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217화 (217/862)

17화. 현자의 돌 (10)

자신을 삼키러 온다던 마성의 경고.

그것은 분명히 열매가 맛나게 무르익을 때를 기다리는 포식자의 유열(愉悅)이었다.

연우는 재빨리 마력을 회전시키면서 현자의 돌을 체크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현자의 돌은 마력회로에 말끔하게 결착되어, 메인 코어로서의 기능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이질감이나 저항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 같았다. 마기가 섞인 마력도 기존 마력에 어느새 동화되어 힘차게 체내를 질주 중이었다.

그렇게 반발이 심하던 마성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착각일까? 아니면 그냥 단순한 마지막 몸부림?’

연우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현자의 돌뿐만 아니라, 체내 곳곳을 뒤졌다. 심지어 의식 세계까지 다시 한 번 더 훑었지만. 마성은 없었다. 마치 말끔하게 증발해 버린 것처럼.

그래서 연우는 더더욱 찝찝함을 느꼈다. 만약 추론대로 그냥 단순한 마지막 몸부림에 불과했다면 조금이라도 흔적이 남았을 텐데. 말끔해도 너무 말끔했다.

“카인? 카인!”

연우는 자신을 흔드는 손길에 정신을 퍼뜩 차려야만 했다.

브라함이 걱정 어린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호흡이 좋질 않은데.”

연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한 걱정을 살 수는 없었다.

“아닙니다. 아무것도. 그저 마지막에 현자의 돌과 마력회로를 연결시키는 데에 반발력이 생각보다 커서…… 그것을 진정시키느라 심력을 소비해서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확실히 그럴 만도 하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니. 하면 들어가서 쉬는 게 어떤가?”

“아닙니다. 이젠 괜찮습니다. 그보다, 제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연우는 엉망이 되어 버린 주변을 둘러봤다. 그동안 그들의 연구를 도와주던 갖가지 집기며 도구들이 박살 나거나 아무렇게나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탑처럼 쌓였던 서류들은 와르르 무너진 상태였다.

“역시 외부에서 벌어진 일은 전혀 짐작도 가지 않는 모양이군.”

“예.”

“사실, 난리도 아니었다네.”

연우가 마성을 제압하기 위해서 전념하는 사이.

연우의 육체는 붕괴와 재생을 거듭했다. 마룡체였기에 망정이지, 육체의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 때문에 마력 폭풍이 쉴 새 없이 휘몰아쳐 제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만약 브라함과 대장로가 나서서 육체를 강제로 속박하지 않았더라면 마을의 태반이 날아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연우는 그럴 만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마력이 도도하게 흐르는 지금도 이렇게 힘이 넘쳐 나는데. 발작을 일으켰다면 위력이 어땠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두 사람이나 되니 제압할 수 있었으리라. 아마 육체에 남아 있는 어릿한 통증은 그때 생긴 후유증인 것 같았다.

“그보다.”

대장로는 쓰고 있던 안경을 고쳐 쓰면서 진지한 눈매로 연우에게 물었다.

“현자의 돌은 어떤가? 쓸 만한가?”

브라함과 헤노바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기대에 부푼 눈빛이었다. 희대의 보구를 완성했으니, 제작자로서도 흥미가 생긴 것이다.

연우는 살짝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한 번 실험해 볼까요?”

* * *

연우는 마을에 머물면서 현자의 돌을 완성하는 데 주력하면서도, 틈이 날 때면 수련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육체는 단 며칠이라도 수련을 미루면 바로 티가 나기 마련이었으니까. 꾸준한 단련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더구나 새로운 권능들을 획득해서 이래저래 연습해 봐야 했던 연우로서는 더더욱 단련을 게을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제집 안방처럼 익숙해진 외부 수련장인데도 불 구하고.

연우는 왠지 모르게 처음 방문한 것 같은 설레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체내를 타고 흐르는 힘찬 마력의 흐름 때문이리라.

현자의 돌이 공급하는 마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양이 불어나 체내 곳곳에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용과 마의 인자를 차례대로 깨워 강화시키고, 마력을 끊임 없이 정제해서 순도를 향상시키며, 회로도 더 크고 굵게 확장시켰다.

마치 자체적으로 영성(靈性)이라도 띠고 있는 것처럼. 현자의 돌은 알아서 움직이면서 연우의 육체를 조금씩 개조시켜 나가는 중이었다.

여전히 조금씩 남아 있는 현자의 돌과 마룡체 간의 이질감을 해소시키고, 기능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인 것이다.

이 작업이 모두 끝난 뒤에는. 각성을 이룬 것처럼 또 한 번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겠지.

여름여왕이 드래곤 하트의 대체재로 현자의 돌을 점찍어 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핏 마성에 대한 염려도 들긴 했지만. 연우는 어느새 걱정은 머릿속 한편에다가 박아 둔 상태였다. 더 깊게 생각해 봤자 해답이 나오지 않는 데다가, 지금은 달라 진 육체를 빨리 확인하고픈 마음이 더 컸다.

수련장 외곽에서 이쪽을 지켜보는 브라함, 대장로, 헤노바만큼이나.

“나와.”

츠츠츠-

연우의 명령에 따라 그림자가 길쭉하게 늘어나 두 개로 갈라지면서 위로 불쑥 올라왔다. 샤논과 한령이 완전 무장을 한 채로 모습을 드러내고, 그 위로 레베카가 조용히 내려앉았다.

기능을 확인하는 데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실전을 치러 보는 것이다.

연우는 전력을 다해 셋의 합공을 막아 볼 생각이었다.

샤논과 한령은 현자의 돌에서 공급되는 마력으로 격이 몇 단계씩 상승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그동안 미후왕의 유산을 연구하면서 정리한 심득도 적잖게 있었다.

레베카 역시 살아 있을 시절만큼은 아니더라도, 전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였기 때문에 한 번 자신의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특히 케르눈노스 신의 신성이 부쩍 커져 몸이 바싹 달아 오른 상태였다.

이들과 직접 부딪친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몸이 성하진 않을 게 분명했다.

「이봐, 주인.」

“왜?”

샤논의 부름에 마장대검과 크라슈나의 단검을 매만져 보던 연우가 고개를 들었다.

「얻어맞았다고 해서 질질 짜거나, 꿍하게 있다가 복수하기 없기?」

연우가 피식 웃었다.

“내가 할 말을.”

「흐흐. 그래. 그 말을 기다렸다고.」

샤논은 가볍게 몸을 풀면서 헤노바가 만들어 줬던 소드 브레이커를 꺼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것을 보던 헤노바가 아주 잠깐 두 눈을 크게 떴지만, 곧 팔짱을 끼면서 입을 꾹 다문 채 이쪽을 계속 주시했다.

「오늘 바닥에 드러누워서 아예 엉엉 울게 만들어 주지.」

샤논은 생각만 해도 재미있다는 듯이 실실 웃어 댔다. 그사이 한령은 고유 스킬 ‘아홉 칼의 무덤’을 발동시키기 위해 아홉 자루의 칼을 꺼내고, 레베카는 어깨에 활을 두르고 한 손에는 각검을 쥐면서 뒤로 빠졌다.

그리고 그 순간.

콰드득-

연우는 용체 각성을 시도했다. 가슴팍에서부터 시작된 용의 비늘이 눈가까지 다다르고, 불길에 둘러싸인 용의 날개가 한껏 치솟으면서 뜨거운 열풍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그가 딛고 있던 땅이 삽시간에 시커멓게 그을렸다.

[여신의 성흔]

여기에 아테나의 가호가 더해지자, 화력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불어났다. 아테나가 건넨 권능은 용체 각성이 미처 건들지 못하는 영역까지 보완해 주고 있었다.

쾅!

그때, 연우가 지면을 세게 박찼다. 마치 포탄이 떨어진 것처럼. 그가 떠난 자리에 구덩이가 깊게 파이면서 먼지구름이 높게 치솟고, 그사이 연우는 단숨에 공간을 쇄도해서 샤논과 맞닥뜨렸다.

하지만 연우의 앞을 가로막아 선 건, 노리고 있던 샤논이 아니었다.

「야!」

「미안하지만, 내가 먼저 나서지.」

어느새 한령이 나서면서 여덟 자루의 칼을 아무렇게나 허공에다 집어 던지고, 대신에 제 몸만큼이나 커다란 시미터를 뽑아 휘두르고 있었다.

「주인님과는 한 번 제대로 겨뤄 보고 싶었습니다.」

한령의 말은 진심이었다. 비록 연우의 계략에 의해 기존 소속 집단에서 내쳐지고 데스 나이트로 전락해 버리긴 했지만. 그동안 연우를 지켜보면서 한령은 그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꿀 수 있었다.

연우는 마치 젊은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게 했다. 어떤 위험 상황에서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고, 자신이 쟁취하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든 손에 넣었다.

그런 그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령은 있지도 않은 심장이 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못난 아들을 둔 이후로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투사로서의 호승심이 들 끓었다.

물론, 자신과 다른 점도 많았다.

오로지 싸움에만 미쳐 살던 투견인 자신과 다르게, 연우는 언제나 냉철한 판단력을 자랑했으니까. 생각도 깊어서 이따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때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확실하게 그은 선은 절대 넘지 않으려 하는 수도자로서의 특징도 강하게 보였다.

그래서 한령은 연우라는 존재에 대해서 더 깊게 알고 싶었다.

하지만 말재주가 없는 그가 연우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란 어려운 일.

하지만 다행히 무사에게는 말보다 더 손쉽게 통하는 방법이 있었다.

칼. 무사의 칼 속에는 천 마디 말보다 더 진실된 한 마디의 말이 숨어 있는 법이었으니.

여태 연우와 직접 칼을 겨뤄 본 적도 없었기에. 한령은 이참에 연우의 마음가짐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성취도 파악할 겸.

쾅!

연우가 내려친 마장대검이 시미터에 가로막혔다. 열풍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마장대검은 시미터에 비하면 길이가 훨씬 짧았고, 한령은 그런 이점을 놓치지 않고 매섭게 우측으로 크게 돌렸다.

가가각!

쇠가 긁히는 소리와 함께 불똥이 거칠게 위로 튀었다. 시미터는 마장대검을 한껏 크게 밀어내고, 단숨에 방향을 반대로 꺾으면서 연우의 허리를 쓸어 나갔다.

콰콰쾅-

〈칼날 소용돌이〉. 한령이 자랑하는 또 다른 시그니처 스킬이 발동했다.

칼을 휘두를 때마다 휘몰아치는 소용돌이는 단 한 번의 참격(斬擊)으로도 수십 수백 번의 참격을 낳는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연우는 지면을 박차 허공으로 높이 튀어 오르는 것으로 참격을 피했다. 그가 사라진 자리로 소용돌이가 언뜻 나타났다가 허망하게 사라졌다.

그사이, 연우는 제비돌기를 하는 것과 동시에 크라슈나의 단검으로 한령의 목을 노렸지만.

까앙!

한령은 때마침 발치에 꽂혀 있던 샤브르(폭이 좁은 검)를 뽑아 올리면서 연우의 공격을 옆으로 쳐 냈다. 그리고 오른손에 쥐고 있던 시미터를 다시 대각선으로 그었다.

콰쾅!

연우는 마장대검과 크라슈나의 단검을 교차시키면서 겨우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충격파를 모두 상쇄하지 못해 몸뚱이가 단숨에 뒤로 튕겨 났다.

재빨리 마력회로를 돌렸다. 불의 날개가 한껏 커지면서 가까스로 균형을 다잡았지만, 어느새 한령이 다시 눈앞까지 다가와 칼을 찌르고 있었다.

헌팅 소드. 찌르기에 특화되어 창의 형태를 띤 검이 미간을 찔러 왔다.

지금 막는 건 불가능하다.

연우는 재빨리 또 다른 권능을 발현시켰다.

[제3천의 영]

[72선술- 벽]

끼아아-

오른쪽 손목에 찼던 검은 팔찌가 시린 빛을 토해 내더니, 끔찍한 귀곡성과 함께 희뿌연 망령 집단이 나타나 단단한 벽을 세웠다.

쾅!

비록 망령의 벽은 구멍이 휑하게 뚫리긴 했지만, 몇 겹이나 두른 탓에 검이 연우에게까지 다다르진 못했다.

그사이, 연우는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마장대검을 따라 성화가 깃든 오러가 잔뜩 올라왔다.

하지만.

한령은 한 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어느새 옆으로 떨어지던 샤브르를 잡아 휘둘렀다. 콰르릉. 다시 한 번 더 칼끝에서부터 소용돌이가 터졌다. 남아 있던 망령의 벽이 그대로 부서졌다.

칼을 다루는 솜씨로 연우가 한령을 따라잡기엔 아직까지 여러 모로 많은 면이 부족했다.

한령은 죽기 전에도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던 명인 급의 인사. 여기에 미후왕의 유산을 오랫동안 궁리하면서 깨달은 것도 있기 때문에, 어느덧 진인 급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육체가 아직까지 생전만큼 따라 주지 못한다는 것뿐. 그의 실력은 진짜였다.

때문에 아직 달인 급에 불과한 연우가 그를 당해 내기란 요원했다.

하지만 연우는 그런 실력 차를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의 장기가 있었다.

화력. 현자의 돌을 장착하면서 무한대에 가까워진 마력은 단순한 일격에도 강한 힘을 실어 넣었다.

콰아앙!

마장대검이 시뻘건 불길을 토해 냈다. 성화가 뒤섞인 오러가 터지면서 한령을 강제로 옆으로 튕겨 냈고, 그사이 연우는 블링크를 발동시켜 한령의 후방을 점했다.

한령은 연우의 기척을 읽고 뒤 쪽으로 시미터를 휘둘렀다. 하지만 시미터는 다시 치솟은 망령의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고, 그사이 마장대검이 한령의 옆구리를 가르고 지나갔다.

번쩍!

마장대검이 이대로 폭발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한 빛을 토해 냈다. 불의 파도. 이전보다 강한 제어가 이뤄져 한쪽 단면에 집중시킨 것임에도, 폭발력은 훨씬 강해져 있었다.

불길이 수십 미터도 넘게 치솟아 올랐다.

쾅! 콰콰쾅!

콰르르-

결국 한령은 불바다에 잠겨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때, 후방에서 불길을 억누르며 샤논과 레베카가 튀어나와 각기 좌우에서 검을 쓸어 왔다.

연우는 다시 한 번 더 블링크를 전개해 자리에서 멀찍이 떨어지고자 했다.

하지만 다른 공간에서 나타난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화살들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레베카가 그의 움직임을 읽고 어느새 활의 시위를 잡아당기고 있었던 것이다.

따다당!

그리고 화살을 쳐 내는 동안, 샤논이 다시 한 번 더 연우 앞에 나타나면서 소드 브레이커를 세게 내리쳤다.

시뻘건 불길이 떨어졌다. 〈볼케이노〉. 바할에게서 강탈했던 녀석의 시그니처 스킬이 더해져 있었다.

[시차 괴리]

한껏 느려진 세상 속에서, 연우는 빠른 판단을 내렸다.

근거리와 원거리, 둘 모두 장악 된 이상 블링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

‘정면 돌파뿐.’

생각이 끝난 순간, 또 다른 권능이 빛을 발했다.

[흉신악살]

심장 한편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던 분노가 단숨에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마치 짐승이 된 것처럼. 연우는 솟구치는 포악함을 참지 않고 터뜨렸다.

“크와앙!”

정말 맹수라도 된 듯이. 연우의 하울링과 함께 성화가 몇 배로 크게 몸집을 부풀리다가, 어느새 흑색으로 물들면서 횡대로 그어졌다.

콰콰콰-

흑염(黑炎)은 눈앞에 있는 것들을 모두 집어삼키는 포식자가 되어 대지를 강타했다. 샤논과 레베카를 단숨에 휩쓸어 버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저 수련장 뒤편에 있던 산의 허리를 크게 훑고 지나갔다.

콰르르!

산자락이 흔들리고, 일대 주변이 온통 폐허가 되었다. 그리고 자욱하게 낀 먼지구름 사이로, 연우는 검은 불길을 한껏 두르면서 살벌한 기세를 잔뜩 흘려 댔으니.

그 모습은 마치.

저 깊디깊은 지저 세계에서 지옥불과 함께 세상에 강림한 지옥의 군주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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