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신수의 계승자 (2)
연우는 재빨리 손을 뻗어 짹짹이를 조심스레 받쳐 꺼냈다. 그러자 공간을 떠받치고 있던 보호막이 조용히 사라졌다.
쌔액. 쌔액.
짹짹이는 정말 위험해 보였다. 숨결은 가늘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 부위도 약해 보였다. 안색이 창백했다.
연우는 짹짹이를 바닥에다 내려 놓고 재빨리 마력을 불어 넣었다.
동시에 열화 스킬을 작게 발동, 온기도 함께 흘려 넣었다.
불의 속성을 가진 녀석이니 같은 불이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짹짹이의 숨결이 조금씩 편해졌다. 창백했던 안색도 혈색이 돌아왔다.
연우는 꾸준히 화기를 흡수할 수 있도록 열화 스킬을 옆에 발동시켜 두고, 주변을 살폈다.
‘얼마나 큰 싸움이 벌어진 거지? 피닉스는 어디로 간 거고?’
누군가의 기습이 있었던 건 확실한 것 같았다. 곳곳에 전투 흔적이 남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분명 전투는 끝났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조용할 수가 없었다.
짹짹이 때문에 자리를 옮긴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조용했다.
흔적도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그렇다고 해서 습격자들이 이겼다고 단언할 수도 없었다.
피닉스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이겨서 해치웠다고 해도 전부 옮길 수가 없었다. 끌고 간 흔적도 없었다.
결국 의문만 잔뜩 남은 것이다.
연우는 짹짹이가 깨어나야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행히 10분가량이 지났을 때, 짹짹이가 파르르 눈가를 떨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
“짹짹아.”
째액…….
짹짹이는 연우를 보자마자 부리를 크게 벌리면서 힘겨운 소리를 냈다.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직 성장 속도가 늦어 심어를 사용하지 못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빛이었다.
연우는 짹짹이를 꼭 끌어안으면서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짹짹이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다 강해진 연결 고리를 통해 녀석의 생각이 천천히 전해졌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일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퍼져 나갔다.
화아악-
* * *
“그대가 피닉스인가? 듣던 대로 크군. 아주.”
연우는 갑자기 머리 위로 울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상하게 고개가 돌아가지 않았다.
아주 좁은 구멍을 통해 뭔가를 엿볼 수 있는 게 전부였다.
연우는 뒤늦게 자기가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거. 짹짹이의 시야야.’
아무래도 짹짹이는 아까 보호막으로 가려져 있던 장소에 갇혀 있는 상태인 것 같았다.
짹짹이가 어떻게든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단단한 뭔가에 가로막혀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녀석을 붙잡는 힘에서는 피닉스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짹짹이가 빠져나올 수 없도록 염력으로 단단히 묶어 둔 것이리라.
다치지 않도록. 침입자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나는 인간들의 침입을 허락한 적이 없다. 또한, 내가 인간들의 영역에 침범한 적도 없다.』
“그것이 중요한가?”
『중요하지. 그것이 본디 악의와 선의를 가르는 기준이니까. 최소한 나는 악의는 저지르지 않았다는 뜻이니.』
“그렇다면 미안하군. 이쪽은 명백한 악의를 가지고 온 것이라. 우리는 그대의 내단을 필요로 한다.”
『……참으로 오만한 자로다.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그딴 망발을 일삼는 자들은 하나같이 같은 결과를 맞이했다는 것을, 아는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알 것 같군.”
피식 웃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어둠 속에 묻힌 피닉스의 황금색 눈동자가 짜증으로 물들었다.
“이번에는 결과가 조금 다를 것 같다는 것.”
그리고 드러나는 거대한 칼. 시야가 좁아 침입자가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연우는 순간 드러난 칼의 무늬를 놓치지 않았다.
저런 칼을 쓰는 자는 탑에서도 딱 한 명이었으니까.
‘도무신!’
청화도는 오로지 모든 삶을 무(武)에 바친 존재들이 살아가는 ‘섬’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극기(克己)와 자강(自强)만을 추구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무를 고집하고 무의 끝을 이루고자 했다.
그래서 청화도에서는 마법이나 잡다한 아티팩트는 잡기로 분류 되어 무시당하는 경향이 잦았고, 오로지 몸을 움직여서 땀을 흘리고 깨달음을 얻어 더 높은 경지에 오르는 것을 중요시했다. 개인의 수련이 중요한 탓에 그들은 대부분 자기중심적 사고와 개인적인 성향이 뚜렷한 편이었다.
하지만 또 그만큼 서열 관계가 확실하고, 강자에 대한 존경과 추종이 강해서 다른 면으로 보자면 집단주의적 특성도 강했다……
……도무신은 그런 청화도 내에서 가장 ‘무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자였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수십 년째 술과 여자를 멀리하는 금욕적인 삶을 살았다.
그의 모든 것은 오로지 그가 쥔 칼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그가 가진 아홉 자루의 검이 모두 뽑힐 때면 우리로서도 몸을 사려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청화도는 조직이 가진 특성상 많은 숫자의 조직원을 보유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8대 클랜 중에서도 가장 머릿수가 적었고, 세력도 여러 모로 뒤처지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청화도가 강하다고 평가되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소수 정예.
그리고 다섯 명의 무신.
무신들은 아주 강했다.
개개인이 모두 랭커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해당한다는 하이 랭커에 속했다.
‘이 작자가 왔었단 말이지…….’
연우는 곧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짹짹이의 기억은 거기서 끝이었다. 그 뒤에 벌어진 일의 충격파로 기절을 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도무신의 갑작스런 등장.
그리고.
‘피닉스가, 죽었다.’
확실했다.
피닉스는 죽었다.
짹짹이는 그것을 느낄 수가 있었고, 탈진할 때까지 눈물을 쏟았다. 아직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어미의 죽음은 너무 충격적이었을 테니까.
연우는 짹짹이를 꼭 끌어안았다. 녀석이 진정할 수 있을 때까지.
병아리 눈물처럼 아주 적은 양이었지만, 짹짹이는 옷깃이 축축해질 만큼 울었다.
‘피닉스는 처음부터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고 있었어. 그래서 내가 찾아오리라 생각하고 짹짹이를 미리 보호해 둔 거였어.’
연우는 이를 악물었다.
‘청화도에서 피닉스를 노린 건, 역시 내단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짚이는 이유가 없다.
청화도에서 굳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신수를 잡으려고 나설 이유가 그 외엔 생각나지 않으니까.
딱히 피닉스와 청화도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연우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 자신이 있는 외뿔부족은 청화도와 손을 잡은 상태. 그런데 짹짹이는 그런 청화도와 원수가 되어 버렸다.
이제 짹짹이가 기댈 곳이라고는 자신밖에 없을 텐데.
피닉스도 그걸 알고 자신이 언젠가 찾아오리라 생각하고 짹짹이를 맡겼는데.
그런 녀석을 데리고 청화도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짹짹이의 상황을 무시하고 내버려 둔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연우는 그런 선택지 따위 애초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한 달 넘게 피닉스의 둥지에 머물면서 피닉스와 짹짹이는 이미 그의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짹짹이가 부탁하지 않더라도, 피닉스의 원한은 자신이 되갚아 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반대편 진영으로 넘어가는 것도 문제야.’
자신이야 양측 모두 원한 관계가 있어 언젠가 쓰러뜨려야 할 곳들이었지만, 사실 이제 와서 레드 드래곤 쪽으로 넘어가는 것도 문제는 있었다.
이미 레드 드래곤에서는 자신을 인지하고 있을 테니까.
특히 샤논은 세미 랭커였던 만큼 레드 드래곤에서도 아끼던 전력이었을 터. 그런 자를 죽였으니 원한이 생기지 않는다면 이상했다.
‘일단은 돌아가서 생각하자.’
여기에 계속 남아 있어 봤자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일단 숙소로 돌아갔다가, 생각을 정리하고 난 뒤에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외뿔부족을 통해 청화도의 움직임과 꿍꿍이, 그리고 노림수도 알아봐야 했다.
‘피닉스가 죽었다면, 다른 신수들을 노릴 가능성도 커. 여기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지.’
이곳은 짹짹이의 심리 상태에도 좋지 않을 테고.
커다란 피닉스의 사체가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이 역시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짹짹이를 끌어안으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리를 떠나려는데.
화르륵!
갑자기 연우 앞으로 허공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다채로운 색을 뿌려 대는 불꽃. 생명의 불꽃, 성화였다. 그리고 이건 환수의 알에 나눠 주던 단순한 성화가 아니었다.
근본.
불씨였다.
『……그래도 무사히 그대가 막내 아이를 발견했나 보군. 다행이야. 참으로 다행이야.』
“피닉스?”
연우는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혹시 어디서 살아 있는 걸까? 하지만 곧 그 목소리가 잔류 사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도무신이라는 자. 아주 강하더군.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어. 막내 아이라도 구해 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정말 다행이야. 그대가 우리 모자를 잊지 않아 줬다는 사실이. 어쩌면 그것이. 그대와의 인연이 막내 아이가 받은 운명이고, 축복인지도 모르지.』
피닉스는 말을 이어 나갔다. 짹짹이라도 살릴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말투에 잔뜩 묻어났다.
『그리고. 혹시 내가 죽었다고 해서 너무 화를 가지지는 말아다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불꽃에서 스러졌다가 다시 태어나는 존재. 지금은 이렇게 사라진다지만, 언젠가 다시 눈을 뜰 거야. 그대가 너무 원한에 사무칠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
아니다.
피닉스는 걱정 말라는 투로,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하고 있었지만, 연우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분명 피닉스는 되살아난다. 그는 재생과 부활을 상징하니까. 그리고 그렇기에 신수로 통했다.
하지만 그 시기는 아무도 몰랐다. 재가 되어 흩어진 조각들이 다시 모여야 할 수도 있고, 다른 계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게다가 재생한다고 해도 문제였다.
다시 눈을 뜬다고 한들. 전생의 기억을 물려받는다고 한들. 결국에는 다른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생을 살게 되는 것이니까. 다른 곳으로 옮겨진 불꽃은, 원래의 불꽃이 있다고 해도 결국 다른 불꽃이었다.
어떤 사고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지는 절대 장담할 수 없었다. 짹짹이에게는 전혀 다른 존재로 와 닿을 것이다.
결국 죽음은 죽음일 뿐.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런데도 피닉스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연우를 달래기 위해서. 그가 허튼 선택을 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고아가 된 짹짹이가 의지해야 할 곳도 필요할 테니.
『그러니 너무 분개하지 말고.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막내 아이를 잘 부탁하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만약 시간이 좀 걸린다면……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돌봐 줬으면 해. 내 부탁이야.』
연우는 이를 악물었다.
결국 피닉스는 마지막에 눈을 감을 때까지 자식 걱정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냥 돌봐 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어. 아니, 오히려 앞으로 막내 아이를 돌보려면, 손 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테니…….』
그 순간, 성화가 갑자기 확 하고 높이 타올랐다. 그리고 수십 갈래로 나뉘면서 연우를 크게 감싸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힘이지만. 그대와 막내 아이가 앞으로 걸어야 할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수십 갈래의 불꽃은 연우의 주변을 뱅글뱅글 맴돌더니 곧 피부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피닉스가 당신을 상속인으로 지정하였습니다. 유산으로 ‘생명의 불꽃(근본)’이 배정되어 상속을 시작합니다.]
[기존에 맺었던 신수와의 계약이 강화됩니다.]
[‘천익기공’의 화 속성이 반응을 합니다. ‘열화’ 스킬이 생명의 불꽃에 반응합니다.]
[마력회로가 생명의 불꽃을 받아들일 준비를 시작합니다.]
[육체가 열렸습니다.]
……
[계승 작업을 시작합니다.]
연우는 순간 마력회로를 비롯해서 육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활짝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혼으로 통하는 문도 열린 것 같았다.
연우는 그것을 막지 않았다.
이것이 피닉스가 그에게 남긴 선물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자신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성화의 불씨를 남긴 거였다.
불의 기운이 활짝 열린 모공을 따라 들어왔다.
살갗을 지나고, 근육을 통과해, 혈관을 타고 움직이면서 마력회로와 코어에 스며들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뼈마디 구석구석까지 닿았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불의 기운에 연우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따뜻했다. 마치 돌아가신 어머니의 품에 안긴 것처럼 너무 편하고 고요해서 이대로 잠에 들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곧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살갗이 부르렀다. 열기 때문에 근육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피부 안쪽에 불을 지핀 느낌이라 고통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연우는 이를 악물었다. 새된 비명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심법을 공부했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이럴 때 입을 연다면 그만큼 기운이 빠져나간다는 것을. 아니면 흐름에 방해가 생겨 경로가 꼬일 수도 있었다.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연우는 피닉스가 남긴 기운을 단 한 톨이라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전부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삼킬 생각이었다.
그래서 정신이 어지러워도 억지로 붙잡았다.
쉴 새 없이 구결을 외우면서 천익기공의 경로를 따라 마력을 회전시켰다.
[‘천익기공’의 스킬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27, 28, 29…… 33%…….]
[열화의 스킬 숙련도가 대폭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57, 58……. 71, 72…… 91%…….]
고통은 조금씩 안쪽으로 번져 나갔다.
그러다 마력회로로 스며들었고, 회전하는 마력에 실리면서 신체 곳곳으로 퍼졌다.
쾅.
쾅.
여태껏 감지만 하고 아직 열지 못했던 마력회로로 불의 기운이 번져 나갔다. 불길은 가로막는 장애물 따윈 모조리 부수고, 짓밟으며, 태워 버렸다.
체내 안쪽에서 폭발 소리가 울릴 때마다 몸이 크게 들썩였다.
그런데도 억지로 버티면서 세세한 회로로까지 불의 기운을 끌어 냈다.
[남은 중요회로 중 3번과 5번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남은 대회로 중…….]
……
눈앞에 남은 마력회로들이 줄줄이 열린다는 상태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기한 점은 거칠게 회로를 연 탓에 경로가 일부 망가질 수도 있었지만, 상처는 또 금세 아물었다. 이것은 생명의 불꽃. 신성력을 일부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복 속도도 그만큼 빨랐던 것이다.
덕분에.
오히려 닫혔던 회로가 크게 열리면서 단단하게 다져지기까지 하는 효과를 맛볼 수 있었다.
그렇게 크게 한 바퀴를 돈 불의 기운은 척추를 따라 올라오다가 드디어 마지막 지점인 두개골에 다다랐다.
콰앙!
그리고 그 순간, 연우는 예상했던 끔찍한 고통 대신에 다른 감각을 맛볼 수 있었다.
그것은 희열이었다.
‘격’이 상승한다는 희열.
영혼과 육체가 가지고 있던 한계. 단단하게 닫혀 있던 빗장이 활짝 열리면서 더 넓고 큰 세상이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모든 마력회로가 열렸습니다.]
[모든 계승 작업이 끝냈습니다.]
[칭호 ‘피닉스의 상속자’를 획득했습니다.]
[힘이 5만큼 올랐습니다.]
[민첩이 5만큼 올랐습니다.]
……
[화 속성의 친밀도가 30만큼 상승했습니다. 계승 작업의 효과로 화 속성에 대한 권한 중 일부를 획득했습니다.]
……
[축하합니다! ‘열화’ 스킬의 숙련도가 100%를 달성, 상위 스킬인 ‘열풍’이 열렸습니다.]
[‘열풍’에 칭호의 효과가 적용, 다른 고유 스킬로 대체됩니다. 화 속성의 권한이 적용되어 상위 스킬로 진화합니다.]
[스킬 ‘성화(넘버링 050)’가 생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