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193화 (193/862)

18화. 악마의 숲 (8)

“아, 정말 공기 텁텁해 죽겠네. 12층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판트는 툴툴대면서 악마의 숲을 가로질렀다.

곳곳에 나타나는 유령이며 마족들을 두들겨 패는 맛은 있었지만, 그래도 공기가 텁텁하니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에도라는 판트의 불평 불만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길을 찾았다.

연우가 가르쳐 줬던 좌표는 분명이 근방이었다.

판트의 입술이 댓발은 튀어나왔다.

“하여간. 서방님 만날 생각에 오라비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지?”

돌아오는 건 에도라의 핀잔뿐이었지만.

“꼬우면 오빠도 오빠 좋아하는 사람 찾아. 평생 없겠지만.”

“야! 내가 여기 묶여서 그렇지, 어디 가면 인기가 많…….”

“저기인 것 같네.”

“야!”

에도라는 되도 않는 소리를 떠들어 대는 판트를 무시하고 어느 지점에 다다랐다.

겉보기에는 그저 주변과 다를 게 없는 숲길로 보였지만. 혜안을 열고 있는 에도라의 눈에는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허니콤 형태로 빽빽하게 밀집된 결계의 조각들.

그것들은 커다란 반구 모양을 그리면서 일대 숲을 전부 뒤덮고 있었다.

에도라는 결계 안쪽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원래대로라면 튕겨 날 테지만, 길을 제대로 찾아왔다면 그대로 통과될 것 같았다. 그리고 다행히 손은 그대로 허공을 통과했다.

에도라는 천천히 결계 안쪽으로 들어갔다. 판트도 뒤따라 들어선 순간, 두 눈을 크게 떴다.

너무 아름다운 절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말로만 듣던 심상 세계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 * *

“왔나?”

연우는 아주 능숙하게 둘을 맞았다. 그런데 뭘 하다 온 건지 옷에 흙먼지가 가득 묻어 있었다. 목소리에도 피곤한 기색이 묻어 나왔다.

“무슨 일 있으세요, 오라버니? 많이 피곤하신 것 같아요.”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까. 걱정할 일 아니니까 염려 마라.”

연우는 손사래를 치면서 에도라를 달래고, 둘을 데리고 곳곳을 안내했다.

그런 연우와 판트 남매를 빤히 지켜보던 브라함은 영 못마땅한 표정이 되었다.

“외부인을 저렇게 함부로 들여서야…….”

“왜 그러나? 보기 좋은데. 세샤도 좋아하는 것 같고.”

갈리어드가 그런 브라함 옆에 다가가 피식 웃으면서 핀잔을 던졌다.

원래는 타인을 많이 경계하는 편인 세샤였지만. 세샤도 금세 판트 남매와 어우러질 수 있었다.

연우의 친구라는 말에 호기심을 가진 데다가, 판트와 에도라도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던 판트는 물론, 에도라도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놀이거리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 게 아니었으면 진즉에 내쫓았겠지.”

브라함은 팔짱을 끼면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태도와 다르게, 두 눈은 어느새 웃음꽃이 가득한 세샤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어젯밤, 연우는 자신의 동료들이 23층에 왔다면서 혹시 결계 안으로 데려와도 되겠냐고 물었다.

브라함은 어디선가 분명히 자신을 쫓고 있을 엘로힘과 아이테르가 걱정되어 거절했지만, 외뿔부족이라는 말에 갈리어드가 찬성을 하면서 조건부로 입장을 허락했다.

절대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양식장 인근에는 얼씬도 않을 것. 그리고 만약 엘로힘에게 위치가 발각되어 필요할 시, 도움을 줘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보통 플레이어들이라면 엘로힘이라는 말만 듣고 자리를 피했겠지만, 판트 남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승낙 표시를 했다.

애당초 레드 드래곤과도 싸울 생각을 했던 외뿔부족이, 엘로힘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판트 남매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말이야. 세샤는 외로웠던 것인지도 몰라. 사실 그동안 너무 속세에서 떨어져 지내지 않았나?”

“…….”

“그러니 그런 생각도 해 두게나.”

브라함은 입을 꾹 다물었다. 여기서 자신이 할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갈리어드의 말이 맞는지도 몰랐다.

예전에 비해 최근에 세샤가 더 많이 웃고 있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연우가 오기 이전 가장 많이 웃었던 것도 갈리어드와 처음 나타났을 때였다. 브라함에게는 많이 보여 주지 않던 미소였다.

어쩌면.

세샤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세샤를 더 외롭게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 *

“카인. 잠깐 할 말이 있으니까 와라.”

연우는 세샤가 판트, 에도라와 어울려 노는 걸 지켜보다 말고, 브라함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마침 셋이 숨바꼭질을 하던 중 판트가 큰 덩치를 제대로 숨기지 못하고 세샤에게 걸리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던 중이었다.

연우는 엉덩이를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도라에게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말하고, 브라함을 따라 모옥 뒤쪽으로 이동했다.

에도라는 그런 연우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살짝 미간을 찌푸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 늘 느끼는 것이지만, 참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이럴 때 조금 더 반가워해 주거나, 보고 싶었다는 말이라도 한마디 해 주면 좋을 텐데. 그런 건 기대해 볼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에도라는 머리를 털면서 세샤와 판트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다, 불쑥 튀어나온 세샤 때문에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에도라는 재빨리 안색을 회복하고 싱긋 웃었다.

“왜 그러니?”

“언니, 카인 좋아해?”

갑작스러운 질문.

에도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배시시 웃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니?”

“언니 눈이 계속 카인한테서 안 떨어지던 걸.”

에도라는 자기도 모르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런 어린아이에게까지 들킬 정도로 자신의 마음이 빤히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여자가 자존심이 있지. 더 이상 티를 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때.

곧 이어지는 세샤의 말에 다시 묘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히히. 내가 도와줄까?”

* * *

에도라와 세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연우는 브라함, 갈리어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연우를 부를 때 꽤나 진중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예상이 맞았다.

“최근에 결계와 연성진 구축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것을 알고 있겠지?”

“예.”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 수가 없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옆에서 브라함을 가장 많이 도왔던 사람이 자신이었으니까.

애당초 갈리어드는 정령술을 제외하면 마법에는 문외한이었고, 세샤는 이런 건 재미없다며 가까이 가지 않았다.

유일하게 연우만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다.

현자의 돌을 완성시킬 방법을 찾은 후. 연우는 브라함의 지식을 있는 대로 습득하면서 밤새 에메랄드 타블렛을 해석하는 데 집중하고, 정리한 것들을 바탕으로 연성진을 구축하는 데 조금씩 써먹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직 한 달여밖에 안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연금술에 대한 지식이 제법 깊어지면서 마법 체계에 대한 이해도도 깊어진 상태였다.

‘연금술의 가장 큰 특징은 구조식이야. 이것을 바탕으로 룬도 다각도로 조합할 수 있었으니까.’

여기에 부와 레베카까지 도와주면서 이미 뼛속에는 상당한 양의 룬 조합이 완성된 상태였다. 마법 무장의 능률도 꽤 올랐다.

하지만 가장 큰 성과는 이제 슬슬 현자의 돌을 완성시킬 방법이 보인다는 것.

인트레니안 안쪽에 필요한 재료들도 있으니, 조금씩 시도를 해 보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가장 핵심이 될 마력원이 있어야겠지만.

“다행스럽게 근방에 아이테르나 엘로힘 무리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없어. 여전히 우리를 찾는 중이겠지만, 결계가 완성되면 찾더라도 어떻게 섣불리 할 수가 없을 거다.”

심상 세계가 완성된다면 이 근방은 오롯이 브라함의 영역이 된다.

그 말은 즉, 성역이 구축될 수도 있다는 뜻.

비록 한정된 공간이라고 해도, 브라흐마라는 위대한 신이 제대로 된 권능을 드러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엘로힘이라고 해도,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 아홉 왕 중 하나인 그들의 수장이 합류하면 모를까.

“그러니 잠시 여기는 맡겨 두고, 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와라. 연성진이 완성되고 나면, 또 그때부터는 정신없이 바쁠 테니까.”

연우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리저리 둘러서 말했지만, 며칠만이라도 잠시 숨을 돌리고 오라는 말이었다.

갈리어드가 피식 웃으면서 브라함에게 핀잔을 던졌다.

“그냥 간단하게 휴가 준다고 하면 될 걸, 뭐가 그렇게 장황해?”

브라함은 팔짱을 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끄러워하긴.”

“……닥쳐라.”

연우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투덕거리는 두 사람을 보면서 가볍게 웃고 말았다.

브라함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기 싫다는 듯, 지면을 가볍게 박차 훌쩍 자리를 떠났다.

갈리어드는 솔직하지 못한 친구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연우에게 말했다.

“원래 솔직하지 못한 놈이니까, 이해해라. 그리고 저놈이 말한 것처럼, 연성진이 완성되고 나면 악마를 소환하는 데 집중할 테니 정신없이 바빠질 거다. 그 안에 미뤄 뒀던 일마저 정리하고 와. 친구들이랑 같이 머리도 식히고.”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드 로이 호수에는 언제 갈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잘되었다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아직까지 엘로힘이 모습을 비치지 않는 이때. 만약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녀석들이 심상 세계가 완성되기 전에 나타나면 위험할지도 몰랐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연우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

“브라함, 갈리어드.”

“왜 그러지?”

“더 할 말이라도 있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두 사람을 보면서. 연우는 가면 아래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악마 소환을 하는 김에, 엘로힘도 같이 정리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마침 좋은 생각이 있어서요.”

* * *

“으잉? 그러니까 같이 레이드나 뛰러 가자, 이 말이우?”

“싫음 말고.”

“으히히! 싫을 리가! 안 그래도 여기 오는 내내 좀이 쑤셔 죽는 줄 알았는데 잘됐지!”

판트는 같이 나가지 않겠냐는 연우의 말에 크게 반색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샤와 놀아 주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역시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피 튀기는 싸움에 뛰어 드는 것이 가장 성미에 잘 맞았다.

특히 최근에는 연우와 같이 어울려 싸워 본 적이 없어서 더 기대가 되었다.

평소에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연우의 성장세에 질투심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그만큼 자극을 받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연우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도 확인해 보고 싶었다.

특히 연우가 21층에서 올포원과 함께 나란히 공동 1위가 된 사건은 외뿔부족도 떠들썩해지게 만들었다.

무왕도 젊은 시절에 해내지 못했던 일을 제자인 연우가 해낸 셈이었으니까. 에도라와 판트의 앞에선 따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듣기로는 무왕도 꽤나 억울해했다던가.

그래서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속이 다 시원했지만. 한편으로는 호승심이 강하게 들었다.

언젠가는 따라잡고 싶은 목표. 꺾고 싶은 상대가 바로 연우였다. 그렇다면 자신도 끊임없이 자극을 받고, 스스로를 단련할 필요가 있었다.

연우는 승부욕을 잔뜩 불태우는 판트를 따라서 가볍게 웃다가, 뚱한 표정을 짓는 에도라를 슬쩍 보면서 판트에게 물었다.

“그런데 에도라 표정은 왜 저러지?”

판트는 재미나다는 듯이 히죽 웃었다.

“생각지도 못한 데서 한 방 먹어서 그렇다우.”

“……?”

“그런 게 있수다. 하여간 우리 형님, 인기 많아서 좋겠네. 으히히히!”

연우는 어느새 나무 벤치에 누워 곤히 자고 있는 세샤를 보면서, 대략 돌아가는 상황을 깨닫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따금 세샤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돌발적인 발언을 할 때가 종종 있었다. 아무래도 에도라가 세샤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던 모양이었다.

이럴 때는 그냥 모른 척하고 있는 게 정신 건강에 편했다.

세샤는 제 방에 옮겨 두고, 에도라에게도 외출할 것을 이야기했다. 에도라도 곧 화색을 띠면서 연우를 따라가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외출 일행이 정해지고, 연우는 브라함과 갈리어드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한 뒤 결계를 나섰다.

여태 푸른 하늘 아래에서 맑은 공기만 쐬다가, 다시 만나게 된 붉은 하늘과 텁텁한 공기는 꽤 어색하게 느껴졌다.

연우는 마력회로를 돌려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마장을 변형시켜 단단한 플레이트 아머 형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늘 등에 걸었던 비그리드는 왼쪽 허리춤에 걸고, 대신에 적당한 크기의 타워 실드를 등에 착용했다.

뿔 달린 투구도 생성되면서 머리 전체를 감쌌다. 가면도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색깔도 칠흑빛을 띠면서, 전체적으로 23층의 우중충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모습이 되었다.

“엥? 갑자기 왜 그런 모습을 하는 거요?”

“괜히 피곤한데 휘말리기 싫어서.”

“응? 아, 괜히 불나방들 꼬일까 봐 그러시는 거구만. 흐흐. 이제 유명 인사가 되었다, 이 말씀이우?”

판트가 히죽대면서 웃었다.

사실 그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유명세는 무시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귀찮게 굴면 힘으로 밀어내도 된다.

하지만 연우는 아이테르를 비롯한 엘로힘을 더 경계했다. 23층을 떠나기 전에 아이테르를 어떻게든 잡을 계획이긴 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더구나 여태 한 달 넘게 근방에서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수상쩍기도 했다.

그러니 최대한 정체를 숨기면서 조용히 움직일 생각이었다. 특히 드 로이 호수의 각룡은 이제 히든 피스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많이 알려진 상태였다. 주변에 플레이어들이 많이 모여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아이테르와 싸우면서 한 번 크게 밀렸으니 오히려 적을 수도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정리하면서.

연우는 판트, 에도라와 함께 드 로이 호수 쪽으로 이동했다.

* * *

“그럼 마저 정리하러 가지.”

연우를 보내고 난 뒤.

갈리어드는 가볍게 몸을 풀면서 목을 돌렸다. 그러던 그의 눈에 깊은 고민에 잠긴 브라함이 보였다.

“뭘 그렇게 고민하나?”

“아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한 아이인 것 같아서.”

“하긴. 그건 그럴 게야. 나도 처음에 그 아이를 만났을 때 그랬으니까.”

브라함은 연우가 떠나기 전에 했던 제안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엘로힘을 정리한다고? 어떻게?

브라함의 질문에, 연우는 이렇게 대답했다.

-녀석들은 분명 우리를 잡기 위해서 ‘덫’을 준비 중일 겁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가야죠. 녀석들을 악마들의 밥으로 던져 주는 겁니다.

그러면서 내놓은 작전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이었다. 특히 아이테르를 비롯한 녀석들을 악마들의 ‘간식거리’로 던져 준다는 대목이 마음에 들었다.

엘로힘을 이루는 자들은 대개 신의 혈통을 타고난 자들. 때문에 아주 소량이라도 신성을 품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악마들을 불러 들일 때 마족 외에 다른 미끼가 없을까 싶었는데. 마침 악마들이 즐거워할 만한 유희거리를 찾은 셈이었다.

이렇듯, 연우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얻을 때가 많았다. 연성진을 구축할 때에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게다가 언제나 부끄럼 많던 세샤의 친구가 되어 주기도 했다. 겉보기엔 너무 무뚝뚝하지만. 그런데도 잔정이 많은 참 고마운 친구였다.

마치 예전의 누군가처럼.

“분명 성격도 전혀 다른데 그놈을 떠올리게 한단 말이지.”

갈리어드의 눈가에는 씁쓸함이 어렸다.

그러다 마당에 서 있는 세샤의 모습이 보였다. 세샤는 연우 등이 사라진 곳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놈이 아직 있었다면. 저 아이를 보고 참 기뻐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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