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161화 (161/862)

11화. 미후왕의 궁전 (5)

[서든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서든 퀘스트 / 왕의 병마용갱]

내용: 미후왕은 오백 년간의 봉인 끝에 오행산을 나서는 데 성공했고, 오랜 고행 끝에 드디어 격을 깨달아 허물을 벗고 신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오랜 기다림 끝에 왕을 만났던 화과산의 요괴 원숭 이들은 다시 긴 기다림에 빠져야 한다는 사실에 원통해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왕이 돌아올 때까지 그를 기리기 위해, 왕의 허물이 남아 있는 오행산에 지하 궁전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왕의 허물을 도난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의념을 불어 넣은 병마용을 설치해 보호토록 하였습니다.

지금부터 병마용의 위협으로부터 무사히 왕의 허물을 탈취하십시오. 그리고 미후왕의 후계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십시오.

참가 자격: 히든 퀘스트 ‘미후왕의 궁전’의 획득

보상: 72선술의 자격

[첫 번째 시험이 시작됩니다.]

갑자기 일행들 앞에 떠오른 메시지.

『제길!』

칸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를 던전에서, 72선술에 완전히 눈이 멀어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석상들을 깨운 건 솔 루나였다지만, 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결국 자신 때문에 사건이 터졌을 것이다.

칸은 재빨리 뒤로 몸을 내뺐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석상의 주먹이 그가 사라진 자리로 떨어졌다. 지반이 부서지면서 돌 파편이 위로 튀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호위 무사 상을 제외한 신하 석상들이 일제히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입구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그극-

끼아악!

『왕의 영면을 방해하려는 자, 죽음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

백여 개의 서로 다른 의념이 하나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공동을 따라 귀곡성이 음산하게 퍼졌다.

콰콰쾅!

원숭이 석상들은 하나같이 불편한 복장을 하고 있으면서도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무게가 얼마나 되는 건지 걸을 때마다 말끔하게 깔아 둔 지반에 발자국이 찍혔다.

그만큼 하나하나가 엄청난 무게와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뜻. 가볍게 휘두른 주먹이라고 해도 플레이어의 머리통 하나쯤은 가볍게 부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레베카와 빅토리아는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놈들이 문밖으로 나오게 해서는 안 돼! 빅토리아!』

『알았어!』

레베카는 케르눈노스가 자신의 뿔을 깎아 만들었다는 신물, ‘각검(角劍)’ 두 자루를 양손에 쥐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겉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평범하게 보여도, 안에 담긴 힘은 공간을 찢을 정도로 강렬했다. 거세게 휘두르자 풍압이 일어나면서 칸을 쫓아오던 원숭이 상을 후려쳤다.

쾅!

원숭이 상의 복부가 크게 부서지면서 뒤로 튕겨 났다. 하지만 녀석의 뒤편으로 세 마리가 위로 튀어나오면서 레베카에게로 떨어졌다.

그 순간, 빅토리아가 룬을 뿌리면서 손을 아래로 내리쳤다. 허공에서 커다란 불꽃이 폭발하면서 세 원숭이 상들을 날렸다.

가장 정면에서 부딪친 원숭이 상은 그대로 부서졌지만, 나머지 둘은 살짝 그을리기만 했을 뿐 허공에서 몸을 뒤틀면서 가볍게 착지했다. 그리고 다시 레베카와 빅토리아가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콰콰쾅!

레베카는 정면에 나서서 칼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휘두를 때마다 풍압을 더해 가면서 원숭이 상들을 유린하는 가운데, 빅토리아는 뒤에서 연달아 룬 마법을 전개하면서 그녀를 엄호했다.

두 사람은 절대 원숭이 상들이 철문을 통과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칫 앞뒤로 둘러싸일 수가 있었으니까. 그랬다가는 빅토리아가 마법을 펼칠 시간이 없어질 수도 있었다. 되도록 문 안쪽의 공동에서 놈들을 맞아야 했다.

칸도 두 사람의 생각을 읽고, 다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방향을 꺾었다. 검을 오른손에 꽉 쥐더니, 갑자기 칼날에다가 왼손을 갖다 대어 쭉 그었다.

피가 튀면서 검으로 스며들었다. 검이 금세 탁한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울어라.』

지이이잉-

그리고 칸의 시동어와 함께 검이 힘차게 울었다.

〈피의 매혹〉. 물체에 시전자의 피를 먹여서 위력과 내구도를 강화시키는 스킬이었다. 과거 칸에게 ‘혈검’이라는 별칭을 붙게 한 스킬이기도 했다.

그리고 칸이 20층에서 오랜 수행 끝에 실력이 발전하면서 폭발적인 성질이 추가되기도 했다.

콰콰콰-

검을 세차게 휘두르자, 핏빛 파도가 일어나면서 원숭이 상들의 접근을 막았다. 칸은 그 기회를 틈타 원숭이 상의 뒤로 돌아가면서 목을 베어 갔다.

그가 원하는 목표는 단 하나. 저 먼 곳에 위치한 석비가 있는 곳이었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칸의 두 눈은 조급해져 가는 그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우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초감각과 용마안을 쉴 새 없이 돌리는 중이었다.

시차 괴리의 병렬 연산을 이용, 의식을 몇 개로 쪼개면서 지금 닥친 상황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자 했다.

오러를 날리면서 원숭이 상들을 하나하나씩 격추하는 건 덤이었다.

다행이라면 아직 호위 무사 상들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가장 강한 힘을 지닌 녀석들이 나서기 전에 빨리 치워야만 했다.

하지만 이들만 하더라도 일행이 과연 다 처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위협적이었다. 용의 권능을 개방해야 하나 몇 번씩이나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이 원숭이 상들, 전부 사념으로 움직이고 있어. 미후왕의 사념…… 여태껏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그동안 상대했던 건, 미후왕의 사념이 아니라 신하들의 사념이었던 거였어.’

그동안 오행산을 미후왕의 봉인지로만 해석해 왔기 때문에, 그들을 괴롭히던 사념도 미후왕의 것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후왕이 남긴 사념은 던전 전체에 걸쳐 남아 있던 흔적이 전부였을 뿐.

그들을 위협하던 건, 사실 왕의 잠을 방해하려는 침입자들을 막기 위한 신하들의 것이었다.

애당초 던전의 이름에 주목을 해야만 했었다.

미후왕의 궁전.

봉인지가 아닌 궁전. 당연히 주인의 악의 섞인 사념이 남아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아니, 미후왕이나 되는 작자가 단순히 그런 수준 낮은 사념을 남겼을 거란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렇게 간단한 것조차 여태 깨닫지 못했다니.

하지만.

사념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난이도는 확 낮아졌다. 만약 사념이 단일 개체였다면 모를까, 연합 개체라면 각개격파를 시도하면 그만이었다.

연우는 의념을 더 크게 불어넣었다. 초감각과 용마안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원숭이 상 곳곳에 나 있는 결을 잔뜩 그려 냈다.

그리고 유달리 결들이 응집되는 장소가 있었다.

핵.

요괴 원숭이들이 심은 의념의 씨앗이 맺혀 있는 장소였다.

연우는 시차 괴리로 위치를 파악, 녀석들의 예상 이동 경로까지 빠르게 계산하면서 마력을 한껏 응축시킨 오러를 폭사시켰다.

터더덩!

오러의 파편들이 소낙비처럼 비산했다. 아직 숙련도가 많이 낮아서 그런지, 오러 파편은 백여 개의 핵을 정확하게 맞춰도 살짝 찌그러지기만 했을 뿐 별다른 타격은 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 해도 충분했다.

『방금 전에 제가 표식한 곳만 골라 공격하십시오. 녀석들의 사념이 뭉쳐 있는 곳입니다.』

연우가 보낸 말에 다른 세 사람의 눈이 반짝거렸다. 가뜩이나 단단한 경도와 힘 때문에 상대하기가 많이 버거웠었다. 하지만 약점을 정확하게 짚어 준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레베카는 각검을 세게 잡고 몸을 크게 돌렸다. 〈화살 비〉. 그녀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스킬이 발동되면서 두 각검에서 화려한 이펙트가 터졌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이펙트는 보이지 않는 화살이 되어 핵을 연속적으로 때렸고, 누적된 데미지로 인해 핵이 쪼개지면서 원숭이 상도 같이 무너졌다.

빅토리아는 더블 캐스팅을 사용, 두 개의 마법을 동시에 전개했다. 목표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타겟 팅’과 강한 일격을 때리는 ‘신의 망치’.

시전된 건 두 개의 마법뿐이었지만 소요되는 룬 문자는 아티팩트 안에 새겨진 것의 2/3를 소모해야 할 정도로 아주 많았다.

우르르, 콰쾅!

감지된 표식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가, 갑자기 허공에서 내려쳐진 벼락 수십 개에 핵이 연달아 그대로 터져 나갔다.

물론, 그런 것으로 전부 격퇴가 가능할 정도로 원숭이 상은 약하지 않았고, 레베카와 빅토리아는 한참 동안이나 그런 광역 스킬과 마법을 아끼지 않고 연거푸 쏟아 내야만 했다.

연우와 칸은 충격을 받아 잠시 정지된 원숭이 상의 사이사이를 누비고 다니면서 덜 부서진 핵을 마저 정리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시간을 허비한 뒤에야, 마지막 원숭이 상까지 와르르 무너졌다.

[첫 번째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두 번째 시험에 대비하세요.]

[0:05:00]

[0:04:59_99]

[0:04:59_98]

……

『허억. 허억.』

『미쳤…… 어.』

빅토리아는 창백해진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도중에 룬 문자를 전부 소비한 탓에 급급히 허공에다 룬을 써서 마력이 완전히 바닥나 버렸다.

조금만 더 무리를 했었다면 마력 기관이 훼손됐겠지. 다행히 그런 위험은 피할 수 있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만능 조합식에 대한 갈 망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떠올린 ‘두 번째 시험’이라는 게 뭔지 알 수 없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 테니까. 체력도 체력이지만, 부족한 마력부터 어떻게든 채워야 할 것 같았다.

레베카와 칸도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사도의 힘을 별반 쓰지도 못했던 레베카는 이를 악물었다.

다섯 번째 산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던전에서의 싸움은 그녀에게 여러모로 불리했다. 의념 외에 모든 감각이 폐쇄 되어 있으니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아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제대로 된 실력의 반의반도 발휘하지 못한 채, 체력만 바닥나 버렸으니. 울분이 터져도 할 말이 없었다. 칸도 마찬가지였다.

연우는 그래도 비교적 체력 안배를 해 둬서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피로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머릿속도 여러 생각으로 복잡했다. 킨드레드와 미후왕. 궁전. 72선술. 칸의 노림수. 두 번째 시험. 정리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주어진 시간은 달랑 5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다른 파훼법을 찾거나 할 겨를 없이, 지금은 한숨 돌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흐흐흐. 역시 대단한 친구들이로구만.』

그때 들리는 목소리에 연우를 비롯한 사람들의 의념이 그쪽으로 쏠렸다.

돌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진 자리 한가운데. 검은 안개가 불쑥 올라오면서 솔 루나의 머리통으로 변했다. 녀석은 뭐가 그렇게 재미난지 낄낄 웃어 댔다.

일행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레베카가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뭐야, 너? 살아 있었어?』

『언데드가 왜 언데드인지 아나? 잘 죽지 않기 때문에 언데드인 거야. 그럼 다들 수고하라고.』

솔 루나는 혹시 잡힐까 싶어 재빨리 안개로 흩어졌다.

레베카는 울분을 터뜨렸다. 조금만 더 기력이 남아 있었다면 저 빌어먹을 놈을 찢어 버릴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녀석 역시 피해가 아주 클 테니 몸을 복구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거야. 더 이상 아무 수작도 못 부릴 테니까 신경 끄자.』

다행히 빅토리아가 옆에서 달래 주어 조금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었다. 레베카는 던전을 나가는 즉시 솔 루나를 쫓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솔 루나에 대해서는 연우가 이미 따로 손을 쓰고 있었다.

‘샤논.’

「흐흐. 그래. 맡겨 두라고. 나도 저런 얍삽한 놈은 취향이 아니거든. 어떻게든 괴롭히고 싶어진단 말이지.」

샤논이 검은 팔찌에서 분리되어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었다. 원숭이 상을 모두 부쉈다지만 아직 위기가 전부 끝난 건 아니었다. 연우는 마지막 변수까지 어떻게든 통제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일이 진행되었는데도 어째서 마군은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까. 노리는 바가 아직 덜 끝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아예 내부 정리를 빨리 끝내기를 밖에서 기다리는 걸까?’

연우는 후자가 아닐까 하고 짐작했다. 여태껏 초감각의 범위를 계속 넓혀 던전 전체를 훑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마군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그들 외에 던전에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뜻은 하나. 마군은 던전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오히려 던전 공략이 꽤 많은 피해를 각오해야 하니, 사두들을 투입시켜 여의봉의 단서와 72선술을 가져오게 하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훔치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던전에 있을 때나, 밖으로 나갔을 때나 위험한 건 마찬가지란 건데.’

연우는 던전의 함정이 여기서 끝날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단순히 이 정도였다면 마군이 섣불리 경계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더 있어. 뭔가가. 더.’

연우가 깊은 고민에 잠기는 사이.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빅토리아와 칸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빅토리아는 킨드레드의 사체가 있는 쪽으로. 칸은 석비 쪽으로.

연우의 시선도 저절로 그쪽으로 따라갔다. 하지만 연우는 시체가 가짜란 걸 알고 있었다.

‘일단 마군에 대한 생각은 접어 둬야겠어. 두 번째 시험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두 번째 시험이라. 두 번째 시험. 대체 뭘까?’

빅토리아는 어느새 킨드레드의 사체를 살펴보고 있었다. 머리가 반쯤 부서졌지만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사체를 살핀 순간, 그녀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사체가 제법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인형이란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녀의 머릿속에 위험 신호가 켜졌다.

그동안 칸은 석비에 다가서는 중이었다. 퀭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석비를 쓰다듬었다. 검은색 바탕에 음각으로 박힌 글자는 푸른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72선술. 글자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각인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런 칸의 의념을 엿보면서. 연우의 생각은 계속 이어졌다.

‘퀘스트의 최종 내용은 왕의 허물을 탈취하라고 했어. 허물? 허물이 대체 뭘까? 그걸 어떻게 가져야 후계 자격을 평가받을 수 있단 거지?’

허물.

그 한 단어가 계속 연우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두 눈은 빅토리아와 칸에게 계속 고정되어 있으면서도, 시차 괴리는 쉴 새 없이 돌아가며 퀘스트가 던져 준 단서를 풀고자 노력했다.

‘허물이란 게 은유적인 표현이라면…… 미후왕이 신이 되기 전에 가졌던 것들.’

눈이 살짝 커졌다.

‘72선술! 그래. 새로운 요체를 만든 미후왕에게 72선술은 허물밖에 되지 않았을 거야.’

연우의 머릿속에서 여러 퍼즐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리고 마군이 최종적으로 뭘 원하는 것인지도.

칸이 매만지는 석비의 푸른빛이 더더욱 크게 빛나는 것 같았다.

‘최종적으로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는 건, 72선술을 익혀야 한다는 거였어! 그리고 마군은 그런 자격자를 회유하거나 납치해서 세뇌하려고 했던 거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연우는 다시 빅토리아와 칸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격을 증명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될까.

첫 번째 시험이 기본적인 실력을 테스트하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 시험은 휴식 시간 동안 석비의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것을 이용하라는 것일 게 분명했다. 그리고 시험을 관리하는 대상은 바로 앞에 있었다. 호위 무사 상. 거대 석상들이 관리 감독관이라면.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었다. 가짜 사체가 하필이면 저 위치에 놓인 이유는 뭘까. 음험한 생각만 해 대는 마군이 설치한 트랩이라면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결론은 금세 나왔다.

‘핀 포인트!’

[0:00:00_02]

[0:00:00_01]

[0:00:00_00]

[모든 준비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두 번째 시험을 시작합니다.]

그그그-

순간, 여태껏 벽면에 붙어서 꼼짝도 않던 거대 석상이 눈동자를 아래로 굴렸다.

녀석의 시야에 한 사람이 잡혔다. 이상한 사체를 붙잡으며 혼란스러워하는 인간 여자. 빅토리아.

거대 석상은 양손에 쥐고 있던 창을 빅토리아가 있는 곳으로 거세게 찔렀다.

『빅토리아!』

이상 현상을 눈치챈 연우와 레베카, 칸이 모두 황급히 빅토리아 쪽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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