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화
* * *
한국 No.1 헌터 커뮤니티 - 헌터 채널
자유게시판
[잡담] 뉴비인데요 이 아이템 좋은건지 봐주세요 (42)
추천 : 2 / 비추 : 23
작성자 : 최강법사짱
(사진)
안녕하세요 저번주에 각성한 뉴비입니당ㅎㅎ
이거 주웠는데 좋은건가요????
시스템에 아이템정보가 안떠서;;;
알려주세요~!ㅎㅎ
ㅇㅇ : 쓰레기임
└최강법사짱 : 헐 말이 너무 심하시네요 ㅠㅜ
└ㅇㅇ : 쓰레기를 쓰레기라고 하지 그럼 머라고함
└최강법사짱 : 인성;; 지금 뉴비 차별하시는건가요???
└ㅇㅇ : 쓰봉에 넣어서 분리수거ㄱㄱ
tom*** : 잡템이에요^^;
라임사랑단 : 저번주에 쓰레기줍기 자원봉사해서 다치운줄 알았는데 저게 아직있넹 ㅇㅅㅇ
플라이트 : 초보들이 에테르 광석이라고 많이 착각하던데. 대던전 무너지고 남은 돌조각임. 그냥 돌ㅇㅇ 던전관리청 들고가면 무료로 수거해준다ㅇㅇ
└플라이트 : 에테르 광석이랑 돌조각 구분법 [링크] 이거참고
└최강법사짱 : ㅠㅠㅠㅠ 에이 좋다말았네요
최강법사짱 : 열분 그러면 마법사 장비는 뭘로 맞춰요??? 헌터 마켓은 뉴비환영 할인쿠폰 써도 너무 비싸던데;;ㅠㅠ
└10년차헌터 : 와대박ㅋㅋㅋㅋ 살다보니 헌터마켓이 할인쿠폰 주는걸다보네
└cut*** : 쫄리긴하나봄 ㅋㅋㅋㅋㅋㅋㅋ 요새 ㅈㄴ친절함 존부담;ㅋㅋㅋㅋㅋ
└ㅁㅁ : 헌터마켓이랑 아이템 퍼블릭 마켓이랑 시세 비교해보고 사셈
제주길드1짱 : 님 사진 더없음? 사진 좀 더올려봐
└최강법사짱 : (사진) (사진) (사진) 여기욥
└제주길드1짱 : 아니ㅅㅂㅋㅋㅋㅋㅋ 돌조각 각도별로 찍은 접사말고 배경 잘보이는 사진 없냐고ㅋㅋㅋㅋ
└최강법사짱 : 올렸는데 왜그래여?? 헌챈 뉴비견제 너무 심한듯,, (사진) 이거면 됐나요
제주길드1짱 : 흠,, 사진 확대하면 뒤에 보이는거 카페리을같은데,, 공사중 간판 없는거 맞지??
└app*** : 대박 ㅎㄷㄷㄷㄷㄷㄷㄷ 드디어 공사 끝났나????????
└힝행홍 : 맞는듯???? 저번주에도 앞에 공사중이라고 써져 있었음,,
└ㅇㅇ : 드디어 컴백하시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동안 깨달은사실,, 나는 인간이 아니라 커피의 노예였음ㅇㅇ 제발 빨리 재오픈해서 노예들 구원좀 해주시길,,
└헌챈지키미 : 노예2호 카페 오픈까지 숨참음 ( )’x’( )
└dda*** : 노예3호 같이 숨참음 ( )’x’( )
└라임사랑단 : 좀있으면 오픈공지 뜨겠지???? 기대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강법사짱 : 님들 내 리플 안보임???? 법사 장비 추천해달라니까 왜 자꾸 딴얘기함 ㅜㅜ 카페리을이 뭔데요?ㅠㅠㅠㅠ
└힝행홍 : 님 어제 태어남????? 어떻게 헌챈하면서 ㅋㅍㄹ을 모를수가 있으심???ㅡㅡ 이거 어그로인듯
└최강법사짱 : 아닌데요ㅜㅜㅜㅜ
최강법사짱 : 아 저기 사진에 카페 말하는거예요??? 어제 저기 앞에 지나가다가 커피 얻어마셨어요ㅎㅎ 친절하시더라구요ㅎㅎ
└ 분홍젤리할짝 : 뭐???????? 진짜로?????? 미쳤다;;;
└ 최강법사짱 : 넹ㅎㅎ 무슨 신메뉴 연습중이라고 하면서 마셔보라고 주시더라고요 ㅎㅎ
└ㅇㅇ : 신메뉴 헐 ㅠㅠㅠㅠㅠㅠ
└pin*** : 대박,, 이시각 헌챈 고인물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헌터 1위 “최강법사짱”
└플라이트 : 신메뉴 뭔지 궁금하다 진짜 부럽다ㅋㅋㅋㅋ 후기 좀 풀어봐 까짓거 내가 마법사 장비 풀세트로 맞춰줌
최강법사짱 : 유명한 가게인가봐요? 후기라고 해도 별건 없는데ㅎㅎ 일단 되게 냄새가 좋고,, 아 색깔도 예뻤어요ㅎㅎㅎ 다 마시고 나니까 한잔 더 마실거냐고 물어보셨고,, ㅇㅋ하니까 또 한잔 주시더라구요,, 결론은 맛있었습니당ㅎㅎ
└app*** : 오늘 본 헌챈 글 중 가장 정보값 없는 글;;
└제주길드1짱 : 아니 메뉴 이름은 뭐고 뭐 들어가는지를 말해달라고ㅡㅡ
└라임사랑단 : 질투의 질러시를 느낀다ㅇㅍㅇ 내 마음이 흑화한다,, 님 나랑 현피뜨자 ㅇㅍㅇ
└힝행홍 : 님 뉴비 질투하는거 추해여;;;
└라임사랑단 : ㅅㅄㅂ신메뉴를 마셔봤다는데 어떻게 질투를 안함
프급 : 와 님들 ㅋㅍㄹ 오픈 소식 떴어요!! 번호표 티케팅 열린대요!!!
└pin*** : 우왕 드디어!!!! ㅠㅠㅠㅠㅠㅠㅠ
* * *
“네?”
강현우는 방금 들은 말을 곧장 이해하지 못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자, 김지나가 재차 설명했다.
“오늘 청장님께서 본청 방문 예정이시라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김지나 역시 의아한 표정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니……. 한라산 변이 던전 조사한다고 제주도에 처박혀서 거의 나오지 않던 분이 갑자기 무슨 일로?”
“거기까지는 듣지 못했어요. 급히 의전 준비하라는 실장님 지시 사항입니다.”
“허어…….”
강현우는 골치가 아파 와 얼굴을 찌푸렸다.
<던전관리청>은 국가기관치고는 비교적 유연한 분위기였다. 균열이다 뭐다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워낙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중간한 외부 인사도 아니고 청장이 방문한다는데 준비는 필요했다. 문제는 A급 헌터로 특채된 이래로 쭉 현장만 돌았던 강현우가 이런 일에 영 익숙하지 않다는 데 있었다.
“의전이라니 뭘 하라는 건지. 하아, 그럼 뭐 사무실 청소라도…….”
강현우는 책과 서류가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김지나의 책상 위를 보고 말끝을 흐렸다. 그나마 전자화 작업으로 절반 넘게 줄여서 이 정도였다. 그 전에는 서류가 자리에 앉고 사람이 서 있었으니까.
“하하…….”
김지나가 머쓱하게 웃으며 책의 탑을 치우려는 그때였다.
“그렇게 신경 쓸 것 없네.”
“……으아악?!”
난데없이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김지나가 깜짝 놀랐다. 어느 사이엔가 청장이 사무실 안에 들어와 있었다.
“편하게 있게. 편하게.”
그렇게 말한다고 진짜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정자세로 선 김지나 앞에서 몸을 돌린 청장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래서 몰래 오려고 했는데, 세상에 비밀이라고는 없구만.”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강현우가 청장을 맞이하며 물었다.
“꼭 못 올 데 온 것처럼 말하는군.”
“그런 건 아니고, 워낙 잘 안 오시니까요.”
“개인적인 볼일이니 신경 쓰지 말게나.”
“개인적인 볼일이라 하시면…….”
그때 청장이 들고 있는 서류철이 강현우의 눈에 띄었다.
‘설마 저건…….’
맨 앞 장 상단에 적힌 커다란 글씨가 신경 쓰였다. 그러나 청장은 곧 서류철을 뒤집어서 앞 장이 보이지 않게 가렸다. 그리고 강현우의 등을 안쪽의 자료실로 밀며 말했다.
“잠깐 강현우 팀장 좀 데려가지.”
“네, 넵!”
달칵.
문이 닫혔다. 자료실 안 역시 여러 서류와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청장은 의자를 하나 아무렇게나 빼서 앉았다.
강현우가 커피라도 내어 올까 물었다. 청장은 곧 맛있는 커피를 마실 예정이라며 거절했다. 찬물로 목을 축이고 대뜸 본론을 꺼냈다.
“승진을 거절했다며?”
“네, 그렇습니다.”
“왜? 정치권에서도 오퍼가 왔을 텐데, 다 거절했다며?”
“하아……. 그런 이야기 하실 거면 저는 일하러 가겠습니다.”
청장은 강현우의 딱딱한 대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김지나 요원 때문에 그런가?”
“…….”
자료실의 창문에는 블라인드가 쳐져 있어 밖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강현우는 무심코 바깥쪽을 흘긋 보았다.
“그건 아니고…….”
강현우는 지난 마신 봉인 퀘스트를 떠올렸다.
그때 강현우가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무력감이었다. 인간의 힘을 까마득히 초월한 마신 앞에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내심 자만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제일선에서 일한 자신이라면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는 자만.
현장 일은 그만두고 관리직으로 승진하라는 요청은 전부터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지가 좋은 그를 영입하고 싶어 했다. 퀘스트가 끝나고 복귀한 강현우는 모든 요청을 거절하고 계속 현장 담당으로 남기로 했다.
그날 느낀 무력감을 발판으로 더 성장하고 싶었다. 더 좋은 헌터가 되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을 테니까.
강현우는 조심조심 이런 생각을 이야기했다. 타인에게 처음으로 꺼내 보는 속엣말이었다.
강현우의 말을 다 들은 청장이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뭐, 강현우 헌터 진로는 알아서 하게.”
“……그럼 왜 물어보신 겁니까.”
“그것보다 이걸 좀 봐 주게.”
청장은 소중하게 품고 있던 서류철의 맨 첫 장을 꺼내 강현우에게 내밀었다. 강현우는 종이에 적힌 내용을 눈으로 훑은 뒤 싱긋 웃으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렇지? 내가 이것 때문에 제주도에서 올라왔다니까.”
“네. 이 계획, 협조하겠습니다.”
* * *
“제임스 헌터!”
“…….”
헌터가 소리쳐 불렀다. 그러나 제임스는 못 들은 척 하던 일에 열중했다. 헌터는 수풀을 제치고 제임스에게 가까이 다가가 다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제임스 헌터! 미국에는 대체 언제 돌아가실 겁니까?!”
“그렇게 크게 말하지 않아도 잘 들립니다.”
한참 만에 들려온 대답이 퍽 성의 없었다. 헌터는 제임스의 맞은편에 주저앉아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듣기만 하지 마시고 대답을 해 주시죠. 미국에는 언제……. 어, 그건 뭡니까?”
제임스는 바닥에 앉아 자그마한 초록색 풀을 뜯고 있었다. 자그마한 칼로 밑동을 잘라 봉투에 담는다. 가만 보니, 머리에 선바이저까지 쓰고 제법 본격적인 차림이다.
이런 한적한 던전에 들어와서 무얼 하는가 싶었는데 고작 풀 뜯기라니. 헌터는 맥이 빠졌다. 착착 초록색 풀을 뜯는 제임스를 보며 떨떠름하게 물었다.
“그런 잡초는 왜 뜯습니까? 풀이나 뜯으러 한국에 남은 겁니까?”
“잡초라니. 중요한 물건이니 함부로 밟지 마십시오.”
“좀 봐주세요. 백악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귀국 일정이라도 알려 달라고요.”
“…….”
“설마……. 제임스 헌터, 한국에 귀화할 생각은 아니죠? 그랬다가는 국제 문제가 됩니다!”
“그건 아니니 안심하세요.”
“그럼 다행이지만……. 아니, 그러면 왜 한국에 있는 건데요?”
“때가 되면 돌아갑니다.”
“그 때가 언제인데요?”
“저도 기다리는 중입니다.”
“……네?”
“…….”
답이 없다. 헌터가 계속 질문을 던졌지만 대화는 같은 곳을 맴돌았다.
제임스는 할 일을 마치기 전까지는 여기서 꿈쩍도 하지 않을 기세였다. 그러나 헌터는 오늘 꼭 제임스가 언제 미국에 돌아갈지 확답을 받아야 했다. 별수 없이 풀 뜯는 모습이나 구경하게 되었다.
“하아…….”
지난 달, 서울에서 사상 초유의 게이트 사태가 터졌다. 제임스를 포함한 헌터 일행들은 귀국 일정을 연기하고 사태 수습을 도왔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헌터가 시민을 돕는 것은 당연했으니까.
그런데 사태가 마무리되고 한 달이 넘은 오늘까지 제임스가 귀국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미국 측의 연락에 일절 응답하지 않았다.
자국 헌터의 거취는 민감한 문제다. 미국 측은 제임스가 냅다 한국으로 튀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고 싶어 했다. 그 바람에 미국과 제임스 사이에 낀 자신만 새우등이 터지는 중이었다.
남이 풀 뜯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란 퍽 지루했다. 헌터는 문득 의아한 점을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저기, 저 풀은 왜 안 뜯어요?”
“저건 그냥 잡초입니다.”
“이것도 그냥 잡초잖아요.”
“허어…….”
이런 알못은 처음 본다는 표정으로 제임스가 눈을 흘겼다. 헌터는 퍽 억울했다. 이 잡초와 저 잡초의 차이가 뭐냐고 따져 물으려는 찰나였다.
바스락.
바로 지척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
헌터는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딱히 남에게 들려줘서는 안 될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눈치채지 못하다니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본의 아니게 한국에서 놀고먹는 동안 감이 떨어졌나? 아니면, 상당한 실력자인가?
바스락, 바스락.
수풀을 제치고 나타난 사람은 붉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여자였다. 오른쪽 눈을 검은색 안대로 가린 점이 눈에 띄었다.
여자는 제임스를 보고 나른한 말투로 말했다.
“왜 이런 데 계시나 했더니, 쑥을 캐는 중이었군요.”
“네. 캐서 가져오면 쑥 라테를 만들어 준다고 해서.”
“어머, 그건 맛있겠어요.”
여자는 이 잡초의 정체를 아는 눈치였다. 어쩐지 소외감이 느껴진다.
이 잡초가 뭐냐고 다시 물어보려는 때, 불현듯 오랜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붉은 머리카락에 오른쪽 눈을 가린 안대.
“서, 서서서, 설마 당신은……. 암흑가의 큰손, 애꾸눈 진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