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92화 (92/862)

17화. 외뿔부족 (2)

연우는 야누에게 잠시 자리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피닉스의 둥지로 되돌아갔다.

『떠날 생각인가?』

윤석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곧 돌아올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막내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단 말이야.』

피닉스는 재미있다는 듯이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그때, 짹짹이가 짧은 날개를 열심히 파닥거리면서 알 위에 착지했다.

짹!

어딜 가냐고 따져 묻는 듯한 모습.

연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웃고 말았다.

“금방 다녀올 거니 걱정 마라.”

짹짹!

그럼 자기 친구는 두고 가라는 뜻.

연우는 조금 난감해졌다.

『이제 어떻게 할 참이지?』

피닉스는 그런 연우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말하는 내내 웃음기가 묻어났다.

연우는 손을 뻗어서 짹짹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눈을 가만히 맞추면서 자신의 상황에 대해 말했다.

연우가 깨달은 점이 있다면, 이런 일에 대해서는 다른 변명을 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도중에 오해가 생길 여지가 없었다.

“이 아이를 알에서 꺼내기 위해 알아보러 가는 것이다. 너도 친구가 어서 밖에 나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그러니 금방 다녀오마.”

째액…….

짹짹이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여전히 심통 어린 표정이 되었지만.

『막내야.』

피닉스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결국 납득하고 말았다. 대신에 제자리에서 팔딱팔딱 뛰면서 마구 지저귀었다.

최대한 빨리 오란 뜻이었다.

연우는 몇 번이고 그러겠다는 말로 짹짹이를 달랜 뒤에야, 겨우 녀석을 알에서 떼어 놓을 수 있었다.

피닉스는 그런 새끼를 따스한 눈길로 보다가 연우에게 물었다.

『외뿔부족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건 좋다. 한데, 이렇게 큰 녀석을 어떻게 데리고 나갈 생각이지?』

연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자신의 알을 바라봤다.

3미터 남짓하게 커졌던 알은 그 뒤로도 꾸준히 커지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이제는 성장 속도가 많이 줄었다는 점이랄까.

하지만 그래도 성장은 성장. 높이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부피도 커지고 무게도 무거워지고 있었다.

이제는 피닉스의 염력으로도 옮기는 데 무리가 있을 정도였다.

외뿔부족이 머물고 있는 터전은 탑 외 지역.

탑을 빠져나가는 것이야 포탈을 타고 넘어가면 된다지만, 알을 그 쪽까지 옮기는 건 피닉스의 힘으로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나와라.”

연우는 사귀 세 마리를 소환해서 알을 들도록 지시했다.

사귀들은 어떻게 할 줄 몰라 처음에는 난감해하다가, 곧 잿빛 안개로 흩어지더니 알의 아랫부분을 감돌면서 그대로 안았다.

그러자 알이 조금씩 허공 위로 둥실 떠올랐다.

지면에서 30센티미터 남짓한 높이. 이 정도라면 천천히 움직이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오! 그거 제법 편리하군. 원래 이 정도로 물리적 구현력이 좋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까지 성장시켰지?』

“사귀의 힘 자체를 강화시키니 괜찮더군요. 지금은 이미 사귀 자체로서의 한계까지 거의 다다라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군. 제법이야. 팔찌를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이만큼 숙달되게 쓰고 있다니. 그대는 확실히 재미난 인간인 게 맞아.』

어둠 너머로, 피닉스가 피식 웃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또 어떻게 유령들이 변해 있을지 궁금해.』

“말씀드렸지만, 금방 돌아올 겁니다.”

『그렇겠지. 다른 4대 신수의 시험도 모두 통과하려면 준비해야 할 게 아주 많을 테니까.』

가면 아래, 연우의 눈이 살짝 커졌다.

분명히 말한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나도 그 정도 눈치쯤은 있다. 내가 자존심이 상할까 봐 그대가 말하지 않고 있었던 것도. 다른 놈들이라면 몰라도, 나는 그런 걸 별 개의치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감사합니다.”

연우는 어쩌면 초심자 구간을 벗어나고 나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피닉스와 인연을 맺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계속 느껴졌으니까.

아니, 어쩌면 튜토리얼에서부터 탑에 올라 지금까지, 자신이 겪은 인연들은 대부분 그에게 선연(善緣, 좋은 인연)이었는지도 몰랐다.

여러 사람들이 있었기에 복수귀로 미쳤을지도 모를 자신이 어느 정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으니까.

피닉스도 그중 하나였다.

다만, 다른 사람들은 좋은 친구였다면, 피닉스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어머니 같은…….’

덕분에 연우는 이런 말도 할 수 있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오너라.』

* * *

연우는 알을 들고 둥지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야누는 알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와…… 뭔 이런 말도 안 되는…….”

야누도 오래 전에 11층을 공략해 봤고, 주변의 일족 사람들도 일정한 나이가 차면 탑을 올라야 하는 관습 때문에 11층을 거치는 걸 많이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크기를 자랑하는 알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연우는 이제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지만.

“준비는 다 끝났다. 그런데 외뿔 부족이 있는 곳으로는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는 거지? 거기는 아무나 가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외뿔부족에 대한 설명은 일기장에도 어느 정도 적혀 있었다.

외뿔부족은 처음으로 탑을 열었다는 3명의 존재, ‘트리니티 원더’ 중 한 명이 머나먼 타차원에서부터 끌어왔다는 존재들이었다. 보라색 눈과 한쪽 머리에 난 뿔이 특징으로, 타고난 피지컬로 압도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을 찍어 누르는 아인종이기도 했다.

이들은 이따금 주체 못할 만큼 넘치는 힘을 다스리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창안했는데, 이를 두고 흔히 그들은 ‘무공’이라고 불렀다.

인간과는 절대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재능과 피지컬을 자랑하며, 여기에 ‘무공’이라는 일족 고유의 기술을 이용해 힘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증가시키기까지 하는 종족.

쉽게 말해 오로지 탑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종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아인이며 플레이어들이 그런 그들의 태생을 아주 부러워 할 정도이니.

다만, 외뿔부족은 그런 유명세에도 외부에 알려진 것은 아주 적은 편이었다.

그들 일족 구성원들 대부분이 오만한 성격으로, 타인과의 교류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 번 마음을 트기 시작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 주는 존재들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소문으로만 전해질 뿐,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대화라도 나누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에 찰 만큼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으니.

당연히 탑 내에서 외뿔부족은 경외의 대상이면서도 따돌림을 당하는 존재들이었다.

외뿔부족도 여기에 대해 전혀 아쉬워하거나 하는 기색은 없었다.

더구나 외뿔부족은 일정 나이가 되어 탑을 올라야만 하는 통과 의례를 제외하면, 외부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그들의 정착지에 머무는 걸로도 유명했다.

탑 외 지역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모처에, 신기한 진법으로 둘러 싸 외부와의 교류를 일절 차단하며 자기 종족원들끼리만 살아간다는 신비의 마을.

동생도 외뿔부족과 이렇다 할 교류를 나눈 적은 없었다.

때문에 일기장에 적힌 내용은 동생이 다른 친구들이나 동료들로부터 들은 소문이나 정보를 토대로 기입한 게 전부였다.

당연히 연우도 거기에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야누가 씩 하고 웃었다.

“에이. 다 헛소리예요. 소문처럼 저희들이 그렇게 삭막하기만 한 존재들이었으면 어떻게 마을을 운영하겠어요? 저희도 외부에서 손님도 오고, 이따금 장사꾼들도 오고 다 그래요.”

“그런가?”

“그럼요. 아마 가 보면 느끼실걸요? 소문 죄다 개소리라는 거.”

야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을 이었다.

“뭐, 그런 소문이 돈 거야 영감님들 중에 괴팍한 분들이 많아서 사고치지 말라고 가둬 두느라 그런 거고…… 또, 저희들이랑 교류하는 걸 무기 삼고 싶어 하는 놈팡이들이 일부러 사실을 곡해한 것도 있고…… 하여간 좀 복잡해요.”

연우는 그럴 듯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외뿔부족과의 교류를 독점할 수 있다면, 단체에 아주 큰 힘이 될 테니까.

다만, 야누가 그런 소문이 도는 건 와전된 거라고 했지만, 정작 실제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건 외뿔부족 특유의 성격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우가 처음 만났던 판트와 에도라도 타인의 접근을 절대 허락지 않는 날카로운 분위기를 갖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일반 사람들은 거기에 잔뜩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저마다 자신들의 차원과 세계에서는 한가락 했던 존재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래도 마을이 평소에 진법으로 가려져 있는 건 사실이니까 잘 따라와 주세요. 일단 이거 받으시고요.”

야누는 품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한 장을 연우에게 건넸다.

일정 기간 동안 스테이지 외부로 나갈 수 있게 해 주는 티켓이었다.

야누는 티켓을 가볍게 찢었다. 그러자 바닥에 붉은색 포탈이 활짝 열렸다.

연우도 곧장 티켓을 찢었다.

우웅-

[탑 외 지역으로 나가시겠습니까?]

망막에 떠오르는 메시지에 맞춰서 고개를 끄덕이자, 주변이 희뿌연 빛무리에 잠겼다.

빛이 가라앉을 때쯤에는 익숙한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높다랗게 서 있는 탑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끼익, 쿵-

탑의 문이 굳세게 닫혔다.

연우는 아주 잠깐 상가 밀집 지역 쪽을 바라보다가, 야누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럼 따라와 주세요.”

팟-

야누가 먼저 땅을 박차 움직였다.

연우는 순보를 밟아 앞으로 움직이면서 사귀들에게 마력을 밀어 넣었다.

알이 무거워서 속도는 느렸지만 착실하게 따라왔다.

야누가 향하는 곳은 탑 외 지역에서도 남동쪽에 위치한 곳이었다.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고, 삭막한 환경밖에 보이지 않아 일반 사람들은 좀처럼 다가가지 않으려 하는 곳.

그나마 숲으로 인해 황량함은 덜했던 주거 지역과 다르게, 이곳은 메마른 황무지에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가 서 있는 게 전부인 사막이었다.

게다가 땅은 검은 현무암으로 되어 있어 물조차 고이지 않게 되어 있었다.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이런 곳에 어떻게 마을이 존재할 수 있을까?

“저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제 뒤를 착실하게 밟으셔야 해요. 발자국이 한 치라도 어긋난다거나 하시면 길이 죄다 꼬여 버립니다.”

야누는 연우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연우가 제대로 위치를 잡을 수 있도록 바닥에다 발자국을 깊게 찍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스륵-

갑자기 야누의 존재가 흐릿해지더니 바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연우의 눈동자가 묘한 빛을 발했다.

‘진법.’

외뿔부족에게는 ‘무공’이라는 기술 외에도 종족 고유의 또 다른 기술이 있었다.

진법(陣法).

대지 아래에 흐르는 용맥을 자극해서 주변의 지리와 지형을 인위적으로 뒤트는 기술이었다.

흔히 어떤 물건과 장소를 감추려는 눈속임용인 ‘환진(陣)’이 대표적이었고, 공부의 깊이가 깊어지면 실제로 눈 깜짝할 새에 산을 치솟게 만들고 바다를 메마르게 만든다는 기문둔갑’까지 다양한 종류를 망라하고 있었다.

진법은 마법진과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개념이었다. 마법이 철저한 수칙 연산 아래에 법칙을 ‘쌓아 간다’는 의미라면, 진법은 법칙을 비롯한 마력의 운행을 ‘뒤튼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아직 마법에 대해서 문외한인 연우였기에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정의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용마안.’

연우는 야누가 남긴 발자국을 밟으면서 새로운 동공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세상이 반전하면서 황무지가 아닌 푸른 초원이 나타났다.

싱그러운 풀과 꽃이 자라고, 개울이 흐르는 곳.

하지만 대기는 뿌연 안개로 가득 차 있어 한 치 앞도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연우는 방금 전에 자신이 들어온 장소가 마을로 통하는 초입이고, 이곳이 외뿔부족 마을의 주변 숲이라는 걸 깨달았다.

바닥에는 야누의 발자국이 곳곳에 나 있어 순번대로 밟기만 하면 되었다.

아마 이것을 그대로 따라가면 무사히 마을에 도착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여기서 연우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내가 자력으로 마을에 들어갈 수는 없을까?

보아하니 야누도 정확한 진법의 내용물을 이해하면서 통과하는 게 아니라, 외워 둔 순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연우는 용마안을 훈련하고 진법에 대해서도 알아볼 겸 해서 두 눈에 마력을 잔뜩 실었다.

더 다양한 현상을 관찰할수록 용마안의 깊이는 깊어질 테니까.

[‘용마안’이 ‘호호운무진’을 발견 및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호호운무진’의 구성 요소를 드러냅니다.]

[진법에 대한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성되었습니다. 관찰된 현상은 모두 카테고리 속에 정리되어 언제든지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진법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부족합니다. 현상은 단순한 관찰일 뿐입니다. 지식을 더 비축하십시오. 지식의 깊이에 따라 관찰된 현상에 대한 이해도도 덩달아 깊어질 것입니다.]

[‘용마안’의 스킬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28.1%]

안개는 그 속에 든 것들을 제대로 보이지 않으려 꿈틀거렸다.

하지만 용마안이 몇 번씩 변화하면서 끈질기게 따라붙자, 아주 조금씩 안개 사이사이로 흐르던 결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진법의 결은 다른 결과 크게 다른 게 없었다.

똑같이 실타래처럼 여기저기 엉켰다가 풀리기를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다른 점이 있다면 안개 지역 전체에 걸쳐서 넓게 퍼져 있다는 게 전부였다.

연우는 야누의 발자국을 쫓으면서 결을 더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덕분에 몇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중구난방으로 흐트러져 있는 것 같지만, 일정한 흐름을 따라 움직이고 있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꼬여 있었지만, 실상 결을 따라 눈길을 계속 돌리다 보면 끊기는 부분 없이 선을 길쭉하게 이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선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었다.

마치 큰 강으로 모이는 수백 개의 개울처럼.

그곳으로 결들이 모이고, 다시 퍼져 나가기도 하면서 넓은 안개 지역 전체를 덮고 있는 중이었다.

연우는 그것이 진법을 구성하는 중심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대로라면 저게 대기 중에 흐르고 있어야 할 마나 스트림이지만…… 거기에다 몇 가지 자극을 줘서 방향을 인위적으로 꺾어 원하는 범위 내에 걸쳐 진법을 발동시킨 거로군.’

마치 강줄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공사를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였다.

그리고 도도하게 흐르는 중심축은 뭔가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마력회로.’

일정 범위에 걸쳐 흐르는 기운.

체내라는 한정된 공간을 떠돌아 다니는 마력.

자잘한 부분만 다를 뿐, 이동 방식이며 대략적인 의미는 너무 흡사하게 다가왔다.

[진법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습니다. ‘용마안’이 ‘호호운무진’을 꿰뚫는데 성공했습니다.]

[‘용마안’의 스킬 숙련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31.9%]

그리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새로운 발상의 전환으로 다가왔다.

진법과 마력회로를 비교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력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마을을 숨기고 안개를 뿌리는 것처럼 다양한 일이 가능하다면…… 지금의 마력회로도 그냥 단순히 마력 순환만 시킬 게 아니라,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마력회로’의 사용법에 대한 힌트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피만 잡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내지는 못했습니다. 더 많은 지식을 쌓으십시오.]

연우는 자신이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뜻하지 않았던 곳에서, 여태껏 단순한 엔진으로만 생각했던 마력회로의 새로운 사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이다.

그래서 연우는 더 많은 힌트를 얻기 위해서 진법을 더 자세하게 살폈다.

진법의 구성 요체는 이제 어느 정도 파악했다.

그렇다면 이제 결이 어디로 흐르는지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복잡해 보이는 진법을 통과할 수 있는 방법도 보일 것 같아.’

자력으로 통과할 수 있다면, 진법을 파훼하고 거의 이해했다는 뜻이 될 테니까.

그래서 확인해 볼 겸, 야누의 다음 걸음 장소를 유추했다.

‘좌측 45도’

탁-

야누는 왼쪽 측방 45도 방향을 발로 찍었다.

결이 많이 뭉쳐 있는 장소였다.

‘다음은 우측 아래 16도.’

이번에도 연우의 예상대로 야누는 결이 뭉쳐진 다음 장소를 밟았다.

‘그 다음은…….’

그리고 연우는 자신의 예상이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 야누가 처음으로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발을 옮기는 게 보였다.

‘그쪽은 조금 더 멀리 돌아서 가는 길이야. 일부러 저렇게 가르쳐 준 건가? 그렇다면.’

야누는 오른쪽 측방 35도쯤으로 발을 내딛고 있었다. 하지만 연우의 눈에 비치는 장소는 바로 직선 거리였다.

진법이 거의 끝나는 지점.

연우는 한 번 확인해 볼까 싶어 야누가 가르쳐 준 방향이 아닌, 직진 방향으로 몸을 던졌다.

“어? 어어!”

야누가 뒤늦게 자신과 다른 길로 가는 연우를 발견하고 뒤돌아 봤지만, 이미 그때는 안개가 그를 가리고 난 뒤였다.

그리고.

화아악-

연우는 안개 지역을 완전히 벗어날 수가 있었다.

시야가 확 트이면서 저쪽 언덕 아래로, 여러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보였다.

그 순간.

연우의 귓가로 재미나다는 듯한 목소리가 꽂혔다.

『오호? 외부인이 별다른 힌트도 없이 그냥 호호운무진을 돌파해? 처음 보는 얼굴인데. 너, 뭐 하는 아이더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