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앉은뱅이 세 여신 (4)
[과거의 신전(우르드)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연우는 햅번을 따라 가장 좌측에 있는 길을 통과했다.
스쿨드의 신전으로 가는 숲길과 다르게 우르드의 신전으로 가는 길은 살짝 야트막한 경사가 있는 언덕이었다.
신전으로 향하는 신도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미래 예지나 현실 고민을 털어 놓기 쉬운 다른 두 신전과 다르게, 우르드의 신전은 과거를 담당하기 때문에 신도들에게 크게 인기가 없는 편이었다.
더구나 얼마 전에 벌어졌던 스쿨드 신전에서의 사건 이후로, 16층을 찾는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확 줄어들기도 했었다.
덕분에 연우는 편하게 신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리석을 높게 세웠던 스쿨드 신전과 다르게, 우르드의 신전은 지붕이 둥근 아치 모양을 띠고 있었다.
규모도 세 여신 중 맏이인데도 불구하고 아주 조촐하고 소박했다.
“여신께서 초대하신 손님이다. 모두 길을 열어라.”
신전 앞을 서성이고 있던 사제들은 햅번을 발견하고 황급히 고개를 숙이면서 길을 열었다.
햅번의 턱밑에 그림자 낫이 드리운 걸 봤지만, 거기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햅번과 눈이 마주치거나 그 녀를 방해하는 게 불경이라는 듯 눈도 쉽게 마주치지 못했다.
사도는 신의 아바타로 받아들여진다더니. 확실히 사제들이 그녀를 대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이질적이었다.
그렇게 연우는 햅번을 따라 긴 복도를 지나, 어느 커다란 문 앞에 섰다.
4미터쯤 되어 보이는 문은 우르드의 성격을 보여주듯, 단순한 물레 무늬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장식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연우는 문을 본 순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무거웠다.
아니, 이건 깊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넓은 것 같기도 하고, 아주 높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늑한 느낌마저도 풍겼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문 너머에 숨어 있었다.
우웅, 웅-
지이잉-
그리고 그런 연우의 생각에 동의하듯, 검은 팔찌와 비그리드가 살짝 울렸다. 더불어 닫아 놓은 아공간에서 아이기스가 울음을 토해 내는 것도 느껴졌다.
거대한 힘이 숨어 있다.
그건 무왕이나 여름여왕과 마주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느끼시는군요. 확실히.”
햅번은 묘한 눈빛을 띠면서 연우를 바라봤다.
연우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지?”
“간혹 그런 분들이 계십니다. 문으로 닫아 놨지만, 이 너머에 있는 것을 느끼시는 분들이요. 보통 그런 분들은 흔히 감각이 무척 뛰어나거나, 영적인 감각을 타고 나신 분들이 대부분이지요. 아니면.”
햅번의 황금색 눈이 고요하게 빛났다.
“이미 신기를 겪어 본 적이 있거나.”
연우는 햅번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너머에 있는 게 무엇이기에?”
“신, 입니다.”
“뭐?”
신이 여기에 있다고? 그것도 문 너머에?
신은 절대 98층을 벗어날 수가 없다. 앉은뱅이 세 여신만큼은 98층에 연루되기 싫어 항상 의식을 16층에 둔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육체까지 아래에 강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햅번은 저 너머에 신, 그 자체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연우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눈빛을 보냈지만, 햅번은 들어가 보면 알 거라는 듯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여기서부터는 신께서 자리를 잡으신 성역(聖域). 저는 따로 발을 들여도 좋다는 윤허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동행할 수가 없습니다.”
성역은 신의 영역이란 뜻이다.
연우가 용혈 각성을 이룰 때에 일정 범위에 걸쳐 권역을 구성하면 그 속에서 절대적인 힘을 가지게 되듯, 신은 성역이라는 일정한 구획 내에서 자신의 힘을 오롯이 투여할 수가 있었다.
연우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잠시 주춤거렸지만 곧 문 앞에 섰다.
어차피 이곳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햅번의 그림자에 녹은 괴이와 연락이 끊어지는 것도 아닐 테니까.
아니, 오히려 차라리 잘되었다 싶은 마음도 들었다.
신이란 존재가 대체 어떤 건지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우르드와 대면하면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문을 활짝 열었다.
끼익-
어둠이 그의 주변을 감쌌다. 도저히 앞뒤 분간이 가지 않을 만큼 어두웠지만, 연우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깊숙하게 들어갔다.
쿵!
문이 닫히면서 외부와 차단되었다. 그리고 어둠이 더 깊이 들어와 바깥으로 확장되었던 감각 영역까지 잠식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다른 뭔가가 차지했다.
끝을 모를 정도로 넓게 이어진 어둠 속에서. 연우가 보게 된 것은 역시나 끝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커다랬다.
문밖에서 어렴풋하게 느꼈던 것과 비슷한 힘.
그런 힘이 넓고, 높고, 깊게 느껴졌다.
도저히 어디가 한계인지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로. 연우는 자신의 존재가 마치 반딧불처럼 한없이 작고 초라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분명 밖에서 느꼈을 때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만나게 되니, 제대로 인지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게 바로…… 신(神).’
연우는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침음을 흘렸다. 눈앞에 있는 신은 정말로 까마득했다.
올림포스의 보고에서 만났던 헤르메스를 떠올렸다. 그때는 그의 존재감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는데. 이건 정반대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게 맞는 거겠지. 헤르메스는 아직 약했던 연우를 배려해 줬던 것이고, 우르드는 그럴 필요를 못 느꼈을 뿐이었다.
신에게, 인간이란 그저 단순한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해일에 휩쓸린 모래성의 흔적을 찾기 힘들 듯. 태양 앞에 놓인 반딧불의 빛이 보이지 않듯. 그의 존재감은 너무 볼품이 없었다.
상대가 ‘후’하고 입 바람을 불기만 해도 그냥 흩어져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그보다 먼저 그냥 존재감에 먹히는 건 아닐까.
사라진다는 자각도 하지 못한 채, 촛불처럼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위기감이 들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연우는 즉각 마력회로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시켰다. 360개의 코어를 돌리면서 신체 곳곳으로 마력을 불어넣고, 불의 날개를 넓게 퍼뜨려서 신체 주변을 칭칭 감아 보호막을 형성했다.
존재감이 흐려져 사라지지 않게끔, 어떻게든 육체적 감각을 인식하려 하고, 정신을 또렷하게 차렸다.
그리고 마력으로 외부에서의 접근을 어떻게든 차단시키면서 고개를 위로 들었다.
[전투 의지]
연우는 의식을 최대한으로 강화시키면서 한 곳에 집중했다.
신이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연우는 어디를 보든 상관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곳은 성역. 신의 의지가 내려 앉은 곳이며, 신이 자리한 곳 그 자체다. 그렇다면 어딜 보더라도 당연히 시선이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옳은 듯, 조금 단단한 목소리가 연우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제법 근성은 있는 아이로군. 하긴 그러니 막내의 신전에서 그런 깽판을 칠 생각을 했겠지만.』
뭔가 비웃음이 섞인 것 같은 목소리. 아니, 그보다는 냉소적인 어투가 강했다.
그럴수록 연우는 더더욱 바짝 긴장했다. 그리고 몸을 둘러싼 보호막의 화력을 더하면서 검은 팔찌 쪽으로 왼손을 가져갔다.
여차하면 햅번의 그림자에 묻어 둔 그림자를 움직이기 위해서였다.
그런 연우의 의도는 우르드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왜 그렇게 나를 경계하는 건지 모르겠군. 나는 너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고, 정말 그럴 생각도 없다. 그런데 너는 칼을 절대 숨기려 하지 않는구나.』
“당신의 생각을 제가 알 수 없으니까요.”
『고룡의 힘을 이은 계승자 치고는 조심성이 많은 아이야. 도마뱀이란 것들은 원래 오만함을 빼면 시체인데. 어쩌다 정반대인 너 같은 놈에게 그런 힘이 전해졌는지 모르겠어.』
“…….”
고룡의 계승자. 동생을 통해 칼라투스의 힘을 이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과거를 관찰하는 신답게, 우르드는 자신이 여태 지나온 길들을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눈길을 모두 무시하고, 바로 용건으로 들어갔다.
“절 부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16층의 시련은 아주 간단하다. 신전에 상주한 신관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여신으로부터 짤막하게나마 대답을 들으면 된다. 그걸로 끝이다.
난이도는 쉬울지 모르지만, 세 여신에게서 들은 답변은 미래에 플레이어가 수행을 하는 데 있어 큰 지표가 될 수 있었다. 때문에 모두가 심사숙고해서 시련을 이행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중 어느 누구도 직접 여신과 만났다는 사람은 없었다. 동생도 16층에서 베르단디의 신전을 선택했고, 몇 가지 신탁만 듣고 바로 통과했었다.
그러니 연우로서는 우르드가 직접 이렇게 나타난 게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여길 벗어나고 싶은 모양이군.』
연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우르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여전히 시니컬한 목소리 그대로 말을 이었다.
『그냥.』
“그…… 냥?”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 가면 아래 비치는 연우의 두 눈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럴수록 우르드의 웃음소리도 같이 커져 갔다.
『그래. 그냥. 보다시피 내가 있는 이곳은 원래 방문객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 있는 자들도 나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그래서 심심하던 차에 누가 막내의 신전을 뒤집어 놨다기에 관심이 갔다.』
“…….”
『아무리 우리가 앉은뱅이라 하더라도, 신은 신. 플레이어가 감히 신전을 어지럽히는 꼴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우리를 혐오하는 녀석들조차도, 되도록 우리와 척을 지려 하지 않는 편인데. 너는 그걸 보란 듯이 발로 걷어차 버렸지.』
연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서 그냥 한 번 보고 싶었다. 마침 16층의 시련은 끝내지 않았다기에, 언젠가 다시 올라올 거라고 생각해 기다리고 있었지. 그리고 이렇게 만난 거고. 그걸로 끝이다.』
[모든 시련이 종료되었습니다.]
[여신 우르드를 만나는 데 성공했습니다. 누구도 쉽게 이루지 못할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추가 공적치가 제공됩니다.]
[공적치를 5,000만큼 획득했습니다.]
[추가 공적치를 3,000만큼 획득했습니다.]
……
[획득한 공적치는 누계 공적치에 합산됩니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시겠습니까?]
갑작스럽게 등장한 메시지에 눈을 크게 떴다.
연우는 여전히 우르드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이곳에 자리를 잡으며 여태껏 봐 왔던 인간들은 아주 많았다. 그들은 전부 과거에 얽매여 무언가를 잔뜩 후회하고 있었지. 날 찾아오는 자들은 하나같이 그런 자들이다.』
지난 결정에 후회를 하고, 미련을 두는 사람들. 그리고 과거의 망집에서 벗어나지 못해 현재와 미래를 살지 못하는 자들.
『그들이 과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바라는 것은 한 가지였다.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미래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내게 물었지.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찾고 싶어 했어.』
삶이라는 것은 과거들이 겹겹이 쌓여지면서 만들어지는 현재이며, 그런 현재들이 계속 이어질 미래다.
현재와 미래가 삶을 정의한다고 봐도 되었다.
쉽게 말해, 삶은 희망이었다.
『그런데. 너는 다르구나. 아주 달라.』
연우는 우르드가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제야 왜 그녀가 자신을 불렀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는 후회나 미련을 두지 않아. 그러면서도 도리어 더 깊은 과거 속으로 헤엄쳐 돌아가고 있지. 그리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자책하는 걸 반복해. 그리고 그 끝에 ‘너’라는 존재는 없어. 죽은 동생만이 계속 있을 뿐.』
“…….”
『그래서 묻는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동생은 그토록 슬프게 눈을 감았는데, 너는 죄책감에 행복한 현재를 살 수 없으니 끊임없이 고개를 반대로 돌려 스스로를 불운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스스로를 계속 괴롭게 만든다.』
꽉 쥔 주먹에 핏대가 섰다.
『그리고 의심한다. 동생은 믿었던 친구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그래도 될까? 지금 주변에 모인 이 사람들을 믿어도 될까?』
“…….”
『이 사람들은 그들과 다른 것 같지만, 동생도 그들과 평생 함께 할 거라고 생각했다. 배신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그들을 경계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냐?』
연우는 이를 악물었다.
『의심하고 의심해라.』
우르드의 목소리가 자꾸만 커져 갔다. 왱왱, 머릿속을 자꾸 시끄럽게 만들었다.
『불신하고, 또 불신해라.』
연우를 둘러싼 어둠이 일렁였다. 어둠 하나하나가 출렁대면서 하나의 감정으로 변질되어 파도처럼 엄습했다.
과거에 사로잡힌 미치광이의 광기였다.
『너와 가까이 있는 자들은 언제나 돌아설 수 있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자기들 뜻에 맞지 않으면. 언젠가 너의 목을 옥죄어 올 것인즉. 그러니 당하기 전에 쳐라. 저들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움직여라. 씹어 삼키고, 물어뜯어라. 그래야 네가 상처를 덜 입는다. 그래야 네가 다치지를 않는다.』
연우는 있는 힘껏 화력을 더 키웠다. 광기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저기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그냥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묻고 싶겠지. 왜 그래야 하느냐고? 그야 당연하지 않으냐.』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우르드가 내뱉는 광기는. 어딘지 모르게 너무 익숙하다고.
『모른다고 하지 마라. 외면하지도 마라.』
우르드는 그런 연우의 생각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그리고 그의 기억 한 곳을 집어내고 있었다.
아프리카.
『너는 여태껏 그렇게 살아왔지 않으냐. 네가 살아왔던 삶, 전부가 그래 왔다. 탄내와 피비린내가 퍼져 나가던, 그 지옥 같던 전장에서도. 그리고 여기도 그와 다르지 않겠지. 다만, 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억지로 누르고 있을 뿐이지 않느냐.』
어느 날의 일이 눈앞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우르드가 그의 뇌를 헤집어 겨우 잊어 놨던 기억을 강제로 재생시키고 있었다.
떨쳐 버리고 싶었지만, 눈앞에 그려지는 영상은 멈추질 않았다.
그곳에서.
연우는 어느 험준한 산자락을 헤치고 있었다.
허기와 갈증. 오랜 전투로 인한 피로. 옆구리를 관통한 총알. 기절한 새에 사라진 동료들.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만 했고, 적지 한가운데에서 어기적어기적 움직여야만 했다.
자신을 버리고 간 동료들에 대한 분노로.
끝까지 믿었지만, 결국 믿음을 저버린 이들에 대한 원한이 죽어가던 그를 억지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움직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자들을 만났고. 죽이고 또 죽였다.
아마 그때 만들어졌을 것이다. 언제나 연우의 내면에 도사리면서. 이따금 악마처럼 속삭여 대는 괴물은.
『그러니 꺼내라.』
연우는 주마등에서 깨어났다.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악몽에서 겨우 깬 기분이었다.
우르드는 그를 더 깊숙하게 과거의 늪 속에 묶어 두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저 어둠 너머에 있을, 우루드의 모습이 직접 보이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분명 송곳니가 훤히 드러나도록, 환하게 웃고 있을 게 분명했다.
『네 내면 속에 있을, 괴물을.』
지금도 가슴속에 있는.
이 빌어먹을 녀석과 똑같은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