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244화 (244/862)

19화. 격동하는 세계 (1)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무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마른침만 삼켰다.

아니, 이해는 하고 있었다. 머리로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도무지 자신들이 보고 있는 광경이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레드 드래곤은 두말할 것도 없었고. 외뿔부족도 멍한 건 사실이었다. 여름여왕을 죽이고자 그렇게 날뛰었지만. 그녀가 정말 죽을 거라고 믿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여름여왕이 주는 무게는 너무 컸다.

최후의 용.

탑의 지배자.

수천 년 동안 탑의 역사와 함께 전설로 군림했던 군주가, 눈을 감은 것이다.

그리고 새카맣게 타 버린 여름여왕이 더 이상 아무런 숨도 내뱉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어머니!”

가장 먼저 왈츠가 달려왔다. 대장로를 멀리 밀어내고, 용의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왔다. 그녀의 두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지난날의 일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너만큼은…… 너만큼은 이 아비나 어미와 다르게 행복하게 살려무나.

자신의 손을 꼭 붙잡으면서 눈을 감던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은 더 이상 일족에게도, 가족에게도, 묶이지 말고 자유롭게 살라 신신당부하셨다.

하지만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고아가 살벌한 탑의 세계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다.

때문에 왈츠의 어린 시절 기억은 전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여자아이인 그녀를 어떻게 해 보려는 짐승들과 싸우던 것밖에는 없었다.

그러다 어머니를 만났다. 비가 내리던 날. 자신을 구하려다가 돌에 맞고 죽은 친구의 손을 꼭 붙잡으며 눈물을 펑펑 쏟아 내던 날. 이런 자유 따윈 필요 없다며 강물에 뛰어들겠다고 다짐하던. 그런 날이었다.

-나와 함께 가자.

왜 하필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는지 그때는 몰랐다. 아니, 관심도 없었다. 어차피 곧 죽을 생각이었으니까. 아무렇게나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이 전부였다.

그러다 하루는 이틀이 되고, 일 년이 되다, 십 년이 되었다. 자신의 손을 잡은 분의 딸이 되어, 그 옆에 설 수 있었다.

어머니가 자신을 거둔 이유는 사실 알고 있었다. 세상에 이유 없는 호의가 없다는 것쯤은 이미 오래 전에 깨닫고 있었다. 핏줄. 어머니에게는 자신의 혈통과 자질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왈츠는 그것이 너무 감사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친부모는 자유롭게 살라고 했지만, 사실 그건 유기와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말이었다.

왈츠는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했다. 집과 이불. 여름여왕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부단히도 노력했다. 무공을 익혔고, 마법을 단련했다. 가진 바 실력만 따진다면 어머니, 당신도 이제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하실 정도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여름여왕이 괴물로 비친다고 했다.

탑을 집어삼키려는 괴물. 그리고 더 위로 올라가 신과 악마마저 잡아먹으려는 괴물이라고. 어느 누구도 그녀의 손길을 빠져나갈 수 없고, 그녀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왈츠에게 여름여왕은. 집과 이불을 주었으며, 싸늘하던 곳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손을 잡아 주던, 그런 고마운 ‘어머니’였다.

왈츠는 손을 뻗었다. 어머니는 절대 이런 곳에 누워 계서서는 안 되었다. 이렇게 되셨더라도, 마지막 가시는 길은 어떻게든 편하게 보내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화라락!

여름여왕의 그림자가 갑자기 길쭉하게 늘어난다 싶더니 허공으로 치솟으면서 사체를 붕대처럼 칭칭 감기 시작했다.

“안 돼!”

왈츠가 불안한 마음에 여름여왕의 사체를 붙잡았지만. 거대한 사체는 그보다 먼저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녹아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아아아악!”

바로 눈앞에서 여름여왕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왈츠는 관자놀이를 쥐어뜯으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 홱 하고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호신강기를 몸에다 두르며 드래곤 킬러의 폭격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무왕이 서 있었다.

무왕은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찝찝하기도, 불쾌한 것 같기도 한 표정. 어이가 없어 하는 듯한 헛웃음도 입가에 섞여 있었다. 그는 속으로 이딴 꼴을 만들어 낸 막내 제자를 욕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자신을 노려보는 왈츠를 보고 눈을 가늘게 좁혔다.

휘휘휘-

왈츠를 따라 여름여왕에 못지않은 드래곤 피어가 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익숙한 힘이었다.

그윽하고 짙은 향(香), 매화향이었다. 일족 내 매화가(梅花家)의 절기, 자하매화신공을 익혔을 때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

이걸 어떻게 저 아이가 갖고 있는 거지?

“당신.”

왈츠는 씹어 삼키듯이 바득 이를 갈았다. 그 순간, 그동안 왈츠가 숨겨 두고 있던 힘이 풀려나왔다.

마력회로 옆으로 360개의 기혈이 열렸다. 기맥을 따라 내공이 발출되었다. 그리고. 뼈가 갈라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왈츠의 왼쪽 관자놀이를 뚫고 뿔이 튀어나왔다.

두 눈은 보라색으로 잠겼다. 외뿔부족을 상징하는 뿔과 보라색 눈. 그러면서 용인을 상징하는 용의 비늘과 날개, 꼬리도 함께 가진 독특한 기형체.

내공과 마력이 완전히 섞일 때까지 절대 봉인을 풀지 말라며 여름여왕이 신신당부를 했지만. 왈츠는 더 이상 그런 것을 지킬 수가 없었다.

“당신은 내게서 모든 것 빼앗아 갔어.”

왈츠는 드래곤 피어를 잔뜩 담아 으르렁거렸다.

“죽여 버리고 말 거야. 죽여……!”

왈츠는 당장이라도 무왕에게 덤벼들 것처럼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

왈츠는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위로 번쩍 들었다. 무왕도 반사적으로 시선을 같은 방향으로 돌렸다. 얼굴이 짜증으로 살짝 일그러졌다.

“또 뭐야?”

하늘을 따라 수도 없이 많은 포탈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쏟아지는 수많은 플레이어들.

녀석들은 하나같이 통일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붉은 갑옷과 긴 창. 허리춤에는 세 자루 정도 되는 칼을 비껴 걸고, 등에는 커다란 타워 실드를 멨다.

자유로운 플레이어라고 하기보다는 군기가 바짝 든 병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한 모습이었다.

녀석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재빨리 오와 열을 맞추며 대열을 갖췄다.

“저 젠장맞을 것들은 또 여기에 왜 튀어나오고 지랄이야?”

녀석들은 무왕도 잘 알고 있는 자들이었다.

혈군(血軍).

자신들이 움직이는 국가라며 헛소리를 지껄여 대는 혈국이 직접 운용하는 군대.

게다가 그 뒤에 나타나는 건, 여러 후작과 4명의 공작, 그리고 친위대였다.

혈군의 최고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모두 나타났단 뜻은 단 하나.

“으음! 참으로 아쉽도다. 지금 도착하면 즐거운 만찬이 가득할 줄로만 알고 있었거늘.”

쿵!

혈군 앞으로 거대한 공 같은 것이 무겁게 떨어졌다. 뚱뚱하고 짜리몽땅한 체구. 터질 것 같은 볼살에 머리에 쓴 왕관은 마치 골무처럼 너무 작아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몸집이 얼마나 큰지, 녀석은 땅에 착지하고도 한참이나 어기적거리다가 아르드바드 공작의 도움을 받은 뒤에야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돼지 새끼, 여긴 뭐 하러 왔어?”

“어느 누가 짐을 이렇게 천박하게 부를…… 오! 이게 누구신가. 짐의 친애하는 벗, 나유가 아니신가! 참으로 오랜만일세!”

녀석은 무왕을 보자마자 크게 반색했다.

위엄 따윈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습으로, 억지로 기품 있는 말투와 태도를 보이려는 게 영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무왕은 녀석의 저런 우스운 모습 아래에 잠재된 포악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원하는 것은 모두 가져야 하고, 갖지 못한다면 부숴야 자신이 죽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망상과 편집증.

제 욕심을 위해서라면 수만 명 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몰살시킬 수도 있는 광증.

그런 주제에 녀석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할 ‘군대’를 지닌 녀석이기도 했다.

식탐황제.

혈국의 수장은 제 딴에는 호탕해 보이기 위해 껄껄 웃음을 터뜨렸지만.

무왕은 녀석의 반들반들한 이마를 타고 흐르는 개기름이 꼴 보기 싫었다. 그는 인상을 확 찌푸리다가, 한쪽 입술 끝을 말아 올렸다.

“왜? 저번에 두들겨 맞았던 거 설욕전이라도 하러 왔나? 그때 고막이 나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른쪽 귀는 괜찮나 모르겠네?”

명백한 도발.

아르드바드 공작 등이 인상을 와락 찌푸리면서 칼 쪽으로 손을 가져갔지만, 식탐황제는 손사래를 치면서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어허! 짐을 어떻게 보고! 무슨 농을 하여도 그리 끔찍한 농담을 하시는가! 짐이 그대와 다투긴 왜 다툰단 말인가? 품위 없이!”

오래전 일이었지만. 식탐황제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외뿔부족의 인육을 한번 맛보겠다고 층계를 오르던 부족원에게 손을 댔다가, 그 소식을 듣고 혼자서 쳐들어와 궁궐의 절반을 무너뜨리던 무왕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기만 했을 뿐인데,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릴 정도였다.

부족원을 아직 도살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날 멱이 따이는 것은 자신이 되었으리라.

그래도 두들겨 맞긴 정말 실컷 두들겨 맞아서,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아홉 왕? 엿이나 먹으라지. 무왕은 이미 그딴 범주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그리고 여름여왕도 때려잡은 게 분명한 이 상황에서.

식탐황제는 무왕과 척을 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올포원은 77층에서 가끔 아래를 내려다보기만 할 뿐, 사건에 개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는 건, 이제 탑의 유일한 절대자는 무왕이란 뜻이었다.

괜히 눈 밖에 날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약자에게는 철저히 강하게,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게. 그것이 식탐황제가 혈국이라는 클랜을 오늘날까지 이만큼이나 일굴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짐이 이곳에 왕림한 것은, 친애하는 또 다른 벗을 도와주기 위함일 뿐.”

“벗?”

“마침 저곳에 보이는군.”

무왕은 식탐황제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저 먼 언덕 위.

가면을 쓴 연우가 우두커니 서서 이곳을 보고 있었다. 그제야 무왕도 앞뒤 상황을 전부 깨달을 수 있었다. 발푸르기스의 밤부터 혈국까지. 탑에서 내로라하는 클랜들이 죄다 제자의 손에 놀아나고만 것이었구나.

“그대는 참으로 마음이 든든하겠군. 저리도 명석한 제자를 두지 않으셨는가! 어찌하면 저런 제자를 하나도 아닌 셋이나 둘 수 있는지, 짐에게 비결을 일러 줄…… 으하핫. 농이라네. 농!”

식탐황제는 자신을 한껏 째려보는 무왕의 도끼눈을 스리슬쩍 옆으로 피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데, 말일세.”

“뭔데, 또?”

“이 뒤,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

무왕은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식탐황제를 보면서 코웃음을 쳤다. 녀석이 무엇을 노리는지 불에 보듯 뻔했다.

자신이 이제 명실상부한 탑의 절대자로 올라섰다지만. 그는 사실 자신의 명예와 일족의 안위만 신경 쓸 뿐, 지배나 군림에 대한 야욕이 전혀 없었다.

그 뜻은 단 하나.

여름여왕이 사라진 자리, 탑을 지배할 수 있는 왕좌가 텅 비었단 뜻이었다.

‘빈 왕좌는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일 테고.’

당연한 말이지만, 식탐황제는 먹는 것에 대한 집착만큼이나 권력에 대한 야욕도 컸다. 이 땅에 사라진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사명은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첫 번째 대상은.

‘저 아이인가.’

식탐황제는 드래곤 피어를 줄줄 흘려 대는 왈츠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평소 그렇게 용의 고기를 맛보고 싶다면서 노래를 불러 대더니. 딱 그 꼴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섣불리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무왕의 눈치를 살폈다. 왈츠의 한쪽 머리에 난 뿔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무왕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왈츠가 외뿔부족 출신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미 그는 친동생도 버렸었다. 일족의 손길을 벗어난 이름 모를 아이를 챙겨 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으흐흐. 하긴. 이 이상 개입하는 건 그대의 성정과 맞지 않을 테니. 하면 뒷마무리는 짐이 맡도록 하지.”

“스캐빈저가 따로 없군.”

“이왕이면 늑대나 독수리에 빗대어 주지 않겠는가?”

늑대와 독수리는 맹수가 먹다 남긴 살코기를 아무렇지 않게 뜯어 먹는다. 그러면서도 용맹과 투쟁을 상징했으니.

식탐황제는 스스로를 그렇게 빗대는 것에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최후에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이들만이 진정한 승리자였으니까.

식탐황제의 지시에 따라 혈군은 일제히 창날을 바짝 앞으로 세웠다. 척, 척, 척. 군화 소리에 맞춰서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승리의 군가. 병사들의 정신을 하나로 연결해 전투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혈군 특유의 스킬이 발동되면서 기세가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기세를 한 몸에 받은 식탐황제는 몸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물컹거리던 살집이 단단한 근육으로 변하면서 안쪽으로 말려들어 가고, 뼈가 위로 쭉쭉 자라면서 한순간에 2미터가 훨씬 넘는 장신으로 변했다.

체구는 비쩍 말랐고, 눈빛은 퀭했다. 불길하고 음습한 기운이 녀석을 따라 감돌았다.

“모두들 마음껏 즐기자꾸나! 오늘은 연회다! 다들 즐겁게 먹고, 마셔라!”

식탐황제가 침이 줄줄 새는 입으로 소리치자, 광기가 감돌기 시작한 혈군이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면서 앞으로 뛰어갔다. 그러면서도 군가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쿵, 쿵, 쿵, 쿵-

그리고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왈츠는.

“비희! 자리를 피하셔야 합니다!”

이곳으로 몰린 수하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를 악물고 있었다. 여름여왕이 죽어 버리고, 혈국까지 가세한 지금. 레드 드래곤은 더 이상 싸움을 속개할 상태가 아니었다.

패배.

레드 드래곤이 세워진 이후로, 올포원이 아니면 어느 누구도 자신들에게 주지 못했던 수모를 겪게 된 것이다.

왈츠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끝까지 남아, 마지막 목숨까지 불사르며 어머니의 원한을 갚고 싶었지만. 지금은 어머니가 남긴 동생들과 수하들을 챙겨야만 했다.

결국 주먹을 꽉 쥐면서. 왈츠는 하늘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전원, 철수한다.”

아주 나지막한 말이었지만, 그 목소리는 레드 드래곤으로 연결된 모든 소속원들에게 똑같이 전달되어 그들의 행동을 구속했다.

용언. 세계의 법칙을 입맛대로 뒤트는 힘.

여름여왕의 자식들 중에서 유일하게 마법을 통달한 그녀는 용언도 자유롭게 구사할 정도로 경지가 높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남은 용생구자와 81개의 눈, 레드 드래곤의 플레이어들은 일제히 스크롤을 찢어 대규모 포탈을 열기 시작했다.

“먹이들이 도망친다! 하나도 놓치지 말고 모두 먹어 치워라!”

식탐황제는 두 눈이 시뻘개진 채 각력에 힘을 실었다. 맛난 용 고기를 포식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 * *

[서든 퀘스트(현상 수배1)에 막대한 공적치를 달성했습니다.]

[이스메니오스를 척살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레드 드래곤 측이 크게 패배하였습니다.]

[최종 성적]

1위. 나유(501,953Point)

2위. ###(105,119Point)

……

[퀘스트를 높은 성적으로 달성했습니다.]

[보상을 산정하기 위해 관리국에서 판단 여부에 들어갔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보상으로 ‘네 번째 인트레니안’을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다섯 번째 인트레니안’을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최후의 용의 사체’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

연우는 수도 없이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다가.

카아아!

자신의 손길 위에서 이빨을 잔뜩 드러내며, 구속을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망령을 내려다봤다.

보통 망령과는 크기도, 사념도, 격도 차원이 다른 녀석.

여름여왕의 망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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