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224화 (224/862)

24화. 켈라트 경매장 (7)

“그럼 이 일은 이대로 두고. 저흰 저희대로 움직이죠.”

연우는 브라함, 갈리어드, 판트와 에도라를 돌아봤다.

모두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연우는 인트레니안을 열어 여러 개의 문서를 꺼냈다.

드 로이의 탐험일지. 경매장에서 구한 다른 파트들이었다. 켈라트 경매장은 이런 게 좋았다. 돈만 충분하다면, 연계 퀘스트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드 로이의 탐험일지(3번째 파트)’를 파괴하였습니다.]

[숨겨져 있던 히든 피스가 드러납니다!]

[스킬 ‘악마학’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하였습니다.]

[‘드 로이의 탐험일지(6번째 파트)’를 파괴하였습니다.]

[‘드 로이의 탐험일지(4번째 파트)’를 파괴하였습니다.]

……

드 로이의 탐험일지는 총 10파트. 이중 연우가 구한 건 모두 6 개였다.

악마학의 스킬 등급은 금세 BB+등급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이에 호응하듯이 마의 인자가 꿈틀거렸다.

연우는 악마학을 발동시키면서, 권능을 곧바로 개방했다.

검은 팔찌가 잘게 떨리면서 검은 빛을 토해 냈다.

[제3천의 영 - 백귀야행]

끼아아!

귀곡성과 함께 다량의 망령들이 쏟아졌다.

판트와 에도라는 그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살짝 흠칫거렸다. 가면을 벗은 이후로, 연우는 그들 앞에서도 여태껏 숨겨 뒀던 기술이나 권능을 조금씩 보여 주고 있었다.

딱 봐도 수천 마리가 넘을 것 같은 망령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무섭고 무섭지 않고의 차이가 아니었다. 망령들이 안개처럼 군단을 형성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풍기는 괴기하고 으스스한 느낌에 산 사람이라면 당연히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연우는 자신을 따라 뱅글뱅글 배회하는 녀석들을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봤다.

[수집한 망령의 수: 3,511]

그동안 죽은 자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고, 권능까지 손에 넣으면서 컬렉션의 용량은 몇 배로 불어나 있었다.

이렇게 3천 마리를 넘게 채웠는데도 여전히 여유 공간이 남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예전에는 망령들이 단순히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집품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그것들 하나하나를 손가락 움직이듯이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새삼 권능이 가진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권능…… 나도 언젠가 이런 걸 스스로 창안할 수 있을까?’

천재였던 동생도 권능까지 만들어 내진 못했다. 하늘 날개가 거기에 근접했다지만, 결국에는 마지막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연우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망령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흩어져.”

수천 마리에 달하는 망령들이 일제히 붉은 하늘을 따라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망령들은 악마의 숲을 마구잡이로 누비면서 근방에 있던 마족들을 노렸다.

한 마리당 한 개체씩. 망령들은 마족들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고, 마족들은 뭔가 불안한 낌새를 눈치채고 본능적으로 달아나려 했지만 망령의 속도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망령이 마족의 뇌리를 침범하고 중추 신경계를 장악하는 순간.

마족들은 통나무처럼 몸이 빳빳하게 굳어지더니, 곧 두 눈은 이채가 사라지면서 망령을 닮은 탁한 색으로 물들었다.

‘됐다.’

연우는 수천 마리의 망령들을 따라 수많은 군중 의식이 느껴지자 눈을 빛냈다.

이매망량.

연우는 그동안 망령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을 바탕으로, 몬스터나 마족에게 빙의시키는 작업을 계속 연습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건, 지능 수준이 낮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빙의가 훨씬 순조롭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마족들은 몬스터들 중에서도 지능이 한참 낮은 편이었고, 따라서 다루는 건 생각보다 훨씬 손쉬웠다.

“움직여라.”

그리고 새로운 명령에 따라, 망령에 빙의된 마족들은 일제히 연우가 있는 쪽으로 우르르 몰려와 옆에 있던 드 로이 호수로 첨벙첨벙 뛰어들었다.

마족들은 호수 아래에서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한 놈이 한 놈을 잡아먹으면 그 뒤로 다른 놈이 뛰어들었고, 또 그 뒤를 따라 다른 놈들이 수십 마리씩 난입해 잡아먹고 먹히기를 반복했다.

호숫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키아아!

“끔찍하군.”

브라함은 그런 광경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흥미 가득한 학자의 눈빛을 한 채 호숫가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악마수를 직접 양식하며 각룡을 여러 마리 만들어 본 적이 있던 그로서는. 지금 연우가 보이는 방식이 신기했다.

망령을 이용해서 아귀 다툼을 벌이게 만들고, 여기서 죽은 영혼은 곧바로 망령으로 타락시켜 새로운 제물을 끌고 오게 한다.

덕분에 부릴 수 있는 망령의 숫자는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나고, 아귀다툼에 뛰어든 마족도 늘어나 호수 아래에 있던 포식자가 끊임없이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크와앙!

곧 한계를 벗어난 각룡이 수면 위로 대가리를 뽑아 올렸다. 하지만 그 옆으로 또 다른 각룡이 나타나더니 녀석의 목덜미를 왈칵 물어뜯었다. 그렇게 여러 각룡이 나타났다.

아수라장은 이제 지옥도가 되었다.

새빨갛게 물든 호수에는 살점들이 둥둥 떠다녔다. 주변에 있던 악마수들은 죄다 박살이 났다.

뼛속부터 악마를 싫어하는 갈리어드는 시원하다는 표정이었고, 에도라는 고운 얼굴을 찌푸렸다 판트는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쩐다……!”

그때, 브라함이 소리쳤다.

“시작한다. 대비해.”

일행들은 일제히 정신을 차리면서 각자 병장기를 꺼내 드 로이 호수를 경계했다.

각룡과 마족들이 펼치던 연회는 끝이 났다.

수만 마리에 달하는 마족들을 갈아 넣은 끝에, 마지막 남은 각룡이 갑자기 대가리를 제 몸에다 처넣더니 제 몸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괴기한 광경이었다. 결국 머리통만 남게 되었을 때. 번데기를 가르고 나비가 나타나듯, 각룡의 두개골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새하얀 나신에 한 쌍의 검은 날개를 늘어뜨린 남자.

녀석이 환희에 찬 얼굴로 연우 등을 보면서 말했다.

“아아! 상쾌한 공기로다.”

[인위적으로 최하급 악마를 양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죽음을 사역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어둠의 힘을 지배할 수 있는 영역이 훨씬 넓어지게 됩니다.]

[마와 악의 근본을 파헤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해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속성력과 지배력이 각각 30만큼 증가합니다.]

[다량의 마의 인자를 터득했습니다.]

[다량의 마의 인자를 터득했습니다.]

……

[영혼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집니다.]

[컬렉션의 용량이 늘어납니다.]

[망령을 다루는 능력이 더 깊어졌습니다. ‘제3천의 영’의 권능 숙련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21.5%]

[특성 ‘암군(暗君)’을 획득했습니다.]

[칭호 ‘마의 인도자’를 획득했습니다.]

[누구도 쉽게 이루지 못할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추가 공적치와 추가 보상이 제공됩니다.]

[공적치를 15,000만큼 획득했습니다.]

[추가 공적치를 30,000만큼 획득했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악마학’의 진화가 이뤄집니다. 플레이어의 특성과 능력치를 산정하여 새로운 스킬을 탐색합니다.]

[특성 ‘암군’의 영향을 받습니다.]

[상위 스킬 ‘악마술(惡魔術)’이 생성되었습니다.]

[악마술]

넘버링 19

숙련도: 0.0%

설명: 악마학이 몇 단계 이상으로 승급된 형태. 비록 마계에도 들지 못하는 최하급 악마지만, 악마를 탄생시킨 것만으로도 마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와 속성력을 갖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펼쳐 내는 흑마술과 여러 권능은 기존의 한계를 훨씬 넘어선다.

* 마기

마의 인자를 자극해 스킬을 발동시키는 데 있어 필요한 마기를 꾸준히 생성한다.

* 마의 저주

스킬북으로 습득한 흑마법을 발현시킬 때, 등급을 상승시킨다. 마의 인자의 보유량과 비례해서 등급의 상승폭이 달라진다.

* 마왕독(魔王毒)

마독보다 효과가 뛰어난 마왕독을 생성한다. 마의 인자의 보유량에 따라 분비하는 양과 질이 달라진다.

쉴 새 없이 떠오르는 메시지.

특성과 칭호, 스킬까지 획득했다는 내용이었다. 시스템이 인정할 정도로 엄청난 업적을 쌓은 것이다.

그리고 브라함을 권속으로 삼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98층의 반응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했다.

[98층의 여러 신과 악마들이 탄식을 내뱉습니다.]

[여러 신의 사회가 당신을 묘한 눈길로 바라봅니다.]

[대다수 신의 사회가 당신에 대한 평가를 유보합니다. 소수의 신들이 당신에게 흥미를 가집니다.]

[아테나가 당신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헤르메스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포세이돈이 다른 누군가와 깊은 의논을 나눕니다. 당신에 대한 평가를 유보합니다.]

[아즈라엘이 당신에 대한 탐욕을 드러냅니다.]

……

[여러 악마의 사회가 들끓습니다.]

[소수의 악마들이 당신이 행한 방식에 대한 심도 있는 의논을 나눕니다.]

[아가레스가 당신에 대한 탐욕을 드러냅니다.]

[혼돈이 입맛을 다십니다.]

[‘절교’의 악마, 도올이 당신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냅니다.]

다만, 브라함 때와는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었다.

당시 관련되었던 신의 사회는 권위를 중시하여 길길이 날뛰는 편이었지만, 지금 악마들은 오히려 연우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도리어 노골적으로 연우를 탐내하는 자들이 많았다.

‘권능의 목록이 더 늘어났어.’

연우는 오픈해 놓았던 채널을 따라 권능의 숫자가 대폭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을 통해, 그동안 연우에 대해 긴가민가해하던 자들도 슬슬 뛰어든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업적을 쌓을 때마다 목록의 숫자도 계속 늘어나겠지.

그럼 연우가 가진 힘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롭게 태어난 최하급 악마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웃었다.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게 해 주었으니. 고마움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구나. 너희들을 충실한 충복으로 삼……!”

“닥쳐.”

“큽!”

녀석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헛바람을 들이켜더니 무릎을 꿇었다. 무거운 짐이 얹힌 것처럼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창백한 피부 위로 핏대가 잔뜩 올라섰다.

“너, 내게 무슨 짓을 했……!”

녀석은 체내를 타고 도는 수천 마리 망령의 저주에 숨이 턱 막혔다. 여러 마족이 뒤엉켜 만들어지다 보니, 그 속에 있던 망령들이 단단히 뿌리박혀 있던 것이다.

악마는 망령들을 내쫓기 위해 마기를 순환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브라함이 호수 일대에 새겨 놨던 연성진을 발동시켰다.

촤르륵!

다량의 신진철이 튀어나와 녀석을 구속하고, 그 위로 새로운 마법진이 발동하면서 녀석을 둘러 싼 공간이 차례대로 접히기 시작했다.

현자의 돌의 구조식을 가미한 봉인진. 당연히 갓 태어나서 별다른 권능도 없는 최하급 악마가 버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아, 안 돼애애앳!”

“돼.”

쾅!

연우의 싸늘한 조소와 함께 마지막 공간이 압축되면서 녀석이 그대로 짜부라졌다. 뭔가가 호수 위로 퐁 하고 떨어졌다. 망령이 그것을 주워 연우 앞으로 가져왔다.

“이것이로군.”

브라함이 일렁이는 눈빛으로 옆에 다가왔다. 연우의 손에는 새카만 보석이 들려 있었다. 최하급 악마가 봉인된 마핵이었다.

연우는 그것을 브라함에게 넘겨 줬다. 이제부터는 브라함의 몫이었다.

마핵을 받는 브라함의 손길이 잘게 떨렸다. 이것이라면 세샤의 병을 낫게 할 수 있으리라.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기만 했다.

연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코어를 가동시켰다.

겉보기엔 간단해 보이는 작업이었지만. 사실 악마를 구속하느라 그 많던 마력이 몽땅 소모되고 말았다. 체력도 바닥나 탈진하기 직전이었다. 역시 악마는 악마. 두 번은 못 할 작업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현자의 돌이 맹렬하게 움직이면서 마력을 공급해서 금세 기운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판트가 자신을 묘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거 아시우?”

“뭘?”

“형님이 악마를 보고 내뱉은 말이 딱 두 마디였다는 거.”

“……?”

“닥쳐. 돼. 이거였다우.”

“…….”

연우는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렸다.

“하여간 인성…….”

뒤에서 판트가 구시렁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지금은 녀석을 상대할 겨를이 없었다.

이곳으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몰려오는 게 느껴졌다. 최하급 악마를 만들기 위해서 주변 일대에 있던 마족들을 싹 다 털었으니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연우는 23층을 망가뜨렸던 주범. 몇 달 동안 얼굴을 내비치지 않으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던 차였다.

당연히 일을 소상히 파악하기 위해서 많은 인파가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에도라와 판트도 기척을 느끼고 병장기를 꽉 쥐었다. 갈리어드도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때마침 여러 인파 중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갑옷을 입은 무리들. 마치 한 나라의 군대처럼 일사불란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선두에 있던 자는 일기장에서 본 탓에 연우도 낯이 익었다.

혈국. 그중에서도 식탐황제가 각별히 아낀다는 여러 보검 중 하나.

‘칼리번 후작.’

녀석이 입을 열었다.

“독식자, 맞나?”

* * *

여름여왕은 트로이와 탐이 진상한 세 개의 탁본을 내려다봤다.

“이것이, 현자의 돌…….”

여름여왕의 눈가를 따라 기이한 광망이 번들거렸다. 탁본을 쥐는 손길에는 힘이 바짝 실렸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탁본들의 등장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마치 하늘에서 선물을 내려 준 것 같다. 마치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보라는 것처럼.

세상에 우연이란 건 없다는 게 그녀의 평소 지론이었다.

최후의 용으로서, 오랜 삶을 살면서 터득한 진리였다. 사소한 돌멩이 하나도 수많은 과정이 인과 율이라는 포장 아래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만들어지듯이, 이 탁본이 등장한 것도 어떤 손길이 닿아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의 그녀라면 의심이 가서라도 탁본을 버리거나, 배후를 캐 보려 했을 테지만.

현재 그녀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석화된 드래곤 하트는 이제 쪼개지기 시작했고, 육체는 붕괴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겨우겨우 붙들고 있는 여러 권능들도 사라질 게 분명했다.

다행히 탁본의 경위는 의심스러워도, 내용은 이상한 곳이 없었다. 용의 지식을 열어 면밀히 살펴봤지만, 수준 높은 연금 지식만 담겨 있었다.

도리어 용의 지식이 미처 개척하지 못한 분야의 지식까지 있었으니.

오히려 여름여왕은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경지가 한 층 더 개척된 느낌을 받았다.

내용에 이상은 없다. 함정도 없었다.

‘신쯤 되는 작자가 나서서 의도적으로 장난쳤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테니 걱정은 없었다.

여름여왕은 탁본의 내용을 바탕으로 마력을 운용했다. 수하들이 현자의 돌을 만드는 동안, 그녀는 임시방편으로 드래곤 하트부터 봉합시킬 생각이었다.

츠츠츠-

그러자 그동안 빠른 속도로 갈라지던 드래곤 하트의 붕괴 속도가 늦춰지더니, 어느 표면에서는 미약하지만 복구까지 이뤄졌다.

여름여왕은 환희에 들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동안 그녀를 저주처럼 옭매던 속박이 끝났다. 어쩌면 금방 옛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웃고 싶었다. 그리고 헤븐윙 앞에서 대놓고 비웃어 주고 싶었다.

보아라. 너는 나를 이렇게 망가뜨렸지만, 결국 너는 죽었고 나는 살아남았다. 여름여왕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진 모습으로 곧 다시 태어나 올포원을 잡아먹고, 98층으로 오를 것이다. 바로 너를 제물로 삼아!

그렇게 웃음을 터뜨리려는 순간.

“아아아악!”

여름여왕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복구되는 것 같던 드래곤 하트가 갑자기 부서졌다.

갈 곳을 잃은 마력이 단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폭주를 일으켰다. 마력회로가 망가지고, 용의 인자가 붕괴되었다.

그리고 육체가 시커멓게 죽으면서 붕괴에 가속도가 붙었다. 마력 속에 섞인 독이 빠른 속도로 육체를 좀먹어 가기 시작했다.

마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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