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헌터 님! 대한민국의 일곱 번째 S급 헌터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아, 하하……. 그런가요? 그……. 감사합니다.
-먼저, 성함과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이찬이라고 합니다. 음……. 23살이고요, 어, B형입니다.
잔잔한 웃음이 주위에 번져 나갔다. 결코 적대적이거나 무시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새로운 S급이라는 시점에서 무슨 말을 하든 환호할 수밖에 없다고 할까.
또, 인터뷰고 뭐고 얼굴도 안 내비치는 랭킹 1위부터, 성격 까칠하기로 유명한 S급들 사이에서 최이찬의 풋풋한 모습은 신선하게 느껴질 테다.
-방금 게이트석을 갖고 나오셨던데, 던전 보스를 처치하신 건가요? 어떻게 해치우셨는지 말씀 좀 해 주세요!
-그게 저도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뭐가 막 말을 걸더니, 뭐가 또 나타나서, 어쩌다 보니까.
-어쩌다 보니까……라고요?
-네, 그래서 그냥 나오는 몬스터를 잡으니까, 게이트석? 그 돌이 나오더라고요.
-…….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 내던 기자가 일순 당황할 정도의 발언이었다.
[속보] 새로운 S급 헌터… “보스, 그냥 잡으니까 되더라.”
……같은 기사가 나오겠군.
-크흠, 흠, 최이찬 헌터님, 이제 많은 길드에서 헌터님을 영입하길 원할 텐데요, 혹시 들어가고 싶은 길드는 있으신가요?
-아니요, 아직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아, 최이찬 헌터님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길드를 설립하실 생각이시군요!
-네? 그런 건 아니고요. 저기…….
-벌써 <씨앤엘 코퍼레이션>과 로열 길드에서는 영입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적당히 대답했으니 이만 인터뷰를 거절해도 될 텐데, 최이찬은 계속 쩔쩔매며 대답을 이어 나갔다.
원래 주목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성격인 데다, 인터뷰 현장의 열의가 엄청난 탓에 당황한 모양이었다.
-아, 속보입니다! <청라 길드>의 한이성 헌터가 지금, 조건 불문 영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뉴스 화면 아래쪽에 커다란 자막으로 ‘빅3 길드 일제 영입 의사 타진… 새로운 S급의 거취는?’이라고 떴다.
아주 난리구나.
최이찬은 착실하게 기자의 인터뷰에 말려 들어갔다.
-길드는, 권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제가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게, 지금은 안 들어갑니다.
-어떤 일인지 여쭐 수 있을까요?
-그건 좀, 개인적인 일이라…….
-아! 비밀 임무인가요?
-그런 건 아니고, 저, 친구를 도와주려고 하는데…….
-그럼, 소속된 곳이 있으신 거군요!
-소속은 아니고요…….
특종을 노리는 건 알겠지만 너무 심하군. 이쯤 되니 최이찬이 불쌍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나는 강압적 인터뷰 그만두라는 민원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할머니, 커피 새로 만들어 드릴게요.”
무사한 모습을 확인했더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목이 말랐다. 이제 커피를 마시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나머지 인터뷰를 봐야겠다.
나는 재빨리 아이스 캐러멜마키아토 두 잔을 새로 만들어 텔레비전 앞으로 돌아왔다.
진하고 달콤한 커피를 한 입 마시며 다시 화면을 쳐다보는데…….
아주 잠깐 텔레비전에서 눈을 뗀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네, <카페 리을> 소속이라 당분간은 길드에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쿨럭, 쿨럭?!”
왜…… 내 이름이 거기서 나와?
5장. 레몬 없는 레몬에이드
한국 No.1 헌터 커뮤니티 - 헌터 채널
자유게시판
- 랭킹, 길드 추노 금지. 현피는 던전에서
[뉴스] (헌터SCOPE) 대한민국 헌터계의 별 최이찬, 그는 누구인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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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프급
지난 주, 대한민국 헌터계에 새로운 별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S급 버서커 최이찬. 그에 대한 정보를 속속들이 파헤친…… (더 보기)
던찐: 중복
rho***: 중복임
힐러구함: ㅈㅂㅈㅂㅡㅡ
분홍젤리할짝: 헌챈 중복글 금지 아닌데 공지 다시 보고 오셈
└rho***: ㅅㅂ오늘 이거 다섯번 넘게 올라왔으니까 그러지
ㅇㅇ: 난 지금 첨보는데??
레전드13: 중복이면 어때; 걍 또보셈 S급 떴다고 온커뮤 다 난린데 왜 여기서 고나리임
ftf***: 이놈들은 24시간 헌챈에 붙어있으면서 계속 유잼이길 바람
└ㅇㅇ: 2222ㅋㅋㅋㅋㅋ
망서커존버: 최이찬 스급 버서커라니 개멋있다 망서커 떡상 가능하냐
└jka***: 님 그건 최이찬이고요
└ㅇㅇ: 최이찬은 떡상 가능 망서커는ㄴㄴ
└망서커존버: ㅅㅂ…
ㅁㅁ: 길드 어디 갈거같냐 맞춰보셈
└힘없찐: 크 빅3 중에서 골라가는 기분은 어떨까 쥑이네ㅡㅡ
└라임사랑단: 딱봐도 로열 갈거같지 아늠? 로열이랑 잘어울림
└ㅁㅁ: 님 로열출신인거 티나요;
골렘사줘: 근데 빛이찬이 인터뷰 마지막에 한말 머임???
└del***: 엥? 뭐 있었나???
└골렘사줘: 빛이찬이 자기 어디 소속이라고 말했자늠
└ㅇㅇ: 아 그거 소리 삑나가지고 안들림
└골렘사줘: 헐ㅡㅡ 방송국놈들 빠져가지고
└ㅇㅇ: ㅋㅋㅋㅋ니가 이해해라 빛빛빛을 눈앞에서 봤는데 정신못차리지
└골렘사줘: ㅅㅂㅇㅈㅋㅋㅋㅋㅋ
* * *
“미안하다…….”
최이찬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카페 리을>의 개업식이다.
개업식이라고 해도 별다를 건 없다.
조금 전 최이찬이 내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가져온 ‘축 개업 하’ 리본이 달린 화분을 놓고, 버터 쿠키나 잔뜩 만든 정도일까.
“정말 미안하다.”
몇 번이나 괜찮다고 했는데도 다시 최이찬이 사과했다.
“그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대고 막 물어보니까, 뭐가 뭔 줄 알 수 없어서…….”
“진짜 괜찮다니까.”
최이찬이 사과하는 것은 며칠 전 인터뷰에서 대뜸 ‘카페 리을’ 소속이라고 말한 일에 대해서였다. 당황한 와중에 나를 도와주기로 했던 약속을 떠올리다가 그렇게 되었단다.
최이찬은 면목 없다는 듯 커다란 몸을 안쪽의 좌석에 구겨 넣었다. 긴 다리가 앞으로 삐져나왔다.
아직 어느 길드에 들어갈지 정하지 않은 최이찬은 말하자면 헌터계의 먹잇감 신세였다.
대체 어떻게 알아냈는지 전화가 하도 걸려 와서 핸드폰을 아예 꺼 버렸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집까지 사람이 찾아오는 통에 급히 살던 집을 뺐단다.
잘 데가 없으면 당분간 여기서 지내도 된다고 말했지만…….
“불편해서 그래? 1층하고 2층 분리되어서 따로 쓸 수 있어.”
“아니, 그, 그, 그런 건 아직 조금……. 어떻게 그래!”
최이찬은 한사코 거절했다.
“그럼 지금은 어디서 지내는데?”
“걱정하지 마. 저 넓은 대지, 바람과 함께 흘러가는 것이 인생!”
“…….”
괜찮은 건가…….
대신 낮 시간 동안만 최이찬을 임시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S급 헌터를 알바생으로 쓴다라……. 어쩐지 막 개업했을 뿐이지만 굉장한 카페가 된 기분이군.
며칠 동안 고생을 많이 했는지 최이찬은 눈 밑이 거뭇하고 표정이 초췌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힘의 우위는 최이찬 쪽이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귀찮은 사람들에게 시달릴 필요도 없다.
수직적인 헌터계에서 새로운 S급 헌터인 최이찬이 까라면 깔 텐데. 얼마든지 갑질도 가능하겠지. 랭킹 1위만 해도 자기 취재를 일절 막았잖아.
그러나 최이찬은 그럴 생각은 없어 보였다. 갑질도 체질에 맞는 놈들만 하는 모양이군…….
“길드는 안 들어갈 생각이야?”
길드에 들어가면, 최이찬이 직접 취재에 대응하지 않더라도 길드에서 해결해 줄 수 있다. 도무지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최이찬에게는 길드가 있는 편이 낫겠지.
“응, 됐어. 별로.”
“<청라 길드>는 어때?”
<청라 길드>에서도 최이찬을 영입하고 싶어 했다는 건 조금 놀랍긴 했다. 새 헌터를 거의 채용하지 않는 소수정예 길드였으니까.
한이성 헌터도 좋은 사람이고, 기유현도 뭐…… 가끔 이상하지만 좋은 사람이니까, 최이찬에게 잘 맞지 않을까.
그러나 최이찬은 단호하게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으으음……. 아니야, 지금은 됐어.”
뭐, 본인이 싫다면 별수 없는 일이지.
지금은 일련의 취재 열기 때문에 많이 놀란 상태일 뿐, 최이찬은 어딜 가든 잘 해낼 거다.
“키야오옹(한 번 더! 한 번 더 해라)!”
“뀨우웃, 뀨웃!”
최이찬은 양손에 각각 미음이와 라임이를 들고 공중에 던졌다 받으며 놀아 주었다. 저글링을 하듯이 빙빙 돌리는 손기술이 엄청났다.
“왜웅, 왜우우웅(으윽, 어지럽다)…….”
“뀨우우…….”
둘 다 즐거워 보이는군.
뭐, 이 열기가 가실 때까지는 일단…… 임시 동물들과 놀아주기 담당 아르바이트라고 치자.
미음이의 눈이 핑핑 돌 때까지 실컷 놀아 주고 온 최이찬이 말했다.
“근데 권리도 각성자였다니 놀랐어.”
“아하하…….”
나는 최이찬에게 각성 사실을 밝혔다.
일부러 밝히려고 했다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던전에서 돌아온 최이찬에게 커피 젤리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에게라면 거짓말할 이유도 없었으니까.
“어쩐지 그 커피 젤리를 먹으니까 막…… 뭐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각성 후 등급이 몇 계단씩 올라가는 일도, 클래스가 바뀌는 일도 매우 드물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하건만.
최이찬은 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그게, 잘 모르겠어. 뭐가 말을 걸더니, 또 뭐가 나타나서.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음, 나도 전혀 모르겠다…….
기억을 더듬으며 최이찬이 길게 설명했지만, 고유명사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말을 해석하기란 힘들었다.
‘뭐’가 대체 뭘까.
어쨌건 살아 돌아왔으니까 중요한 건 아니지.
사실은 뉴스, 그것도 시청률이 최고조에 달한 뉴스 속보에 떡하니 ‘카페 리을’이 언급되었으니 손님이 갑자기 늘어나는 게 아닌가 걱정 겸 기대를 했다.
“여기가 새로운 S급 헌터가 말한 그 카페?”
“얼마나 대단한 곳이라서 새 S급 헌터가 말한 거지?”
“여기, 메뉴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주세요!”
“나도요! 내가 먼저 왔어요!”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그렇게 열심히 일할 생각은 없는데…….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 아까 김덕이 할머니와 지나가 들렀을 뿐, 막 개업한 가게는 잠잠하기만 하다.
[<카페 리을>의 이름이 여러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획득한 인지도를 명성으로 환산합니다. ……완료]
[이름: 카페 리을
등급: F
명성: 5, 인기: 0]
……쓸데없는 걱정을 했군.
다행이지만 아쉬운 이 기분은 뭘까.
자연히 손님 10명 만나기 퀘스트도 진척이 없었다. 시스템 녀석, 퀘스트 난이도가 너무 높은 거 아닌가.
그런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그때, 이곳을 노리는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