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악마의 숲 (12)
사념 공간은 격렬하게 요동치면서 이리저리 비틀리기까지 했다. 당연히 서 있던 판트와 에도라는 자세를 바짝 낮추면서 가까스로 균형을 잡아야만 했다.
“이런 건 말 좀 하고 하라고, 이 양반아!”
판트는 볼썽사납게 넘어지려다 말고 겨우 자세를 잡으면서 연우에게 울컥한 나머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연우를 보는 눈길은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각룡의 사념 공간을 이루고 있던 세계 전체가 크게 비틀리면서, 와류 형태를 그리며 연우에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공간이 한 점으로 쓸려 가는 광경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위압적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천 마리는 될 것 같던 마족 군단도 섞여 있었으니.
끼아악!
녀석들은 고무줄처럼 이리저리 늘어나다가 결국 길게 쭉 찢어지면서 연우의 왼쪽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바토리의 흡혈검!
모든 에너지 종류를 빨아들인다는 스킬답게, 연우의 망막에는 쉴 새 없이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족91을 흡수했습니다.]
[마족1,021을 흡수했습니다.]
[드 로이 호수 각룡의 사념체를 빠른 속도로 갈취합니다.]
……
[힘이 2만큼 올랐습니다.]
[민첩이 1만큼 올랐습니다.]
……
[드 로이 호수의 각룡이 ‘저주: 최면’을 시도합니다.]
[‘냉혈’ 특성으로 불발됩니다!]
[드 로이 호수의 각룡이 ‘저주: 혼란’을 시도합니다.]
[‘냉혈’ 특성으로 불발됩니다!]
각룡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념 공간 안에 들어온 연우 등이 웬 떡이냐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직 육체적인 행위에 익숙지 않은 녀석으로서는 사념 공간에서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 핵이 되는 심장이 전부 사념 공간 안에 있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그래서 각룡은 연우 등을 삼키고, 여태 흡수했던 마족 군단을 활용해서 그들을 흡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연우를 모르기 때문에 빚어진 참사였다.
연우는 정신계 공격에 있어 절대적인 면역력을 자랑하는 냉혈을 지니고 있었고, 역으로 받아칠 수 있는 스킬까지 갖고 있었다.
각룡으로서는 자신의 약점을 훤히 드러낸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걸 놓으라며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봐도, 저주를 잇달아 걸어도, 바토리의 흡혈검은 절대 먹잇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요동치는 녀석의 숨통을 한시라도 빨리 끊으려는 듯, 더 깊숙하게 이빨을 밀어 넣으면서 탐욕스럽게 녀석의 사념과 정기를 갈취했다.
판트와 에도라는 잠시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80미터나 되는 거체를 너무 손쉽게 잡는 모습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때, 연우가 어기전성을 보냈다. 육성은 각룡이 내뱉는 울음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앞에 집중해. 이제부터 너희들이 할 일이 중요하니까.』
판트와 에도라는 번뜩 정신을 차리고, 연우의 말마따나 앞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뒤틀리는 공간 사이로, 두 개의 빛이 위로 솟고 있었다.
『앞에 두 개의 포인트가 보일 거다. 녀석의 심장이 숨겨진 위치니까, 수거해 와. 다만, 어떤 트랩이 숨겨져 있을지 모르니까 조심하고.』
판트와 에도라가 눈을 반짝였다. 사실 연우가 다 하고 있어서 자신들이 굳이 들어올 이유가 있었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연우가 사념 공간을 단단히 붙들어 놓는 동안 자신들이 움직이는 작전이었던 모양이다.
“맡겨만 두슈! 말끔하게 잘라다가 가져올 테니.”
판트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가슴팍을 두들기더니 좌측에 있는 심장 쪽으로 움직였다. 에도라는 반대쪽인 우측으로 움직였다.
팟-
여전히 공간에 찢기지 않은 몇몇 마족들이 둘을 잡기 위해서 와락 달려들었다.
“으랏차차! 비키란 말이다, 이 찌끄러기들아!”
콰르릉!
판트는 간만에 뇌기를 힘껏 발산하면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마족들이 갈가리 찢겨 나가면서 탄내가 진동했다.
에도라는 신마도를 크게 아래로 내리쳤다. 그러자 공간이 단절되면서 선상에 놓여 있던 마족들이 모조리 썰려 나갔다. 팔극권의 단천. 어린 시절부터 팔극권을 꾸준히 단련했던 그녀는 사실 검술에 있어서 달인 급의 명사였다.
파스스-
그때, 연우의 뒤편으로 샤논과 한령이 나타났다.
「이런 건 우리들한테 시켜도 되지 않아? 굳이 저 두 사람까지 끌어들일 필욘 없었을 것 같은데.」
한령이 샤논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여태껏 두 사람이 지켜본 연우는 이렇게 인심이 넉넉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친한 지인이 있더라도, 히든 피스가 있다면 혼자서 독식하려는 편이었다. 둘에게 나눠 줄 때도 있었지만, 어차피 그들은 연우에게 예속된 입장이니 그들의 발전이 곧 연우의 전력 강화여서 별 차이 없었다.
연우는 어느새 마족들을 가로지르면서 원하던 포인트에 도착하는 판트와 에도라를 보면서 말했다.
『더 집중해야 할 게 있어서.』
「집중?」
판트와 에도라는 곧 빛무리에 잠기면서 자취를 감췄다. 심장을 보호하고 있는 트랩이 발동되었다. 아마 지금쯤 둘은 다른 사념 공간으로 이동되어 다른 시련을 진행 중일 것이다.
연우는 더 이상 목격자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들어 샤논을 응시했다.
『어. 꽤 큰 놈이 있거든.』
샤논은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가 곧 말뜻을 알아채고 살짝 놀랐다.
연우가 두 사람에게 맡긴 심장은 총 셋. 하나는 찾았으니, 나머지 하나가 남는다.
그리고 그 하나는 아마도…….
「설마 본체를?」
『그래. 본체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그새 다른 심장들을 어떻게 찾겠어?』
그 순간, 연우를 둘러싸고 있던 마지막 공간이 뜯기면서 주변으로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연우와 샤논, 한령은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지면에서부터 우울하고 음습한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 여태 상대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렬한 사념. 연우는 뇌리를 쿡쿡 쑤셔 대는 저주를 억지로 밀어냈다.
곧 어둠 사이로 두 개의 실선이 쭉 그어지더니 위아래로 활짝 펼쳐졌다.
거대한 동공이 구르면서 연우를 포착했다. 짙은 분노가 풍겼다. 그를 잡아먹고자 하는 강렬한 허기가 느껴졌다.
저것이 바로 각룡이라는 흉포한 번데기 안에서, 변태, 아니, 진화를 꿈꾸며 기운을 한창 갈무리 중인 본체였다.
드 로이 호수의 각룡은 워낙에 유명해져서 이제는 23층의 명물로 통할 정도였다. 그리고 일정 주기마다 나타나는 녀석을 사냥해서 부산물을 얻는 게 관습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사실 그동안 그들이 잡았던 각룡은 대부분 같은 것, 한 마리였다는 것을.
각룡은 진화하려는 마족이 겉으로 내세운 허상이다. 아무리 잡는다고 해도 심장 한 개만 내어 줄 뿐. 본체가 남아 있는 이상, 얼마든지 다시 심장을 만들어 내어 재생할 수 있다.
즉, 플레이어들이 그동안 잡았던 건 찌꺼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동생은 이 사실을 비에라 듄의 도움으로 알게 되었고, 진짜 본체를 잡아 마의 인자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수 년이 지난 지금.
새롭게 출몰한 본체는 당시에 동생이 잡았던 녀석에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강렬한 투기를 발산 중이었다.
‘그 전에 폭발에 휘말려 죽은 놈 들 때문인가?’
마족의 잔해를 흡수하는 녀석이기도 하니 불의 파도와 광명의 신벌이 부딪쳤을 때 휩쓸린 마족을 삼켰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 근처에서 살던 브라함의 영향 때문인지도.
확실한 건 제법 건실한 놈이 걸렸단 뜻이었다. 연우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녀석은 깊은 영면에서 깨어난 것에 화가 단단히 났던지, 들끓는 음성으로 연우를 노려봤다.
『너…… 는…… 누구…… 냐?』
금방이라도 연우를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거렸지만.
연우의 눈에는 맛난 횟감이 힘차게 펄떡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영역 선포.”
2차 각성을 시도했다. 용의 기운이 열풍에 실려 잔뜩 퍼져 나가면서 녀석의 머리 위를 뒤덮었고, 연우의 그림자도 길게 늘어나면서 레베카와 부를 비롯한 괴이 군단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이 다시 한 번 더 강렬한 투기를 발산했다. 천적인 용종이 나타나자 본능이 먼저 튀어나왔다.
연우는 비그리드를 세게 아래로 내리쳤다. 불의 파도가 잔뜩 퍼져 나오면서 작렬했다.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 * *
연우가 각룡의 본체를 상대하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총 세 가지였다.
첫째는 마의 인자, 둘째는 드 로이의 악마학,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악마와 ‘비교적 가까운’ 녀석과의 전투 경험이었다.
물론, 아무리 본체라고 해도 악마와 비교할 건 되지 못한다.
마족이 최소한 하급 악마라도 되기 위해서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마족을 삼키면서 변태에 변태를 거듭해야 하고, 또 그에 못지않은 세월 동안 농익어야만 했다.
그러니 이런 녀석과 백날 싸워 봤자 진짜 악마와는 엄청난 격차가 있을 테지만.
이것만 해도 연우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현자의 돌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주 약간이라도 악마에 대한 경험이 필요했다.
콰콰콰-
그때, 저 아래에서부터 시커먼 촉수 서너 개가 길쭉하게 치솟으면서 연우를 노렸다.
하나하나가 수백 년 묵은 거목처럼 굵직하고 탄탄한 것들. 그러면서도 탄력이 강해 제멋대로 방향 전환이 가능했다. 크라켄의 다리보다 훨씬 끈질겼다.
특히 연우의 용마안에는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촉수의 표피 끝에 무수히 나 있는 돌기에 맺힌 점성 액체들이.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연우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물질이었다.
‘마독(魔毒). 저걸 만들어 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마독은 보통 악마가 분비하는 물질로, 한 줌만으로도 오우거를 통째로 녹일 만큼 지독한 맹독이었다. 또한, 어떻게 버틴다고 해도 골수에 스며들어 사지를 마비시키고, 때로는 정신계에 침투해서 마성(魔性)을 일으키는 성질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구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
그런데 녀석은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각룡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벌써 다량의 마독을 분비하는 중이었다.
‘이건 단순히 나나 브라함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야. 마치 다른 누군가가 일부러 이렇게 키운 것 같은……!’
더구나 가장 큰 문제점은 마독은 특히 용종에게 더할 나위 없이 치명적인 독이라는 점이었다. 악마들이 용종을 수월하게 사냥하기 위해서 개발한 탓이었다.
그래서 연우도 섣불리 녀석이 내뻗는 촉수와 맞부딪치지 않았다.
불의 날개를 한껏 펼치면서 빠르게 이동, 촉수를 될 수 있는 대로 피했다. 그의 비행 실력은 이전보다 훨씬 원활해져 있었다.
그동안 연우가 마법 무장을 위해 추가로 새긴 마법은 셋.
레비테이션.
플라이.
리프트&드래그 컨트롤.
아예 자체적으로 비행과 관련된 마법들을 차례로 새겨 놓고, 여기에 양력과 항력을 임의대로 조절할 수 있는 방안까지 구조식을 만들어 새겼다.
덕분에 꽤 많은 늑골의 표면을 할애해야 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연우는 최대한 촉수에 노출되지 않는 선에서 공격을 피해 가면서, 불의 파도를 잇달아 토해 냈다.
콰아앙-
콰쾅! 쾅!
비그리드를 잇달아 내려칠 때마다 불의 파도가 작렬하면서 촉수를 잘라 내고 불태우기를 반복했다.
그럼 녀석이 다시 촉수를 생성해 내뻗었지만, 그때도 연우는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샤논과 한령, 그리고 부와 괴이 군단도 마찬가지였다. 녀석들은 오히려 더 맹활약을 벌였다. 수시로 불꽃이 터질 때마다 생겨나는 그림자 속으로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면서 공격을 해 대는 통에, 녀석을 이루고 있던 표피가 수없이 갈라지면서 핏물이 위로 튀었다.
특히 레베카는 가장 큰 맹활약을 벌이는 중이었다.
『신이시여, 빛을!』
케르눈노스 신의 신력을 한껏 드러내면서 화살을 있는 대로 퍼부었다. 원래 그녀는 사냥 신의 사도답게, 십팔반병기로 분류되는 다양한 무기에 능통해 있었다.
활의 시위를 튕길 때마다 빛이 소낙비처럼 쉴 새 없이 쏟아지면서 본체의 표면에다 구멍을 있는 대로 뚫어 놓았다.
문제라면 녀석의 사념 공간이니 만큼, 케르눈노스 신의 신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각룡의 본체에는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쿠어어엉!
다시 한 번 더 녀석이 크게 요동쳤다. 고통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때, 꿀렁이던 표피 사이로 퀭한 구멍이 열렸다. 그 위로 구릿빛 피부를 가진 인간 형체가 일어섰다. 이목구비가 없었지만, 연우는 녀석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이 녀석을 따라 잔뜩 뭉쳐 있었다. 마핵. 심장이었다.
그때, 녀석의 등 뒤로 여러 쌍의 날개 같은 것이 돋아나더니, 손에도 길쭉한 검이 생겨났다. 그리고 사방으로 아이기스를 닮은 방패들이 나타났다.
「저거, 아무래도 주인 흉내 내는 거 같은데?」
아마 이대로 싸워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겠지. 그러니 사념 공간에 얽힌 연우의 패턴과 데이터를 해석해서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 같았다.
샤논이 재미나다는 듯이 웃어 댔다. 마치 21층으로 되돌아와 새롭게 생겼을 연우의 환영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샤논의 웃음소리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여태 길게 내뻗던 촉수들이 갑자기 안쪽으로 뭉치더니 샤논과 한령을 닮은 모습으로 변했다. 부, 레베카, 괴이 군단까지 고스란히 재현되었다.
「우리까지 따라 하는군.」
「으음. 저건 좀 기분 나쁜데?」
문제는 그렇게 생성된 일련의 무리들 옆으로 똑같은 무리들이 계속 생성되는 중이라는 점이었다. 마치 공장에서 공산품을 마구 찍어 내듯이.
당연히 샤논의 웃음소리는 뚝 그쳤고, 목소리엔 짜증이 섞였다. 한령도 마찬가지였다. 레베카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으로는 정말 사념 공간에 들어섰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저런 녀석들을 자꾸 찍어 내면 찍어 낼수록, 불리해지는 건 이쪽일 테니.
하지만 연우는 잘되었다 싶었다.
여태껏 꽁꽁 숨겨 뒀던 마지막 심장을 드러냈다는 건 죽음을 불사했다는 뜻.
녀석은 최후의 발악에 발악을 거듭하고 있는 중일 뿐이었다.
[검의 정화]
[여신의 창칼]
적으로 지정된 녀석들로부터 막대한 양의 살의를 흡수하면서 생성된 투기가 사념 공간을 가득 물들였다. 여기에 아테나 신의 가호까지 곁들면서, 마구 증폭된 투기는 마침내 각룡의 사념량을 역전하고 말았다.
[사념 공간에 대한 찬탈을 시도합니다.]
[저항이 극심합니다.]
[저항이 극심합니다.]
……
각룡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어떻게든 저항하려 했지만.
녀석이 쏟아 내는 사념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덩달아 연우의 투기도 곱절로 증폭하기 때문에 도저히 거스를 수가 없었다.
쿠어어!
결국 녀석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저항을 진압하여 찬탈을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념 공간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습니다.]
오로지 각룡으로만 가득하던 사념 공간이, 단숨에 연우의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
녀석의 사념이 경악하는 것이 느껴졌다.
연우는 그것을 보면서 비웃음을 던졌다.
그러면서 입맛을 다셨다.
녀석의 사념 공간이었을 때에는 처치하기가 아주 까다로운 놈이었지만. 이제 주인이 바뀐 공간에 갇힌 이상, 녀석은 다 잡힌 물고기나 다름없었다.
연우의 눈에는 이곳이 전부 맛난 것으로 가득한 만찬회장으로 보였다.
눈가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입술을 가볍게 핥는 붉은 혀 사이로 송곳니가 훤히 드러났다.
이제, 만찬을 즐길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