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3화 (103/192)

103화

나는 얼결에 그 손을 붙잡았다. 서늘하고 부드러운 손이었다.

사방이 어둠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소년은 마치 길을 아는 것처럼 내 손을 잡고 걸었다. 소년의 몸을 감싼 은은한 빛이 나를 이끈다.

저 빛 때문일까. 신기할 정도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무섭지 않았다. 손바닥을 통해 엷은 온기가 느껴졌다.

훨씬 작지만 저 가지런한 걸음걸이는…….

역시 닮았다.

“얘, 너 혹시 형 없니?”

“…….”

“아니면 친척이라든가. 키는 이 정도고, 너랑 많이 닮은 사람 몰라?”

“…….”

소년은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대로 이 소년을 믿고 따라가도 되는 걸까? 이렇게 도와주는 척하다가 나를 여기 가두는 건 아닐까.

그런 의심을 하고도 남을 상황이었지만.

“…….”

눈이 마주쳤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소년을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표정이었다. 나는 소년의 손을 잡고 묵묵히 뒤를 따라 걸었다.

사라졌던 빛의 길이 다시 나타났다. 반짝거리는 빛이 빠르게 움직이며 하나의 길을 이룬다. 그 길의 끝에 출구가 있었다.

“됐다, 드디어 여기서 나갈 수 있어! 얘, 너는……. 어……?”

고개를 돌린 나는 깜짝 놀랐다. 분명 방금까지 소년의 손을 꽉 잡고 있었는데. 소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밝은 빛이 나를 감싸고, 몸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 * *

순식간에 시야가 밝아진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대던전 《어비스》의 높디높은 석벽이었다.

훅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초겨울의 건조하고 싸늘한 바람이 뺨을 두들겼다. 투명한 아침의 햇빛에 눈이 부시다. 조금 전까지 한여름 밤의 던전에 있었다는 것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의 변화였다.

다음으로 약속대로 먼저 도착해 제자리에 잘 놓여 있는 가게 건물이 보였다.

다행이다. 나 외엔 다들 무사히 도착한 모양이다. 가게 앞, 나를 올려다보는 일행들의 얼굴이 또렷이 보였다.

잠깐. 왜 나를 올려다보고 있지?

발에 해방감이 느껴졌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으, 으아앗……!”

진짜 떠 있잖아?

띠링.

[연결이 재설정됩니다. 1, 5, 10, 20, 50…… 100. 완료.]

[업적: 어둠 속을 밝히는

축하합니다!

나쁜 ´Ï¾Ë¶óÅäÅÜ에 의해 길을 잃을 위기였지만,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당신을 인도한 존재는 누구일까요?

보상: 편안한 워크 스루 카운터(★★☆☆☆)]

눈앞에 나타난 상태 창을 찬찬히 읽어 볼 틈은 없었다.

내가 나타난 지점은 바로 가게 지붕 조금 위의 허공. 잠시간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떠 있었으나 곧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어째 각성한 이후로 추락하는 일이 많은 것 같지 않아? 벌써 이게 몇 번째람.

“……읏!”

나는 비명을 삼켰다. 몸이 아래로 훅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침착하자. 이젠 추락에도 경력이 쌓였으니까.

‘커피 한 잔의 인연!’

곧장 복사한 최이찬의 방어 스킬을 사용하려는 찰나였다.

추락하던 몸이 다시 두둥실 떠올랐다. 보일 듯 말 듯한 가느다란 빛의 그물이 내 몸을 감싸고,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치지 않도록 떠받쳤다.

이 스킬을 본 것은 이미 여러 번이다. 나는 스킬을 사용한 상대를 소리 내어 크게 불렀다. 만난 지 겨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엄청나게 반가웠다.

“……유현 씨!”

빛의 그물에 감싸인 몸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발이 바닥에 닿기 직전, 기유현이 팔을 뻗어 나를 받았다.

그 자세 그대로 잠시 기유현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오면서 아직 눈이 부셨지만, 그림자를 드리운 속눈썹 아래의 눈은 또렷이 보였다. 놀란 표정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하얀 뺨은 정말 기유현이 맞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기유현이 슬쩍 내 시선을 피했다. 부드러운 말이 뒤따랐다.

“깜짝 놀랐습니다. 연락을 받고 무슨 일인가 와 봤더니 건물이 사라졌고, 또 다시 나타나고. 하늘에서는 리을 씨가 떨어지고…….”

나 역시도 무척 놀랐다.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사건을 많이 겪으시는군요.”

“본의는 아닌데요……. 그보다, 진짜 유현 씨예요?”

“제가 가짜도 있나요?”

그는 의아해하는 표정이었다.

“혹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동생이 있다거나…….”

“형제도 없고요.”

“그러면…….”

별의 길에서 나를 데리고 나와 준 소년에 대해 더 자세히 묘사하기 위해 기억을 더듬는 그때였다.

“크흠, 흠, 흠!”

뒤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권지운이었다. 들으란 듯이 일부러 과장된 소리를 낸다.

그 모습이 엄청나게 어색했다. 권지운의 직업이 헌터라서 다행이다. 연기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으니.

왜 저러지?

내가 빤히 쳐다보고만 있자 이번에는 손으로 입을 막고 크게 기침을 한다.

“……!”

그제야 나는 다른 사람들이 뻔히 보는 앞에서 기유현과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떨어지는 내 몸을 기유현이 받으면서 나는 반쯤 안긴 자세였다.

얼굴이 가깝다. 내 팔은 기유현의 어깨를 감쌌고, 기유현의 팔은 내 등과 허리를 받쳤다. 조금만 더 고개를 기울였다가는 숨소리도 들을 수 있을 거리였다.

“그, 저기, 유현 씨, 팔 좀…….”

내가 당황하자 기유현이 곧장 팔을 풀었다. 나는 후다닥 몸을 떨어뜨렸다.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온 권지운이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니.”

권지운의 말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 이상 없이 별의 길을 통해 돌아왔다고 한다.

내가 사라진 시간은 채 수 초도 되지 않았다. 체감 시간은 훨씬 길었는데도 말이다. 도착한 뒤에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는데, 금방 내가 하늘에서 나타났단다.

으음…….

나는 방금 뜬 시스템 창을 다시 확인했다.

일부분 글자가 깨져서 읽을 수 없었지만, 누군가가 나를 방해했다는 뉘앙스는 분명하게 느껴졌다. 다만 그것뿐, 그 이상의 정보는 없다. 풀리지 않는 의문만이 켜켜이 쌓였다.

‘뭐든 힌트를 좀 주고 나서 맞히라고 하지…….’

설마 지난번의 미친 사이비 종교맨일까. 근거는 하나도 없지만 그 광기에 사로잡힌 눈은 이런 억측을 하기에 충분했다.

그를 떠올리자 꺼림칙한 기분과 동시에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왜 나만?!

점점 내 인생이 목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든다.

혹시 한참 전부터 이미 틀어졌는데 내가 너무 늦게 깨달은 것뿐인가?

그럴 듯하다. 무서운 가능성에 몸을 떠는데.

“……리을아.”

이번에는 최이찬이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잠깐 괜찮아? 할 말이 있는데…….”

그렇게 말했지만 최이찬의 시선은 내가 아닌 옆의 기유현을 향해 있었다.

아. 둘은 처음 보는구나. 최이찬이 임시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기유현이 올 때와는 시간이 엇갈렸으니까.

무슨 일일까. 최이찬의 어깨는 축 처졌고 표정은 굳은 채였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이찬아, 너는 처음 보지? 이쪽은 <청라>의 기유현 헌터. 유현 씨, 아시겠지만 이쪽은…….”

“물론 압니다. S급 헌터 최이찬 씨죠. 반갑습니다.”

생긋 미소를 지으며 기유현이 손을 먼저 내밀었다.

하지만 최이찬은 그 손을 잡지 않았다. 다만 진지한 표정으로 기유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

잠시 침묵과 함께 엷은 긴장이 깔렸다.

“이찬아?”

“리을아, 잠깐…….”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최이찬이 입술을 달싹이는 순간이었다.

“팀장님! 저기 있어요, 발견했습니다! 최이찬 헌터!”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어디선가 공무원들이 나타나 최이찬을 둘러쌌다. 강현우 헌터와 김지나였다.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이 야생의 S급 헌터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단단히 무장을 한 상태였다.

우리가 이곳으로 돌아오고 아직 10분도 지나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거지? 놀랄 만한 정보력이었다.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오셨어요?”

강현우 헌터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백은 길드>에 최이찬 헌터가 나타났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에 나타날 곳은 이곳 <카페 리을>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잠복이라도 한 걸까.

“흑, 오늘은 드디어 집에 가서 잘 수 있어요……. 계속 몸을 웅크리고 있었더니 거북목이 재발했지만요.”

진짜 잠복한 거 맞구나…….

잘 보니, 공무원들은 그간의 고난이 느껴지는 차림새였다. 눈 밑이 퀭하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저희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그러나 최이찬은 곤란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저, 잠깐 할 말이 있어서……. 리을이랑 이야기 좀 하고 갈게요.”

“네, 얼마든지요. 여기서 기다릴 테니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그래요, 이제까지 기다렸는데 조금을 더 못 기다리겠어요. 랭킹 측정 갱신 마감일이 오늘까지지만요. 늦으면 또 청장님께 불려 가서 깨지겠지만요…….”

“하, 하하…….”

엄청나게 부담스럽다.

혹시 놓칠세라 딱 한 발짝 떨어져서 최이찬을 주시하는 공무원들의 시선을 모른 척하기란 힘든 법이었다. 남 돕는 일을 즐겨 하는 최이찬이라면 더욱 그렇겠지. 결국 최이찬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미안……. 일단 갔다 올게.”

“그래, 같이 가 드려. 이야기는 다녀와서 들을게.”

그렇게 가게 통째로 던전으로 날아간 일은 최이찬의 <던전관리청> 연행으로 끝이 났다.

속절없이 멀어지는 최이찬의 등을 향해 나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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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킹, 길드 추노 금지. 현피는 던전에서

[잡담] 라임사랑단은 어비스 7층 정원 대체 어케 간거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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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비복사버그

라임사랑단 캠핑후기글 보고 영겁의 불꽃 정원 들어갔다가 웰던될뻔했다;;

이동스크롤 없었으면 지금 이글 쓰지도 못했을듯 ㅜㅜ

워프게이트 타는 순간 불로 지지면서 꺼지라고 하던데

거기서 캠핑을 어케 하는거임

라임사랑단: 가르쳐드림?

└루비복사버그: ;;;글쓴지 30초만에 나타나시네 ㅇㅇ갈켜조

라임사랑단: ㅎㅎ요령만 알면 쉬움 게이트 타면 안되고 7층에서 공간도약 가능한 템이나 스킬 써서 들어가야됨ㅇㅇ 아 스텔스 꼭 중첩 걸어주고,, 난 템 없어서 그냥 공간도약+스텔스 있는 소환수 써서 들어감 좌표찍을때 안들키게 조심해야됨

└ㅇㅇ: Whyrano,, 차라리 요령만 알면 1주일에 99렙 금방 찍는다고 쓰셈;

└app***: 공간도약템이 없으면 소환수를 부르면 됩니다 참 쉽죠?^^! 헌챈 3대 기만발언

└루비복사버그: 와 정말 도움되는 정보였어요*^^* 그냥 못들어간다고 해라ㅡㅡ

└vva***: 라임이 맨날 헌챈하던데 사실 기만자였슴

ㅇㅇ: 근데 거기를 왜간거임? 찐으로 캠핑하러 간거??

└라임사랑단: 그건 좀있으면 알게될거임ㅋㅋㅋ 다 큰뜻이 있슴ㅎㅎ

[잡담] 빛빛빛 랭킹 갱신됐다 (12)

추천: 15 / 비추: 0

작성자: 펌글봇

Rank No.6 최이찬 (S급 버서커)

라고 한다ㅇㅇ

천상계말곤 변동 좀 있음 확인해보셈

망서커존버: 존버필승ㅜㅜ 오늘부로 갓서커로 닉첸한다

└app***: 6위 먹은건 최이찬인데 왜 대리로 좋아하심;

 └망서커존버: 갓.서.커.는.하.나.다

단무지만두: 무원은 여전하네 보이지도 않는데 어케 1위붙박이임

└dtl***: 힘숨찐1위 vs 갑질의혹 2위,, 한국 이대로 괜찮은가

 └펌글봇: ㅅㅂ또이러네 이 플로우 지겹다 싸우려면 내글 말고 딴데가서하셈;;

사랑해요은랑: ㅎㅏ 삶은 고독한거야,, 오늘따라 술이 달다,,

└ㅇㅇ: Whyrano,,Whyrano 얘는 여기서 와이라노,,

 └김성현: 빛이찬이랑 권지운이랑 미팅했단 얘기있던데 그거때문인가 ㅋㅋㅋ

라임사랑단: ㅎㅏ 삶은 고독한거야,,오늘따라 술이 달다,,

└ㅇㅇ: 이님은 또 여기서 와이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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