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전쟁 준비 (2)
“도무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군. 하하! 카인, 자네 덕분에 참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어.”
바할이 웃으면서 내뱉은 말에 연우의 눈이 살짝 빛났다.
“저쪽에 심어 둔 끄나풀이 있으십니까?”
바할은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조금 차갑게 보였다.
“하나만 가르쳐 줄까?”
“……?”
“레드 드래곤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은 어디에도 없어.”
“……!”
“어디에나 있지. 정말 어디에나.”
바할은 가볍게 웃으면서 마시고 있던 와인 잔을 가볍게 빙글빙글 돌렸다.
너무 기뻐서 그런지, 한 잔 두 잔 들어가다 보니 어느새 콧잔등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마력을 한 바퀴 돌리면 금방 사라질 취기였지만, 바할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한껏 즐기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연우는 그런 바할의 술잔에 다시 술을 채워 줬다. 그리고 그가 건네는 술을 받았다.
“여하튼 이게 전부 자네 덕분이야. 회의장에서도 다들 까무러치더군. 벌써 다음 작전도 시작하고 있어. 그리고.”
바할은 술잔을 탁상에 세게 올렸다. 술이 찰랑이면서 일부 밖으로 쏟아졌다.
“그거면 모든 게 끝날 거야. 지금의 전쟁도. 청화도도.”
바할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화권이라는 별칭에 어울리지 않게 웃음기가 많다고 알려진 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별칭이 무색하지 않게 뜨겁고 단단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나는 입지를 완전히 굳힐 수 있겠지. 허구한 날 배신자라며 혀를 차는 미친놈들의 낯을 일그러뜨리면서. 더불어 자네는 앞으로 탄탄대로를 밟게 될 테고.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유리한 길만 남는 거야. 아주 좋은 길만.”
“…….”
“앞으로도 같이 잘 커 보자고. 나는 앞에서. 자네는 뒤에서. 나는 당기고, 자네는 밀어주고. 어떤가? 참 좋은 그림이지 않나?”
바할은 다시 한 번 기분 좋게 웃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즐거워 죽겠다는 듯. 앞으로도 이런 순간만 가득 남았다는 듯.
그리고.
연우는 그 모습에서 일기장에서 봤던 어떤 모습을 떠올렸다.
처음 팀 아르티야가 만들어지던 날.
동생과 바할, 리언트, 헤노바 등 원년 멤버들이 술잔을 기울이면서 즐겁게 웃고 떠들던 모습.
동생은 그때의 추억을 마지막까지 가슴에 묻어 두고 살았다.
하지만.
바할은 그때의 추억을 이미 모두 버린 것 같았다. 죄책감은커녕, 그냥 잊은 것 같았다.
오로지 출세와 권력만을 탐하고, 남들보다 위에 올라서서 그들을 발아래에 두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옛 동료를 이용해 먹는 것 따윈,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녀석이 자신을 가리켜 동아줄이라며 같이 가자 말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쓰임이 다하면 금방 버려질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연우는 즐겁게 술잔을 기울이는 바할 앞에서 웃을 수가 없었다. 이럴 때만큼은 자신이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어디에도 있다고 했지?’
그래서 연우는 다시 술잔을 기울이는 바할을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르티야에는. 그게 너였단 뜻이겠지. 처음부터.’
* * *
연우는 술자리를 끝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안에는 판트와 에도라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수? 술자리는 어떱디까? 그래도 총사령관이랑 마시는 자리인데 여자도 나오고 즐겁…….”
“오라버니?”
“험험! 아무튼 뭐 건진 건 있수?”
판트는 철없이 떠들다 에도라의 눈총을 받고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좁히면서 물었다.
“짐작했던 그대로야. 도무신은 길길이 날뛸 거고, 청화도에서는 큰 분쟁이 발발한다. 레드 드래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기습을 시작할 거다.”
“흐흐. 이제야 진짜 제대로 날 수 있겠구먼.”
판트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면서 시시덕거렸다.
16층에도 같이 올라가지 못해 애석해하던 차에 이제야, 그것도 아주 크게 날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이번 작전은 외인부대 2조의 공이 컸으니, 선봉도 그들이 맡을 수 있도록 허락이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좋아하는 판트와 다르게 에도라는 조금 걱정 어린 눈빛이었다.
도무신을 잡고자 하는 연우의 의도는 알 것 같았지만, 판이 자꾸 커져서 이제는 걷잡을 수 없게 된 것 같다는 우려가 들었던 것이다.
하긴, 판이 크고 작은 건 상관없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연우의 손을 벗어났을 때. 어떤 재앙으로 닥치게 될지가 우려되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연우가 얼마나 철두철미한지를 잘 알기 때문에, 뒤에서 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을지 알 수가 없어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에도라조차 짐작이 가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연우의 안전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에 대한 우려를 표시해도, 연우는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 할 속내를 드러낸 적은 없었다.
결국 이번에도 마찬가지.
판트와 에도라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다음 작전에 대비해 2조가 머무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미 전 군영에 비상 경계령이 내려져 있는 상태였다.
그사이.
연우는 방에 홀로 남아 가볍게 호흡을 골랐다.
조장 급 이상 인사들에게 따로 배정되는 방에서는 무엇을 해도 외부에 쉽게 노출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마력을 한껏 방출시켜 방어막을 만들어 외부와 일절 차단시켰다.
‘일단 떠나기 전에. 준비부터 해야겠지.’
한빈을 잡아 오는 것으로 이미 판은 깔렸고, 바할은 그 위에다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했다. 눈덩이는 구르고 구르면서 자꾸 커지다 이제 판을 부수려고 한다.
부서진 판 위에서 취하고 싶은 건 취하고, 버리고 싶은 건 버리려면.
그만한 준비를 갖춰야 했다.
그리고 그런 준비의 일환은.
‘전력 증강.’
당장 그가 가지고 있는 전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연우는 아공간 포켓을 꺼냈다. 12층부터 15층까지, 용병들을 시켜서 히든 피스를 챙겨 오게 한 건 바로 지금을 위해서였다.
“나와라.”
츠츠츠.
오른쪽 손목에 감긴 검은 팔찌에다 마력을 불어 넣자, 팔찌가 잘게 떨리면서 잿빛 안개를 조금씩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잿빛 안개는 허공에 잔뜩 뭉치면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허공에 떠다니는 유령의 형태가 된 부가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주…… 인님. 뵙습…… 니다.」
원래 플레이어의 영혼이었기 때문일까.
한계까지 강화되어도 여전히 사고 능력이 짐승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다른 사귀들과 다르게, 부는 이제 어느 정도 대화도 가능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사고 능력이 떨어져서 드문드문 단어를 잇는 게 고작이었지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연우는 여러 사귀들 중에서 부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지금부터 하려는 건, 그래도 어느 정도 사고 체계가 잡혀 있어야 가능한 거니까.’
연우도 일기장에서 보기만 했던 거지, 실제로 해 본 적이 없어서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너에게 물건을 순서대로 건넬 거다. 그럼 그걸 차례대로 흡수해. 마력이 조금이라도 밖으로 새어 나가게 해서는 안 되고.”
「알…… 겠습니다.」
“명심해 둬. 조금이라도 새어 나간다면 모든 실험이 엉망이 되니까.”
「알…… 겠습니다.」
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해 보이겠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연우는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검은 팔찌가 주는 힘을 믿었다.
광기가 잔뜩 어린 절대적인 충성심.
이것이 있는 한, 사귀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가진 한계 이상의 역량을 보였다.
특히 클랜 연합들을 박살 냈을 때에는 연우가 생각지도 못한 힘을 많이 선보이기도 했다.
‘순서는 불의 보옥 배분 2, 얼음 수정 배분 5, 황금꽃 9…….’
연우는 일기장에 적혀 있는 대로 히든 피스들을 순서대로 꺼내 부에게 건넸다.
부는 아무 의심 없이 그것을 받아 흡수하기 시작했다. 망령의 구슬을 삼켰을 때처럼.
화아악!
[부(부두술사의 영혼)가 불의 보옥을 성공적으로 흡수했습니다.]
[화 속성이 1만큼 올랐습니다.]
[화 속성이 3만큼 올랐습니다.]
……
연우는 히든 피스를 건넬 때 배합을 중요시했다. 조금이라도 한 치의 실수가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만 했다.
용병들이 구해다 준 히든 피스의 양이 많다지만, 그래도 상당한 양을 필요로 해서 허투루 쓸 수 없었다.
게다가 부의 강화가 성공하고 난다면 다음에는 다른 사귀들에게도 써야만 했다.
‘이게 성공한다면, 부는 지금보다 한 단계 이상으로 진화를 하게 된다.’
연우는 조금씩 강화되는 부에게서 잠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용마안을 활짝 열어 혹시 실수로라도 새어 나가는 마력이 있을까 경계하면서.
지금 연우가 노리는 건, 부의 진화였다.
베이럭은 자신이 오랜 연구 끝에 만든 영약의 이름을 ‘증강환’이라고 불렀다.
이름처럼 마력을 증강시켜 주는 약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그걸 보고 있던 우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녀석이 만든 증강환이 절대 단순한 영약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갖가지 몬스터들의 피, 신체 조직, 비싼 히든 피스들을 대량으로 소모하면서 만든 증강환은 마력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질’까지 바꾸는 데 특효가 있었다.
보다 순도가 뛰어나게. 보다 효율이 좋게.
원래 상위 층계로 올라가면서 조금씩 마력 계수가 오르고, 여기에 따라 등급도 저절로 조절이 되는 편이었지만.
성격이 급한 베이럭은 그런 시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발전이 없다며 인위적으로 등급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누가 보면 미친 짓이라 할 수 있었지만.
너무 많은 시간과 자본이 소요 되었지만, 우리가 아니면 누가 같이 미친 짓을 하겠냐는 생각에 적극 동참했다.
저런 걸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그런데 녀석은 보란 듯이 만들어 낸 것이다. 진짜 미친놈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남들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아주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팀 아르티야가 큰 활약을 벌일 수 있었던 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동생이 11층에 있을 때 이뤄졌던 고룡 칼라투스와의 만남.
두 번째는 바로 베이럭이 갖가지 실험 끝에 만들어 낸 증강환이었다.
고룡 칼라투스는 아직 용체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유산과 접촉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계승 작업이 곧 끝날 거란 걸 알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증강환은 다르다.
동생은 증강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연금술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베이럭이 만들었으니 ‘대단하다’고 여기기만 했을 뿐.
그래도 혹시 나중에 분실할 우려가 있어서 기본 재료와 배합 비율은 따로 적어 놨었다.
그게 일기장에 고스란히 남은 것이다.
‘하지만 배합 비율을 안다고 해도 쉽게 만들 수 있으면. 베이럭의 전유물이 되지는 않았겠지.’
배합을 할 때에도 어떤 재료는 바짝 얼려야 하고, 또 어떤 재료는 물에 희석을 시켜야 하는 등 자질구레하게 손이 많이 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연우는 당장 그런 것을 일일이 확인해 볼 만한 시간이 없었고, 그러려면 그 전에 연금술 지식부터 획득해야만 했다.
언젠가 연금술 쪽에도 손을 댈 생각이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히 사귀는 그런 걸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사귀는 영체로 이뤄져 있다. 영체는 마력이 잔뜩 응집된 비정상적인 형태에 사념이 깃든 것.
따라서 주는 대로 받아먹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따로 관리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배합만 적절하게 해 줘서 건네주면 알아서 소화를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사귀가 여기서 알아서 한 단계 위로 진화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당장 검은 팔찌의 한계 때문인지 그게 되질 않으니. 이렇게라도 편법을 찾을 수밖에.’
당장 검은 팔찌에 내장된 옵션은 사귀 사역이 전부. 당장 사귀 이상으로 만들 수 없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연우는 그보다 더 높은 등급을 원했고,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것이 바로 증강환이었다.
[부(부두술사의 영혼)가 푸른색 자수정을 성공적으로 흡수했습니다.]
[마기가 3만큼 올랐습니다.]
[수 속성이 2만큼 올랐습니다.]
……
[부(부두술사의 영혼)의 강화가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더 이상의 강화는 영체에 부담을 줄 확률이 큽니다.]
[부(부두술사의 영혼)이 계속된 에너지 흡수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릇이 한계 용량에 부딪쳐 영체가 흐트러지기 시작합니다.]
[부(부두술사의 영혼)이 검은 장미를 흡수했습니다. 능력치에 변화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
「크…… 으으.」
부는 계속된 섭취가 괴로운지 몸을 크게 비틀었다.
아무리 좋은 것도 과다 복용이 심해지면 몸에 무리가 가해지는 법이다. 그런데 히든 피스를 닥치는 대로 우겨 넣었으니, 영체 안에서 마력이 폭주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실제로 녀석의 몸은 크게 비틀렸다. 형태가 흐트러지면서 영체가 터지려는 것을, 연우가 흑기를 덧대어 강제로 봉합시켰다.
그런 상황에서도 부는 절대 의식이 꺼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힘을 다스리고자 했다.
주인인 연우가 내렸던 명령. 어떻게든 버텨라. 그리고 흡수해라.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서 버티고 버텼다.
주인의 명령을 따르는 건 사귀로서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부는 마구 폭주하는 마력을 억눌렀다. 그 과정에서 흐릿했던 정신이 점차 또렷해지고, 영체를 지배하는 감각이 뚜렷해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도 섭취는 계속 이어졌다.
‘성공해라. 어떻게든. 의식을 갖고 있는 너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니까.’
연우는 흑기를 꾸준히 녀석에게 불어 넣었다. 부디 성공하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이 녀석의 진화가 성공한다면, 이어 작업할 다음 타자도 벌써 생각해 두었다.
‘마법사 다음에는 기사여야겠지.’
다행히 연우에게는 부만큼이나 괜찮은 영혼이 있었다.
‘샤논.’
세미 랭커였던 그의 힘을 가져올 수 있다면. 전력 증강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던 중.
쿠쿠쿠-
부가 마지막 히든 피스를 섭취했다.
밖으로 팽창하지 못한 마력 덩어리는 영체 안에서 소용돌이치면서 저들끼리 마구 뒤섞였다.
그러다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쾅-
부의 영체가 크게 들썩였다. 풍선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지만, 터지지 않고 다시 가라앉았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부(부두술사의 영혼)이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완전한 사악한 사념’을 획득했습니다.]
[진화를 시작합니다.]
콰드득. 콰득.
연우가 금강체를 이뤘을 때처럼. 부에게서도 뭔가가 재조립되는 소리가 울렸다.
흐릿했던 영체가 또렷해지고, 점차 물리적 실체를 갖췄다. 조금씩 사람의 형상을 갖추면서 뼈마디가 하나둘씩 드러났다.
사기와 흑기가 자욱하게 퍼지다가 안쪽으로 갈무리되면서 누더기처럼 칙칙한 천이 되었다. 녀석은 천을 로브처럼 두르면서 천천히 연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인을. 뵙습니다.」
사귀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또렷해진 목소리. 확실한 사고 의식이 갖춰졌다는 뜻이었다.
[부(부두술사의 영혼)이 성공적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죽음의 마법사, 리치가 탄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죽음을 사역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방법을 찾아내십시오. 어둠의 힘이 당신과 함께할 것입니다.]
[누구도 쉽게 이루지 못할 업적을 이뤄 냈습니다. 추가 공적치가 제공됩니다.]
[공적치를 5,000만큼 획득했습니다.]
[추가 공적치를 3,000만큼 획득했습니다.]
[이 공적치는 개인의 업적에 따라 획득한 것으로, 11층 시련의 공적치에는 추가되지 않습니다.]
……
[칭호 ‘죽음을 이끄는 자’를 획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