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3화 (183/192)

183화

17장. 던전 앞 SSS급 카페

한국 No.1 헌터 커뮤니티 - 헌터 채널

자유게시판

- 랭킹, 길드 추노 금지. 현피는 던전에서

[실시간] 오늘의 끝말잇기 불판 (89)

추천 : 18 / 비추천 : 0

작성자 : 분홍젤리할짝

싸우지말고 합시다ㅇㅇ

강아지

ㅇㅇ : 지붕

└pin*** : 붕소

└힝행홍 : 소문

루비복사버그 : 갑자기 끝말잇기 머임???? 님들 ㅈㄴ할짓없어보임

└coc*** : 문제

└사랑해요은랑 : 제라늄

└ㅇㅇ : ㅅㅂ늄!!!! 늄좀 쓰지마ㅡㅡ 관리자님 얘 차단좀

└사랑해요은랑 : ㅇㅅㅇ*)v

루비복사버그 : 아니ㅅㅂ 님들 내리플 안보이냐고ㅡㅡ 이거 왜하는거임???;; 다들 길드에서 짤리심?????

└분홍젤리할짝 : 오늘 한가한데 뭐어떰

└힐러구함 : ㅁㅈㅁㅈ헌챈에서 맨날 만루비 받고 ㅋㅍㄹ 커피끊기 vs 그냥살기 이딴거 쓰는거보다 생산적임 ㅋㅋㅋㅋㅋ

 └pin*** : 밸붕이네ㅋㅋㅋㅋㅋ 그냥살기

 └ㅇㅇ : 222 커피를 어케끊음;

 └라임사랑단 : 3333333

루비복사버그 : 심심하면 던전뺑이나 치세여;;;; 끝말잇기같은거 하지 말고ㅋㅋㅋㅋ

└라임사랑단 : 나지금 던전안인데ㅋㅋㅋㅋ 끝말잇기존잼ㅎㅎ

 └ㅇㅇ : 이건 대한헌터연합이 잘못했다,, 던전안에서도 헌챈이 되니까 미친놈들이 24시간 붙어있음

  └라임사랑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자치즈 : 끝말잇기 상품있잖아ㅋㅋㅋ 최우수상 아이템 퍼블릭 마켓 출범식 참가권 우수상 10명 ㅋㅍㄹ 커피이용권

└루비복사버그 : 헐;;;;;ㅅㅄㅂㅁㅊ

└피자치즈 : 아니 가르쳐줬는데 왜욕하심?ㅡㅡ

└루비복사버그 : 장래희망

└힐러구함 : ㅋㅋㅋㅋㅋㅋㅋ망개떡

└ㅇㅇ : 떡메

└coc*** : 메추리알

└사랑해요은랑 : 알루미늄

└힝행홍 : 늄;;ㅡㅡ 문과 서러워서 살겠냐 제발 늄 들어가는 단어 차단하자

└사랑해요은랑 : ㅎㅎ커피개뿔 ㅇㅅㅇ*)v

* * *

콰앙, 탕!

“으으……. 음, 하아암, 더 잘래……. 헉, 어?”

나는 굉음과 함께 눈을 떴다.

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벌떡 일어났는데, 소리는 맞은편 건물에서 난 것이었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트럭에서 물건 박스를 내리는 중이었다. 며칠 전까지 비어 있던 건물이 어느새 번쩍번쩍하게 리모델링되었다. 새것 티가 나는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DG25 던전게이트3가점.

헉, <카페 리을> 앞에 드디어 편의점이 생겼다!

그 옆에는 설마…… 치킨 집?!

“와, 대박…….”

지난 마신 봉인 퀘스트가 끝나고 이곳으로 돌아온 지 약 한 달.

마신은 사라졌고, 대던전 《어비스》는 무너졌다. 세상은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한순간에 세상에 영구적인 평화가 찾아와서 헌터들이 대량으로 실직자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균열이나 몬스터의 위험은 여전하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고 세상은 끝없이 변해 간다.

며칠 전, <던전관리청>의 청장님이 균열 사망율을 전년도의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성과는 아직 미지수지만…… 다들 노력하는 만큼 앞으로 점점 더 균열에 잘 대응하게 되겠지.

그리고 이곳 던전게이트3가에도 변화의 바람은 불어닥쳤다.

대던전 《어비스》가 무너졌으니 남은 것은 무엇이겠는가. 서울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인 빈 땅이다.

이 복작복작한 도시에 갑자기 빈 땅이 생겼으니 당연히 주목을 끌었다.

앞으로 서서히 가게가 들어서리라고는 생각했는데, 그 첫 발자국이 우리 가게 맞은편의 편의점과 치킨집이라니. 여기가 천국인가?

크흠, 아무튼.

편의점이 생겼으니 털고 와야지. 나는 얼른 외투를 꺼내 걸치며 외쳤다.

“미음아, 편의점 털러 가자!”

…….

…….

그러나 묵직한 발소리도, ‘왜오옹’ 하는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아, 없지.

힘이 빠졌다. 나는 도로 외투를 벗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마신을 해치우고 무사히 퀘스트를 끝냈지만, 미음이는 함께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도, 라임이조차 미음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을까. 이제 여기를 떠나서 돌아오지 않으려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참을 수 없이 쓸쓸해졌다.

아스 역시…… 돌아오지 못했다.

아스는 소멸했지만 본체로 돌아갔을 뿐. 죽음이 아니라고 한다.

그게 뭔데. 그럼 왜 여기 없는 거야? 만날 수 없는 건 마찬가진데, 무슨 차이가 있는 거야? 세계가 어쩌니 저쩌니 잘난 듯 떠들어 대고는, 그 아이조차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둘 다 돌아오리라는 기대가 남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게이트가 닫히는 바람에 미처 같이 오지 못한 게 틀림없어. 미음이는 걸음이 느리잖아. 그러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아닐까?

나는 기다렸다. 계속.

그러나 아무리 매일 창밖을 내다보아도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뀨우우?”

“라임아, 벌써 일어났어?”

내가 낸 소리에 깼나 보다. 라임이가 몸을 통통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뀨우웃…….”

오늘은 일정이 있어서 슬슬 나갈 채비를 해야 했다.

나는 라임이의 탱글한 몸을 한번 껴안았다가 놓아주었다.

마음은 조금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시간은 흘러가고 세상은 끝없이 변해 간다. 무정하게도.

* * *

오늘 세상에 또 한 가지 변화가 일어날 예정이다. 그 변화의 일환으로 나는 어떤 행사에 참석한 참이었다.

“음, 이거랑, 이거도 있고……. 다 됐네, 끝.”

청계천 인근에 있는 세련되고 편안한 분위기의 행사장. 아직 행사가 시작되기 전이라 소수의 사람들이 편안하게 잡담을 나누는 중이었다.

벽 쪽에 놓인 긴 테이블 위에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마실 수 있도록 커피 잔이 여럿 놓여 있었다. 모두 오늘을 위해서 내가 만든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커피의 상태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다.

[아이템: 카페라테(★★★★★)

상태: 완벽함 (남은 시간: 02:00:00)

효과: 최대 기력의 80%가 회복됩니다.]

‘내 손 안의 카페’ 스킬의 레벨이 최대치까지 오르면서 커피의 스테이터스 창에는 변화가 생겼다. 등급이 5성이 된 데다가 효과도 더 좋아졌다. 지난 사건으로 내가 더 유명해진 영향도 있어서, 더 많은 사람이 커피를 찾게 되었다.

<카페 리을>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듯싶었다.

지금은 잠시 휴업 상태지만…….

아르바이트생 없이는 가게를 열 수 없으니까. 그것뿐이다.

“저어, 권리을 헌터님, 이 커피 마셔도 되나요?”

근처에 있던 헌터 한 명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을 걸었다. 나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럼요. 마음 편히 드세요.”

“……감사합니다!”

헌터가 카페라테 잔을 손에 들었다. 한 모금 맛을 음미하자 곧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이렇게 커피를 마시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기쁘다. 카페를 계속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저어, 권리을 헌터님.”

커피를 마시던 헌터가 불쑥 말을 걸었다.

“네,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네?”

다소 뜬금없는 서두였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그게, 저, 헌터님이 마신을 해치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만나게 되면 꼭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다행히 제가 끝말잇기를 잘해서…….”

“끝말잇기요?”

“아하하, 오늘 참가권 경쟁이 셌거든요. 아무튼, 개인적으로 헌터님 팬입니다. 앞으로도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나는 입술을 끌어당겼다. 아마 표정이 이상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헌터는 나와 악수를 한 뒤 몸을 돌렸다.

“리을 양, 와 있었구나.”

다음으로 내게 말을 건 사람은 김덕이 할머니였다.

“할머니! 오늘 축하드려요.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리을 양이 고생했지.”

“에이, 저야말로 도움이 되어서 기쁜걸요.”

그래서 오늘이 바로 무슨 날인가 하면…….

앞으로 <헌터 마켓>의 대항마가 될, <아이템 퍼블릭 마켓>의 출범식 날이다.

원래 <헌터 마켓>은 아이템 거래에 대해 독점적인 사업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용자 차별, 높은 수수료율 등, <헌터 마켓>의 횡포에 헌터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헌터들이 제작계 장인인 김덕이 할머니께 불만을 토로했다. 그 결과 김덕이 할머니를 주축으로 한 일부 헌터들이 자율적인 아이템 거래 시장인 <아이템 퍼블릭 마켓>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설립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헌터 마켓> 측은 당연히 크게 반발했다. 법적 공방까지 불사할 기세로 <아이템 퍼블릭 마켓> 설립은 <헌터 마켓>의 사업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러다 소송 싸움으로 이어져 설립까지 몇 년이 걸릴까 봐 걱정하던 와중.

‘<헌터 마켓> 상층부가 줄줄이 비리로 잡혀가면서 흐지부지됐지…….’

그 비리를 캐낸 사람은 바로 열정적인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김태운 기자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으로는 이름을 놓고 분쟁이 발생했다. <헌터 마켓> 측은 ‘마켓’이라는 단어가 겹치는 점이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원래 생떼 쓰는 사람이 제일 골치 아픈 법이다. 완전히 정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이런 고난을 겪고 드디어 맞이한 출범식 오늘 나는 기쁜 마음으로 행사에 커피를 제공했다.

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참석한 사람들이 환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모두들 무척 맛있어했다.

앞으로 이 <아이템 퍼블릭 마켓>이 잘될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모두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성과가 있으면 좋겠다.

예전처럼 <헌터 마켓>이 배짱 영업을 하는 일도 없어지겠지.

‘솔직히 쌤통이네, 아하하.’

“그런데 주노을 헌터는 어디 갔어요?”

“글쎄다. 아까까지 같이 있었는데, 어느새 안 보이는군.”

“주역이 없으면 안 되는데……. 제가 잠깐 찾아보고 올게요.”

또 한 명 오늘 출범식의 큰 기여자를 꼽자면 바로 주노을이다. 나는 김덕이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 주노을을 찾아 나섰다.

곧 행사장의 구석진 곳에서 주노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부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 *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주노을이 중얼거렸다.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든 채였다.

“좋은 날인데 또 꽁해 계실 거예요?”

“꽁한 게 아니라는…….”

이번에는 정말 꽁한 게 아니다. 그러나 역시나 부하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 커피 안 드실 거면 제가 마셔요?”

“헉, 마, 마실 거라는…….”

쪼르륵.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입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커피는 맛있지만, 무척 맛있지만! 그녀의 찌푸려진 미간은 도통 펴지지 않았다.

현재 주노을의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는 마신 봉인 퀘스트가 발생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노을은 당연히 자신이 퀘스트 참가자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S급 소환술사니까. 미지의 던전에서 자신의 능력은 큰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런데 끝까지 주노을의 이름은 없었다.

아무리 퀘스트는 등급 순이 아니라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도 이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녀뿐만 아니라 최이찬도 참가하지 못했으니까. 딱히 S급 중에 나만 빠진 건 아니었으니까.

퀘스트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헌터를 필요로 하는 일은 무궁무진했다. 주노을은 <로열> 길드원들을 이끌며 피해 수습과 대민 지원에 앞장섰다.

그러나 이후 권리을이 퀘스트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알고 속이 타는 것을 느꼈다.

‘아무것도 못 했다는…….’

<카페 리을>의 단골이 되고, 개인적인 친분이 생기고도 몇 개월이 흘렀다. 한 마디로, 이제 리을과 정말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친구가 위기를 겪는 동안 아무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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