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켈라트 경매장 (2)
“칫. 삼촌 너무해. 그렇지, 짹짹아?”
세샤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품에 있는 니케를 꼭 끌어안았다. 분홍색 뺨은 어느새 풍선처럼 잔뜩 부풀어 있었다.
처음 삼촌이 생겼을 때만 하더라도. 세샤는 정말이지 하늘을 날아다닐 것 같았다.
삼촌은 언제나 꿈속에서만 그리던 아빠처럼 자상했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만들어 줬다. 그리고 브라함의 눈을 피해서 이따금 손에 간식을 쥐여 주기도 했다.
특히 삼촌이 만들어 줬던 솜사탕이라는 건 너무너무 맛있어서 매번 만들어 달라고 칭얼거렸지만, 이가 썩는다고 안 된다 할 때면 밉기도 참 미웠다.
그래도 자신이 하는 말에 크게 호응해 주고, 밤만 되면 머리맡에서 동화책을 읽어 주는 고마운 삼촌이었다.
늘 행동이 무뚝뚝한 브라함은 그런 걸 잘 못해 줬으니까.
하지만 최근에는 삼촌을 만나기가 정말 하늘에 별 따기였다.
뭔 중요한 걸 만들고 있다나?
브라함도 거기에 몰두하고 있어서 정말 중요한 거다 싶긴 했다. 그리고 또래 애들보다 똑똑한 세샤였기에, 두 사람이 만드는 물건이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챈 상태였다.
그래서 연우와 브라함 앞에서는 괜찮다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곤 했지만.
그래도 심심한 것까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아직 열 살도 되지 못한 아이였으니까. 자신과 더 많이 놀아 주기를 바라는 어린아이였다.
물론, 21층에 있을 때처럼 마냥 심심하지는 않았다.
수시로 찾아와 언니처럼 놀아 주는 에도라가 있고, 자신을 귀여워해 주는 외뿔부족의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처음에는 뿔을 갖고 있어서 조금 무서웠지만. 모두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함께 어울릴 수 있었다.
그리고 또래 ‘친구’를 사귈 수도 있었다. 이래 봬도 자신을 두고 벌써 사랑 다툼을 하는 남자 아이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도 많았다.
무엇보다.
가장 친한 친구인 니케를 만났다. 자신이 하는 말을 일일이 다 들어 주는 고마운 친구. 말하는 새인 니케가 너무 귀여워서 세샤는 어딘가를 갈 때면 니케를 꼭 붙잡고 다녔다.
졸지에 인형이 되어 버린 니케는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그는 언제부턴가 세샤의 품에 붙들려 옴짝달싹도 못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수시로 고쳐 줘야 할 것도 있었다.
『세샤.』
“응?”
『나, 짹짹이가 아니라, 니케라고 불…….』
“아냐. 짹짹이는 짹짹이야!”
세샤는 니케를 더 힘껏 끌어안으면서 도리도리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니케는 부리를 꾹 다물었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저 이름을 탈출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었는데! 도로 짹짹이가 되어 버린 현실이 서글펐다. 삼촌이나 조카나. 이 집안사람들은 참 너무 똑같았다.
그러면서도 세샤의 마음이 이해 됐기 때문에 날개를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럼 세샤는 삼촌이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어?』
“음, 음, 으음……!”
세샤는 따로 생각한 게 없는 듯 귀여운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삼촌이 잘 안 놀아 줘서 조금 삐쳤을 뿐, 삼촌이 싫은 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좋아서 해 줬으면 하는 게 너무 많았다.
그러다 뭔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이면서 소리쳤다.
“솜사탕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
『솜사탕?』
“응응! 솜사탕 맛있었어! 엄청!”
벌써부터 침이 고이는지 헤실헤실 웃는 입가를 따라 침이 주르륵 흘렀다.
니케는 피식 웃으면서 날개로 그녀의 입가를 훔쳐 주면서 생각했다.
참 귀여운 친구라고.
자신을 짹짹이라고 부르는 것만 빼면.
* * *
“세샤가?”
『그렇다는군.』
연우는 간만에 모습을 보이면서 말하는 네메시스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니케와 링크가 되어 있는 네메시스가 말해 준 것이다. 세샤가 가진 불만 사항을.
연우는 문서를 집필하다 말고, 잠시 펜대를 놓으면서 고민에 잠겼다.
확실히 최근 들어 조카와 너무 못 놀아 주기는 했다. 구조식을 만드는 막바지 작업에 다다르다 보니 철야 작업을 할 게 많아 소홀히 했던 것이다.
‘나도 참 멍청한 짓을 했구나.’
연우는 그런 자신에 자책을 해야만 했다.
현자의 돌을 만들고, 이번 계획을 마련하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세샤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였을 텐데. 일에 정신이 팔려 도리어 세샤를 외롭게 만들었으니. 주객전도였던 셈이다.
‘솜사탕이라.’
연우는 좀 더 세샤에게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사과의 뜻으로 조카에게 뭘 주면 좋아할까 고민했다.
그냥 솜사탕만 만들어 줘도 될 테지만 다른 더 근사한 걸 주고 싶었다. 몸에 좋지 않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연우는 옆에서 여전히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네메시스의 시선을 느꼈다.
“그런데 넌 왜 세샤 옆에 있지 않는 거지?”
『……험! 그게 어디 중요한가.』
네메시스는 세샤와 한바탕 놀아 주고 나면 진이 다 빠진다는 사실을 차마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그냥 내내 세샤의 품에 꼭 끌어안겨 있기만 하면 되는 니케와 다르게, 그는 덩치가 크다 보니 언제나 세샤의 놀이기구(?)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이다.
머리 위에 태워서 하늘을 난다거나, 숨바꼭질을 한다거나, 마법을 보여 준다거나. 그런 귀찮고 힘든 것들만 잔뜩 해 대야 했다. 계속 자신을 두고 크르릉이라고 부르는 것도 힘들었다.
‘조카나 삼촌이나…….’
세샤는 착하고 좋은 아이었지만. 육아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어려운 법이었다.
연우는 그런 네메시스를 보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
왠지 모르게 녀석이 어떤 심정일지 알 것 같았다.
* * *
“세샤가?”
“예.”
브라함은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읽던 것은 어느덧 절친한 친구가 되어 버린 대장로의 도움으로 무서고에서 빌린 책자였다.
무공 비급만 아니라면 대여는 언제나 허락되었다. 마침 보고 있던 것도 탑의 역사와 정치를 기록한 고문서였다.
언제나 지식을 탐구하는 학자답게 이런 책을 보는 게 즐거운 그였지만.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세샤였다.
브라함은 세샤가 요즘 외로움을 타는 것 같다는 말에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연우로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에게 자문을 구하려는 것이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브라함은 이런 쪽에선 연우보다 더 문외한이었다.
“……어렵군.”
“마찬가집니다.”
연우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으려나. 차라리 남자아이였다면 쉬웠을 것이다. 어린아이였을 때를 떠올려 보면 그만이었으니까. 당시에 그와 동생은 아버지가 선물해 주신 합체 로봇 같은 장난감만으로도 즐겁게 잘 놀곤 했다.
하지만 감수성이 남다른 여자아이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쉽게 감이 잡히질 않았다.
하물며 본격적으로 계획이 시작되면 발푸르기스의 밤을 두들겨 대느라 더 정신이 없을 텐데. 그 때까지만이라도 세샤와 잘 놀아 주고 싶었다.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의 딸을 떠올려 보면 조금 쉬울 줄 알았는데. 피붙이다 보니 더 잘해 주고 싶어서, 오히려 어려워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다른 조언자를 찾아 봐야 할 것 같았다.
* * *
“흐흠.”
“……답답하다면 답답하다고, 무슨 말이라도 하는 게 어떨까?”
연우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면서 방실방실 웃는 에도라가 처음으로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같은 여자이니 조언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물어본 거였는데. 에도라는 대답 대신에 웃기만 계속 웃어 댔다.
“뜻밖이네요.”
“무엇이?”
“오라버니도 힘들어하는 게 있구나 싶어서요. 신기해요.”
“……나도 사람이다만.”
에도라는 다시 한 번 더 소리 죽여 웃고 말았다. 연우가 당황스러워하는 게 그녀에게까지 느껴졌으니까. 언제나 딱딱한 인형 같기만 하더니. 역시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에게는 다른 모양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연우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게 된 것이 반갑게 느껴졌다. 가면을 벗은 그의 얼굴을 본 이후로 가까워졌던 거리가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세샤에게 나중에 고맙다고 해야 하려나.’
에도라는 문득 세샤가 자신에게 도와줄까 하고 당차게 물었던 모습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버지 무왕이 나선 뒤로도 몇 달 동안 야누를 죽인 범인이 잡히지 않아 신경이 쓰이던 차였는데. 연우와 세샤 덕분에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조언해 줄 게 없다면 이만 일어나지.”
에도라는 자신이 너무 장난을 쳤다는 사실을 깨닫고, 손을 뻗어 연우의 팔을 붙잡았다.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일어나려던 연우가 잠깐 멈칫거렸다.
“그럼?”
“중요한 건 진심인걸요.”
“진심?”
에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 말아요. 오히려 그럴수록 세샤만 더 어려워할걸요?”
하지만 연우는 그 ‘진심’이라는 게 어렵기만 했다.
에도라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는 그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확실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너무 조카 바보였다.
“그럼 이렇게 해 볼래요?”
* * *
‘이쪽으로 와.’
연결 고리를 통해 연우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니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수척해졌던 눈가에 처음으로 생기가 돌았다. 이제 인형 놀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세샤. 주인이 맛있는 거 준다고 오라는데. 갈래?』
“삼촌이? 응! 갈래!”
니케는 세샤의 말이 바뀔까 싶어 재빨리 발톱으로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하늘 위로 날기 시작했다.
“아하하! 나 하늘 난다아! 슈우웅!”
하늘 날기는 최근에 세샤가 푹 빠져 있는 놀이었다. 사실 재미만 따지면 네메시스 위에 올라타는 게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아서 더 재미있었지만, 니케와 같이 나는 것도 재미있었다.
세샤의 말마따나 그들은 ‘슈우웅’하고 날아서 연우가 오라고 한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평소 두 사람이 산책을 자주 다니던 화원이었다. 연우 옆에는 어느새 테이블도 하나 놓여 있었다.
“삼촌!”
세샤는 폴짝 뛰어서 연우의 품에 와락 안겼다. 하늘 날기 다음으로 재미난 게 이거였다. 삼촌 품에 안기기. 탄탄하고, 따뜻해서 너무 좋았다.
“재미있게 놀고 있었어?”
언제나 딱딱한 말투를 쓰던 연우였지만. 조카에게만큼은 달랐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응응! 짹짹이가 막막 같이 놀아 줬어!”
연우는 세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개를 들고 방실방실 웃는 세샤의 모습은 강아지처럼 너무 귀여웠다.
세상에 이렇게 깜찍한 아이가 있을까. 없을 게 분명했다. 자신의 조카였지만, 예뻐도 너무 예뻤으니까.
벌써 미래에 남자 친구가 생기면 어쩌지 노파심이 들 정도였다.
아니지, 아니야. 요즘은 아이들이 조숙하다고 하니 먼 일도 아니었다. 일단 마을에 있는 외뿔부족 남자아이들부터 단속해 둬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삼촌, 나 배고파!”
어서 간식을 내놓으라는 눈빛에, 연우는 피식 웃고 말았다.
“오늘은 다른 걸 만들어 봤다.”
“다른 거? 뭐뭐?”
“저번에 먹었던 아이스크림 기억나?”
“응응! 그거 어어어어엄처어어엉 맛있었어!”
세샤는 짧은 두 팔을 잔뜩 벌리면서 소리쳤다. 우유를 어떻게 해서 얼려 먹었었는데. 차갑지만 너무 달고 맛있어서 눈이 휘둥그레졌던 기억이 있었다.
맛도 다양했다. 초코 맛, 바닐라 맛, 딸기 맛 등등. 덕분에 2주일 내내 질리지 않고 간식으로 그것만 주야장천 먹어 댔었다.
“그걸로 만든 케이크야.”
“케, 케이크? 그, 그것도 아이스크림?”
세샤는 신문물을 접한 사람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에 그런 대단한 음식이 있다고? 세샤의 머릿속에는 ‘아이스크림 + 케이크 = 아주아주아주 맛있는 거!’라는 공식이 성립했다. 꼬리가 기분 좋게 살랑거렸다.
연우는 그런 세샤가 너무 귀여운 나머지 미소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를 조용히 자리에 내려놓으면서 인트레니안을 열어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담긴 접시와 포크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세샤는 부리나케 의자 위에 올라가 포크를 집어 들었다. 브라함에게 배운 대로 ‘잘 먹겠습니다!’는 인사만 내뱉고, 재빨리 케이크에다가 포크를 찍었다. 아이스크림은 쉽게 녹기 때문에 빨리빨리 먹어 줘야만 했다.
어느새 그녀의 뺨은 햄스터처럼 잔뜩 부풀어 올랐다. 그러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삼켰는지, 몸을 찌르르 떨었다. 비늘이 살짝 일어났지만, 다시 눈을 번쩍 들면서 포크를 놀려 댔다.
연우는 옆에서 손수건으로 세샤의 입가에 잔뜩 묻은 아이스크림 흔적들을 훔쳐 주었다.
바람도 살살 불어서 꽃향기가 확 풍겼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도, 세샤를 보면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주인.』
그때, 니케가 연우의 오른쪽 어깨에 올라타 부리로 머리를 쿡쿡 찔러 댔다.
“왜?”
『저거 나도 조금 나눠 주면 안 될까?』
니케의 부리에도 잔뜩 침이 고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도 한 살밖에 되지 않은 꼬맹이였지.
연우는 다른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꺼내 녀석에게 내밀었다.
* * *
에도라가 해 준 충고는 간단했다.
그냥 하루 종일 시간을 내서 세샤에게 투자할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연우는 그걸로 부족하지 않겠나 싶었지만, 곧 에도라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어울리는 내내 세샤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자신이 보고 싶었던 미소.
그리고 에도라의 말처럼 세샤에게 필요했던 건 관심이었다.
그렇게 어느덧 밤이 되고 난 뒤.
연우는 잠자리에 누운 세샤의 머리맡에서 동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 주셨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동화는 ‘해님 달님’이었다.
“아하하! 그게 뭐야! 호랑이 바보 같아! 참기름 바르고 나무에 오르면 당연히 미끄러지지. 바보!”
세샤는 오빠의 계략에 나무를 오르다 실패한 호랑이의 대목에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오누이가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되었다는 사실에 눈을 반짝거렸다.
“그럼 삼촌.”
그러다 세샤가 연우에게 불쑥쑥 물었다.
“아빠도 해님 달님처럼 별님이 된 거야?”
순간, 연우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눈이 살짝 커졌다.
세샤는 그런 연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짝 미소를 흘리면서 말했다.
“엄마가 말했어. 아빠는 별님이 되어서 언제나 세샤를 지켜보고 있다고. 그러니까 나쁜 짓 하지 말고, 별님한테 꼭 소원 빌면 아빠한테도 전해질 거라고!”
해님 달님에서 하늘로 오른 오누이는 여동생은 해님이, 오빠는 달님이 된다.
연우는 어쩌면 그 이야기가 자신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처럼 화려하게 빛났던 동생과, 달처럼 조용히 뒤를 따르는 자신.
그러다 태양은 빛을 너무 많이 뿌려 별이 되고 말았다. 조용히 뒤따르던 달은 조금씩 흩어진 빛을 주우면서 초승달에서 반달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보름달이 되겠지.
“그럼. 아빠는 계속 세샤를 지켜 보고 계시지.”
“히히. 그렇지?”
연우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세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세샤가 곤히 잠에 들 때까지.
그리고.
딸칵-
연우는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가만히 매만졌다. 손끝에서 까끌까끌한 겉면이 느껴졌다.
고요하고, 아늑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