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서막 (5)
연우는 가볍게 혀를 찼다.
실컷 싸울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더니. 이런 방법을 쓸 줄은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절할 이유는 없지.’
무왕이 주워 온 자들은 딱 봐도 괜찮은 실력자들이었다.
무왕의 기세에 짓눌려서 그렇지, 당장 연우로서도 상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들.
레드 드래곤 내에서도 ‘조장’급 인사, 혹은 3랭크 이상 클랜의 장일 게 분명했다.
이런 전쟁 기간이 아니라면 11층계에서는 절대 맞닥뜨릴 일이 없을 자들.
저들이 한꺼번에 덤빈다면 모를까, 그런 게 아니라면 충분히 팔극권과 천익기공을 실험해 보는 데 제격일 것 같았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연우는 무왕에게 부탁했다. 무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판트는 뒤에서 혀를 차면서 이죽거렸다.
“그래. 잠시 깜빡하고 있었지. 형님도 아버지 못지않은 인성이었……! 쿠엑!”
퍽!
판트는 말을 잇다 말고 갑자기 날아온 무왕의 딱밤을 얻어맞고 저만치 땅바닥을 굴렀다.
“사랑하는 아들아. 주둥이를 멋대로 놀리는 건 좋다만, 뒤는 생각하고 떠벌리려무나.”
무왕은 히죽 웃으면서 판트에게 가볍게 경고를 날리고, 물끄러미 샤논 등을 바라봤다.
그들은 잔뜩 얼어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샤논이었다. 샤논은 무왕이 가리킨 사람이 독식자라는 사실을 곧장 알아챘다.
무왕과 연우가 무슨 관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당장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무왕에게 물었다.
“독…… 식자를 이기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겁…… 니까?”
무왕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모르지. 나야.”
“무슨……?”
“싸우는 데 있어서 죽을지 살지를 어떻게 장담해? 실력이 좋으면 살 거고, 아니라면 죽겠지.”
순간, 샤논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무왕의 말뜻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것이다.
“그 말은 곧 제가 독식자를 죽여도 괜찮다는 말씀이십니까?”
“당연한 거 아냐?”
무왕이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그러자 에도라가 기겁을 하고 소리쳤다.
“아버지!”
“네 아버지 아직 귀먹었을 정도로 나이 많지 않다.”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생사대련이라니……!”
생사대련.
두 사람이 죽음을 무릎 쓰고 서로의 최대 기량을 가늠하는 대련.
“그럼? 애들 동네 싸움처럼 씨름이라도 할까? 그래 갖고 뭔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에도라.”
에도라는 더 이상 따지지 못했다.
나지막하게 깔린 무왕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은 눈빛이. 그녀의 말문을 턱 하고 막히게 했다.
“잊지 마라. 여긴 전쟁터다. 한순간 방심하면 바로 머리통이 날아가는 그런 전쟁터. 너는 그런 곳에서 팔자 좋게 있을 생각이냐? 만약 그딴 썩어 빠진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냥 돌아가.”
에도라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여기서는 무왕의 말이 맞았다.
고집을 피우는 건 자신이었다.
이곳은 전쟁터.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곳이었다. 자신도, 판트도, 연우도. 심지어 절대 죽지 않을 것 같은 인간인 무왕까지도.
무왕은 에도라가 더 이상 떼를 쓰지 않는 걸 확인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평소에는 냉정하고 머리도 영민한 아이가 카인의 일에서만 꼭 저런다니까. 판트, 넌 할 말 없고?”
판트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말릴 생각도 없었고, 말린다고 해도 말을 들을 아버지가 아니란 걸 알았다.
“이번에는 아버지 말씀이 맞다고 생각하니까.”
“역시. 너는 나한테 인성 운운할 자격이 없다니까. 왠지 아냐?”
판트는 별반 알고 싶지 않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왕은 피식 웃으면서 연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원래 우리 일족은 죄다 이 모양이거든.”
판트와 에도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눈치였다.
“하여간. 카인. 네 생각은? 여기서 꽁무니를 빼거나 하지는 않겠지? 설마?”
그럼 아주 실망할 것 같다는 눈빛에.
“오히려 부탁드리고 싶었던 바였습니다.”
연우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왕의 미소가 짙어졌다.
“거 봐.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하여간 불어 터진 인성들만 모여서는. 하하핫!”
무왕은 연우가 자신을 모방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이미 그에게서 자신과 같은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웃으면서 샤논 등을 다시 돌아봤다.
할 거냐는 눈빛.
샤논 등은 살짝 인상을 굳히다가 곧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그들에게 정해진 선택권은 없었다.
있다면 딱 하나.
어떻게든 연우를 꺾을 것.
지더라도 실력이 비등하다면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 포악하기 짝이 없는 무왕이 그런 걸 용납하지 않을 테지.
“방식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래서 샤논은 이를 악물면서 물었다. 공포가 가시면서 투기가 조금씩 올라왔다. 두 눈은 핏대가 잔뜩 서서 빨갛게 충혈 되었다.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오로지 1:1로 싸워서 승패를 가를 것. 단, 너희들은 차례대로 승부에 나서면 된다. 차례는, 너희들이 알아서 정하고.”
샤논을 비롯한 다섯 플레이어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건 누가 딱 봐도 마지막 순서가 될수록 유리한 싸움이었다. 그만큼 연우도 많이 지칠 테니까.
그리고 순서는 큰 다툼 없이 곧바로 정해졌다.
이미 그들 사이에는 확실한 위계질서가 잡혀 있었다. 누가 뭐라 하건 간에 레드 드래곤이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었고, 샤논도 자연스레 마지막 다섯 번째 순서를 맡게 되었다.
연우가 앞으로 나섰다.
첫 번째 순번을 맡게 된 플레이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물러나 넓은 공터를 만들었다.
“씨팔. 저딴 애송이 새끼와 이딴 드잡이질을 해야 하다니.”
플레이어는 바닥에다 침을 칵 하고 내뱉었다. 최근에 독식자의 악명이 11층에서 유명해졌다지만, 그래도 갓 노비스를 벗어난 녀석.
조만간에 랭커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그는 조금이라도 빨리 연우를 제거할 생각으로 검을 뽑았다. 스산한 살기가 감돌면서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연우는 그런 녀석을 보면서 천천히 허리춤에서 마장대검과 크라슈나의 단검을 뽑아 각각 상수와 역수로 쥐었다.
팔극권은 다양한 형태로 풀어낼 수 있다. 초식만 완전히 숙지한다면 쌍검술을 사용하더라도 숙련도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익숙지 않는 무기로 싸운다면, 더 시험해 보기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천천히 천익기공을 끌어올렸다. 정해진 크고 작은 여러 회로를 따라 마력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신체 곳곳에 설치된 코어가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마력에 힘을 불어 넣었다.
그 순간.
화아악-
연우를 따라 붉은색 파문이 허공을 따라 잔뜩 퍼져 나가다가, 곧 아지랑이가 되어 그를 칭칭 감았다.
불꽃으로 이뤄진 날개. 화익(火翼)을 펼친 순간, 플레이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후끈한 열기가 대기를 끓어오르게 만들고 막대한 패기가 그의 어깨를 강하게 짓눌렀다.
그제야 뭔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무왕이 그들을 ‘실험 상대’로 뒀다는 게 무슨 뜻인지를……!
쾅!
그때, 연우가 지면을 으스러져라 밟으면서 단숨에 플레이어가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쐐애액-
“흡!”
뭔가가 번쩍인다 싶더니, 어느새 연우가 그의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무, 무슨 속도가!’
플레이어가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내빼면서 간격을 벌리고자 했지만, 그보다 먼저 연우가 몸을 홱 하고 돌리면서 돌려차기를 날렸다.
콰앙!
플레이어는 마치 둔탁한 망치로 세게 후려 맞은 것 같은 충격과 함께 뒤로 크게 튕겨 났다.
연우는 재차 녀석을 따라붙으면서 위에서부터 아래로, 마장대검을 세게 내리쳤다.
플레이어는 이대로는 머리통이 쪼개지겠다 싶어졌는지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리고 몸을 크게 돌리면서 아래에서 위로, 검을 세게 쳐올렸다.
칼날을 따라 샛노란 빛깔의 오러가 번뜩였다.
완전한 형태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예리한 날을 드러내고 있는 오러 블레이드였다.
휘리릭-
여기에 회전력까지 가미되면서 폭발적으로 허공을 갈랐다.
콰쾅!
하지만 위에서 아래로 세게 내리친 마장대검의 위력도 결코 작지 않았다.
아카샤의 뱀을 삼키면서 완성된 연우의 마력은 이미 랭커를 제외하면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했고, 여기에 천익기공으로 출력이 기존의 세 배 이상 늘어나면서 너무나 강력해져 버렸다.
더구나 여기에 막대한 화력과 짙은 패기까지 실리고 말았으니.
플레이어는 마장대검과 맞부딪친 순간, 이대로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게 아닌가 하는 끔찍한 고통을 맛봐야만 했다.
거기다 화력이 그를 스쳐 지나가면서 입고 있던 갑주가 열로 시뻘겋게 달아올라 버렸으니.
팔뚝에는 이미 짙은 화상 자국이 남아 버렸다.
‘무슨 힘이……!’
충격에 열기까지. 플레이어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은 착각을 받아야 했다.
연우는 녀석이 주춤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쾅! 쾅!
콰앙-
상수로 쥔 마장대검을 사선으로 그어 녀석의 검을 위로 쳐 내고, 안쪽으로 깊게 파고들면서 역수로 쥔 크라슈나의 단검으로 가슴팍을 찍어 간다.
플레이어가 스킬을 발동해 공격을 겨우 피해 냈다 싶으면, 역시나 악착같이 따라붙어 맹공을 퍼부었다.
무왕이 그에게 가르쳐 줬던 팔극권의 32초식들이 순서대로 풀려 나왔다.
건곤진진, 태간서영, 이감쌍벽, 진손태각, 손건유동…….
팔을 휘두를 때마다 강렬한 위세가 휘몰아친다.
칼끝에서 시작된 바람은 돌풍이 되고, 돌풍은 점차 세기를 더해 가다가 회오리바람처럼 위로 솟구쳤다.
여기에 불꽃까지 실리면서 여러 번의 폭발이 그 뒤를 따랐다.
콰콰콰-
팔극권과 천익기공.
두 기예는 처음에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잘 맞지 않은 것처럼 어색한 구석이 많았다.
동작과 마력이 섞이지 않았고, 초식에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연우는 단 한 가지에만 집중했다.
‘결.’
용마안을 활짝 열어 뒀다. 어느새 숙련도가 30%에 육박한 용마안은 세상에 어지럽게 늘어진 결을 고스란히 노출했고, 연우는 거기에 따라 몸을 맡겼다.
그러자 처음에는 이질감으로 맞지 않던 팔극권과 천익기공이 조금씩 합을 맞춰 나갔다.
물론, 그 뒤에는 전투 의지를 발동, 한없이 빨라진 정신세계에서 두 무공을 하나로 엮어 보려고 쉴 새 없이 연산을 거듭한 각고의 노력도 뒤를 따랐다.
심·기·체의 합일.
그리고 결에 따른 움직임.
이것에만 집중하면서 칼을 휘두르다 보니 어느새 연우의 동작에서는 점차 군더더기가 사라져 갔다.
보다 깔끔해지고, 보다 깊어졌다.
마력에서 초식으로 이어지는 유동도 더 이상 막히는 부분이 없었다. 무엇보다 육체가 움직임을 너무나 잘 받아들였다.
마치 원래 이게 연우에게 가장 알맞은 움직임이라는 듯. 최적화 된 움직임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덕분에 시간이 갈수록.
플레이어는 가까스로 공격을 막아 내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힘에서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정신없이 계속 뒤로 떠밀렸고, 연우의 샌드백 상대가 되어 줘야만 했다.
그러다 체력이 다했을 즈음, 쥐고 있던 검이 부서져 파편들이 허공으로 튀었다.
사이사이로 불똥과 매연이 어지럽게 넘실거리다, 그 사이로 크라슈냐의 단검이 비집고 들어와 왼쪽 가슴팍에 깊숙하게 박혔다.
퍼어억!
입고 있던 갑주가 너무 쉽게 터져 나갔다.
이미 계속된 타격 누적과 열기로 손상이 극한에 이르렀다가 부서지고 만 것이다. 40층계에서나 겨우 구할 수 있다는 재료로 만들어진 갑옷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덕분에 단검은 그대로 심장을 관통했다.
플레이어는 입술 사이로 울컥 핏물을 주르륵 토해 냈다. 그는 떨리는 눈빛으로 연우의 가면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연우는 시체에서 크라슈나의 단검을 뽑아 다른 플레이어들이 있는 곳을 돌아봤다.
네 플레이어들의 인상이 딱딱하게 굳었다.
방금 전에 죽은 자는 레드 드래곤의 산하 조직 중에서도 제법 강하다고 알려진 클랜 ‘붉은 늑대’의 부클랜장, 토리슨이었다.
비록 이 안에서는 가장 약할지 몰라도, 절대 약한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이제 몇 개의 층계만 더 오르면 랭커에 도전해 볼만한 자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돌던 녀석이었는데.
이렇게 너무 압도적으로 당해 버렸다고?
그들은 어느새 진짜 다시 위기감을 느끼고 말았다. 무왕이 문제가 아니었다.
독식자. 생각보다 훨씬 강한 상대였다. 이곳을 절대 쉽게 빠져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자, 다음.”
무왕의 지시에 따라, 두 번째 순번인 루더가 딱딱한 표정으로 앞에 나섰다.
‘철권’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꽉 쥔 주먹에서는 식은땀이 잔뜩 배어 나왔다.
* * *
“……다음.”
촤아악. 피가 바닥에 뿌려졌다. 쓰러진 네 번째 시체를 보면서 샤논은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자신까지 차례가 올까 싶었는데. 결국 연우는 앞의 네 명을 차례대로 무찌르면서 어느새 그와 맞닥뜨리고 있었다.
물론, 연우도 그렇게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토리슨을 압도적으로 찍어 눌렀다고 해서 차례로 이어지는 다른 싸움까지 그럴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싸움에 임한 자들은 저마다 죽기 살기로 연우와 싸웠고, 연우도 거기에 따라 계속 피해가 누적되었다.
게다가 후발 타선은 앞서 벌어진 전투들을 복기하면서 연우의 허점을 파악해 그 점을 교묘하게 노리기도 했다.
하아.
하아.
연우의 입가를 따라 뜨거운 단내가 퍼져 나왔다. 입고 있던 갑주도 곳곳이 망가지고, 어느새 핏물을 크게 뒤집어쓰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지는 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체력이 바닥난 게 분명하건만, 그는 여전히 고요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
샤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그 역시 여기서 얌전히 죽을 수는 없는 노릇.
그리고 연우의 허점도 얼추 다 파악을 해 뒀으니 빠르게 휘몰아 칠 생각이었다.
여태까지 벌어진 싸움들을 되돌아보면 언제나 처음에는 승기를 잡다가도, 시간이 끌리다가 어느새 역전을 당했으니까.
자신을 파악할 새가 없이, 바로 목을 날릴 참이었다.
연우도 샤논이 여태껏 상대했던 자들과 ‘격’을 달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입고 있는 갑주부터가 달랐다.
레드 드래곤. ‘진짜’ 소속원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전투 부대의 조장이었다
어중이떠중이는 받지 않는 8대 클랜의 오만한 성격을 염두에 둔다면?
어쩌면 현재 쿠람 전선의 책임자였을지도 몰랐다.
『그놈은 꽤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네가 가진 걸 전부 보여도, 아니, 네가 원래 최적의 컨디션이었다고 해도 힘들었을지 모르는 놈이니까 말이지.』
그리고 그런 연우의 긴장감을 읽은 듯, 여태껏 잠자코 그를 지켜보고만 있던 무왕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연우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왕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 이제부터가 진짜일 거라는 듯이.
『세미-랭커(Semi Ranker)거든. 그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