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150화 (150/862)

25화. 고행의 산 (4)

인간의 정신은 크게 두 가지로 분리할 수 있다.

사고 활동이 벌어지는 표층 의식과 여러 재능이 숨어 있는 잠재의식.

잠재의식은 흔히 무의식이라고도 표현되며, 영혼의 본질에 닿을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바다로 치면, 바다 밑바닥에 닿기 위한 심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언젠가 이런 무의식을 완전하게 다루고자 한다. 그래야만 오롯이 영력을 손에 넣어 육체라는 감옥에서 탈피하고, 영적인 성장을 이루어 ‘격’을 완성할 수 있을 테니까.

흔히 말하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이나, 니르바나(Nirvana), 악마화(Diable) 등의 ‘초월’을 이루는 것이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그걸 지금 말이라고……!」

샤논은 당장에라도 쥐고 있는 칼로 연우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치고 싶었다.

그놈의 제약 때문에 그럴 수가 없는 게 억울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난 영압을 느끼는 것만 할 수 있을 뿐, 영력은 아직 다루지 못해.’

「……그것까지 벌써 다뤘으면 주인이 짱 먹었겠지. 이미 저어어어기이 77층으로 뛰어가지 않았을까?」

샤논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한령이 곧바로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영력은 하이 랭커들도 쉽게 다룰 수 없는 힘입니다. 검무신이나 여름여왕도 일부만 다룰 수 있을 뿐이고요. 영력을 자유롭게 다룬다는 것은 완전체(完全體), 즉, 영혼을 완성하고 육체를 탈피한 진정한 초월자가 되었단 뜻이니 말입니다.」

격을 완성한 경지.

「그리고 그런 자를 두고, 흔히…….」

‘신, 혹은 악마라고 부르지.’

연우의 말에 한령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진중한 목소리가 퍼져 나갔다.

「주인께서 영력을 다루는 건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아직 영혼이 그만큼 여물지도 않았을 뿐더러, 자칫 잘못 다루게 되면 영혼이 그만큼 쇠락해지고 말 테니까요.」

마나 스트림으로부터 언제든 보충이 가능한 마력과 다르게, 영력은 영혼에서 나오는 힘이기 때문에 보충할 수가 없다.

그러니 영력을 개방하는 것은 흔히 영혼이 크게 성장해서 무한한 영압을 지녔을 때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영압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들은 쉽게 닿을 수 없다는 영역에 첫 단추를 셈이니, 그 이후는 보다 쉬워질 겁니다. 육감을 단련하는 건, 두말할 것도 없겠지요.」

샤논이 팔짱을 끼면서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일단은 영압을 감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육감을 외부로 팽창시키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 봐.」

연우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훈련 방식이었으니까.

‘팽창? 육감을?’

「육감도 결국에는 감각의 일종이니까. 무의식에만 머물게 아니라, 의식으로 나아가서 외부로까지 닿아야지. 그럼 저절로 영력이 외부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진다고 보면 돼.」

‘채널을 만드는 거라고 보면 되겠군.’

「비슷해.」

언젠가 영력을 외부로 방출할 시기가 올 테니. 그 전에 만들어져야 할 게 영력이 방출될 길이고, 그 길이 바로 육감이란 뜻이었다.

연우는 샤논, 한령과 대화를 나누는 내내 살짝 기분이 고양되었다.

영압과 영력. 영혼을 다룬다는 것은, 초월자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수행을 시작한다는 뜻.

격이 높은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 ‘진짜’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영역에 다다랐다는 뜻이기도 했다.

연우는 여태껏 자신이 밟아 왔던 길들을 떠올렸다.

개인적인 노력도 따랐다지만, 대부분 기연의 연속이었던 것들. 크게 보면 동생이 닦아 준 길을 걸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랐다.

여전히 동생이 일기장에 남긴 히든 피스의 위치는 꽤 있다지만, 그래도 이제는 오로지 연우가 자기 힘으로만 쌓아야 하는 길이었다.

이후부터는 연우가 어떻게 계획을 하고, 어떻게 길을 밟느냐에 따라서 성장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테니까.

그리고 연우는 스스로 첫 단추는 잘 됐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지.’

연우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육포를 입에 넣어 씹었다.

* * *

「맛은 어때?」

‘고무 씹는 맛이야.’

「으핫핫. 이해해. 나도 네 번째 산을 건널 때에는 정말이지 짜증이 단단히 났었으니까.」

샤논은 네 번째 산을 오르는 연우의 뒤를 조용히 따르면서 기분 좋게 웃었다.

네 번째로 차단된 감각은 미각. 움직이는 데는 별 불편함이 없었지만, 생활하는 데 큰 불편함이 따랐다.

맛을 느낄 수가 없다 보니 뭔가를 입에 넣는 것만 해도 충분한 고역이었다.

육포는 고무를 질겅질겅 씹는 것처럼 질기고 떫은맛이 났고, 물을 마실 때에는 시궁창 물을 마시는 것처럼 헛구역질이 났다.

미각을 완전히 차단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맛이 느껴지도록 조작되어 있는 것이다.

연우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이래서는 아예 그나마 남은 식도락도 포기하란 뜻이었으니 조금 짜증이 났다. 아무래도 20층의 시련은 고행이라는 테마에서 절대 벗어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끼니는 때워야 하니 남은 육포를 입 안에 밀어 넣으면서, 연우는 어제부터 연습하던 것을 계속 시도했다.

육감 방출.

존재감을 조금씩 넓혀 나가면서, 파장을 느끼며 주변에 있는 것들을 탐색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건 마력을 방출해서 주변 일대를 샅샅이 뒤지던 것과는 또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파장과 파장의 사이사이를 넘나들면서 물체를 조금씩 확인해 가는 과정은 마치 세상의 이면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게다가 샤논과 한령이 주는 조언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니 제법 할 만하다고 느꼈다.

[영력을 다루는 법을 일부 터득했습니다.]

[영압을 더 자세하게 감지할 수 있게 됩니다. 육감을 방출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영혼의 격이 성장합니다.]

……

그러다 보니 드디어 다섯 번째 산에 이르렀을 때에는, 마력 방출에 조금 못 미치는 범위까지 육감의 영역을 넓힐 수가 있었다.

조심스러웠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졌다. 발걸음도 주저하는 기색이 없었다.

남들이 본다면 눈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제로 연우는 촉각까지 닫히면서 사실상 모든 감각이 닫힌 셈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저절로 느껴졌다. 세상의 이면에 있는 것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

마치 제3의 눈이라도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연우는 갈팡질팡하던 중에 한 번 방향을 잡기 시작하자 빠른 성장을 이룰 수가 있었다.

[‘감각 강화’의 스킬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82, 83%…… 96, 97%…… 100%.]

[축하합니다! ‘감각 강화’의 스킬 숙련도를 Max치까지 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킬과 관련된 모든 능력치가 향상됩니다.]

[힘이 10만큼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2만큼 상승했습니다.]

……

[스킬과 관련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상위 스킬을 오픈합니다.]

[스킬 ‘육감(Six Sense)’이 생성되었습니다.]

[‘육감’의 스킬 숙련도가 대폭 상승하여 빠른 Max치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플레이어의 능력치를 산정하여 새로운 스킬을 탐색합니다.]

……

[상위 스킬 ‘영감(Inspiration)’을 오픈합니다.]

[‘영감’의 스킬 숙련도가 대폭 상승하여…….]

……

감각 강화 스킬이 마스터리되고 난 뒤, 그 뒤로 여러 상위 스킬들이 생성되었다가 다시 마스터리 되어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탑의 시스템이 연우의 성취에 걸맞은 스킬을 찾기 위해서 계속 탐색을 진행하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강제로 봉인시킨 상태라지만, 용의 감각도 더해지면서 스킬은 변화를 계속 이어 나갔다.

그리고.

[스킬 ‘초감각(超感覺)’이 생성되었습니다.]

드디어 메시지는 한 곳에 다다랐다.

[초감각]

넘버링 95

숙련도: 0.0%

설명: 오감과 육감을 하나로 합쳐, 기존에 감지할 수 있었던 감각의 영역을 월등히 뛰어넘는 인지를 가능케 한다.

* 직관(直觀)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탐색 범위도 점차 넓어지며, 투여된 범위 안에 있는 사물의 본질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미래 예지에 가까운 예감도 발휘하며, 이데아(Idea)를 일부 엿볼 수도 있다.

* 자동방어기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감지할 수 있는 속도가 빨라진다. 또한, HP가 10%아래로 내려가는 위기 상황 발생 시, 하루에 단 한 번 잠력을 폭발시켜 모든 능력치가 최대 200%까지 상승할 수 있다.

‘초감각이라고?’

연우는 새롭게 생성된 스킬을 보고 크게 놀랐다.

기존에 주어진 스킬을 단련해 마스터리를 이루고, 상위 스킬들을 계속 개척해 나가다가 자신만의 시그니처 스킬을 완성하는 것이 흔히 랭커들이 밟으려는 길이긴 했다.

하지만 상위 스킬을 개척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얻는다고 해도 이것을 관리하는 건 훨씬 더 어려웠다.

당연한 말이지만, 상위 스킬은 하위 스킬에 비해서 숙련도를 높이는 게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단계’가 있기 때문에 끽해야 몇 단계 위의 스킬을 내놓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시스템은 연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결과물을 던져 주었다.

초감각.

감각 계통 스킬에 있어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대단하다는 넘버링 스킬이 떡하니 만들어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초감각의 스킬 숙련도가 상승하는 중입니다. 2, 3%…….]

그리고 그마저도 빠른 속도로 숙련도가 오르는 중이었다.

사실 이건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감각 강화로 단련된 뛰어난 오감. 마력회로를 이용했던 세밀한 감지력. 산자락을 덮을 만큼 넓은 범위. 영압을 이용한 육감. 그리고 용의 감각까지.

이 모든 것들이 깔끔하게 융합 되었다.

당연히 뛰어난 스킬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연우는 육감의 영역이 더 세밀해지면서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나’가 계속 확장되고 있는 듯한 느낌.

그건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연우는 수없이 어그러지는 갖가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신이 흐려지는 게 아닐까 싶을까 싶을 정도로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용체를 각성하면서 의식이 확장 되었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는 그릇을 강제로 넓히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그 속에 내용물을 꾹꾹 눌러 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더불어, 연우는 그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어떤 ‘흐름’을 볼 수가 있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느껴졌다.

그게 무엇인지는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마나 스트림(Mana Stream).

대자연의 이면 속에서, 대기를 따라 도도하게 흐른다는 마나의 거대한 물줄기를 확연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잔 가지처럼 무수히 많이 파생되는 여러 지류들까지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연우에게 새로운 신비로 다가왔다. 제3의 눈이 확 크게 트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연우는 초감각을 통해 주변 환경이 너무 선명하게 감지되자, 혹시 자신의 다른 감각들이 전부 열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 상태를 파악했지만, 여전히 오감은 닫혀 있었다.

연우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초감각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것들을 감지할 수 있는데. 만약 이곳에서의 시련을 끝낸 뒤에 모든 감각이 열린다면?

그때는 또 얼마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지 도무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주인.」

그리고 그것을 멍하니 지켜보던 샤논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연우는 몸을 타고 흐르던 환희를 누르고, 샤논이 있는 곳으로 의식을 돌렸다.

‘왜?’

「난 판트란 놈이 왜 주인을 보면서 매번 그렇게 탄식을 터뜨렸는지 알 것 같아.」

‘음?’

「재수 없어.」

‘…….’

「와! 이게 말이 돼? 남들은 평생 노오오려어억 해도 얻을 수 있을까 말까 하는 걸 누구는! 어? 이렇게! 어?」

샤논은 주먹으로 가슴팍을 두들기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억울해 죽겠다는 투였다.

하긴 오랫동안 50층으로 올라가 보려고 그렇게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던 그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하지만 그러다 샤논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샤논은 연우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가 얼마나 스스로를 혹독하게 몰아붙이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생전에 수련이랍시고 했던 것들이, 당시에는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사실 연우와 비교하면 전부 어린애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연우는 모든 감각과 능력을 봉인시키면서 산을 오르는 미친 짓을 저질렀다.

발을 조금만 삐끗해도 절벽 아래로 추락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한 상황을 몇 번이나 돌파하면서, 한계를 극복하면 더 큰 시련을 스스로에게 씌워 새롭게도 전했다.

어찌 보면 자기 학대에 가깝게 보이기도 했다. 이런 사람을 두고 말도 안 되는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

아니, 오히려 연우의 자질은 범재에 가까웠다. 다만, 그것을 승부욕과 오기, 그리고 명석한 판단력으로 극복할 뿐이었다.

그렇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성취를 이뤄, 연우도 내심 흡족할 때쯤.

『……음?』

『누구의 기질(氣質)이지? 이런 걸 가진 자가 있었나?』

『그러게? 이런 게 있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야! 너 누구야?』

『여기 와서 새롭게 깨달음을 얻은 모양인데. 오, 막내. 드디어 네가 그렇게 원하던 신입이다. 신입 받아라.』

『야야야야! 너 누구야아?』

갑자기 머릿속으로 갖가지 목소리가 불쑥 들어와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검무신이 펼치던 것과 똑같은 어기전성이었다.

연우는 단번에 목소리의 주인들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사두(Sadhu)!’

갖가지 고역을 겪게 하는 20층 중에서도, 당연한 말이지만 다섯 번째 산이 가장 고통스러운 곳이었다.

모든 감각을 억지로 걸어 잠가 자아를 어둠 속에 유폐시키고, 지독한 고독을 극복케 하면서 어떻게든 산을 넘도록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능력이 뛰어난 랭커들에게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더 어려웠다. 이룬 게 많으면 많을수록, 경지가 높으면 높을수록, 다섯 번째 산에서 받는 압박감은 그보다 더 클 수밖에 없었으니까.

벽에 부딪쳐 더 성장하지 못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다시 20층을 찾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거였다.

다만, 그런 사람들은 정말 방법이 보이질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 것일 뿐. 20층이 좋아서 재방문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악에 받칠 정도로, 20층은 저주스러운 장소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별의별 변태들이 가득한 법이다.

그런 고독과 고통, 압박 따위를 즐기는 놈들이 있었다. 고행을 이어 나가면 이어 나갈수록 남들은 알지 못하는 쾌락을 얻고, 새로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나?

미친놈들이었다.

다만, 그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르곤 했다. 고행 속을 걷는 수련자, 행자(行者)란 뜻의 ‘사두’라고.

쉽게 말해 사두는 다섯 번째 산에 틀어박혀 개인 수련에만 집중하는 은거인들이었다.

그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던지, 산자락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누군가는 절벽 한가운데에 있는 동굴에. 누군가는 산등성이 아래 쪽의 깊은 숲 속에. 또 누군가는 강물 속에 있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초감각이 만들어지고, 인지 영역이 빠른 속도로 팽창해 산자락을 뒤덮으면서 그들을 감지하고 말았다.

당연히 그들도 오랜 수행으로 육감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 자신들을 물색하는 어떤 ‘느낌’을 감지했다.

그렇게 해서 쩌렁쩌렁하게 울린 어기전성이 모두 다섯.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기질을 읽은 순간.

‘강하다.’

연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하나하나가 대단한 실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특히 두 사람은 바할이나 도무신이 와도 과연 상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뛰어난 강자였다. 하이 랭커인 것 같은데, 대체 누굴까.

그리고.

쐐애액-

연우는 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뭔가를 포착할 수 있었다.

마치 나는 새처럼, 순보를 밟은 연우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로 눈 깜짝할 새에 이동해 인근에 있던 나무 위에 착지했다.

탁!

자신들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감각을 지닌 실력자가 누군지 궁금했던지.

그들의 말마따나 신입이 누군지 확인하고 싶었던 플레이어는 연우를 확인한 순간 자기도 모르게 크게 놀랐다.

『어? 너는?』

연우는 왜 그러나 싶어 아직 제어가 익숙지 않은 초감각을 이리저리 움직여 상대를 훑다가, 마찬가지로 깜짝 놀랐다.

아주 익숙한 기질이었으니까.

튜토리얼에서 인연을 맺었지만, 리타이어를 하면서 그 뒤로 연락이 닿질 않았던 사람.

‘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