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195화 (195/862)

20화. 악마의 숲 (10)

투구와 가면에 가려져 있지만, 연우는 살짝 표정이 굳었다. 자신을 알아본다고?

분명 연우는 아이테르 등과 부딪친 뒤에 재빨리 종적을 감췄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혈국에서 그의 행방을 알고 있다면. 다른 곳에서도 연우와 브라함이 엮였다는 것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만큼 브라함이 주목을 받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주목받기 때문일까?

‘어쩌면 둘 다일 수도.’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이렇게 정체를 숨겼는데 바로 알아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혹시 내부에 간자라도 있으면 또 모를까.

아니면 심상 결계 근처에서 자신을 살펴보고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초감각을 속인 것이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했다.

그런 연우의 의심을 불식시키려는 듯, 라오는 곧바로 뒷말을 붙였다.

『그대가 여기 있단 사실은 외부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다.

이미 이들에게 알려졌다는 것만으로도, 종적은 노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대는 그대가 얼마나 많은 이목을 끌고 있는지는 명확히 알아야 한다. 하물며 한창 화젯거리인 브라함과 함께 섞인 이상, 더 큰 관심을 부를 수밖에 없지.』

연우의 눈이 살짝 커졌다. 역시. 브라함이 세샤를 데리고 있는 사실을 엘로힘만 알고 있을 리 없었다.

엘로힘이 가장 먼저 파악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청화도가 무너지면서 8대 클랜 간의 묘한 균형이 무너진 이때. 서로 간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는 다른 클랜들이 이를 놓칠 리가 없었다.

‘결국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 클랜들이 이 일에 관여하고 있다는 게, 내가 놓친 포인트였어.’

라오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마지막 남은 용인은 그만큼 관심을 부를 수밖에 없으니까. 아마 레드 드래곤을 제외하면,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을 거다.』

『…….』

『그래도 엘로힘이 전면에 나서고 있어서 섣불리 개입하지 못하던 중이었지. 그러다 우연히 그대가 이번 일에 개입하게 된 것을 확인하게 된 거고.』

연우는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

『내가 브라함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클랜은 몇 곳이나 되지?』

『글쎄. 다들 하나같이 쥐새끼처럼 숨어 있기 바쁘니 알 수가 있나. 하지만. 없다고는 못 하겠지.』

연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결국 알 만한 곳은 다 알거란 뜻이었다. 몰랐어도 어디선가 알게 되었을 거고.

‘역시 21층에서의 기록이 컸어.’

1위를 노릴 때부터 각오는 했었다. 올포원의 환영을 꺾거나, 그에 준하는 성적을 이루면 당연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저층 구간이다 보니 거대 클랜이 주목할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정도가 심한 것 같았다.

‘앞으로 움직이는 데 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겠는데.’

연우는 자신이 조금 안일한 면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갈리어드를 구했을 때, 아이테르와 충돌한 것만으로도 이미 그는 모두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테르가 자존심 상 다른 곳에다 발설하지 않았다고 해도, 결국 어떻게든 알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에 정체를 지금처럼 숨겼으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그렇게 급박하던 순간에 정체를 바꾸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숨겼다고 해도 아마 금세 알아챘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 이 이상 크게 튀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의심을 살 수 있었다.

힘이 더 많이 비축될 때까지, 의심은 최대한 피해야만 했다. 때가 될 때까지 더 깊게 몸을 눌러 둘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브라함과 엮인 이상, 계속 시선을 완전히 피할 수도 없을 테고. 진퇴양난이로군.’

연우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 여러 생각들이 복잡하게 들었지만, 결국 연우는 한 가지 결론밖에 내릴 수 없었다.

‘어차피 계속 피할 수는 없어.’

스르르-

연우는 자신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마장의 변장을 풀었다. 플레이트 아머가 사라지고, 원래 그를 상징하던 검은 옷이 드러났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판트와 에도라가 연우를 돌아봤다.

“엥?”

“오라버니?”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어졌다.”

연우의 말에 판트는 인상을 팍 구겼다.

“에이씨. 이거 붙이느라 꽤 고생했는데.”

판트는 손톱으로 목 부근을 박박 긁어 대더니 신경질적으로 인피면구를 뜯어 바닥에다 버렸다. 에도라도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깨닫고, 로브의 후드를 뒤로 젖혔다. 외뿔과 아름다운 보라색 눈이 드러났다.

라오는 연우가 이렇게 순순히 모습을 드러낼 줄은 생각 못 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곧 가볍게 피식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짜악!

그러자 판트와 대립을 하던 플레이어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곧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쪽을 감시하던 눈길은 모두 사라졌을 거야. 이야기를 나누기 훨씬 편하겠군.”

아무래도 라오와 혈국의 플레이어들이 소란을 부린 건, 연우와의 대면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연우가 라오를 보면서 물었다.

“몇 가지만 묻지.”

아무리 그가 감시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여전히 있었다.

라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브라함이 있는 곳, 정확하게 알고 있나?”

라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23층 어딘가에 용인을 위해서 심상 결계를 구축했다는 것만 알 뿐. 대략적인 위치 외에 정확한 건 몰라. 알았다면 진즉에 우리가 먼저 나서서 접촉했겠지.”

“그럼 내가 드 로이 호수로 올 거란 건 어떻게 알았지?”

“그대가 가진 습관 때문에.”

“내 습관?”

“그래. 독식자만이 가진 습관. 유명한 히든 피스는 다 해치워야 직성이 풀리지 않나? 그럼 당연히 여기 올 거라고 예상했지. 물론, 오지 않을 가능성도 절반은 점쳐 뒀지만.”

절반의 가능성을 믿고 그가 투입되었다는 의미였다.

“그럼 난 어떻게 알아본 거지? 분명히 겉모습은 제대로 감춰졌을 텐데.”

“아, 그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 내 스킬 때문이니까.”

라오는 손으로 자신의 양 눈을 가리켰다. 순간, 녀석의 검은 동공이 잘게 분리되면서 마치 곤충의 눈처럼 겹눈이 되었다.

연우는 그게 뭔지 깨닫고 가볍게 혀를 찼다.

〈아홉 뱀의 눈〉. 상대의 특성이나 특징을 간파하는 스킬이었다. 용마안이나 혜안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상위 스킬에 속했다.

그제야 라오가 왜 이곳에 투입 되었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저런 스킬을 갖고 있다면, 아무리 연우 등이 정체를 숨겼어도 금세 알아챌 수 있을 테니까.

‘처음에 판트가 날뛸 때 가만히 있었던 것도 날 찾기 위해서였어.’

라오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질문은 끝났지?”

“대충은.”

“하면 다시 정식으로 인사하지. 나는 황제 폐하의 사절로 온 남작 라오라 한다. 그대와 브라함을 초빙하고자 이곳에 왔다. 우리의 황제께서는 그대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계신다.”

혈국의 플레이어들은 총 8개의 작위로 분류되었다. 병사, 기사, 남·자·백·후·공의 오등작(五等爵).

그리고 황제.

특히 여기서 ‘황제’는 딱 한 사람밖에 없었다.

‘식탐황제.’

원하는 건 뭐든지 집어삼킨다는 탐욕의 군주.

식탐황제는 군주의 특성을 몇 번씩이나 진화시키면서 극성까지 단련한 자였다. 밑에 수많은 신하와 백성을 두고, 군대를 자유롭게 휘두를 수 있었다.

머릿수만 따진다면 레드 드래곤에 버금가거나,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몰랐다. 차이점이 있다면 50 층 이후에만 관심을 두는 레드 드래곤과 다르게, 녀석은 저층 구간에도 쉽게 손을 뻗친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스스로 ‘나라’라고 칭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녀석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끝없는 식탐(Gluttony)이었다……

……식탐황제는 언제나 허기에 차 있었다. 그래서 손에 닿는 건 뭐든지 삼키려 했다. 거기에는 당연히 사람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식탐황제가 지닌 진정한 무서운 점은, ‘소화’가 이뤄진 것을 자신의 식대로 개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식탐황제는 언제나 허기에 굶주려 있었다. 그래서 늘 많은 것들을 포식했다. 과연 저대로 몸이 버텨 낼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러면서도 입맛이 아주 까다로워서 미식가이기도 했으니. 혈국은 언제나 황제의 그런 변덕으로 고생을 한다는 말도 있었다. 동생과 부딪쳤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식탐황제는 동생을 두고 ‘별미’라고 지칭하며, 그를 삼켜 가진 모든 것들을 가로채려 했다. 하늘 날개, 빛의 파도, 심지어 용의 각성까지도.

식인으로 능력을 갈취하는 특성이라니. 아홉 왕 중에서 마군의 대주교와 함께 가장 미쳤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그런 식탐황제가, 연우와 브라함을 보고 싶어 한다고?

‘아직도 용을 먹는 것에 미련을 가지고 있나? 정말 미친놈이야.’

세상의 모든 호화만찬을 다 즐긴 식탐황제였지만. 유일하게 먹어보지 못한 ‘고기’ 중 하나가 바로 용의 고기였다. 그게 동생을 탐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브라함을 보고 싶다고? 틀렸다. 녀석은 세샤를 보고 싶은 것이다.

엘로힘에 이어 혈국까지. 어떻게 이런 미친놈들하고만 엮이는 건지.

그런 연우의 차가운 눈빛을 읽은 걸까.

라오는 웃으면서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뭘 우려하는지 알아. 우리의 황제께서 그대와 일행들을 해하시려는 게 아닐까 두려운 거지? 하지만 걱정 마. 그런 건 전부 우릴 모함하기 위해 주변에서 만든 헛소문일 뿐이니까.”

라오는 주먹으로 가슴팍을 세게 쳤다.

“우리는 제국이다. 그리고 언젠가 탑을 영토로 삼을, 위대한 전사들이기도 하지. 그런 우리가 초빙한 손님들에게 위해를 끼칠까? 그런 신의 없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아. 그건 내 명예와 황제 폐하의 이름에 걸고 맹세하지.”

자신들에게 필요한 부분만 쏙 고르고 말을 바꾸는 혈국의 ‘외교 논리’는 이미 탑에서도 유명했다. 즉, 헛소리였다.

“황제께서는 그대의 잠재력과 용맹함, 추방자 브라함의 지혜, 용인의 미래까지. 전부 제국의 앞날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신다. 하지만 처음부터 등용을 제안하면 거부감부터 들 게 분명하지. 해서 같이 만찬이나 들면서 교분을 먼저 가지고 싶어 하시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그대에게도 나쁘지는 않을 텐데?”

연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엘로힘뿐만 아니라 여러 세력들이 23층을 같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 최대한 많은 정보를 뽑아 내야만 했다.

‘엘로힘의 방해를 비껴 낼 방패 막이로도 쓸 만할 것 같고.’

그러기 위해서는

“좋아.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지.”

라오의 미소가 퍼졌다.

“호오.”

“그래도 아직 확답은 못 줘. 브라함과 용인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추방자의 고집이 대단하다는 것이야,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 게다가.”

라오는 말을 살짝 끊었다가, 목소리에 잔뜩 힘을 줬다.

“그대는 갈리어드와 사이가 가깝지 않은가? 황제께서는 갈리어드에게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시니, 그와 함께 설득한다면 얼마든지 좋게 생각하실 것이다.”

연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갔다.

‘나와 갈리어드의 사이도 알고 있단 말이지? 튜토리얼에서의 일까지 파악하고 있다면, 꽤나 조사를 철저하게 했단 뜻인데.’

역시. 앞으로 움직이는 데 있어 더 조심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만족에 찬 미소를 짓는 라오를 보니, 최소한 환심을 사는 건 성공한 것 같았다.

단순한 걸까, 아니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걸까.

연우는 후자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황제를 향한 충성심은, 보통 마신을 향한 마군의 광신과 비교 되곤 했으니까. 거부할 거라는 생각은 머릿속에 있지도 않았겠지.

그래서 연우는 슬쩍 흘러가듯이, 아무렇지 않게 질문을 툭 던졌다.

“그런데 여러 세력들이 관심을 두고 있다면. 엘로힘 말고도 23층에 온 자들이 있나?”

“아직은 간을 보는 정도로만. 있다 해도 끄나풀만 몇 보냈을 뿐이지. 엘로힘의 견제가 꽤 심하거든. 그들과 정말 무력적 충돌을 벌일 게 아니라면 괜히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피하려 하니까.”

“혈국은 부딪칠 생각이 있는 거군.”

“황제께서 그렇게 마음을 먹으셨으니까. 그만큼 그대와 동료들에게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단 뜻이자 배려가 아니겠나.”

라오는 그것이 정말 둘도 없을 은덕이라는 듯, 잔뜩 상기된 얼굴이 되었다. 연우는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간만 보고 있다지만. 기회가 보인다 싶을 때에는 바로 개입을 하려 들겠지.’

연우는 그것이 혈국과 엘로힘이 충돌할 때, 혹은 엘로힘의 압박에 브라함과 용인이 위험해질 때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심상 결계의 정확한 위치가 노출될 때를 노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 뒤로도 연우는 라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고, 그때마다 라오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을 했다.

덕분에 연우는 돌아가는 상황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었다.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판이 훨씬 큰데.’

라오는 자신이 사절로 나섰다고 했지만, 사실 총책임자는 따로 있다고 했다.

후작 칼리번. 본명은 달리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영웅의 신검에 빗대어질 정도로 선후 관계를 칼처럼 확실하게 자르는 냉철한 성격으로 유명해 상대하기가 많이 까다로울 것 같았다.

게다가 엘로힘에서도 지원 병력이 추가되었다. 현재 혈국이 파악한 것만 해도 헤메라가 있었고, 그 외에 몇 명이나 더 투입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한 가지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엘로힘 내에서도 프로토게노이 족이 이번 일에 유달리 관심을 크게 두고 있다는 것.

‘11층 때도 그렇지만, 위에서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있기에도 모자랄 놈들이 왜 자꾸 저층 구간에서 어슬렁거리는 건지.’

연우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쩌면 이번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전장에서만 맡을 수 있었던 피 냄새가 코끝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연우는 알아낼 만한 정보는 모두 알아내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덕분에 많은 걸 알았어. 말했듯이, 브라함 등에게는 일단 좋게 말해 보지.”

하지만 연우는 말꼬리를 슬쩍 흘리면서 차후에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드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다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각룡 말인가?”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에게 꽤 중요한 것이라.”

“필요하다면 병력을 지원해 줄 수도 있다만. 제국에서 조사한 바로는, 랭커라 해도 꽤 상대하기 까다로울 것이라더군. 22층의 크라켄보다 더 지독하다는 말도 있고.”

라오가 슬쩍 손길을 뻗으려 했지만, 연우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쓸데없이 빚을 질 이유는 없었다.

라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러면서 이 주변은 자신들이 지키고 있을 테니 마음 놓고 레이드를 하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연우는 그것이 자신의 전력을 파악하려는 술수라는 것을 알기에 속으로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독식자의 전력? 궁금하겠지. 크게 알려지지 않은 데다가, 올포원의 환영과 대등하다니까. 미리 파악해 놓는다면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

하지만.

‘글쎄. 뜻대로 될까?’

가면 아래, 연우는 가볍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8대 클랜에 엿 먹이는 일을 계획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 * *

“그럼 이제부터 뭘 하면 되우?”

알려진 각룡의 크기는 대략 80미터. 판트는 벌써부터 거대 몬스터를 레이드한다는 사실에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여기에.

“아주 간단해.”

연우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먹혀.”

“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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