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237화 (237/862)

12화. 여름여왕 (2)

촤아악!

여름여왕은 가장 먼저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아이테르 등이 귀찮다는 듯, 허공에다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마력이 섞인 돌풍이 채찍처럼 휘둘러져 전면에 있던 플레이어들을 죄다 피떡으로 만들어 버렸다.

엘로힘의 명문가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마군의 마안까지 얻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던 자들이었지만.

아이테르에게는 가문의 재건과 원로원에 대한 복수를 꿈꿀 수 있게끔 도와주는 소중한 가신들이었지만.

여름여왕 앞에서는 그저 한낱 하루살이에 불과했다. 이들이 사라지게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1초. 그 이상은 낭비였다.

그리고 그건 아이테르도 마찬가지였다.

‘도, 도망쳐야……!’

여름여왕은 감히 자신의 〈풍신편(風神鞭)〉을 피한 아이테르를 보면서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녀는 곧장 손날을 반대로 돌렸다.

쐐애액!

손끝에서 연장된 바람 채찍은 회전력까지 더해서 아이테르의 정수리를 후려쳤다.

쾅!

“쥐새끼같이 도망쳤군.”

풍신편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바위나 나무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죄다 쓸려가 평지만 남았지만, 아이테르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백광(魄光)〉. 빛의 입자로 잘게 쪼개져 가까스로 도망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여름여왕은 굳이 아이테르를 뒤쫓지 않았다.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테지만. 지금 그를 뒤쫓는 것은 귀찮고 쓸데없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테르에 대한 것을 잊고, 탐을 홱 하고 돌아봤다.

탐은 재빨리 무릎을 꿇으면서 머리를 땅에다 세게 박았다. 이마가 찢어지면서 피가 튀었다.

“죄송합니다!”

여름여왕이 송곳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으르렁거렸다.

“내가 이런 너절한 곳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야만 하는 것이냐? 이 일이 그토록 어려운 것인지 꿈에도 몰랐구나!”

“용서해 주십시오……!”

“초도. 이 책임은 나중에 따로 묻겠다. 하지만 이 일이 끝날 때까지 네 피를 내놓을 각오로 뛰어야 할 것이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탐은 머리가 부서져라 다시 몇 번이고 지면에다 이마를 박았다.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통증을 느낄 새가 없었다.

여름여왕이 이곳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 그건 그만큼 크게 진노했단 뜻이었다.

용아병의 위계는 대개 수혈된 용의 피의 양으로 정립되는 것이었고, 여름여왕은 얼마든지 그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여차하면 이미 투입된 피를 모두 수거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랬다가는 더 이상 용아병도, 용생구자도 아니게 되겠지. 권능이 모두 박탈된 셈이니 81개의 눈도 되지 못할 것이다. 왕자의 신분에서 평민 신세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뒤통수가 뜨거운 것 같았다.

다른 형제들의 비웃음과 조롱 섞인 시선이 쏠리는 게 느껴졌다. 이미 그가 경쟁에서 도태되었다고 여기는 게 틀림없었다.

탐으로서는 그런 상황을 절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남은 시간 동안 여름여왕이 품은 진노를 달래야만 했다.

하지만.

여름여왕은 탐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두 눈은 먼지 구름을 쉴 새 없이 토해 내는 협곡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저곳에. 그토록 찾던 현자의 돌이 있었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여름여왕은 이를 악물면서 그동안 억눌러 뒀던 마법을 발동시켰다. 새하얀 빛무리가 그녀를 감쌌다. 폴리모프. 빛이 가신 자리로 거대한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용은 과거 청화도와 전쟁을 치를 때와는 다르게 많은 곳이 망가져 있었다.

루비처럼 반짝이던 비늘은 까맣게 죽었고, 불을 뿜을 것 같던 두 눈은 탁기로 가득했다. 거대한 몸뚱이나 날개에도 구멍이 숭숭 뚫려 마치 누더기처럼 보일 정도였다.

망가진 드래곤 하트와 마독 중독.

여름여왕은 방금 전 겨우 남겨 뒀던 마력을 뿌리까지 뽑아 썼다. 사실상 본체로의 마지막 변신이었고, 목숨을 건 시도였다. 여기서 실패한다면? 죽음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여름여왕은 마음이 더 다급했다.

마독이 골수까지 침범한 이상, 이미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최후의 용으로서. 용종의 마지막 남은 후예로서 이런 곳에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었다. 절대로!

크롸롸롸!

여름여왕은 하늘을 보며 길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비상을 시도, 갖가지 마법을 동시에 발동시키면서 거대한 몸집을 크게 출렁였다.

콰아앙-

꼬리로 허공을 강하게 후려치자, 어느새 브로켄 요새가 있는 협곡까지 단숨에 날아올랐다. 마지막 남은 마력이 바닥났다.

그녀는 이제 영혼을 쥐어짜면서 영력을 억지로 마력으로 치환하는 중이었다.

영력의 사용은 자칫 영육의 불일치와 격의 상실로 이어질 위험도 컸지만. 그녀는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마독에 억눌렸던 권능들이 하나둘씩 깨어났다. 용이 용으로 있게 할 수 있는 권능들이 순차적으로 나타나고, 드래곤 피어가 상공을 따라 잔뜩 퍼져 나가면서 주인을 잃은 외우주를 장악했다.

지금 이 순간.

끝없는 밤의 세계는 더 이상 마녀들의 영지가 아닌, 여름여왕의 권역이었다.

* * *

‘인트레니안 개방과 용의 피라고?’

연우는 보상으로 주어진 것들을 보고 묘한 눈빛이 되었다.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한 셈이니 마다할 생각은 없었지만. 사실 5대 명장 여러 명과 인연을 맺고 있는 연우로서는 레드 드래곤이 보유하고 있을 여러 아티팩트들에 딱히 흥미가 가진 않았다.

신이나 영웅이 쓰던 보구면 모를까. 하지만 그런 것을 넣어 뒀을 리는 없으니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았다. 보나마나 A등급 무기나 보석 몇 개를 넣어 둔 게 전부겠지.

하지만 다른 보상은 달랐다.

용의 피.

이건 이제 절대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적룡종의 혈청]

분류: 영약

등급: S+

설명: 최후의 용, 여름여왕 이스메니오스의 피를 정제해서 만든 혈청. 마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능력치 향상을 이룰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용아병으로의 각성도 가능하다.

사실 이건 단순한 ‘S+등급’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는 물건이었다.

모든 용종이 절멸한 이때. 용의 피는 더 이상 구하려야 구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탑의 세계에서 용생구자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이 주기적인 수혈을 통해 탄생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어느 플레이어든지 간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수밖에 없는 보상이었다.

‘새로운 용아병이라도 만들 생각이었나?’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여왕의 눈에 발푸르기스의 밤은 어쨌든 빨리 처리해야 할 놈들이었으니까. 그들을 제거하고 현자의 돌의 비밀을 가져온다면, 단순히 용아병에서 그치지 않으려 했을 수도 있었다.

‘문제는 혈청이 내 손에 들어왔다는 거지만.’

연우는 이 혈청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잠깐 고민했다. 이 자리에서 바로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연우의 체내에도 용의 피는 잘 흐르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더해진다고 한들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게다가 고룡 칼라투스는 여름여왕과 다르게 적룡종이 아니었다. 흡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잘 궁리해 본다면 괜찮게 쓸 구석이 있을 것 같은데. 갑자기 주어진 보상이라 그런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아니면.’

연우는 슬쩍 손에 쥐고 있는 비그리드를 내려다봤다. 우웅, 웅- 비그리드가 연우의 시선을 받고 잘게 몸을 떨었다. 마치 자신을 알아봐 달라는 듯.

비그리드는 신력을 품으면서 거의 모든 저주를 씻었지만, 아직 마지막 봉인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90% 지점에서 멈춰서 더 이상 진행되는 게 없었다.

신력은 이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한때 신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용종의 힘이라면 어떨까?

‘연구해 봐야겠어.’

연우는 나중에 브라함과 따로 논의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인트레니안을 열어 혈청을 넣어 뒀다.

그리고 돌아서려던 그때.

화아악!

연우는 갑자기 등골을 타고 흐르는 오싹한 기운에 허리를 쭈뼛 세웠다.

그리고 기운이 느껴진 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상공을 따라 거대한 그림자가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빠르게 엄청난 기세가 구름 떼처럼 몰려왔다. 메테오가 떨어졌을 때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위압감.

‘여름여왕……!’

살갗이 따끔거렸다. 등골이 서늘했다. 세포 속에 있는 용의 인자들이 발버둥 쳤다. 약자를 종속시키는 드래곤 피어를 어떻게든 떨어뜨리고자 날뛰는 것이었다.

반편이에 불과한 용인과 완전체인 용종 간에는 엄청난 격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위계질서가 확실한 용의 구도 속에서, 용인에게 용종은 꺼려질 수밖에 없는 상대였다.

그래서 어떻게든 마의 인자를 획득하려 했던 것이기도 했다.

연우는 최대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면서, 이곳으로 떨어지는 여름여왕에게서 벗어나고자 했다.

[드래곤 피어로 인한 극심한 공포 상태가 육체를 지배합니다.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냉혈’ 특성으로 이성을 유지합니다.]

[마의 인자가 활동합니다.]

[마의 인자가 활동합니다.]

……

[스턴 상태가 해지되었습니다. 드래곤 피어에 대한 내성이 생겼습니다.]

‘메테오가 남아 있다면 좋았을 텐데. 하필 이럴 때 나타날 줄이야. 왜 지금이지?’

연우는 잇달아 블링크를 전개하면서 여름여왕의 시야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마독에 중독시키긴 했어도, 그의 실력으로 아직 여름여왕은 무리였다.

‘설마.’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왜 여태껏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여름여왕이 나타났는지 이유를 떠올렸다. 그러다 한 가지 생각에 닿았다.

‘비에라 듄을 잡은 것 때문에?’

서든 퀘스트가 끝난 것을 확인하고 나타난 건 아닐까? 연우는 이를 악물었다. 만약 그렇다면. 이건 명백한 연우의 실수였다.

하지만.

‘아니, 어떻게 보면 기회일 수도 있어.’

연우는 이것을 기회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여름여왕은 곧 죽을 운명이었다. 망가진 드래곤 하트와 마독에 중독된 몸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면 뭘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반면에 연우는 아직까지 컨디션이 좋았다.

용체 각성은 물론, 다른 권능은 아직 깨우지도 않았다. 부도 현자의 돌을 삼키면서 다시 변태를 하는 중이었고, 곳곳에 흩어진 샤논과 한령, 레베카, 브라함도 빠르게 이쪽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연우는 현자의 돌이 완성된 이후로 자신이 가진 한계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전력을 다한다면 어떻게든 수를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이런 가정들은 너무 희망적인 관측일지도 몰랐다.

악에 받친 맹수만큼 위험한 것도 없으니까. 게다가 여름여왕의 기세는 평소와 비교해도 절대 약하지 않았다. 청화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직까지 저 정도라니.’

드래곤 피어를 물리쳤다고 해도, 위압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냉혈을 이용해도 여전히 손발이 저릴 정도였다. 정면에서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힘이 쭉 빠졌다.

하지만 그래도 연우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자신을 믿고, 주변에 돌아가는 상황을 믿었다.

초감각으로 잡혔던 생존자들. 그들이 하나둘씩 일어나면서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적의는 모두 여름여왕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여름여왕. 당신은 실수를 해도 너무 크게 했어.’

[서든 퀘스트 / 현상 수배 (1)]

설명: 조금 전, 관리국에서는 사적인 이익으로 켈라트 경매장을 공격한 레드 드래곤에 대한 제재를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관리국에서 가할 수 있는 제약에는 한 계가 있어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지금부터 정해진 시간 동안 레드 드래곤의 플레이어를 찾아 생포하거나 사살하십시오.

사살 성공 시, 일정 확률로 죽은 상대의 스킬이나 아티팩트를 강탈할 수 있습니다.

관리국이 내걸었던 서든 퀘스트.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서 말한 ‘레드 드래곤의 플레이어’에는 여름여왕도 포함되었다.

만약 여름여왕을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게다가 지금 여름여왕은 척 보기에도 상태가 위중해 보였다.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생존자들의 머릿속에 퍼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섣불리 덤비는 사람은 없었다. 일단 그녀의 전력을 먼저 체크하려는 것이다.

콰앙!

그때. 여름여왕이 지상에 착지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돌기가 가득한 얼굴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세로 동공으로 쭉 찢어진 두 눈이 무언가를 찾고자 했다.

퀘스트를 완수한 자. 비에라 듄을 죽인 자를 찾으려는 것이다.

『현자의 돌은! 나의 현자의 돌은 어디에 있느냐!』

여름여왕은 잔뜩 노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포효가 협곡을 따라 울려 퍼지면서 끝없는 밤의 세계를 크게 진동시켰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미 연우가 전부 수거했거나 사용해 버린 현자의 돌이 나타날 리 만무했고.

『내놓아라!』

어느새 탁하게 물든 두 눈은 광기로 번들거리며 분노를 풀어낼 대상을 찾아 움직였다.

그때. 연우의 모습이 여름여왕의 두 눈에 단단히 새겨졌다. 퀘스트를 내건 주체가 그녀였기에, 단번에 1등이 누군지 알아챌 수 있었다.

『내놓아라아!』

여름여왕은 당장이라도 연우를 짓밟으려는 듯, 자세를 낮추면서 크게 투레질을 했다.

연우는 언제 뒤로 빠질까, 어떻게 주변에 포진한 자들을 이쪽으로 끌어들일까 고민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쟀다.

여기서 실수란 있을 수 없었다. 조금만 타이밍이 늦어도 녀석에게 뜯어 먹히거나, 짓밟혀 죽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다면. 가장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던 원수의 명줄을 자신의 손으로 끊을 수 있었다.

이건 도박이었다. 모든 것을 챙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걸린. 목숨이 걸린 도박.

확률은 반반이었다. 아니. 사실 그건 스스로에게 거는 자기 암시에 지나지 않을 뿐.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10퍼센트도 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연우는 그 10퍼센트도 안 되는 확률에 모든 판돈을 던지고자 했다. 그만한 확률만 해도. 연우에게는 아주 컸으니까.

긴장감과 압박감이 숨통을 옥죄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연우는 지금 이 순간이 기뻤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면서 비그리드를 쥐고 있는 손길에 힘이 바짝 실렸다.

그리고 이쪽으로 튀어오려는 여름여왕에 맞춰 뒤로 빠지려던 순간.

갑자기 뒤에서 그의 어깨를 짚는 손길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봤을 때, 연우는 거짓말처럼 긴장이 확 풀리는 것을 느꼈다.

“스승님.”

무왕이 그를 보며 씩 웃고 있었다. 그의 뒤로 다른 부족원들도 서 있었다. 예상치도 못한 만남. 어째서 외뿔부족이 여기에 나타난 것일까.

하지만 그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연우는 여름여왕을 손에 넣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10퍼센트의 확률은 이제 90퍼센트가 되었다.

무왕은 더 이상 걱정 말라는 듯 연우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기고, 한쪽 주머니에 손을 꽂으면서 건들거리는 자세로 앞으로 나섰다.

『내놓아라!』

“뭘?”

『내놓아라아!』

“그러니까 아줌마, 뭐?”

『내놓아라!』

이제 광기에 완전히 물든 여름여왕은 한 가지 말만 계속 내뱉고 있었다.

무왕은 그런 녀석을 보면서. 비웃음과 함께 주머니에서 손을 빼 여름여왕 앞으로 내밀었다.

“혹시, 찾는 게 이거야?”

무왕은 중지만 곱게 펼쳐서 살랑살랑 흔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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