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155화 (155/862)

5화. 오행산 (5)

「호오! 드디어.」

「붉은색이라. 역시 화 속성이 맞는 모양입니다.」

연우는 크라슈나의 단검 위로 올라온 오러 블레이드를 보다가, 힐끗 샤논과 한령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오러의 색에도 어떤 차이가 있나?’

샤논이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크게 없어. 무슨 색을 띤다고 해서 위력 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오러는 숙련도의 차이라.」

‘그런데?’

「다만, 시전자의 무의식을 살짝 엿볼 수는 있지.」

‘이를테면?’

「주인이 가진 붉은색 오러. 그건 아마 주인이 성화를 품으면서 전체적인 육체의 속성이 화 속성으로 넘어가서 생긴 결과가 아닐까 싶어.」

‘음.’

「근데 이렇게 보니까 꼭 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 아닌가. 핏빛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 같은데?」

연우는 샤논의 말에서 어쩌면 두 가지가 전부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붉은색은 지구에서도, 탑에서도, 가장 많이 봤던 색깔이었으니까.

폭발. 불길. 핏자국. 어딜 가더라도 진동하는 탄내까지. 연우는 어쩌면 이 색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우는 초감각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주시했다. 모든 것을 가를 수 있다는 힘. 외뿔부족에서는 이걸 두고 ‘검기’라고 불렀었다.

「자, 그럼 계속 이어서 하자고. 오러를 만든 건 축하하지만, 이제 첫 발을 뗐을 뿐이니까.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지면 다시 깨질걸? 완전히 익숙하게 다룰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연습해야지.」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이번에는 방식을 조금 바꾸자.」

‘어떻게?’

「뭐긴 뭐겠어? 이제는 실전이 가장 중요한데.」

샤논이 한령에게 눈짓을 줬다. 둘은 이미 나눈 이야기가 있는 듯, 아공간에서 자신들의 무기를 꺼냈다. 샤논은 소드 브레이커를, 한령은 적당한 길이의 시미터 한 자루를.

샤논은 얼굴도 없는 주제에 히죽 웃었다.

「대련이지.」

* * *

채채챙!

달인 급의 실력에 올랐다지만, 여전히 연우는 여러모로 갈 길이 멀었다.

평범한 플레이어들의 눈에는 충분히 고수의 위치에 올랐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고수들의 눈에 차기까지는 아직 많은 것이 부족했다.

연우가 가진 힘과 검술은 전혀 별개의 영역이었다. 검술은 기예의 한 분야. 그것을 통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각고의 노력을 필 요로 했다.

하지만 연우에게는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게 아니었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다루고자 했다.

그렇게 수련 장소로 선택한 곳은 여전히 20층이었다. 또한, 부족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사고 가속으로 몇 년 단위가 될 시간을 홀로 체감했다.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 미쳤어도 벌써 몇 번이나 미쳤을지 모르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연우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

대련.

오로지 검술만으로 샤논, 한령과 대련을 펼쳤다. 아직까지 형태로만 익힌 비기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오러를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서였다.

샤논은 말했다.

이제야 겨우 기초적인 자격이 갖춰졌다고.

연우도 아직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초감각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한편, 시차 괴리로 빠르게 판단을 이어 가면서 투로를 예측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자신의 검을 깊게 찔러 넣었다.

까가강!

쇠와 쇠가 세게 부딪치면서 불똥이 튀었다.

「크! 역시 재미있어! 이 맛이지!」

샤논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탁.

뒤에 앉아 있던 한령이 지루하니 빨리 끝내라는 듯, 시미터로 애꿎은 땅바닥을 연거푸 두들겨 댔다.

* * *

『으음. 역시 이것도 아닌데.』

빅토리아는 속이 많이 답답한 듯 머리를 손으로 쓸어 올렸다. 아무 감각도 느껴지질 않으니 씻을 필요를 못 느껴 손끝이 조금 찝찝했지만, 당장 그녀는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술식 구조가 또 어딘가가 어긋났다.

분명히 몇 번씩이나 재검토를 거듭하면서 계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었는데. 자신만만했던 것과 다르게 마법은 이번에도 불발이었다.

대체 이게 몇 번인 건지. 아니, 몇 년인 건지 모르겠다.

다른 생각을 하기 싫어 고행의 산으로 들어왔고, 빠른 성취를 이루면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할 수 있었다지만.

여전히 그녀의 비원은 멀기만 할 뿐, 도통 가까워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계산은 틀리지 않았어. 그건 확실해.』

빅토리아는 방대한 술식 구조 속에서 착오가 생긴 곳을 중심으로 다시 한참 동안 역산을 해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이상 무.

그렇다면, 이유는 딱 하나만 남은 셈이다.

『경우의 수.』

하아. 지랄 맞네 진짜. 빅토리아는 간만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룬 마법은 항상 이런 점이 문제였다.

별다른 영창 없이 즉석에서 사용할 수 있고, 순수한 힘을 다루기 때문에 위력도 강하다. 그녀처럼 워 메이지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학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룬 마법은 큰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문자. 아주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어 큰 효력을 발휘하지만, 조금이라도 복잡한 구성이 되어 버리면 곧바로 불발이 된다는 점이었다.

가령, ‘얼어라’는 단순한 명령은 가능하다. 하지만 ‘얼어서 깨져라’라는 명령은 불가능하다. 두 개의 명령이 이어지다 보니, 두 문자가 서로 충돌을 벌이기 때문이었다.

빅토리아는 이런 단점을 아티팩트로 보완해 왔다. 세공술로 룬 문자를 특수 제작한 팔찌 안쪽에 새겨 놓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지우면서 발동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건 횟수에 제한이 있을 뿐더러, 룬 문자를 새길 때마다 상당한 양의 보석을 필요로 했다. 마법을 발동시키는 팔찌의 수명도 길어야 고작 일주일이기 때문에 아주 비효율적이었다.

그래서 빅토리아는 아티팩트를 영구화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티팩트의 내구도를 복구시키고, 소모된 룬을 그때그때 회복시킬 수 있는 룬의 조합식을 마련하고자 했던 것이다. 빅토리아는 그것을 ‘만능 조합식’이라고 불렀다.

말도 안 되는 짓인 것 같았지만, 그래도 오랜 연구 끝에 어느 정도 이론은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

이론과 거기에 따른 구조 술식 계산은 완벽했지만, 막상 제작에 들어가면 매번 불발로 그쳤다.

빅토리아는 조급해졌다. 이대로라면 비원을 못 이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룬 마법이 가진 한계 때문에 그녀는 한동안 층계 공략을 시도하지 못했고,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때까지 같은 층에 발목이 묶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매번 조합식이 왜 실패했는지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아티팩트가 훼손될 방법은 너무 많았다. 그때마다 필요한 조합식은 서로 다를 뿐더러, 소모된 룬 문자 하나를 복구시키기 위해 들어가는 룬의 조합식도 아주 방대했다.

문자가 한두 개가 아닌 만큼 조합식의 분량도 많아질 수밖에 없으니.

다시 거기서 여러 상황들이 겹친다면 또다시 필요해지는 조합식도 많아, 결국 경우의 수는 무한대로 뻗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간략화한다고 해도, 결국 새로운 경우의 수가 튀어나와 아티팩트를 망가뜨리면 그것으로 바로 끝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각 돌발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합식을 재구성할 수 있는 조합식을 만드는 것.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는.

『능동적인 어떤 사람의 사고 패턴을 도식화하면 돼. 그리고 그걸 조합식으로 치환한다면…….』

같은 마법사들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복잡한 이론들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났지만, 쉽게 말하면 딱 하나였다.

어떤 사람을 모방하면 된다.

그 사람의 사고 패턴을 아티팩트에 녹여낼 수 있다면,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자체적으로 빠른 대처와 수복이 가능해질 테니까.

다만, 이때 필요한 사고 패턴의 주인은 반드시 능동적이고, 빠른 학습 능력을 갖고 있어야만 했다. 되도록 빠른 임기응변을 주로 삼는 무술가 계통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행히 빅토리아는 그런 사람 하나를 알고 있었다.

‘카인.’

처음에는 칸을 주시했다. 젊은 데다가 아주 의욕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칸은 언제나 수련보다는 명상에 잠겨 있는 시간이 많았다. 녀석도 그녀처럼 뭔가를 연구하는 것 같았다.

반면에 연우는 달랐다.

첫 한 달만 명상에 빠졌을 뿐, 그 뒤부터는 계속 몸을 움직였다. 저렇게 혹사를 하다가 망가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빠르게 발전했다. 검술에 있어 문외한인 그녀가 보기에도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달랐다.

마치 하루 사이에 연우 혼자만 몇 달에 해당하는 삶을 사는 것 같달까. 그만큼 오랜 사고와 깊은 생각을 해야만 녹일 수 있는 성취가 매일 같이 보였다.

『부디 부탁을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조금 문제라면, 자신의 사고 패턴을 조사하겠다는 데 흔쾌히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는 점이었다.

자칫 자신이 가진 모든 약점을 내보일 수도 있었으니까.

킨드레드를 비롯한 두 하이 랭커는 후보군에 두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말을 꺼낸 순간 머리부터 날아갈 테니까.

그래도 비원을 이루고자 하는 빅토리아의 염원은 아주 컸고, 웬만한 선에서는 대가를 치를 생각이었다.

일단은 부딪쳐 보자.

생각을 정리한 빅토리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감각을 돌려 연우가 있는 곳을 찾았다.

다행히 언제나 머무는 움막 주변이었다.

팟-

블링크가 새겨진 룬을 지우자, 몸이 아래로 꺼지면서 빠르게 움막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동할수록, 빅토리아는 조금씩 놀라고 말았다.

‘뭐야, 이건?’

움막에서부터 연우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장소까지. 숲이 온통 폐허가 되어 있었다.

마치 헤르메스의 권속, 보아뱀이 크게 훑고 지나간 것처럼. 지면이 무언가로 크게 눌린 채 아주 길게 길이 나 있었다.

땅거죽이 완전히 뒤집히고, 나무는 죄다 부러져 아무렇게나 널브러졌다.

문제는 이런 무지막지한 광경이 펼쳐졌는데도 불구하고, 주변에 마력의 흔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그럼 이걸…… 전부 순수하게 힘으로만 해냈단 말이야?’

애초 킨드레드를 상대로 마력을 방출했을 때부터 대단하다 싶긴 했지만. 이건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빅토리아는 곳곳에 남은 흔적을 바탕으로 연우의 움직임을 빠르게 예측했다. 그리고 더더욱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 숲의 끝자락에 위치한 연못에 다다랐다.

연우는 거기서 몸을 씻고 있었다. 물길 사이로 드러난 연우의 몸은 아주 탄탄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근육들. 실전으로 다져진 근육이었다.

빅토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흐뭇하게 웃으려다가 살짝 인상을 굳혔다. 근육 위로 나 있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보였던 것이다. 대체 이 남자는 여태 무슨 일을 겪었기에……?

『무슨 일이십니까?』

그때, 연우가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빅토리아 쪽으로 어기전성을 보냈다.

빅토리아는 얼굴색을 회복하면서 능글맞게 웃었다.

『외간 여자가 훔쳐보러 왔는데 별 놀라지도 않네?』

『어차피 보이지도 않으니까요. 그래도 옷은 입어야 하니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럼 그냥 나신으로 있어도 되지 않아?』

연우는 그 말을 무시하고 반대 쪽 숲으로 들어갔다. 벗어 둔 옷을 가지러 가기 위해서였다.

『재미없기는.』

빅토리아는 피식거리면서 웃다가 다시 눈을 가늘게 좁혔다.

‘마력의 잔향이 아주 미세하게 남아 있어. 어둠의 기운? 20층에는 언데드 몬스터가 없을 텐데? 카인이 숨긴 힘인가?’

단순히 육체적인 능력만 가진 게 아닌 걸까. 호기심이 들었지만 물을 수는 없었다. 여기서는 서로 간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으니까.

그때, 부스럭대는 소리와 함께 곧 연우가 돌아왔다.

『이제 말씀하시지요.』

* * *

『그러니까 제 사고 패턴을 도식화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이 말씀이십니까?』

연우는 빅토리아에게서 자초지종 설명을 듣고 물었다. 한창 샤논, 한령과의 대련을 끝내고 잠시 몸을 씻으면서 휴식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그때 빅토리아가 찾아온 것이다.

『맞아.』

빅토리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에게 있어 그게 얼마나 무례한 부탁인지는 잘 아실 테고요.』

『그것도 알아. 그래서 거래를 제안하고 싶어.』

『거래라.』

다섯 번째 산에서 긴 시간을 머무는 동안, 빅토리아와 간간이 대화를 나누면서 친분을 쌓긴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 이렇게 무례한 부탁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연우는 갑자기 찾아온 이 거래가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내 사고 패턴을 모방할 수는 없을 테니까.’

연우는 정신 면역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오랫동안 갈고닦은 특성 냉혈은 정신계 마법에 있어 천적이나 다름없다. 용체를 각성하면서 부쩍 강화된 정신력도 마찬가지. 그가 가진 무의식은 용의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빅토리아가 연우의 사고력을 분석하려면, 용종의 정신을 해석하는 것만큼이나 큰 어려움이 따른다.

한때 신, 악마와도 비등했다던 용의 정신 체계를 분석한다고?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빅토리아는 번번이 실패만 할 게 분명했다.

반면에 연우는 시치미를 떼기만 하면 그녀에게 요구할 게 많았다.

룬 마법. 사용하기 간편하고, 기습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저 마법 체계를 배울 수만 있다면.

‘블링크와 헤이스트, 그리고 마력 강화. 특히 이 세 가지 마법은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어. 이왕에 다른 마법들도 익힌다면 좋을 테고.’

갑작스럽게 위치를 변환할 수 있는 블링크. 빠른 기동성을 주무기로 삼는 연우에게 날개를 달아 줄 헤이스트. 그리고 마력의 위력을 증폭시킨다는 마력 강화까지.

무엇보다, 룬 마법이라면 아직 기초 마법만 전부인 부에게도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원한다면 악마 서약서라도 내 놓을 테니까. 부탁할게.』

악마 서약서는 고위 악마를 소환해서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는 주술. 아주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 그만큼 빅토리아가 처한 상황이 진지하단 뜻이었다.

연우는 깊이 고민하는 척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대신에 저는 룬어를 배우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룬 어를?』

빅토리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자신을 맘껏 부려 먹을 수 있는 이용 언약까지 염두에 두고 있던 그녀로서는 너무 낮은 조건이었다.

게다가 룬 어는 배운다고 해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신대 문자는 그만큼 다루는 게 어려웠다.

연우가 용의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녀로서는 호구가 걸렸다는 생각에 화사하게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좋아. 일 대 일 과외로 해 주지. 잘 부탁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연우는 악수를 하면서 웃었다. 역시나 진짜 호구를 만났을 때 짓는 웃음이었다.

맞잡은 손길에 서로 힘이 들어갔다.

* * *

그리고 그 시각.

[던전, ‘미후왕의 궁전’에 최초로 입장했습니다.]

킨드레드는 다섯 번째 산의 꼭대기에 위치한 어떤 동굴에 들어서고 있었다.

여태껏 아무도 찾지 못했던 동굴. 그가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20층에 머물러야만 했던 이유가 드디어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물로 가득한 호수. 그리고 그 너머에 위치한 문. 황금색으로 찬란하게 반짝이며 어두운 동굴 내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찾았다. 여의봉.”

킨드레드는 송곳니가 훤히 드러나도록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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