 느낌도 못 받았어. 마지막에는 뭐, 내가 실수하긴 했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사진이 모였는데도 불구하고 중학교마저 못 나온 나를 못 잡는 게 얼마나 재밌던지.”
그는 클클대며 실소를 터뜨렸다.
“또 궁금한 점 있어?”
다시금 질문지를 바라봤다.
“첫 살인에서는 두려웠던 점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된 건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야, 그건 진짜 옛날인데…….”
최철용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땐 내가 참 순수했거든.”
그는 회상에 잠긴 듯 팔짱을 끼며 허공을 바라봤다.
“젊었을 때는 나도 낭만이라는 게 있었단 말이야.”
“네.”
“좋아하던 처자가 한 명 있었어. 짝사랑하면서 멀리서 지켜보던 애였는데…… 하루는 슬슬 가까워진다고 생각해서 놀래켜주려고 일 끝날 때 맞춰서 찾아갔지.”
순간, 그의 눈빛에 악기가 물들었다.
“그런데 거기 같이 일하던 남자 직원이랑 팔짱을 끼고 나오는 거야.”
“커플이었군요.”
“그래. 맞아. 둘이 시시덕거리면서 좀 걷나 싶더니, 함께 자취방으로 들어가더라고.”
“…….”
“난 배신당한 거야. 내 순순한 사랑이…… 내 여린 마음이 무너져내렸다고.”
그의 눈이 희번득 돌아갔다.
분명 수감되어 있고 강화유리까지 사이에 두고 있지만, 공포감이 느껴져 왔다.
카메라로 저 표정을 담지 못하는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만약에 녹화하더라도 당연히 모자이크 처리를 하겠지만, 저 소름 끼치는 표정을 자료로 남겨두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계획했지. 저 연놈들을 다 죽여야겠다고. 그래서 매일 따라다니며 동선을 땄어.”
한 마디로 스토킹을 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둘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죽였지. 서로가 죽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말이야.”
그의 동공은 확장되었고 이내 입꼬리까지 사납게 올라갔다.
“그렇게 첫 살인을 했는데, 그 뒤론 쉬웠어. 사실, 경찰들이 평범하게 일하는 모범 시민에게는 의심의 눈길을 주지 않거든. 전과도 없고 착실하게 일만 하면 수사선상에서 제외되는 거야. 그렇게 내가 몇 년 간…….”
최철용은 마치 자랑이라도 되는 양, 자신의 살인 일대기를 떠벌렸다.
나는 묵묵히 들으며 핵심 단어들을 기록했다.
그렇게 몇 분 지나지 않아, 교도관이 흘긋 시계를 보며 몸을 스트레칭했다.
면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질문지를 덮었다.
더 이상 사건과 관련된 세세한 내용에 대해 들어볼 여유는 없을 터.
“최철용 씨.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얼마든지.”
나는 그의 눈을 마주보며 단호하게 물었다.
“반성할 생각은 없습니까?”
그는 재판장에서도 반성하지 않았다.
아니, 반성은커녕 오히려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왔지.
경찰에 체포되고 현장 검증을 할 때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마치 당당한 사람인 것 마냥 행동했지.
“반성?”
그는 자신이 들은 게 맞냐는 듯 되묻더니.
“풉.”
조소를 머금기도 잠시.
“크하하하!”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렸다.
“PD님. 세상 너무 순진하게 살아오셨네.”
“무슨 뜻입니까?”
“여기 이 교도소에 반성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 같아?”
그는 정색하며 내게 몸을 기울였다.
“없어. 하나도 없어. 애초에 반성할 인간이면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겠지.”
“…….”
“법정에 간혹 올라오는 반성문? 그거 죄다 감형 받으려고 하는 거잖아. 다들 걸려서 X같다고 생각하지, 피해자한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그의 생각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내가 반성 안 하는 이유? 하나밖에 없지.”
최철용은 히쭉 웃더니.
“재미있어서 죽인 건데 뭘 반성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게다가 무려 13명이나 죽였는데 반성해도 감형해주겠어? 해봤자 무기징역이야. 죽을 때까지 빵에서 살아야 된다고.”
“할 필요가 없으니까 안 한 거라는 겁니까?”
“그렇지. 정확히는 해도 이득이 없으니까. 게다가 한국은 사형도 안 시키잖아. 여기 들어오면 오히려 사형수가 살기 편하거든. 일도 안 시키고 건들지도 않고. 어차피 평생 이곳에서 살아야 되는 건 똑같은데 뭐 하러 연기해?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되지.”
삐이이이-.
그때 진한 부저음과 함께 교도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접견 시간 끝났습니다.”
“에이, 할 이야기 많은데 벌써 끝났네.”
최철용은 아쉽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돈 잘 쓸게. 다음에 또 이야기 듣고 싶으면 알지?”
그는 손을 휘휘 저으며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메모해 둔 것을 정리하고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걸어 나왔다.
주차장으로 나왔는데도 그의 마지막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어차피 사형 안 시키잖아.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되지.’
천하의 몹쓸 새끼.
때려 죽여도 시원찮은 놈이 저렇게 잘 살고 있는 걸 보니 울분이 차오르려 했다.
제3자인 나도 이러는데, 유가족들은 어떤 심정일까.
서둘러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프로그램을 송출해서 이런 쓰레기 같은 자들의 생각과 만행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 * *
퇴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임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은혜 씨. 뭐하고 있어요?”
-저녁 먹고 잠깐 산책 나왔어요. 무슨 일이에요?
“그냥 전화했어요. 혹시 최인하한테 따로 연락 오지 않았나 해서.”
최철용 때문에 더 마음에 걸렸다.
그의 첫 살인도 스토킹을 하다가 시작된 것이라고 했으니까.
-아니요. 따로 연락은 없었어요.
“다행이네요.”
-감독님과 같이 있던 걸 보여준 게 효과가 컸나 봐요. 고마워요.
“아니에요. 고마우면 다음에 밥이나 한 끼 사요.”
-네. 근사한 걸로 살게요.
나는 가볍게 웃으며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도어락 소리 들리네요. 이제 퇴근했나 봐요. 늦었네.
“네. 오늘 지방 출장 갔다가 방금 왔어요.”
-아, 새 프로그램 들어간다고 했죠?
“예. 그거 때문에 인터뷰할 게 있어서요.”
-조만간 집에 포스터 하나 늘어나겠네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벽에 붙어있던 여러 개의 포스터가 나를 반겼다.
내가 직접 연출했거나 함께 참여했던 프로그램들.
블라인드 미션부터 시작해서 각종 예능과 드라마 포스터들이 벽면을 쫙 채우고 있었다.
‘그들의 메모리’도 포스터 촬영한 게 조만간 나올 테니 이 빈 공간을 채울 수 있겠지.
임은혜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나저나 감독님. 저 때문에 괜히 이상한 소문 나는 거 아니에요?
“소문이요?”
-네. 최인하 씨에게 지인들이 꽤 있어서…….
“저는 유명인도 아니라 지장 없죠. 걱정되는 건 은혜 씨죠. 여배우에다가 인기도 상당하니까.”
-괜찮아요…….
그녀는 잠시 말을 늘였다.
-저는 괜찮아요.
그때 문득 시야에 방문이 거슬렸다.
“……어?”
-왜요?
“아니, 방문이 닫혀 있어서요.”
내가 출근할 때 문을 닫고 갔나?
가물가물한데.
혼자 살아서 어지간하면 방문을 잘 닫지 않는데…….
“은혜 씨, 잠깐만 끊어 봐요.”
-네. 그러면 저 산책할게요. 다음에 또 통화해요.
“그래요. 조심히 운동해요.”
-쉬어요.
전화를 끊고 곧장 문으로 다가갔다.
문고리를 살포시 잡고 돌리고는.
벌컥.
문을 세차게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