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앉은뱅이 세 여신 (5)
“언제나 자신만만해하던 우르드께서, 이런 모습이라니. 그것 참 보기 힘든 광경이야.”
어둠으로 자욱한 우르드의 성역. 한쪽 구석에서 갑자기 뱀이 한 마리 불쑥 튀어나오더니 똬리를 틀면서 사람으로 변했다.
『헛소리 할 거면 꺼져라, 헤르메스.』
우르드는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헤르메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헤르메스는 자신의 지팡이, 헤럴드로 바닥을 가볍게 두들기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고얀…….』
웃음이 이어질수록 우르드의 짜증은 커져만 갔다.
우르드는 원래 연우를 혼란스럽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녀가 봤을 때, 그만큼 과거가 난잡한 작자도 잘 없었으니까.
수없이 많은 과거와 미련을 가진 자들이 교차하는 탑의 세계라지만, 우르드가 봤을 때 연우는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였다.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었던 사람들은 이곳에서 더 큰 것을 이루려 하고, 살던 세상을 등지길 바라는 사람은 새로운 삶을 바란다. 누군가는 병든 친지에게 줄 약을 바라기도 한다.
어떤 이유가 되었건 간에, 희망을 안고 탑을 오르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살아가는 삶이었다. 현재고, 미래였다.
하지만 연우는 달랐다.
별다른 희망 없이, 오로지 탑을 오르기만 했다. 과거라는 속박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아니, 스스로를 더 깊숙하게 밀어 넣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점을 자극했다. 우르드는 과거를 엿보는 신. 그렇게 과거를 끄집어내어 사람을 시험하는 건 아주 손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여태껏 그러했던 것처럼, 연우도 거기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을 현혹하는 것도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저 밖에 있는 불쌍한 친구처럼 모두가 그대의 손에 놀아나기만 하는 건 아니야.”
헤르메스는 문 쪽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문가에는 우르드의 새로운 말을 기다리는 불쌍한 아이가 있을 것이다.
햅번. 하이 엘프의 여왕이 될 운명이었지만, 결국 종족이 주는 굴레를 벗지 못하고 새로운 굴레에 떨어지고 만 불쌍한 아이.
그때, 어둠을 가르면서 한 여인이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른 다리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발끝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 검은 동공 없이 흰 자위로만 이뤄진 눈. 어둠에 반쯤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관능미가 물씬 풍기는 미녀였다.
우르드는 잔뜩 짜증이 섞인 얼굴로 헤르메스와 마주 섰다.
녀석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코웃음을 치면서 성역을 벗어났던 연우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 같아서 더 짜증 났다.
코웃음. 그랬다. 연우는 감히 불경하게도 신인 자신을 앞에 두고 코웃음을 쳤다. 헛소리 말라는 듯이. 아니, 가소롭다는 듯이.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느냐며 비웃음만 던지고 성역을 훌쩍 떠났다.
분명 그가 어떻게든 외면하고 싶어 했던 과거를 억지로 끄집어 냈다. 동생이 당했던 것처럼 연우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적진 한가운데에서 믿었던 동료들에게 버림을 받았고, 부상당한 몸을 억지로 이끌고 장장 150km나 되는 삼림을 건넜다.
그 과정에서 연우는 모든 감정을 버렸다. 분노도, 원한도, 복수심도 모두 버리고, 감정 없는 인형이 되어 버렸다. ‘카인’이라는 괴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나중에야 오해 아닌 오해가 섞여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지만, 그때는 이미 모든 게 끝난 뒤였다.
연우는 그들을 두 번 다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에 만난다면 죽이겠다는 눈빛까지 보였다.
그리고 잊었다.
그런 과거를 되짚어 줬다. 이번에도 똑같을 것이다. 다르지 않으니 배신당하기 전에 먼저 배신해라. 아무도 믿지 말고, 불신과 의심을 거듭하며 살아라. 동생과 똑같은 길을 걷지 말라고 속삭였다.
우르드는 연우가 절대 자신의 속박을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여태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그랬다. 햅번도 그렇게 만났고, 그 외에 다른 인형들도 그렇게 ‘수집’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연우는 보란 듯이 발로 걷어차고 나갔다. 시련은 끝났으니 더 이상 볼일 없다는 듯 그곳을 나서 곧바로 17층으로 향했다.
우르드는 도저히 연우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대체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누구보다 과거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주제에. 꿈이나 희망도 없어 환수도 함부로 깨우지 못하던 주제에. 어째서 속박을 벗어날 수 있는 걸까.
“운명의 실을 재단하는 그대로서는. 그래. 모르겠지. 그 모든 것들이 단순한 인형극으로만 비칠 테니까. 운명의 실 하나하나에 연결된 자들이 사실은 모두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모르니.”
“웃기지 마라, 헤르메스. 실은 정해져 있다. 시작도, 끝도. 운명은 벗어날 수 없어. 우리가 보는 건 언제나 옳았다.”
헤르메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그대나 내가 보는 길이 다르니, 보이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겠지.”
우르드는 이를 갈았다.
“너희들, 올림포스의 것들은 언제나 그런 식이지. 찬탈자들 주제에.”
“우리는 몇 번씩 극복을 했으니까. 하지만 그대들은 해내지 못했지. 그 차이일 뿐.”
“하! 극복은 무슨. 결국 너희들도 비겁하게 제 아버지의 등에다 칼을 꽂은 것밖에 안 되는 것이면서. 그마저도 두려워 가둬 버렸던 것들이. 뭐? 극복?”
“늘 말하지만, 이런 건 이야기를 계속 길게 나눠 봤자 평행선을 달리기만 할 뿐이야.”
우르드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헤르메스의 말이 맞았다. 서로가 추구하는 영역이 다르니 보이는 것도 다르다.
같은 신이라는 틀에 묶여 있어도, 저들과 자신들은 달랐다. 애초 태생부터가.
“너희들은 저 아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 같던데.”
저 아이. 연우를 말하는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야. 아테나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아레스나 디오니소스는 다르게 말할 것도 없고.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리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관심을 두고 있다는 말이 맞을 거야.”
연우가 용종의 유산을 두고 조금씩 제 입맛대로 고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인체에 절대 어울리지 않을 마력회로라는 기관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 무공을 접목한다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보였을 때부터.
98층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이들이 연우에게 관심을 보였다. 몇몇은 그를 어떻게 하면 사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진지하게 궁리하기도 했다.
만약 사도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50층을 돌파한 랭커라는 것만 만족했다면 진즉에 여러 제안으로 몸살을 앓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악마 녀석들도 마찬가지지.”
“뭐?”
우르드는 뜻밖의 말에 크게 눈을 떴다. 아래층에 깊은 관심을 두는 신들과 다르게 악마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그런데 그들도 연우를 노린다고?
“특히 동부의 아가레스가 아주 침을 질질 흘린다는 말이 있어.”
“…….”
아가레스는 악마를 다스리는 72마왕 중에서도 2위에 해당하는 대악마. 파멸과 광기를 상징하고, 악마 중에서도 탐욕의 끝을 자랑한다.
그런 녀석이 나섰다는 것은…….
우르드는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연우에게서 엿보았던 기억의 한쪽 단편. 16층에 도착하기 직전에 관리자 라플라스를 통해 자신을 조심하라고 전했던 어떤 악마의 메시지.
그 이름 모를 악마가 아가레스였던 것이다.
우르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이 탐내려 했던 먹잇감을 노리는 자들이 이렇게나 많다. 그녀는 자신이 점찍은 것을 빼앗기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했다.
그때.
“그리고 무엇보다.”
갑자기 헤르메스가 웃는 낯을 유지한 채 헤럴드로 바닥을 다시 한 번 내리쳤다.
지이잉-
그러자 헤럴드가 짚어진 자리로 어둠에 깊은 파문이 그려지더니,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주변을 그대로 잠식했다. 우르드의 기운으로 가득하던 성역이 크게 출렁이면서 그대로 와르르 무너졌다.
대신에 그 자리는 잿빛으로 가득한 파편화된 세상이 차지했다.
그리고 우르드 주변으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수십 마리의 보아뱀이 파편 위로 대가리를 치켜 들면서 이쪽을 내려다봤다.
취익. 취익. 혓바닥이 날카롭게 번들거렸다.
“……!”
우르드는 수십 쌍에 달하는 뱀의 눈을 앞에 두고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보아뱀은 한 입에 용은 물론 신까지도 삼킨다는 마물이다. 그런 보아뱀은 헤르메스의 화신이자 권속으로서 절대적인 그의 힘을 상징했다.
“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원래 저 친구를 먼저 점찍은 건 나였거든. 가뜩이나 다른 친구들도 자꾸 내 걸 탐내하는 것 같아서 조금 짜증이 나던 마당인데. 이렇게 새치기를 하면 안 되지 않겠어?”
우르드는 주먹을 꽉 쥐었다. 헤르메스는 신들 중에서 유일하게 저승과 이승을 멋대로 돌아다니는 존재다.
때에 따라서는 하위 층계에 직접 현신(現身)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힘은 깎이겠지만.
그런 골치 아픈 녀석에게 낙인이 찍힌다면. 그때는 모든 게 끝이다. 당장 보아뱀들이 움직여 그녀를 먹어 치워도 할 말이 없었다.
결국 우르드는 한 발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굴욕을 겪더라도 힘은 헤르메스에게 있었으니까.
“다행이군. 그나마 말귀를 알아 듣는 것 같아서.”
헤르메스는 빙긋 미소를 짓고, 다시 뱀으로 변해 땅 밑으로 사라졌다. 보아뱀들은 경고하듯이 우르드를 한 번 쏘아본 뒤에야 한 박자 늦게 사라졌다.
성역은 다시 우르드를 상징하는 검은색으로 덧칠되었다. 하지만 한 번 상한 그녀의 자존심은 쉽게 돌아오질 않았다.
“햅번.”
“예. 주인이시여.”
그때, 우르드의 명령에 따라, 어둠이 깔리면서 햅번이 나타나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연우가 떠났기 때문인지, 그녀의 턱밑에는 더 이상 그림자 낫이 남아 있지 않았다.
“삼켜라, 그 아이를. 어떻게든.”
이쪽이 가질 수 없다면 부순다. 그건 우르드가 오랫동안 가져왔던 고집이었다.
게다가 우르드는 연우를 먼저 점찍었다고 말했던 헤르메스의 말에서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알고 있는 헤르메스는 바람 같은 신이었다. 자유분방하고,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다. 때문에 힘은 추구해도 재물욕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런데도 헤르메스가 저렇게까지 날을 세운다는 것은 뭔가 꺼림칙했다.
헤르메스가 보였던 눈빛은 분명 탐욕이 아니었다.
‘뭔가를 지키고자 할 때 보이는 눈빛.’
외부로부터 숨기고자 할 때. 소중한 뭔가를 도난당하지 않기 위해 꽁꽁 숨겨 둘 때에 보이는 눈빛이었다.
‘뭔가가 있어. 뭔가가.’
우르드는 헤르메스가 연우를 그렇게 감싸고도는 데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아테나와 디오니소스도 연우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대목이 뭔가 내키지 않았다.
녀석들은 찬탈자들이 눌러앉은 올림포스에서 유일하게 죄를 짓지 않은 2세들이다.
신들의 과거마저 점칠 수 있는 우르드였기 때문에. 뭔가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 수가 있었던 것이다.
헤르메스는 절대 말을 길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명령을 받은 햅번은 고개를 더 깊게 숙였다. 우르드가 깊은 생각에 잠긴 사이, 나타났을 때처럼 다시 공간의 문을 열고 조용히 밖으로 나섰다.
그 순간.
우르드는 갑자기 머릿속을 찌릿하게 울리는 느낌에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멈추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스걱-
이미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햅번의 머리통이 목에서 분리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길게 쭉 늘어났던 그림자가 햅번의 영혼을 안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연우와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괴이는 사실 햅번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만약 우르드가 햅번을 시켜 그에게 어떤 해를 끼치려 하면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얼마나 잘 숨어 있었던지, 우르드는 괴이를 읽어 내지도 못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헤르메스가 남긴 힘의 여운 때문에 감각이 무뎌져 미처 읽을 새가 없었다. 방심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방심의 결과는. 너무 끔찍하게 돌아왔다.
“꺄아악!”
우르드는 사라진 괴이를 쫓을 수가 없었다. 끔찍한 고통이 그녀의 신령을 뒤흔들었다.
사도는 신과 연결된 단말이자, 영육(靈肉)이다. 그것이 강제로 뜯겼으니 사지가 떨어져 나간 것처럼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물며 햅번은 우르드가 오랜 고생 끝에 겨우 손에 넣은 소중한 하이 엘프. 지고종이 지닌 가치는 그만큼 컸다. 당연히 돌아오는 반발도 클 수밖에 없었다.
신력(神力)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우르드는 혼자만 갇혀 있는 세계에서 어떻게든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파르르. 어둠이 크게 요동쳤다.
그리고 그날, 16층은 갑작스러운 신탁의 중단으로 들썩거려야만 했다.
* * *
[이곳은 17층, ‘하얀 바람과 푸른 물결’의 관입니다.]
연우는 푸른 포탈을 타고 새로운 층계로 넘어갔다.
본격적인 층계 공략이 시작된 것이지만, 머릿속은 공략에 대한 것보다는 우르드에 대한 짜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검은 팔찌로 귀속된 괴이와 햅번의 망령을 본 순간, 짜증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지고종의 영혼은 하이 랭커의 영혼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훨씬 구하기가 어려웠으니까. 하물며 신의 힘을 지닌 사도라면 더더욱.
아마 모르긴 몰라도 컬렉션에 수납된 햅번의 영혼에는 우르드에게서 강제로 뜯겨 나온 신력이 가득할 것이다.
연우는 벌써부터 그 신력을 어디다 쓸지 고민이 들었다.
‘물론, 이제부터는 앉은뱅이 세 여신과는 완전히 척을 진 것이지만. 당분간은 조금 귀찮긴 하겠어.’
아마 세 신전에서는 어떻게든 우르드의 신력을 되찾기 위해 추격대를 편성할 게 분명했다. 어쩌면 용병 집단이나, 살수 집단을 고용할지도 몰랐다.
조금 귀찮을 것 같았지만, 잘되었는지도 모른다.
당장 레드 드래곤과 청화도에서 구했던 망령들은 죄다 괴이 집단과 샤논 등을 강화시키느라 써 버린 상태였으니까. 쉽게 보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사실 연우는 우르드가 왜 자신을 자극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막냇동생에 대한 복수도 할 겸, 장난감처럼 갖고 놀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연우는 불쾌했고, 문을 걷어차면서 나왔다. 녀석이 어떻게 나설 거란 생각에 괴이를 거두지 않고 그림자에다 숨겨 두기도 했다.
또한.
성역에서 우르드가 지적한 건, 그도 자각하고 있는 사실들이었다.
과거의 경험, 동생의 일. 전부 연우로서는 사람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는 일들이었다.
실제로 그는 아프리카에 머물던 중에도 누구 하나 쉽게 믿지 않았다. 탑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모두를 의심하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변한 생각도 있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동생이 일기장의 제일 끄트머리에 남겼던 마지막 두 줄의 글귀가 낙인처럼 깊게 남아 있었다.
형은 나에게 영웅이었어. 부디 내가 다쳤다고 해서 그 모습까지 잃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이 말이 있는 한, 그가 바뀔 일은 절대 없었다.
동생에게 부끄러운 형이 될 수는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