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98화 (98/862)

23화. 외뿔부족 (8)

둥! 둥!

두웅-

북을 세게 두들기는 소리가 마당을 가득 울린다.

부족원들은 북소리에 맞춰서 자리에서 일어나 화롯불을 따라 뱅글뱅글 돌면서 춤을 췄다.

한 손에는 술이 잔뜩 담긴 잔을 높이 들고.

장과의 대련이 끝난 뒤, 외뿔부족은 오랜만에 손님을 맞는다는 의미에서 가벼운 연회를 여는 중이었다.

물론, 연우를 위한 환영식이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둘러댄 명분일 뿐.

사실은 전쟁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여유를 즐기고 싶어서였지만.

외뿔부족은 싸움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음주가무를 아주 사랑하는 일족이었다.

무왕도 그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오늘 하루만은 마지막으로 즐겁게 놀라고 못을 박아 뒀다.

둥-

둥-

‘여긴 늘 웃음이 많구나.’

연우는 부족원들의 입가에서 떠나질 않는 미소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아.’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 만들어진 자리라고 하니 쉽게 빠질 수도 없는 일.

그저 빨리 시간이 가길 바랄 뿐이었다.

몇몇은 연우에게 친근한 척 다가와 술을 권하기도 했다.

그러다 연우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었다.

마당 한편에, 박투술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별다른 장비나 무기를 갖추지 않고, 오로지 맨몸으로만 실력을 겨루는 중이었다.

때문에 부상자 중에는 코뼈가 내려앉고 팔이 부러져 덜렁거리는 이도 있었지만, 뭐가 그리도 재미난지 그들은 겨루는 내내 웃음꽃이 만발했다.

‘씨름, 이라고 했던가?’

외뿔부족의 씨름은 연우가 알고 있는 지구에서의 씨름과 비슷하면서도 꽤 많이 달랐다.

상대의 목숨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오로지 자신들의 기량으로만 승패를 가르는 승부.

여기까지는 비슷할지 모르지만, 뼈가 부러지거나 살갗이 터져도 웃으면서 넘긴다는 게 꽤 실전적으로 다가왔다.

결투를 좋아하고 명예로 여기는 일족다운 놀이였다.

물론, 연우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놀이였지만, 다른 부분이 시선을 끌었다.

‘동작이 하나 같이 간결하고, 운용하는 마력들도 최소한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고 있어.’

용마안을 활짝 연 연우의 시야에 비치는 것은 단순한 싸움만이 아니었다.

동작의 흐름, 마력의 운용, 그들의 사고와 판단 등이 빠르게 읽혀졌다.

장을 상대할 때에는 단번에 찍어 눌러 보이지 않던 것이, 이제야 하나둘씩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연우의 눈에는 진법과 진법이 부딪치는 것으로만 비쳐졌다.

신기한 점은, 마력을 운용하는 방식이 각자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방식에 따라 나타나는 효과도 가지각색이었다.

‘이런 게 바로 무공이란 말이지.’

연우는 씨름을 보는 내내 눈빛이 묘하게 빛났다.

갈증이 났다.

자신도 여러 영약들을 섭취하면서 엄청난 양의 마력을 보유했다지만, 그만큼 효율적인 운용은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저 방식 중 하나라도 가져올 수 있다면.

‘현재 마력회로의 출력을 몇 배 이상으로 증폭시킬 수 있어.’

그것만 해내더라도 전쟁 기간 동안에 더 큰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참 씨름을 지켜보는데.

“너로군? 이번에 별관의 막내로 들어왔다는 녀석이.”

갑자기 누군가가 떠억 하니 시야를 가로막았다.

연우는 인상을 팍 찡그리면서 고개를 위로 들었다.

큰 덩치에 수염을 자글자글하게 길러 산적 같은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이곳 마을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보는 인간.

하지만 별반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비키라는 의미로.

남자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거냐? 막내가 되었으면 재깍재깍 와서 인사를 해야 할 것 아니냐? 선배가 찾아오게 만들어? 왕자 하나 이겼다고 콧대라도 세우는 거냐?”

연우는 그제야 상대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식객이로군.’

별관에 자신 말고도 이미 아홉 명의 식객들이 있을 거라고 하더니.

그중 한 명인 것 같았다.

그런데 선후배를 운운한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아니, 그보다 고작 식객밖에 안 되면서 선배 후배를 나누고 군기를 잡는다니. 참 우습기만 했다.

피식-

연우는 자기도 모르게 비웃음을 흘렸다.

“이 새끼가, 지금 웃어?”

“비켜. 안 보이니까.”

“뭐? 하!”

남자가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며 연우에게 한 마디를 내뱉으려던 순간.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뒤쪽에서 에도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도라의 싸늘한 눈빛과 마주쳤다.

“그게 아니라, 같은 별관의 식구가 생겼다고 해서 인사를…….”

“별관으로는 제가 따로 안내를 할 테니 굳이 신경 쓰실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인사는 그 후에 따로 시간을 가지셨으면 하는데. 안 되나요?”

한 마디로 비키라는 뜻.

남자는 한쪽 입술 끝을 씰룩거리다가 홱 하니 자리를 떠났다. 마지막까지 연우를 노려보는 건 잊지 않았다.

연우는 그런 남자의 시선을 무시하고, 자신의 옆에 나란히 앉는 에도라를 보며 말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에도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아요. 하지만 괜히 연회 잘 즐기고 있는데, 말썽 키우기는 싫어서요.”

연우는 이해한다는 듯, 에도라가 건네는 잔을 받았다.

외뿔부족에서 특별히 담근 과실주가 담겨 있었다. 독특한 향이 감미로웠다.

“브락이라고, 30층대에서 ‘검은 황소’라는 이름으로 제법 유명한 플레이어예요. 장, 그러니까 백선가 쪽의 사람이죠.”

“그렇군.”

연우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백선가가 적이 되었다는 뜻이었지만, 어차피 그의 관심 밖이었다.

외뿔부족의 속사정은 그가 알 바 아니었으니까.

에도라는 그런 기색을 읽고 가볍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긴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화제를 바꿨다.

“알은 일단 장로원으로 무사히 옮겨 뒀어요.”

“고맙다.”

“고맙긴요. 저희가 더 감사하죠. 장로님들의 눈이 얼마나 반짝거리셨는지 오라버니는 아마 모르실걸요?”

장로원에서는 연우가 전투에 참여하는 동안, 알을 보관하는 데 있어 그에게 많은 협조를 부탁했다.

사실 말이 좋아 협조였지, 거의 애걸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간만에 나타난 호기심의 대상.

당연히 하루 종일 장로원에서 죽치고 앉아 심심하게 시간이나 죽이던 장로들에게는 가뭄의 단비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허무룡이 태어난 것과 비슷한 케이스였으니 흥분은 배로 증가했다.

그래서 장로들은 알을 보호하는 동안, 여러 가지 조사를 따로 해 봐도 되겠냐는 부탁을 했다.

절대 알에 해가 가거나, 새끼 환수가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짓은 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그때 간절히 보내던 장로들의 눈빛은…… 딱히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이미 약재 창고에 있는 물품 수량도 확인하셨더라고요. 영약을 제조하신다는 걸 보니까 이것저것을 먹여 보고 싶으신 것 같은데, 아마 알에서 깨어나면 진짜 대단한 환수가 나오지 않을까요?”

“그런가.”

에도라는 연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동안 못다 했던 이야기를 마저 나눴다.

지난 한 달 동안 뭘 하고 지냈었는지.

연우는 외뿔부족이 전쟁에 참여하면서 생긴 속사정을 알게 되었고, 에도라는 피닉스와 어울리면서 생긴 일들을 듣고 깜짝 놀랐다.

에도라는 역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데서 일을 터뜨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작게 담소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기뻤다.

자신의 일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던 사람이. 직접 그들을 찾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너무 반가웠으니까.

한동안 못 볼 줄 알았던 얼굴을 보게 되니 즐겁기만 했다.

그리고 ‘형’이라면서 박력 있게 자신을 가리키던 연우의 모습이 다시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또 다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에도라는 그런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슬쩍 연우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무심한 눈길은 화롯불이 피어오르는 정면에 향해 있었다.

‘이 가면 너머는, 어떤 모습일까?’

에도라는 그런 궁금증을 안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연우가 가면을 벗지 않는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는 것 같았으니까.

그가 완전히 마음을 열고 속에 든 것을 내보여 줄 때까지는, 옆에 있기만 할 뿐 재촉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판트는?”

이렇게 무신경한 면이 때로 아쉽긴 했지만.

“오빠는 아마 한동안 정신없을 거예요. 이번 쿠람 공략 때, 선봉을 서기로 했거든요. 거기에 대한 교육받느라 진땀 빼고 있을걸요?”

피식.

확실히 판트와 머리를 쓰는 일이 안 어울리긴 했다.

연우는 골머리를 썩고 있을 판트를 떠올리면서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팔에 감고 계신 쇠사슬, 전에 못 보던 거네요.”

그때, 에도라가 오른팔에 감긴 쇠사슬과 검은 팔찌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연우는 그제야 칠흑왕의 절망에 생각이 미쳤다. 마을에 들어온 뒤로 줄곧 환수의 알과 무공에 정신이 팔리면서 잠시 잊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이것에 대해서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다.”

“뭔가요?”

“혜안으로 이 아티팩트를 확인해 줬으면 해.”

“뭐가 궁금하신 건가요?”

“그냥 네게 보이는 것 전부만 말해 줘. 내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서. 아무래도 몇 가지 비밀이 있는 것 같아.”

“음.”

에도라는 눈을 가늘게 좁히면서 검은 팔찌를 바라봤다.

흑요석처럼 검은색 묵광(墨光)을 띠는 쇠사슬.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물건이었다.

연우는 에도라의 눈이 깊어지는 걸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에도라가 뭔가를 알아내면 좋을 텐데.’

사실 연우는 보상으로 얻은 아티팩트들을 에도라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세간에 아직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신의 이름이 담긴 유니크 아티팩트는 랭커들도 쉽게 얻지 못하는 귀한 보구였다.

그런 것을 갓 10층을 통과한 풋내기가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많은 사람들과 클랜의 표적이 될 수 있었다.

연우가 원하는 건 세간의 이목이지, 표적이 되는 게 아니었다. 높은 점수로 초심자 구역을 통과했다지만, 상위 계층에 있는 랭커들과 비교하면 아직 그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아이기스는 가죽으로 둘둘 감아 평범한 방패처럼 숨겼지만, 이 검은 팔찌는 훤히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숨길 수가 없었다.

팔에서 도무지 풀어지지 않기도 했고.

‘당장 사귀들을 부리는 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더 자세하게 파헤쳐 봐야 해. 칠흑왕이 누군지도 확실히 알아내야 할 거고.’

아티팩트에 대한 정보는 깊게 알면 알수록 좋다. 더 많은 사용 방식을 터득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쇠사슬과 팔찌가 연결된 형태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보면 볼수록 수갑(手田) 같단 말이지.’

아주 오랜 옛날, 극심한 죄를 지은 죄수들이 꼼짝 못하도록 포박할 때 썼다는 형구 중 하나.

실제로 열람된 정보에도 ‘칠흑왕을 구속하던 형틀’이라는 문구가 있기도 했었다.

그래서 확인을 하려는 것인데.

“이거.”

에도라는 한참 동안 관찰한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수갑인 것 같아요. 그것도 아주 오래된.”

역시 맞았구나.

“10층을 통과한 뒤에 받으신 보상, 맞죠?”

“맞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올림포스의 보고에 대해서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10층을 통과하고 보고에 들어간 건 사실이니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에도라는 손으로 쇠사슬을 매만지면서 말을 이었다.

“재질은…… 특징만 보면 신진철인 것 같은데.”

신진철?

“아니지. 그건 이제 탑에서도 아주 극소량만 남았고, 목격자도 거의 없다고 하니까 통으로 만들어졌을 리가…….”

에도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혼자서 중얼거리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선 옛날 죄수들을 속박할 때 쓰던 수갑이 맞아요. 그것도 아주 흉악한 놈들만, 도저히 상대하기 힘든 놈들을 구속할 때 쓰던 것으로 보이네요. 재질은, 좀 더 살 펴봐야 할 것 같아 정확히 알 것 같아요.”

그러면서 연우에게 물었다.

“혹시 사용은 가능한가요?”

“기본적인 옵션만. 하지만 숨겨진 옵션이 더 많았다.”

“그건 아마 아직 상태가 불완전해서 그런 걸 거예요.”

“불완전하다고?”

연우의 눈이 살짝 빛났다.

에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부품이 이것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보여요.”

연우는 설명창에 적혀 있던 ‘세 가지 형틀 중 하나’라는 대목을 떠올렸다.

에도라는 정확하게 검은 팔찌를 꿰뚫어 보고 있는 게 맞았다. 그래도 모른 척하면서 반문했다.

“그럼?”

“이음쇠로 봤을 때, 최소 두 가지가 더 있을 거예요. 남은 부품들까지 결합을 시켜야 쇠사슬이 완전히 분리되고, 진정한 아티팩트로서의 기능을 되찾을 것 같아요.”

연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에도라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흔히 죄수를 속박하던 구속구는 세 가지 형태로 되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라버니께서 지금 차고 있는 것과 같은 수갑.”

에도라는 손목을 가리키고.

“두 번째는 족쇄.”

그 다음에는 발목을 가리키더니.

“마지막 세 번째는 목에 두르는 칼. 흔히 가(伽)나 항쇄(項鎖)라 부르는 것이죠. 아마 이 세 개가 모여야 할 것 같아요.”

“그렇군.”

마지막에는 목을 가리켰다.

연우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 개의 형틀이라.’

이것만 하더라도 연우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에도라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정답이었다.

뿌연 안개에 둘러싸였던 머릿속이 조금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남은 부품은 두 개. 현재 봉인되어 있는 옵션도 두 개.

숫자도 딱 들어맞으니 남은 부품들을 찾아야 봉인을 해제하고, 아티팩트의 기능도 향상시킬 수 있는 것 같았다.

아스트라페를 부수면서 만들어진 아티팩트이니 만큼, 완성체가 된다면 어떤 기능과 모습을 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흥분되었다.

‘문제는 다른 부품들에 대한 행방을 어디서 찾느냐는 건데.’

연우는 에도라를 보며 슬쩍 물었다. 지식이 뛰어난 그녀이니 혹시 알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럼 혹시 칠흑왕이란 존재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 있나?”

에도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칠흑왕? 혹시 이 아티팩트와 관련된 이름인가요?”

“어. 칠흑왕의 절망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

“왕이란 단어가 들어갔으니 최소한 군주 출신인 것 같은데…… 저도 그런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런 물건을 둘 정도라면, 범상한 인물은 아니겠죠.”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일족 내에 옛 자료도 많으니 따로 한 번 조사해 볼게요. 장로님들도 알 때문에 빚을 지셨으니 흔쾌히 도와주실 거예요.”

“혹시…….”

연우가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에도라가 다 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알아요. 되도록 입소문이 나지 않게 해 달라는 말씀이시죠?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 입 많이 무거우니까.”

에도라의 미소에 연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참 여러 모로 고마운 아이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이 있는데.”

그래서 조금 미안했지만, 그런 고마움을 좀 더 빌려야 할 것 같았다.

연우는 잠시 말을 끊고 여전히 씨름이 벌어지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력의 순환과 순환, 진법과 진법, 무공과 무공이 열렬히 부딪치는 중이었다.

“무공을 배워 보고 싶은데. 혹시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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