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43화 (43/862)

18화. 두 개의 심장 (1)

연우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눈뜬 지 얼마 안 됐을 텐데 누워 있어. 감각이 진정되려면 아직 시간이 제법 걸릴 테니까.”

‘감각?’

연우는 감각이 훨씬 예민해진 게 갈리어드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네 몸에 손을 좀 썼다.”

갈리어드는 소쿠리를 탁자에 놓으면서 말했다.

연우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 육체를 강화시키려고 뭔가 수를 썼던 거였지? 다만, 기절해 있는 동안 몸을 보호할 곳이 필요해서 나에게 부탁한 것이고.”

“그렇습니다만.”

갈리어드는 가만히 팔짱을 끼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근데 방법이 잘못됐다.”

연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커진 아카샤 뱀의 내단에다, 그 전에 또 그에 준하는 뭔가를 먹었었지?”

인형설삼을 말하는 것이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개만 먹어도 제대로 소화나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뛰어난 영약을, 그것도 연속으로 처먹어 댔으니 어디 몸이 버텨 내기나 할까?”

갈리어드는 혀를 차면서 말을 이었다.

“네 딴에 준비해 둔 방법이 있고, 육체가 충분히 버틸 만하다고 여겼을지 모르겠다만. 폭주하거나, 터지거나. 둘 중 하나에 직전까지 갔었다.”

연우는 그제야 갈리어드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댔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대로 뒀다 가는 죽을 것 같으니, 기운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게 무슨 수를 쓴 모양이었다.

갈리어드는 다크 엘프족 내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사냥꾼이었다.

비술(秘術)을 한두 개쯤 갖고 있다고 해도 절대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손을 써 두긴 했다만. 그건 네가 마력이 거의 없기에 가능했던 거지, 아니었다면 곤혹을 치렀을 거다.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생기면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처먹지 마라. 네가 진짜 용이라도 되지 않은 이상에는.”

연우는 순간 ‘용과 계약한 몸이다’고 대답할 뻔했다.

‘쓸데없는 짓을 하셨군.’

연우는 순간 웃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자신의 육체는 평범한 플레이어들의 육체와는 근간이 다르다.

강화골을 이뤘고, 계승 작업이 이뤄지는 중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수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갈리어드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른다.

더구나 자신은 그가 찾던 물품을 찾아 준 고마운 은인.

그냥 둘 수 없었던 거겠지.

‘마력회로 속에 있는 이것도 그래서 만들어진 건가?’

연우는 갈리어드를 보면서 물었다.

“그래서 마력 폭주를 진정시키고자 마력 순환에 변화를 주신 겁니까?”

갈리어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작게 투덜거렸다.

“운디네의 잔을 만들 때에 쓰는 것과 똑같은 방식을 사용했지. 게다가 폭주를 잠재우기 위해서 네가 원래 갖고 있던 걸 쓰기도 했고. 너, 그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지 알고나 있는 거냐?”

“감사합니다.”

“어쭈? 고작 인사로 값을 때우겠다는 말이냐?”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갚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마라. 그래도 주둥이는 잘 놀리는 걸 보니 꽤 멀쩡해진 모양이군.”

갈리어드는 손사래를 치면서 쉬라는 듯이 모옥을 다시 나갔다. 그리고 문을 닫기 직전, 아주 작게 다른 말도 남겼다.

“그리고, 고맙다.”

* * *

갈리어드는 자신이 펼친 비술이 ‘운디네의 신수(神水)’라고 했다.

운디네의 잔을 만들 때에 사용하는 방식을 인체에 적용시킨 것이라던가.

‘인체를 운디네의 잔처럼 사용할 수도 있는 거였나?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어.’

하지만 운디네의 잔이 물리적 세계에 존재할 수 없는 아카샤를 수용하는 그릇이듯이, 같은 방법으로 엄청난 양의 마력을 가두는 그릇 또한 인체가 될 수도 있겠다 싶기는 했다.

손이 훨씬 많이 가는 작업이겠지만.

게다가 갈리어드는 폭주하는 마력량이 너무 많아, 원래 연우가 받았던 운디네의 잔을 그릇을 빚는 데 투여했다고 말했다.

결국 의도치 않게 연우는 잠든 사이에 훨씬 쉽게 마력을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육체와 감각도 한 단계 이상으로 발전한 셈이었다.

뜻하지 않게 기연을 얻은 셈.

연우는 감각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마자, 모옥 밖으로 나와서 몸을 가볍게 풀었다.

갈리어드는 옆에서 짜증 섞인 얼굴로 투덜거렸다.

“완전히 나으려면 아직 사흘은 더 쉬어야 한다고 해도 저……!”

쉭!

“……자가 치유 속도가 빠르면 충분히 움직여도 되지.”

갈리어드는 돌산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연우를 보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고는 기가 찬다는 눈빛으로 연우를 바라봤다.

저게 대체 어딜 봐서 방금 전까지 중상을 입었다가, 갓 병석에서 나온 녀석의 몸놀림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더구나 순보는 어느새 연우와 너무 잘 어울려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의 장기라도 되는 것처럼.

하지만 놀란 건, 연우도 마찬가지였다.

‘마력을 사용한다는 게, 이런 느낌이었나?’

여태껏 연우는 마력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었다. 있더라도 스킬을 발동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사용이 전부였다.

하지만 마력을 뜻대로 다룰 수 있게 된 지금은 달랐다.

그저 두 다리에 마력을 실은 게 전부였는데도, 순보의 움직임은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보다 높이 오르고, 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특히 처음 갈리어드의 모옥이 있던 돌산을 오를 때에 암벽 등반을 했던 것과 다르게, 지금은 디딤돌을 몇 번 밟는 것만으로도 위로 쭉쭉 치고 올라가 가볍게 착지할 수 있었다.

이만하면 육체에 무게가 사라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숙련도가 대폭 오른 것도 아니었다.

그저 1% 남짓 오른 게 전부였는데도 이만한 차이라니.

‘아니면 여태 내가 알고 있던 스킬이나 움직임이 전부 비효율적이었던 것일지도.’

듣자하니 튜토리얼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마력을 다룰 줄 안다던가.

그 정도는 되어야 튜토리얼에 도전할 만한 자격이 생긴다던가. 강자의 반열에 올라가는 기준도 바로 마력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연우는 여태껏 마력을 다룰 줄 몰랐다.

개념도 잡히질 않은 데다가, 다루는 방법도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

그저 구르고 부딪치면서, 부단히 능력치 계수를 쌓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연우는 그것만으로도 E구획까지 통과했고, 하르간을 잡았으며, 최상위 주자라는 칸과도 칼을 맞댈 수 있었다.

오로지 육체적인 능력만으로.

그리고 부족했던 연료인 마력을 갖추게 된 지금.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탁!

연우는 허공에서 가볍게 제비를 돌면서 지면에 착지했다.

격하게 움직였는데도 호흡이 편했다. 이마에 살짝 땀이 맺히는 게 전부였다.

아니, 오히려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 것처럼 몸이 개운했다.

병석에 누워 있으면서 생겼던 피로가 전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계승 작업이 92%인 지금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남은 8%까지 완성시킨다면 진짜 몸이 어떻게 달라질까?’

연우는 마력회로를 다시 점검하면서 손등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쳤다.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 * *

연우는 몸에 대한 점검이 끝나자 바로 퀘스트 보상을 확인했다.

자신이 보유한 물건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기절하기 전에 달성을 마친 퀘스트가 두 개였지?’

각각 히든 퀘스트였던 부활 의식과 서든 퀘스트였던 몬스터 러쉬.

둘 전부 연우가 해결한 것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두 퀘스트의 보상은 전부 그에게 지급되었다.

다행히 보상은 확인하기 전까지는 실체화되지 않기 때문에 유실한 건 없었다.

‘먼저 히든 퀘스트부터.’

부활 의식의 보상은 물음표 처리가 되어 있어서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받기’를 누르는 순간, 연우의 손바닥 위로 거무스름한 팔찌가 떨어졌다.

[보상으로 ‘???의 검은 팔찌’를 획득했습니다.]

‘뭐지, 이거? 이름을 확인할 수 없다고?’

연우는 눈살을 가만히 좁혔다.

보상으로 주어진 아티팩트는 겉 보기엔 평범하다 못해 투박한 느낌이 나는 낡은 팔찌였다.

보통 좋은 아티팩트들은 화려하거나 아름다운 멋이 있기 마련인데.

이건 그런 게 전혀 없었으니.

게다가 아티팩트를 따라 감도는 느낌도 너무 평범하기만 했다.

그래도 아카샤의 뱀을 무찌르고 얻은 보상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감정을 해 봤다.

[???의 검은 팔찌]

분류: 손목 방어구

등급: ???

설명: 아카샤 뱀의 주인, ???가 소중하게 아꼈던 팔찌. 아카샤의 뱀은 위대한 주인을 그리워하며 언젠가 그가 돌아오기를 바랐다. 그래서 늘 뱃속에 주인의 유품을 소중하게 보관해 두었다.

* 망령 귀속

소유자가 죽인 대상자의 영혼을 일정 확률로 거둘 수 있다. 이때, 영혼은 망령으로 타락해 생전의 기억과 힘을 모두 잃고, 짙은 원한만 남는다.

* 흑(黑)의 칼날

귀속된 망령을 소모해 마력을 암흑 속성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 무기에 덧씌울 시, 부상을 입힌 적에게 저주를 입힐 수 있다.

* ???

비활성화 상태입니다. (봉인)

* ???

비활성화 상태입니다. (봉인)

* ???

비활성화 상태입니다. (봉인)

**이 아티팩트는 ‘유니크’ 입니다. 탑에서도 오로지 단 한 개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주인에게 완전히 귀속됩니다. 타인으로의 거래나 양도가 불가능합니다.

**기능 중 일부가 봉인되어 있습니다. 일정한 자격이나 조건을 갖춰야만 해제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일부 열람할 수 없습니다. 일정한 자격이나 조건을 갖춰야만 권한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유니크라면 분명 좋은 내력을 지녔을 텐데. 그 이상을 알 수 없어.’

검은 팔찌는 유니크 중에서도 내재된 옵션이 상당히 독특했다.

망령 귀속과 흑의 칼날.

‘죽인 대상자의 영혼을 귀속시킨다고? 악취미로군.’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게 망령으로 묶어 버리고, 그마저도 제 입맛대로 도구로 써서 소멸시켜 버린다.

이런 건 보통 보기 힘들었다.

‘원 주인이라는 사람. 혹시 악마 계통인가?’

유니크에 대한 자세한 사용법을 알기 위해서는 원 주인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보가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으니.

아무래도 아티팩트가 가진 힘을 제대로 끌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렴 어떨까.’

원 주인에 대한 정체야 차근차근히 풀어 나가면 될 일.

당장 자신에게 쓸모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이 아티팩트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되어 줄 것 같았다.

물론, 스킬과 능력 강탈이 있는 바토리의 흡혈검에 비하면, 검은 팔찌는 유니크 치고 많은 부분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연우는 3개의 옵션이 봉인되어 있는 것에 주목했다.

‘아마 여기에 검은 팔찌의 진짜 힘이 담겨 있는 거겠지. 가령, 원 주인의 권능이라던가.’

등급을 당장 측정할 수 없는 것도, 아직까지는 연우에게 완전히 개방된 아티팩트가 아니란 뜻이었다.

이런 건 절대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찰칵!

연우는 팔찌를 열어 오른쪽 손목에 걸었다.

기분 좋게 잠기는 소리와 함께 손목에 딱 알맞은 크기가 되었다.

그리고.

츠츠츠-

팔찌를 따라 검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더니 팔 쪽으로 스며들었다.

연우는 흠칫 놀랐지만, 아티팩트가 소유자를 인식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고 가만히 지켜봤다.

여차하면 바로 마력을 움직여서 차단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검은 기운은 혈관을 타고, 마력회로에 스며들면서 꾸역꾸역 위로 올라갔다.

동시에 두 눈의 흰자위를 따라 검은 멍울이 맺히면서 옆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 검은 팔찌’의 영향에 따라 죽은 영혼들을 볼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습니다.]

[권한이 ‘용마안’으로 귀속되었습니다. ‘용마안’의 스킬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13.5%]

우- 우-

허공을 따라 희뿌연 것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두 눈과 입 부분만 가위로 자른 누더기 헝겊 인형의 모습.

그런 것들이 수천 마리나 뭉친 채로 연우 주변을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녀석들은 연우가 자신들을 ‘본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갑자기 움직이다 말고 멈춰서 연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꼬리를 위로 치켜 올리면서 으르렁거렸다.

명백한 적의.

녀석들이 내뿜는 기운 속에는 짙은 원한이 깔려 있었다.

위협은 전혀 되지 않았지만.

연우는 이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 것 같았다.

‘내게 죽거나, 아카샤의 뱀에 잡아먹힌 몬스터들이야.’

하긴 녀석들 전부 연우가 만든 계략에 속절없이 당해야 했으니 죽어서도 원한을 품고 연우를 따라다닌다고 해도 절대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나 많은 녀석들이 따라붙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여태 이 놈들을 치렁치렁 매달고 다녔던 건가? 저주를 받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군.’

그렇다고 해서 두렵거나 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연우는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용마안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고, 도처에 깔린 게 유령이었으니 당장 아티팩트의 성능을 실험하기에도 좋았다.

연우는 카르슈나의 단검을 역수로 쥐어 유령이 있는 쪽으로 거세게 휘둘렀다.

녀석들도 어떤 위기를 느꼈는지 단검의 궤적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연우의 칼질을 피할 정도로 빠르지는 않아, 한 녀석이 그대로 비스듬히 잘려 나갔다.

스스스.

하얀 유령은 검은 아지랑이로 찢어지면서 검은 팔찌 쪽으로 스며들었다.

[귀속된 망령의 수: 1]

그때 망막 한 편에 작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럼.’

연우는 검은 팔찌에다 마력을 불어 넣으면서 이번엔 카르슈나의 단검을 상수로 고쳐 쥐었다.

흑의 칼날을 쓰기 위해서였다.

[귀속된 망령의 수: 0]

카운트가 하나 내려가고.

화아아!

이번에는 칼날을 따라 검은 기운이 살짝 감돌았다.

‘암흑 속성의 마력.’

연우는 그걸 보면서 눈을 반짝였다.

암흑 속성은 여러 가지 속성 중에서도 광명 속성과 함께 가장 희귀한 편에 속했다.

더구나 많은 플레이어들이 찾는 계통의 버프이기도 했다.

아군에게는 공격력을 증가시키고, 적에게는 저주를 씌우는 특징을 자랑한다.

공격에 가장 특화된 속성이라 할 수 있었다.

연우는 위력도 실험해 볼 겸, 검은 마력을 더 크게 키우면서 단검을 우측으로 돌렸다.

단검이 바위 위를 세게 긁고 지나가면서.

콰콰콰!

단번에 바위를 비스듬히 잘라 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건너편에 있던 앙상한 나무까지 위로 날려 버렸다.

‘상상했던 것 이상이야.’

연우는 훨씬 뛰어난 효과에 쾌재를 외쳤다.

아무래도 아카샤의 뱀을 다스렸던 주인의 유품이니만큼 위력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았다.

게다가 바위와 나무가 잘려 나간 자리에는 부식(腐植)이 시작되고 있었다.

저주 속성까지 동반된 것이다.

연우는 검은 팔찌를 쓰다듬다가 눈을 반짝였다.

‘어쩌면.’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검은 팔찌에 이만한 기능이 있다면.

다른 스킬까지 섞었을 때의 효과는 어떨까?

연우는 더 확인을 해 볼 생각으로 도망치는 유령 다섯을 더 잡아 이번에는 무기가 아니라 손바닥 쪽으로 끌어 모았다.

검은 아지랑이가 한데 뭉치면서 구슬 형태를 만들었다.

연우는 여기다 스킬을 하나 더 불어 넣었다.

[열화]

불길을 피워 내는 스킬에 접목 되는 순간.

콰아앙!

바로 눈앞에서 거친 폭발이 일어났다.

오크나 리자드맨의 머리통 하나쯤은 쉽게 박살 낼 수 있을 정도의 폭발.

연우는 재빨리 순보를 밟아 폭발 범위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방금 전까지 그가 있던 자리에는 짙은 탄자국과 함께 탄내가 진동을 해 댔다.

3미터 가량 되는 지면이 날아가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연우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망령을 다섯 마리만 사용했는데도 이만한 효과를 준다면.

‘여기 있는 놈들을 단번에 개방했을 때는?’

연우는 자신을 둘러싼 수천 마리의 유령들을 보면서 가만히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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