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163화 (163/862)

13화. 미후왕의 궁전 (7)

『카인! 카인!』

칸과 빅토리아는 문을 거칠게 두들겼다. 하지만 쪽문은 굳게 닫힌 채 도저히 열리지 않았다. 정문 쪽도 마찬가지. 거기도 완전히 닫혀서 꿈쩍도 않았다.

스킬과 마법을 써서 문을 부수려고까지 했지만, 역시나 자잘한 자국조차 남지 않았다.

그저 메시지만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지정 장소를 이탈했습니다.]

[퀘스트 자격이 박탈되어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제기랄!』

쾅!

칸은 주먹으로 쪽문을 세게 후려쳤다. 그렇게 해도 아무런 해결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어머니 때에도. 도일 때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제 더 이상 짐이 되지 말자는 생각에서 부단히 수련했다. 그리고 녀석들이 요구하던 대로 72선술까지 손에 넣었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왜 자신은 언제나 이런 비참한 길만 걸어야 하는 걸까.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떠올랐다. 차라리 여기서 죽는다면 더 이상 이런 일들을 겪지 않아도 될 텐데.

하지만 칸은 거칠게 고개를 털었다. 그딴 감정적인 생각에 치우쳐서는 될 것도 되지 않는다. 자신은 어떻게든 일어서야만 했다.

그리고 우선은 연우를 믿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녀석은 언제나 결국은 해결해 내던 놈이니까.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자신들의 안위였다.

『누님.』

칸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빅토리아를 돌아봤다.

그녀는 이미 진이 빠진 얼굴이었다. 레베카에 이어서 킨드레드, 그리고 연우까지. 오늘 하루 있었던 상황들은 모두 그녀를 잔뜩 괴롭혔다.

칸은 그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요염한 척, 이지적인 척 굴지만. 실상 속은 아주 여린 사람이었다. 자신이 매번 나이가 많다고 놀려 대도, 짜증만 낼 뿐 진심으로 화를 낸 적은 없는 사람이었다.

『밖에 킨드레드가 있을 거야.』

멍하게 있던 빅토리아의 눈에 처음으로 이지가 어렸다. 똑똑한 그녀답게 칸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함정. 그렇다면 당연히 던전 밖에는 킨드레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혼자가 아닐지도 몰랐다. 그건 위험했다.

물론, 그녀의 뒤에도 ‘마탑’이라는 마법사들의 거대 클랜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지금은 한시가 급했으니까.

『그럼……?』

순간, 칸의 눈빛이 달라졌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이야기 좀 들어 볼래?』

* * *

[용의 영역, ‘비나’가 선포되었습니다. 일정 영역에 걸쳐 권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단계 권능이 발현됩니다.]

[권능: 드래고닉 블러드.]

[일정 시간에 걸쳐 모든 능력치가 특정 수치만큼 증가합니다.]

[일정 시간에 걸쳐 물리 방어력이 특정 수치만큼 상승합니다.]

[일정 시간에 걸쳐 속성 방어력이 특정 수치만큼 상승합니다.]

……

[용의 기운을 각성했습니다.]

발밑에 깔린 푸른색 마법진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일정 영역에 걸쳐 연우만의 권역(權域)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여태껏 연우를 속박하고 있던 다섯 번째 산의 제어도 물로 씻은 듯이 사라졌다.

아무리 스테이지의 속박이 강하다지만, 지금 연우가 임시로 설치한 구역은 위대한 용종이 머무는 거처.

이곳에 있을 때만큼은 최대의 기량을 뽑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속박이 사라지면서 오감이 생생하게 돌아오자, 공감각이 생성되면서 넓게 퍼진 초감각도 그만큼 더 세밀해졌다.

그건 여태껏 연우가 맛보지 못했던 신세계였다.

환희. 절정. 그렇게 표현해도 좋았다. 연우는 지난 반년 동안의 수련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하게 강해졌다. 그동안 20층에서 마력까지 제어하며 수행을 쌓은 보람이 있었다.

권역에 걸쳐 느끼지 못하는 게 없었다. 각 물체의 파장과 마나의 흐름이 전부 보였고, 그것에 접촉해서 일부나마 간섭할 수도 있었다. 의념이 그런 통로가 되었다.

그렇게 차오르는 절정을 맛보면서. 깨어난 용의 인자를 따라 가슴팍에서부터 목덜미까지 푸른색 비늘이 돋았다.

촤르륵. 촤륵.

비늘이 서로 기분 좋게 부딪쳤다. 연우의 두 눈에는 용을 닮은 세로 동공이 열리면서 기괴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리고.

파아아-

성화로 이뤄진 세 쌍의 불의 날개가 공동의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높게 치솟았다.

마치 달라진 힘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연우도 속박에서 벗어나 더 강해진 힘을 숨기지 않고 한껏 드러냈다.

그리고 인트레니안에서 비그리드를 뽑았다. 비그리드는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검신은 일반 장검처럼 길어졌고, 검면에 적힌 룬의 문자들은 전부 모양을 갖춰 밝은 빛을 발했다.

언제나 붉은 저주로 가득 찼던 비그리드는 지난 시간 동안 우르드의 신력을 머금으면서 새하얀 성검으로 돌아와 있었다.

[비그리드]

분류: 한 손 장검

등급: ???

설명: 지금은 잊힌 머나먼 은의 시대, 위대했던 영웅이라면 누구나 탐내던 성검이 있었다. 하지만 성검은 여러 영웅들의 손을 전전 한 나머지 피를 너무 많이 머금게 되었고, 끝내 주인을 해친다는 악명과 함께 마검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후 어느 이름 모를 주인이 가져온 신력으로 대부분의 저주를 씻어 내면서 점차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저주의 근원은 원인 모를 이유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 근원까지 정화시킬 수 있다면 숨겨진 비그리드의 진짜 정체도 드러나며 뭇 많은 영웅들의 감탄과 탐욕을 부를 것이다.

* 검의 정화

비그리드를 쥔 영웅들은 언제나 거친 투쟁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 속에는 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다. 영웅들의 짙은 사념은 언제나 전장 속에서 가장 큰 빛을 발한다.

마주한 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의 살의를 일부 흡수하여 시전자의 능력을 강화시킨다. 반대로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투기(鬪氣)가 비례해서 증폭한다. 치명적인 공격을 입힐 확률도 같이 증가한다.

* 축복 전파

적에게 마지막 타격을 입힐 시, 가까운 주변에 있던 모든 적에게 동시에 저주를 내린다.

저주를 받은 대상자들은 ‘감염’ 상태가 되어 방어력과 이동 속도가 대폭 하락한다.

* 투쟁의 삶

시전자의 투지와 증오가 일정 수치를 넘었을 시, 상당한 양의 마력을 대가로 성검에 잠들어 있던 영웅들의 사념을 일부 끌어올 수 있다. 이때, 공격 속도는 최대 30%, 공격력은 1,500%까지 증가하며, 극대화 피해도 35~40%만큼 증폭한다. 대신에 방어력과 속성력이 최대 50%만큼 저하된다.

* ???

비활성화 상태입니다. (봉인)

**이 아티팩트는 ‘유니크’입니다. 탑에서도 오로지 단 한 개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주인에게 완전히 귀속됩니다. 타인으로의 거래나 양도가 불가능합니다.

**현재 90%까지 저주를 해제 하였습니다. 남은 기능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격이나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비그리드는 이미 처음 연우의 손에 들어왔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조금씩 제 기능을 되찾으면서 숨겨져 있던 옵션들을 드러낸 것이다. 하나하나가 전부 연우에게는 필요한 것들이었다.

〈검의 정화〉

옵션의 특징에 따라, 연우는 눈앞에 있는 12개의 거대 석상들을 적수로 지정했다.

녀석들의 숫자만큼 살의를 갈취하여 연우가 품고 있는 힘이 저절로 증폭되었다. 그리고 녀석들이 품고 있는 힘이 대단한 만큼 투기도 더더욱 살벌해졌으니.

용마안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면서 석상들에게 숨겨진 결을 더 많이 찾아냈다.

슁, 슁, 슁!

그리고 아이기스도 허공으로 높이 떠올랐다. 개수는 총 7개. 용의 지식을 각성하면서 그만큼 다룰 수 있는 방패의 개수도 대폭 늘어났다.

게다가 아이기스가 주는 효과는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었으니.

〈여신의 창칼〉

화아아-

아이기스의 주인, 아테나는 전쟁의 여신이다. 그녀가 내리는 축복을 따라 푸른색 비늘은 이제 짙은 남색으로 변했다. 그만큼 연우의 전투력이 최대로 상승했단 뜻이었다.

그리고 이에 질세라, 그런 연우를 호위하듯이 주변으로 그림자들이 높이 일어나 기괴한 모습을 갖췄다.

샤논과 한령이 나타나 칼을 쥐었고, 부가 허공에 맺히며 구슬을 높이 들었다. 블랙홀이 열리면서 소환수들이 나타났다.

용의 투기와 죽음의 기운이 같이 뒤섞이며 둥둥 떠다녔다. 그것들이 홀을 가득 메웠다.

이것이 연우가 보일 수 있는 최대의 힘.

여태껏 전력을 숨기고 내보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었다.

그리고.

거대 석상도 그런 연우의 달라진 모습을 읽었는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눈동자를 굴리면서 연우를 탐색했다. 뭔가를 찾으려는 뜻,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그러다 천천히 사념이 열리면서 공동을 울렸다.

『자격을 증명하라. 왕의 후계 자격을……!』

마치 화가 단단히 난 맹수가 으르렁거리듯이, 거대 석상은 사념을 한껏 토해 내면서 커다란 궤적을 그렸다. 막대한 풍압이 해일처럼 연우가 있는 자리를 덮쳤다.

쐐애액-

그것이 신호탄이었다.

「이렇게 무식한 걸 상대해야 하는 거야? 크! 역시 우리 주인을 따라다니면 심심할 겨를이 없다니까.」

「그래도 잘되지 않았나. 마침 시험해 볼 것도 있고.」

「그건 그렇지만!」

괴이 군단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샤논과 한령도 좌우로 찢어지면서 각각 하나씩 석상들을 상대했다. 둘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던전을 통과하면서 봤던 미후왕의 흔적들. 연우가 ‘제천류’라고 이름 붙인 것들. 거기서 보고 깨달은 것들을 시험해 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대상이 생긴 셈이었다.

물론, 미후왕이 말년에 깨달은 심득을 그들이 고스란히 풀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쪽 단면을 본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샤논은 아예 어떤 실마리까지 얻은 듯한 분위기였다. 아마 그것을 오롯이 습득할 수 있다면 금세 명인 급에까지 다다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샤논과 한령은 연우가 깔아 둔 용의 영역 위에서 한껏 날뛰었다.

이곳에 있을 때만큼은 그래도 살아 있을 시절의 기량을 어느 정도 뽐낼 수 있었으니까.

허공에 맺힌 부는 검은 수정구를 높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그동안 연우가 전해 준 룬 마법을 통해 한껏 성장한 녀석은 괴이 군단에 막대한 힘을 실어 주면서, 이따금 불덩이와 우박을 떨어뜨려 그들을 엄호했다.

콰콰쾅!

공동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다.

갖가지 괴이와 언데드들이 날뛰고, 용의 기운이 휘몰아치는 곳. 왕의 영면 따위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게 요동쳤다.

『왕의 영면을 방해하지 마라……!』

그리고 녀석들은 이 사달을 일으킨 주범이 연우라는 사실을 알고, 세 개의 석상이 동시에 그를 향해 창을 찔러 넣었다.

연우는 다시 블링크를 시도해서 자리를 이탈했다. 그가 있던 자리로 창이 동시에 바닥을 찔렀다.

하지만 녀석들은 절대 연우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동자를 굴리면서 끝까지 따라붙었다.

횡, 횡, 듣는 것만으로도 살이 떨릴 정도로 강렬한 풍압이 일었다.

그만큼 녀석들은 분노에 미쳐 있었다. 그리고 창날에 실리는 힘도 계속 강해졌다.

아무리 영역을 선포하고, 마법 무장과 드래고닉 블러드, 그리고 갖가지 버프 효과를 이용해 전투력을 최대로 끌어올렸어도. 직접 맞부딪치는 것은 위험했다.

어쨌거나 녀석들의 창격은 하이 랭커였던 레베카도 무참하게 죽였을 정도니까. 비록 레베카의 상태가 여러모로 제 실력을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었다지만, 그래도 녀석들은 강했다.

그래서 연우는 블링크를 이용한 단거리 이동과, 불의 날개를 이용한 비행 능력을 적절하게 번갈아 사용하면서 녀석들의 공격을 빠르게 피했다.

초감각과 용마안, 그리고 시차 괴리의 병렬 연산이 있으니 녀석들의 투로를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휭-

휭-

대신에 연우는 녀석들의 빈틈을 노리면서 간간이 반격을 시도했다.

녀석들이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좌측에서 나타나 공격을 시도하고, 위쪽으로 창을 찌르면 아래 쪽에서 나타나 발목을 크게 휩쓸었다.

콰쾅! 쾅!

비그리드를 휘두를 때마다 막대한 투기가 실리면서 거친 폭발이 일어났다. 거기에 오러와 성화가 뒤섞이니 위력은 배로 증가했다.

불길이 거칠게 일어났다. 바닥이 그을리고, 벽이 부서졌다. 돌조각과 돌가루가 사방으로 튀면서 우수수 떨어졌다.

연우는 빠르고, 집요했다.

이리저리 공격을 빠져나가면서도 절대 거대 석상들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악착같이 달라붙어 거대 석상을 빠르게 훼손해 나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콰콰쾅-

그러다 간간이 불벼락을 터뜨릴 때마다 천장에서 떨어진 벼락으로 녀석들의 살 부위가 깊게 파이기도 했다.

그만큼 이리저리 나타나며 마구잡이로 휩쓸고 다니는 연우의 능력은 기상천외했다. 검격에 실리는 팔극검의 숙련도도 어느새 아주 깊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기능이 정지하는 거대 석상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녀석들은 그저 사념으로만 움직이는 동상일 뿐이었고, 체력이 달리는 일이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사념이 강렬해지면서 창을 휘두르는 움직임에 더욱 거센 힘이 실렸다.

당장은 어떻게든 싸우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건 연우였다.

하지만.

연우 역시 그런 걸 모르는 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 잘 알고 있었다. 퀘스트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수도 없이 머리를 굴렸으니까.

그가 용의 권능을 깨운 건 어디까지나 거대 석상과 부딪쳐도 쉽게 죽지 않을 만큼의 강한 힘을 원해서였을 뿐.

이제 거대 석상들의 투로도 어느 정도 눈에 익은 이상, 생각했던 것들을 시작해야 했다.

퀘스트도, 녀석들도, 계속 말했다.

왕의 후계 자격을 증명하라고. 절대 그 속에 석상들을 쓰러뜨리란 말은 없었다.

그렇다는 건, 바로 이 자리에서 72선술을 어느 정도 익히고, 녀석들 앞에 증명해 보이면 될 일이었다.

확실치는 않았지만, 선술을 어느 정도 익히고 나면 이들을 물리칠 방도도 보이는 것 같았다.

싸우면서 뭔가를 익힌다? 보통 플레이어들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이미 연우에게는 시차 괴리라는 스킬이 있었다.

사고 가속과 병렬 연산. 이 두 가지만 있다면 모든 게 가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우에게는 미후왕의 유산이 있었다.

유산은 72선술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 아직은 유산을 ‘아주 조금’ 이해할 수준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72선술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거대 석상들의 움직임이 하나의 예시가 되기도 했다.

녀석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6개의 행동을 중점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12개체가 각기 보이는 6개의 고유 행동. 총 72동작들은 72선술을 풀어낸 것들이었다.

연우는 이미 초감각으로 그들의 행동 패턴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72선술을 해석하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미후왕의 유산을 가져와 새롭게 해석했다.

아주 고단한 작업이었지만. 뇌가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찔한 순간순간이었지만.

그 모든 과정들을 지난 순간. 72선술의 첫 번째가 열렸다.

‘절(切).’

연우가 비그리드를 아래로 세게 내리그었다.

공간이 절단되면서 그 속으로 불벼락이 떨어졌다. 스킬과 스킬의 자연스러운 연계.

콰르릉!

퍼걱-

비그리드가 궤적을 그은 자리 위로 거대 석상의 팔 한쪽이 위로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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