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부화 (5)
「어떻게 네가 여기에? 분명히 죽었을 텐데? 분명히. 분명히 너의 심장에다 칼을 꽂은 건 나였다고!」
리언트는 혼란스러운지 횡설수설하기 바빴다. 금방이라도 자리를 이탈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그림자에 단단히 묶여 옴짝달싹하지를 못했다.
바할은 조금 달랐다.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녀석은 어차피 저항을 해도 구속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대신에 가만히 서서 연우를 빤히 쳐다봤다. 흐릿한 안광으로 뭔가를 짐작한 듯 작게 중얼거렸다.
「너…… 정우를 닮았지만, 아냐. 대체 누……! 큽!」
하지만 바할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림자 촉수가 더 팽팽하게 조여지면서 녀석의 숨통을 옥죄었다.
연우가 녀석들을 보면서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지금부터 질문을 던지는 건 나야. 너희들이 아니고. 너희들은 그저 묻는 질문에 대답만 하면 돼.”
「헛소…… 크악!」
바할은 저항을 하려다 말고 갑자기 괴성을 질러 댔다.
그림자의 결박이 더 단단해지고, 그 위로 푸른 불꽃이 피어오르면서 녀석의 주변을 칭칭 감았다.
푸른 불꽃이 짙어질수록. 성화가 타오를수록. 바할은 더 크게 고통에 몸부림쳤다.
성화는 어둠 계통에 있어 정반대되는 성질을 자랑한다.
당연히 성화가 화려하게 피어날수록, 바할은 영혼이 갈가리 찢겨지는 걸로도 모자라 지옥 불 위를 뒹구는 듯한 엄청난 고통을 맛봐야만 했다.
목이 상할 일이 없기 때문에 사념은 점점 강렬해졌다. 귀곡성도 같이 잔뜩 퍼져 나갔다.
다만, 리언트는 바할과 달리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이미 공포에 영혼이 잠식되어 덜덜 떨고 있기 바빴다.
연우는 바할의 기력이 어느 정도 쇠해졌다 싶을 때 성화를 도로 거뒀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돌에 대해서 전부 말해. 레드 드래곤에 관련된 것도 전부.”
「헉. 헉. 웃기…… 크으윽!」
연우는 바할에게서 저항할 기미가 보이자마자 성화를 도로 붙였다. 이번에는 조금 더 화력을 올렸다. 푸른색이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바할의 영혼을 찢었다.
「아아악! 아아아악!」
아무리 정신력이 강하다고 해도 계속 이어지는 고통은 사람을 피폐해지게 만든다.
더구나 육체는 통각을 임의로 차단할 수 있기라도 하지, 영혼은 그럴 수도 없었다.
상처를 입으면 입는 대로. 피해를 입으면 입는 대로 고통을 고스란히 맛봤다.
익숙해지는 일도, 적응하는 일도 없었다.
그러다 바할의 기력이 바닥이나 색이 옅어질 무렵에는 다시 흑기를 불어 넣었다. 기력을 단단히 보충시키고, 다시 성화를 둘러 고문을 재개했다.
「제발! 제바알! 말할 테니까, 제발! 그만둬어어! 그만두라고오오!」
결국 바할은 참지 못하고 항복 선언을 했다. 영혼이 몇 번씩이나 찢겼다가 재조립되는 끔찍한 과정을 더는 겪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연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성화를 태우고 거두기를 반복하면서 바할을 계속 지옥의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아아악! 아아아악!」
연우는 바할의 귀곡성을 무시하고, 리언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리언트는 연우와 더 이상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단단하게 속박된 그림자 때문에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나, 난……!」
연우는 두려움에 떠는 녀석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이. 천천히.
리언트는 동생의 심장에 칼을 꽂았던 녀석이다. 그리고 동생이 가장 가깝다고 여기기도 했던 친구. 하지만 친애에 대한 보답은 배신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연우는 왜 그랬냐고 묻지 않았다.
왜 그런 선택을 내렸는지. 왜 동생을 배신했는지. 왜 청화도로 넘어갔는지.
어차피 돌아올 대답이야 뻔했으니까. 제 딴에는 그럴듯한 이유나 핑계가 있을지 몰랐지만,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녀석을 쥐어짜 동생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전부였다.
궁금한 게 있다면 딱 한 가지.
“너는 바할보다 아는 게 많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돌에 대한 게 전부였다.
* * *
“그러니까. 네가 만든 게 바로 ‘현자의 돌’이라는 건가?”
「그…… 렇다……! 그러니까…… 제 발…… 죽…… 여 줘!」
연우는 누더기가 되어 버린 리언트를 깔고 앉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만큼 녀석에게서 캐낸 정보는 그럴싸한 게 많았다.
‘현자의 돌이라니. 그런 게 정말 있을 줄이야.’
탑을 오르는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간절히 바란다는 영구적인 마력 기관.
전혀 망가지는 일 없이 순수한 마력을 무한대로 출력시키고,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을 성공시킨다는 마법의 돌.
현자의 돌에 대한 소문은 예부터 아주 많았다.
동생이 남긴 일기장에도 언급이 되어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동생은 현자의 돌에 대해서 딱 잘라 이렇게 말했다.
현자의 돌?
그딴 게 있다면, 이미 올포원이 탑을 모두 통과하고도 남았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동생을 비롯한 하이 랭커들은 줄곧 현자의 돌이 없을 거라고 단언해 왔다.
현자의 돌에 대한 건 소문으로만 무성할 뿐. 아무도 본 적도 소지한 적도 없었다. 그만한 물건이 있다면 언젠가 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탑은 플레이어들에게 끊임없이 시련을 내리고, 극복케 유도한다. 만약에 진짜 현자의 돌이 있다면 진즉에 전부 허망하게 변해졌을 테지.
만약에 있다고 해도 신과 악마들이 살아간다는 98층에서나 기대할 수 있을 뿐. 77층 아래에서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만들 수도 없을 거라고 예측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일말의 확률에 목숨을 거는 자들은 있기 마련이었다.
연금술사, 흑마법사, 강령술사 등 다양한 존재들이 현자의 돌을 만들어 보고자, 현자의 돌이 안 된다면 비슷한 물건이라고 만들어 보고자 뛰어 들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유일하게 리언트가 현자의 돌에 가장 가까운 물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추가 정보를 통해 숨겨진 성능이 일부 공개됩니다.]
[???한 현자의 돌]
분류: ???
등급: ???
설명: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운 중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는 바로 사람의 영혼이다. 이 돌은 에메랄드 타블렛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수많은 영혼들을 가공하면서 탄생했다.
* ???
비활성화 상태입니다. (봉인)
**이 아티팩트는 ‘유니크’입니다. 탑에서도 오로지 단 한 개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주인에게 완전히 귀속됩니다. 타인으로의 거래나 양도가 불가능합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티팩트입니다. 아티팩트를 완성해 주십시오. 그래야만 봉인된 정보와 옵션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현자의 돌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우는 이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꼬를 트는 게 어려울 뿐. 한 번 트기 시작한다면 그 뒤부터는 손쉬워지니까. 방향만 잡을 수 있다면 진척은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었다.
‘필요할 때에는 용의 지식도 일부 빌릴 수 있을 테고.’
연우는 눈을 가느다랗게 좁혔다. 리언트가 영구적인 마력 기관을 획득하기 위해서 이런 끔찍한 실험의 산물을 탄생시켰다는 것은 이제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었다.
“그런데 너는 대체 그런 걸 무슨 재주로 만들기 시작한 거지? 너에게는 이만한 지식이 없을 텐데?”
리언트가 어디서 이런 고급 정보를 얻었는지가 궁금했다.
제 딴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얻은 결과물로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연우가 추측할 때에는 전혀 아니었다.
여러 시행착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물건이라면, 진즉에 레드 드래곤이 만들어 내고도 남았을 테니까.
아니, 레드 드래곤까지 갈 필요도 없이, 여러 연금술사 클랜이나 대마도사 집단들이 완성시켰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리언트는 그럴 만한 깜냥이 되지 못했다.
실력도 배포도 없었고, 재주도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
‘누가 있어. 분명히.’
연우는 리언트를 충동질한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뒤에서 리언트를 움직이게 하고, 녀석의 결과물을 지켜보면서 도중에 가로채려고 했던 자가.
‘물론, 녀석도 나 때문에 말짱 꽝이 되었겠지만. 아마 지금쯤 꽤나 배 아파하고 있겠어.’
그리고 연우는 흑막의 주인공이 자신도 익히 아는 사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건 에메랄드 타…… 블렛을 몰…… 래 훔쳐서……!」
“에메랄드 타블렛? 그게 뭐지?”
연우는 정보 창에도 있던 단어를 듣고 눈을 반짝였다.
「비에…… 라가 갖고 있던…….」
“비에라? 비에라 듄을 말하는 거냐?”
「맞…… 아.」
연우는 헛웃음을 흘리면서 가볍게 혀를 찼다.
“여태 진짜 마녀한테 제대로 놀아나고 있었군.”
별의 마녀, 비에라 듄.
비록 8대 클랜에 들지는 못했지만, 가진 저력만큼은 그에 못지않다는 마녀 집단 ‘발푸르기스의 밤’의 수장.
그리고.
‘팀 아르티야의 초창기 멤버이자, 정우의 연인이기도 했던 자.’
세간에 비에라 듄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어떨 때는 청초한 모습으로 남자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어떨 때는 관능적이었다가,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여 주면서 사람을 희롱하기도 한다. 상황에 맞춰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사람들을 제 입맛대로 현혹한다.
더구나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그녀의 장기는 유혹과 정신 조작. 동생도 뒤늦게 깨달을 정도로 은밀하게 정신 조작을 벌이다 보니, 그녀의 손에 놀아나는 자들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자신들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동생도 나중에 간 뒤에야. 모든 것을 잃은 뒤에야 겨우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고.
그런데 그새 리언트도 당한 모양이었다.
하긴. 권력욕과 쾌락을 추구하는 리언트의 성격 상, 비에라 듄이 유혹을 해 온다면 넘어갈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자신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겠지만.
리언트의 설명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에메랄드 타블렛은 현자의 돌을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안내된 고문서(古文書).
청화도와 발푸르기스의 밤이 손을 잡고 진행했던 69층의 히든 던전 공략에서 비밀리에 습득했고, 비에라 듄에게 흘러 들어가려던 걸 도중에 리언트가 가로챘다고 했다.
그 뒤에는 검무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진행 기간 동안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되어 있는 튜토리얼로 수하들을 보내서 실험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었고.
“그럼 그 에메랄드 타블렛이란 건 어디에 있지?”
「내……가 부쉈…….」
연우는 가볍게 혀를 찼다. 자신이 직접 용마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에메랄드 타블렛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비에라 듄이 따로 훼손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을 텐데.
“그럼 타블렛에 적혀 있던 내용들을 말해.”
리언트는 이게 마지막 질문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럼…… 말해 주면 날 바로 죽여 줄 건가……?」
“넌 이미 죽은 몸이지만. 뭐, 사라지게는 해 주지.”
리언트의 안색이 처음으로 밝아졌다. 그렇게 해서 밝힌 에메랄드 타블렛의 내용은 현자의 돌을 연성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하지만 그만큼 과격한 내용들이 많았고, 의구심이 가는 내용들도 많았다.
이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면 몇 번이고 되물었다. 그러다 말이 안 되는 부분은 리언트가 실험한 것들을 토대로 다시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용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용의 지식, ‘호크마’가 열렸습니다.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서 결과를 산출합니다.]
[현자의 돌과 관련된 내용은 총 8가지입니다.]
[이중 접근이 가능한 2개의 검색 결과를 열람합니다.]
용의 지식 체계는 워낙에 방대하기 때문에 절대 단번에 수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룡 칼라투스는 용의 지식도 등급별로 세세하게 분류해서, 계약자의 역량이 발전하는 것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차이가 있도록 만들었다.
단계에 맞춰서 아주 천천히 습득할 수 있도록.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이 지식을 차례대로 흡수해서 마지막에는 ‘진리’에까지 스스로 닿을 수 있도록.
그래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조건은 외부에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했을 때였다. 용체를 각성하기 전에 용마안을 확장하기 위해 썼던 것과 비슷한 방식인 것이다.
다만, 그때보다는 더 정교하고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마도공학을 기반으로, 연금술을 더했어. 거기다 연단술의 묘리까지? 참 방대하게도 다루고 있군. 전부 파악하는 데에만 한나절이 걸리겠는데.’
그리고 연우는 리언트가 말한 내용들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있었다.
‘가짜야. 1할의 거짓이 교묘하게 섞여 있는.’
누가 손을 썼는지는 몰라도, 참 정교하게 손을 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의구심도 들었다.
에메랄드 타블렛을 제작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비에라 듄은 이것을 조작하면서 뭘 꾸미려고 했던 것일까?
연우는 혹시 리언트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용마안을 열어 둔 채로, 몇 번 더 성화를 부려서 처음부터 다시 자신이 했던 말을 내뱉도록 했다.
진술 중에서 어긋난 부분이 없는지 몇 번씩이나 거듭 확인했다.
그리고 녀석에게서 얻어 낼 만한 정보를 모두 얻어 냈을 때. 리언트는 이미 정신이 피폐하게 망가져 색이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위태롭게 출렁였다.
흑기를 불어 넣으면 다시 살아날 테지만. 더 이상 두고 괴롭힐 생각도 없었다.
부나 카처럼 강제로 권속으로 삼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놈을 둬서 뭐하겠냐는 생각에 부를 불렀다.
“부.”
츠츠츠.
「하명. 하십시오.」
잿빛 안개가 뭉치면서 리치 부가 나타나 고개를 숙였다.
“먹어라.”
「감사. 합니다.」
부는 고개를 숙이면서 입을 활짝 벌렸다. 그러자 리언트가 그림자에 칭칭 묶인 채로 확 다가왔다.
「자, 잠깐……! 날 죽여 준다고 했……!」
리언트는 뒤늦게 부가 뭘 하려는지 알고 비명을 질렀다. 흡수. 영혼을 통째로 흡수해서 갖고 있던 지식과 힘을 송두리째 빼앗으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윤회는 꿈도 꿀 수가 없었다.
하지만 녀석을 편하게 보내 줄 생각 따윈 없던 연우는 그냥 무시로 일관했다.
떨그럭. 떨그럭. 치아와 치아가 부딪치는 소리가 날 때마다 리언트가 내뱉는 귀곡성이 자꾸 커졌다.
그리고 그때마다 부를 둘러싼 잿빛 안개도 점점 짙어졌다. 리언트는 청화도에서 무신까지 되었던 인물. 그만한 격을 통째로 삼키게 되니 크게 발전하는 것이다.
부는 마치 음미를 하듯이 리언트를 꼭꼭 씹어 삼켰다. 단순히 영혼만 먹는 게 아니라, 녀석이 가지고 있는 사념이나 지식, 스킬 따위도 모두 흡수하고자 근원까지 낱낱이 탐닉했다.
연우는 허리가 절반쯤 먹혀 가는 리언트를 보다가, 다시 바할을 돌아봤다.
덜덜덜…….
바할은 영혼이 통째로 갈려 나가는 리언트의 모습을 보며 말없이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성화로 인해 계속 이어지는 고통도 그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저 이 고통 속에서 빨리 해방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내가 뭘 물을지, 알고 있겠지?”
그래서 바할은 연우가 던진 질문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혹시 연우의 생각이 바뀔까 싶어 그 전에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들을 전부 속사포로 내뱉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편하게 소멸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