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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62/192)

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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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킹, 길드 추노 금지. 현피는 던전에서

[뉴스] (헌터SCOPE) ‘커피를 마셨더니 체력 회복 UP?’ 능력치를 올려주는 커피 화제

추천: 2 / 비추: 37

작성자: 펌글봇

(중략)

이렇게 일상 속 친숙한 음료인 커피.

그런데 헌터들에게 특별한 버프 효과를 주는 커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포션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커피. 그러나 한 잔을 마신 순간 효과는 다채롭다. 체력과 기력 회복, 디버프 무효, 크리티컬 확률 증가까지. 고급 포션으로도 얻기 힘든 버프를 받을 수 있었다.

필자도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카페의 커피를 마신 헌터들은 모두 효과가 진짜라고 말한다.

최○○ (23, 헌터):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그걸 마시면 싸악…… 한 다음에 화아…… 하거든요. 근데 뭐가 막 번쩍번쩍하는 게.

J○○○○ (32 , 헌터): Oh… 코리안 베스트, 아니 월드 베스트입니다. 미국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아는 사람만 아는 그 커피의 맛. 하지만 헌터들의 필수품이 커피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인기가 높아지기 전에 미리 체험해 보시기를 권해 드린다.

헌터SCOPE 김태운기자 [email protected]

치자피즈: 엥 이게 뭐임;;;

ㅇㅇ: 무슨 홈쇼핑 약팔이 같은게 올라옴?ㅋㅋㅋㅋㅋㅋㅋㅋ

dda***: ㅅㅂ여기 헌챈아님? 내가 쇼핑몰들어온줄;

골렘뽑음: 펌글봇 타락햇내;

└펌글봇: 머래;ㅅㅂ 나는그냥 새로뜬기사 퍼온거거든???

 └골렘뽑음: 퍼와도 봐가면서 퍼와야지 뭐이딴걸 갖고오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펌글봇: 때려쳐ㅅㅂ 이제 펌질안함

└뿌에엥: ㅠㅠㅠㅠㅠ펌글봇님 잘보고 있어요 위에 이상한 애들이 하는말 무시하세여

└힐러구인중: ㅁㅈㅁㅈ 잘보는 사람이 더많음

tdt***: 광고래도 너무 에바다 무리수임ㅡㅡ

ㅇㅇ: 요새 홈쇼핑도 장난아님ㅋㅋㅋㅋㅋㅋㅋ 던전에서 먹으면 좋다고ㅋㅋㅋㅋㅋ

└힘없찐: ㅠㅠ우리엄마가 자꾸 홈쇼핑보고 건강즙 보내서 미치겠음 아 던전이랑 건강즙이랑 뭔상관임

 └마켓13호: 고맙다고 먹는거도 효도임 보내주면 걍 먹어라ㅋㅋㅋㅋ

  └힘없찐: 너무많음ㅜ 세박스있어ㅜㅜ

└힝행홍: 나눔ㄱㄱ?

 └힘없찐: ㅇㅋ 당근에 올림 오늘 헌터마켓앞에서 나눔받으실분 오셈

망서커떡상: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그렇지 이거 버닝좌가 쓴거네

└ㅁㅁ: 그게 ㄴㄱ???

 └망서커떡상: 김태운 기자 별명임ㅇㅇ 뉴스게에서 김태운으로 검색해보셈ㅋㅋㅋㅋㅋㅋ ㅈㄴ 쓰레기같은 기사 많이씀

인권은C급부터: 전에 그거도 버닝좌잖아 인터뷰짜집기해서 ‘균열 터지면 좋죠 위험수당 짭짤’ 이렇게 기사써서 욕처먹게 만듬

└ㅁㅁ: 헐; 첨알았음 ㄹㄹ 기레기네

└제주길드1짱: ㅁㅈㅁㅈ 상암에 균열터졌을때 피해자 사진찍는다고 카메라 들이대고 난리침

└골렘뽑음: 무원 취재하겠다고 30일 동안 청라 앞에서 잠복한거도 유명

 └힘없찐: 헐ㄷㄷㄷㄷ 패기갑;

 └ftf***: 그래서 어케됨?

  └골렘뽑음: 헌터스코프 폐간될뻔 해서 이제 청라는 안건드리더라ㅋㅋㅋㅋㅋ

힐러구함: 근데 버닝좌 요새는 좀 다르던데??

└ㅁㅁ: 먼솔?;;;

 └힐러구함: (집중르포) “하청에 재하청… 던전을 돌아도 무보수” 노예길드는 사라지지 않았다. [링크] 이거 버닝좌잖아

 └ㅁㅁ: 헐 이름 잘못쓴거 아님???? 김태운이 웬일??

└힘없찐: 청계천, 제작계 헌터 빛과 어둠의 역사 [링크] 이거도 김태운인데?????

 └ㅇㅇ: 띠용; 뭐지 머 잘못먹었나

라임사랑단: 버닝좌 어제 우리길드 인터뷰 왔는데 사람이 쫌 달라졌던데

└제주길드1짱: ㅇㄸ??? 전엔 ㅈㄴ 끈질기게 캐물어서 짜증났는데

 └라임사랑단: 뭐랄까… 눈이 맑아짐

  └ㅁㅁ: 엥?

  └힘없찐: 먼솔??

  └제주길드1짱: 무슨 기가 맑으시네요냐ㅋㅋㅋㅋㅋㅋ

인권은C급부터: 그럼 버닝좌 종교 이런거에 빠진거 아님??

└라임사랑단: ㄴㄴ그런 삘링은 아니었음 직접 보면 알거임 ㅈㄴ 착해짐

 └힘없찐: 맑은눈의 광인이냐ㅡㅡ

ㅇㅇ: 글고보니 요새 길드마다 이상한 종교 포교하는 놈들 있다더라 헌챈러들도 조심하셈;

망서커떡상: 갑자기 뭔 종교래 던전뺑이치기도 바쁘다ㅋㅋㅋㅋㅋㅋ

└펌글봇: 헌챈한다고 바쁜거 아니고?ㅋㅋㅋㅋㅋㅋㅋㅋ

슈브: 난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던데? 위대한 자가 내린 진리를 탐구하는 거잖아 되게 좋아 보여~

└ㅇㅇ: 헐;;;이댓 뭐임 소름;;;

* * *

<해피 그린 라이프 던전 농원>에서 있었던 사건은 금방 정리되었다.

드문 식물 던전이었지만 뉴스 보도도 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다.

그리고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이초록의 농원은 폐업했다.

균열이 터졌기 때문만은 아니고,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수많은 위법 사항이 발각되어 과태료를 왕창 먹어서라고 했다. 그나마 던전 발생 시 바로 신고를 한 공로를 인정해서 철창신세는 면했단다.

갑자기 카페로 커다란 택배가 배달되었는데, 열어 보니 이초록의 언니가 보낸 사과 한 박스였다. 이번 일로 폐를 끼쳐서 미안하다나. 사과는 맛있게 먹었다.

“어흑……. 손님, 너무 죄송했어요.”

“괜찮아요. 어쨌든 살았으니까…….”

“사죄의 뜻이랄까, 이거라도 받아 주세요!”

앞으로 농원을 폐업하고 과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라는 이초록은 내게 웬 씨앗 하나를 건넸다.

대부분의 던전 식물을 압류당했지만 다행히 이건 건질 수 있었다면서.

아주 희귀한 씨앗이니 푸른 세라에노꽃을 되살린 나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당신이 희귀하다며 산 씨앗에서 몬스터지옥이 나타났잖아…….’

불안했다. 엄청나게 불안했다.

거절할까 했지만, 조사 결과 무해한 것으로 밝혀져 결국 받아들였다.

조사는 어떻게 했냐고?

“왜오오옭(호오, 이건 상당히 귀한 물건이다)!”

“……그래?”

“왜옭, 왜오옭(위험한 일은 없다)!”

……라고 미음이가 말했다.

음, 뭐.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일단 믿어 보자. 나는 이공간 구석에 그 정체불명의 씨앗을 심고 잊어버렸다.

그리고 오늘은.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기유현과 함께 지난번에 만났던 <청라 길드>의 쌍둥이가 카페에 왔다.

목적은 물론 간식을 먹으며 감동적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다.

따뜻한 바닐라라테를 두 잔.

사과가 많이 남아 있어서, 안에 사과잼을 넣은 쿠키를 곁들였다. 한 입 깨물면 따끈따끈한 사과잼이 흘러내리는 달콤한 쿠키였다.

“우와아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쿠키를 베어 무는 주신우. 옆에서 주신희가 핀잔을 줬다.

“멍청아! 아까 한 말 그새 까먹었어?”

“헉, 맞다.”

주신우는 쿠키를 접시 위에 내려놓은 뒤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너무 귀엽다…….

그러나 주신희는 쿠키를 집어 드는 대신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무슨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왜 그래? 혹시 입에 안 맞아? 다른 걸로 줄까?”

“네? 아닙니다! 그건 아니지만…….”

“응?”

다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한참 고민하다 겨우 입을 연다.

“저, 저어…….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응, 당연하지.”

“언니……. 잘 먹겠습니다.”

어떡하지, 너무 귀엽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아이들이 회귀 전의 3년 후처럼 변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란히 앉아 양손으로 컵을 꽉 붙잡고 바닐라라테를 마시는 쌍둥이의 눈이 반짝거린다.

머리 위로 차오르는 빛의 막대를 보지 않고도, 음료를 맛있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콤보 보너스가 발생합니다.

콤보: 어린이 메뉴(바닐라라테, 사과잼 쿠키)

효과: 어린이에게 영양 만점]

[축하합니다! 서브 퀘스트: 동심여선을 완료했습니다.]

띠리링, 하고 울리는 시스템 알림은 일단 젖혀 두었다.

이제 미리 준비한 감동 동물 애니메이션을 볼 차례였다.

“흑, 흐윽…….”

“뀨우우…….”

“왜옹, 왜오옹, 왜오오옭(안 돼, 도망쳐, 야옹아, 거기로 가면 안 돼)!”

정작 제일 몰입한 건 우리 집 고양이였지만.

미음이, 라임이와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에 열중한 쌍둥이를 보며 새로 커피를 두 잔 만들었다. 한 잔은 오늘 쌍둥이의 보호자 역으로 온 기유현의 몫이었다.

“……감사합니다.”

생긋, 웃음을 짓고는 앞의 커피 잔을 집어 든다.

긴 속눈썹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하얀 뺨에 엷은 미소가 스몄다. 무심결에 감탄을 내뱉게 되는 외모였다.

이 남자를 벌써 여러 번 만났는데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특히 그저 바라볼 뿐인데도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짙은 저 눈은…….

“리을 씨.”

아, 진짜 할 말이 있었던 게 맞는군.

“네?”

“고난을 겪으셨더군요.”

“아하하……. 좀 그랬죠.”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

분명 내가 몬스터지옥에 휘말린 사건은 뉴스 보도가 되지 않았는데.

사건이 사소하기 때문이 아니다. 몬스터지옥의 씨앗이 유통된 일의 배후에 다른 사건이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있어서, 정보 통제를 위해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야 같은 헌터 업계니까 정보를 들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기유현을 다시 바라보았다.

눈에 띄는 외모. <청라 길드>의 말단 헌터. 그런 것 치고는 의뭉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여유로운 태도.

이 가게의 담벼락 밑에 숨어 있어서 처음 만났고, 그 이후로 이래저래 자주 마주쳤다.

으음…….

가만 보면 이 남자도 참 수상하단 말이지.

알고 보면 엄청난 거물이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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