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124화 (124/862)

24화. 임무 (4)

[16층의 시련을 시작합니다]

[시련: 수많은 신화와 전설 속에서는 하나같이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운명의 틀이 있어, 세상은 그 속에서 굴러가는 수천 개의 톱니바퀴로 이뤄진 장치라고 말을 합니다.

이를 일컫는 용어도 아주 많습니다. 천망회회, 선악과, 이그드라실, 운명의 물레, 인과율…….

그리고 바로 이곳에 그러한 운명을 점지하는 세 명의 여신들이 있습니다.

삶의 실을 물레에 돌리고, 그것을 엮은 운명을 재고 자르며, 모든 인간과 생명뿐 아니라 신과 악마들의 운명까지 들여다본다는 여신들.

하지만 그로 인한 과오로 양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세 여신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신전에 앉아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세 여신의 신전 중 한 곳을 방문하세요.

방문할 수 있는 신전은 단 한 곳뿐이며,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질문도 단 한 가지이니 각별히 유의토록 하세요.]

라플라스는 자신이 했던 말을 지켰다.

16층까지 올라오는 내내 연우는 다른 사람이나 관리자를 만나지 못했다.

마치 뭔가가 연우를 방해하지 않도록 손을 쓴 것처럼. 덕분에 연우는 라플라스가 어떤 수를 썼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 이상한 악마인지 뭔지 하는 놈이 그랬거나.’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라플라스나 이름 모를 어떤 악마가 자신에게 왜 이런 관심을 가지는 건지.

오히려 연우는 이런 도움이 고맙기보다는 거북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타인의 도움에는 절대 선의가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이걸 당장 거부할 방법도 없었으니, 연우는 묵묵히 각 층계를 빠르게 돌파해 드디어 16층에 다다를 수 있었다.

16층을 구성하고 있는 스테이지는 사실 넓은 편이 아니었다.

중앙에 위치한 큰 숲을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세 개의 숲길이 나 있다.

숲길은 각각 서로 다른 신전으로 이어져 있었고, 한번 길에 들어서면 절대 반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러니 숲길을 선택할 때에는 반드시 그만큼 많은 신경을 써야만 했다.

과거의 우르드.

현재의 베르단다.

미래의 스쿨드.

에다의 전설에서,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뿌리에 닿아 있다는 생명의 샘 우르다르브룬드에 거처를 마련했다는 세 여신.

그녀들은 누군가의 ‘삶’이 나타난 실을 물레에 돌리면서 운명을 점친다고 한다.

그 때문에 신전은 언제나 그녀들의 말을 들으려는 신자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같은 신과 악마들 사이에서도 세 여신과 마주하고 싶어 하는 자들이 많다고 했다.

세상 어느 누구라도, 심지어 모든 틀에서 벗어났다는 초월자라고 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녀들은 그들을 피해 신과 악마들이 거주한다는 98층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언제나 16층에 얌전히 존재하며 의지만을 이따금 내비칠 뿐이었다.

이렇듯 신비와 경이로 가득한 그들이었지만.

사실, 내가 봤을 때는…… 그냥 노망난 할망구들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앉은뱅이 세 여신은 수많은 추종자들만큼이나, 그들을 경멸하는 자들도 아주 많았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모든 원인과 결과가 이미 내정되어 있는 것이라면.

자기 의지와 자유의사, 그리고 삶에 대한 의미는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어떻게 보면 신이 되고자 하는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동기를 상실케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탑을 정복하고 신이 될 수 있는 자가 내정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을 테니.

그래서 동생은 후자에 해당했다.

16층을 통과하면서도 세 여신에게 비웃음만 던진 건 아주 유명한 사건이었다.

보통 신전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개 앞으로 탑을 오르기에 앞서 조언을 구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연우는 앉은뱅이 세 여신에 대해 별반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 운명이란 건, 내정되어 있어도 그만, 내정되어 있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뭐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목적은 달라질 게 전혀 없으니까.’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절대 행패부릴 생각을 하지 못하는 신전에 직접 깽판을 치러 생각도 하는 것이지만.

또한, 이름 모를 악마의 경고를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불의 보옥’을 182개만큼 획득했습니다.]

[‘얼음 수정’을 35개만큼 획득했습니다.]

[‘설원 장미’를 91개만큼 획득했습니다.]

……

연우는 용병들을 시켜 찾아오게 한 히든 피스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아공간 포켓에다 집어넣었다.

11층을 떠나기 전에 바할이 선물이라며 줬던 아공간 포켓. 자그마한 주머니 안에 공간 확장 마법진이 새겨져 있어 꽤 비싼 값을 자랑하는 아티팩트였다.

‘꼭 인벤토리 같아서 괜찮단 말이지.’

원래는 층계를 오르는 데 있어 필요한 물자가 있으면 번거롭게 일일이 들고 다니지 말고, 편하게 안쪽에다 넣어 두면서 쓰라고 건넸던 것이지만.

연우는 이미 12층에서 안쪽에 있는 물건들을 다 빼서 비우고, 대신에 히든 피스들로 채웠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히든 피스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연우의 지식이 더해진다면 천문학적인 액수를 자랑할 게 분명했다.

용병들은 모진 고생이란 고생은 죄다 하면서 갖고 왔던 물건들을 바로 눈앞에서 강탈을 당하자 피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연우는 그런 눈빛들을 모두 무시하고, 아공간 포켓을 잠그고 허리춤에 걸었다.

“그럼. 다들 준비 끝났으면 이제 움직이도록 한다.”

연우의 말에 용병들은 한숨을 내쉬면서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화로 육체를 회복하고, 휴식으로 정신력도 어느 정도 회복했다. 그들은 무장을 점검하면서 연우를 바라봤다.

아직 정확한 임무 내용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조장님, 청화도가 머물고 있다는 비밀 기지가 어디입니까?”

16층에 위치한 건물이 세 개의 신전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그들로서는, 대체 청화도가 대체 어디서 터전을 마련한 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여기에.

연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대답했다.

“스쿨드의 신전.”

하지만 그 말이 낳은 여파는 대단했다.

“……!”

“그, 그게 무슨……!”

“그, 그럼 지, 지금 신전을 치러 간다는 말씀이십니까?”

용병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몇몇은 비명을 내질렀다.

신전은 신이 강림하는 장소. 그곳을 더럽히는 자는 신의 진노를 사게 된다. 당연히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말도 안 되는 짓입니다! 아무리 앉은뱅이 세 여신이 16층에서 꿈쩍도 않는다지만, 그들도 신입니다. 자칫 분노를 사게 되면 신벌이 내려질 게 분명한……!”

“아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앉은뱅이 세 여신은 운명을 점칠 줄만 알지, 물리적인 행사는 절대 할 수 없으니까. 앉은뱅이가 된 것도 그 때문이지.”

앉은뱅이 세 여신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운명을 엿볼 수 있는 만큼, 혹여 그들이 그것을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채울 수도 있으니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체가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힘을 가진 만큼, 그만한 제약을 갖게 된다.

그것이 탑이 가진 시스템.

관리자들이 스테이지를 좌지우지하는 힘을 갖고 있어도, 절대 나설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해당했다.

하지만 그래도 용병들은 불안을 떨칠 수 없는지, 말없이 눈동자만 데구르르 굴렸다.

“참고로. 이번 작전을 거부하는 자는 곧바로 계약 불이행으로 간주, 거기에 대한 패널티는 알아서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연우는 아공간 포켓에서 용병들의 계약서를 몇 장 꺼내 흔들어 보였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아공간 포켓과 함께 바할이 따로 챙겨 준 것들이었다.

그들은 비싼 수임료를 받으면서 계약을 맺은 대신, 레드 드래곤이 내리는 명령은 무조건 따라야만 하도록 맹약을 해 둔 상태.

맹약에 악마의 이름을 공증으로 세워 두기까지 했으니.

만약 불이행으로 간주된다면, 일방적인 계약 파기의 책임을 물어 영혼이 곧바로 악마에게 귀속되도록 되어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은 대개 탑에서도 잔뼈가 굵은 이들이기에 악마에게 귀속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용병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연우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여기까지 온 이상, 어떻게 도망을 치려고 해도 연우의 손길을 벗어날 자신도 없었다.

“그럼 가자.”

결국 용병들은 긴장의 끈을 잔뜩 쥔 채, 연우를 따라 북쪽으로 나 있는 숲길로 걷기 시작했다.

[미래의 신전(스쿨드)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숲길은 아주 넓어서 250여 명이 움직이는 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주는 압박감은 아주 대단했다.

용병들은 신전을 친다는 긴장감을 숨기려 오히려 살기를 잔뜩 드러냈고, 연우는 은연중에 마력을 잔뜩 흘리면서 살기를 더 크게 부각시켰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죽음을 무릅쓰고 전장에 나서는 병사처럼 보였다.

“어? 어어?”

“저, 저게 뭐야?”

“레, 레드 드래곤? 갑자기 레드 드래곤이 여기는 왜……?”

신전으로 향하는 길목을 따라 길게 나 있는 줄이 금세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자기 차례만 어서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그들은 갑작스런 레드 드래곤의 등장에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연우와 2조 전부 레드 드래곤을 가리키는 표식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길을 통과했다.

가로막을 것이라면 가로막아 보라는 듯. 대신에 거기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할 것이라는 듯.

때문에 신자와 방문객들은 부리나케 한쪽으로 비켜 길을 내어 줘야만 했다.

그만큼 레드 드래곤이 주는 의미는 너무 컸다.

최강의 클랜.

여름여왕이 다스리는 탑의 지배자.

그런 곳에 눈에 띄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그러자 다급하게 된 것은 스쿨드 신전의 신관과 사제들이었다. 아래쪽에서의 혼란을 파악하고, 다급하게 고위 신관과 상급 사제들이 뛰어나왔다.

“레, 레드 드래곤에서 이곳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어떤 용무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은 신께서 머무시는 신성한 장소입니다. 일단 위험한 날붙이는 부디 거둬 주십시오.”

딱 보기에도 고위 신관으로 보이는 노인이 쩔쩔 매면서 고개를 숙였다.

풍기는 기운만 따져 본다면 상급 플레이어로 보였지만. 레드 드래곤의 앞이라는 사실과 싸움과 거리가 먼 신의 사제라는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연우의 기세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연우는 고위 신관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뒤쪽으로 언뜻 보이는 신전을 바라봤다.

대리석 기둥을 높이 여러 개 세워 그 위에 둥근 아치 형태의 지붕을 얹은 모양새를 가진 신전.

상서로운 기운이 물씬 풍겨 나고 있었다.

연우가 가진 검은 팔찌와는 전혀 성향이 다른 기운이기도 했다.

우웅- 웅-

연우는 잘게 떨리는 검은 팔찌의 공명을 무시하고, 무심한 눈길로 고위 신관을 바라봤다.

고위 신관은 그와 눈이 마주치 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움찔 떨면서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신의 가호를 받고 있는 그라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게 까발려지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아야만 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저갱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와 그의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눅눅하고, 음침한. 그러면서도 우울해서 그를 집어삼킬 것 같은 어둠이 바로 눈앞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정말 우리가 온 이유를 모르고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연우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고위 신관은 허리를 뻣뻣하게 세웠다.

“무, 무슨 말씀을…….”

“모른다면 무능한 작자를 보낸 거니 우리를 무시한단 뜻이고,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한다면 이것도 우리를 무시한다는 뜻인데, 그렇게 받아들여도 되겠지?”

연우는 스쿨드와 스쿨드의 신전에 이렇다 할 원한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레드 드래곤을 대신해서 온 이상, 싸움은 크게 붙일수록 좋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깽판을 치면 칠수록, 청화도와 도무신에 전달될 이야기도 커지겠지.’

연우는 여태 조절하고 있던 기세를 한 번에 확 풀었다. 그러자 투기는 광풍이 되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콰아아-

연우 등을 말리러 왔던 고위 신관과 사제들은 하나 같이 사색이 되어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방문객들이며 신자들도 광풍에 휩쓸릴까 싶어 부리나케 자리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악다구니를 지르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렸다.

그렇게 모두가 혼비백산하는 사이.

연우는 어느새 비그리드를 꺼내 횡대로 휘두르고 있었다.

검의 축복. 연우가 적으로 지정한 곳은 스쿨드의 신전이었고, 여기에 따라 자연스레 신관과 사제, 방문객들도 전부 적으로 지정되면서 그 숫자만큼 위력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말았다.

그리고 여기에 4대 신수의 힘을 흡수하면서 대폭 불어난 마력까지 잔뜩 실렸으니.

사선으로 그어진 태풍은 이대로 하늘을 찢어발기는 게 아닐까 하는 굉음과 함께 신전의 지붕을 통째로 날려 버렸다.

원래 신전에 설치되어 있던 여러 결계와 방어용 마법이 가동되긴 했지만, 그런 것조차 어떻게 효과를 보이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았다.

쿠쿠쿠-

망가져 버린 신전을 보면서. 신관과 사제, 그리고 도망치던 방문객들은 모두 입을 쩌억 벌린 채 멍하니 서 있어야만 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어떻게 손을 쓸 생각도 못하는 투였다.

그리고 그 사이.

미리 명령에 대기하고 있던 용병들이 폐허 속으로 투입되었다.

그들은 신전의 병사들을 빠르게 제압하면서 안쪽에 위치한 별실까지 장악했다.

연우는 그들이 만든 길을 가로 질렀다.

그쪽으로 가면 안 된다며 고위 신관과 사제들이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13호실의 문 앞에 섰다.

오랫동안 도무신의 아들에게 배정되어 있다는 곳. 문을 활짝 열고 들어서는 순간.

파밧!

기다렸다는 듯이, 안쪽에 있던 일단의 무리들이 기습을 해 왔다. 도무신이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붙여 뒀다는 신도단이었다.

하지만 이미 녀석들의 기척을 읽고 있던 연우는 여유롭게 순보를 밟아 피하는 것과 동시에, 천익기공으로 비그리드에 마력을 잔뜩 밀어 넣었다.

그리고 동시에 칼날을 따라 성화를 피우면서 거칠게 휘둘렀다. 퍼퍼펑. 가벼운 폭발 소리와 함께 푸른 불길로 이뤄진 칼날이 허공을 가로질러 그들의 목을 단번에 날려 버렸다.

그야말로 깔끔하면서도 호쾌한 칼질.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용병들은 눈을 크게 떴다.

그들도 신도단이 어떤 녀석들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녀석들을 앞에 두고도 아무렇지 않게 처치하는 연우의 실력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이미 웬만한 세미 랭커보다도 더 강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4대 신수의 힘을 한꺼번에 집어 삼키고, 용체의 완성을 바로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천익기공과 팔극권도 단련해 출력도 몇 배로 늘어난 상태에서. 더 이상 약하다면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연우는 그런 건 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무시하고, 13호실 안으로 들어갔다. 까맣게 타 버린 시체들을 지나, 안쪽에 다른 방문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을 확 열어젖혔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어떤 향기가 코 끝을 찔러 왔다.

연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마약?’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